저울 위의 페미니스트
2026년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1990년 4월 12일생,
만 36세.
임명되면 성평등가족부,
옛 여성가족부 역대 최연소 장관이자
이재명 정부 최초의 ‘90년대생’ 장관이 된다.
21·22대 국회를 거친 재선 의원이
청와대 발탁 하루 만에
청문회 준비단 앞에 서게 됐다.
국회는 하루 만에 들끓었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꼴페미 겨우 정리했더니
그걸 왜 또 건드리는가”라며
2016년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의
게임업계 성우 교체 논란을 다시 끄집어내
“차라리 종북을 하시라”고까지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혐오 장사꾼”이라 부르며
이번 지명을 “이재명 정부를 끝장낼
자폭 카드”라 규정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어 온
갈라치기 선동가”라 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특정 진영과 이념의 대변인이 아니라
남녀 모두를 아우르는
국민 전체의 장관이어야 한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정의당 양경규 대표는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위성정당 정치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 논평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라는 여성단체는
“성평등부 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같은 인선을 두고,
서로 다른 이유로,
서로 다른 진영에서
동시에 반대가 쏟아졌다.
이 장면 하나가 지금 한국 슬롯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처한 위치를
그대로 보여준다.
부처의 이름부터 짚어야 한다.
2001년 여성부로 공식 출범한 이 조직은
24년 만인 2025년 9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재명 대통령이 20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나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해온 사안이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개편안에는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 관련 사무 일부를
성평등가족부로 이관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성별임금공시제 등 균형고용 정바카라 과제를
성평등가족부로 일원화하려는 취지다.
성평등정바카라실이 기존 여성정바카라국보다
상위 단위로 격상됐고,
경제활동 촉진과 종합적 균형고용 정바카라,
여성안전 강화,
역차별 해소를 위한
핵심 기능이 보강됐다.
정부는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라는 표현을
고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가부 정바카라기획관은 기자회견에서
“성차별을 완화하고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기존의 여가부 명칭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며
“성평등이란 중립적인 용어 사용을 통해
성별 간 차별과 기회 불균형을 완화하고
실질적 성평등 슬롯 실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이 단어 하나를 두고도
이미 한 차례 싸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7년 여성가족부가
‘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의 명칭을
‘성평등 기본계획’으로 바꾸려다
종교계의 저항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이름 하나를 바꾸는 데도
8년이 걸린 셈이다.
부처 명칭 변경으로
성적 지향성과 성별 정체성을 둘러싼
슬롯적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젠더 정바카라에 새로운 추진력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왔다.
새 부처는 2025년 10월 1일
원민경 초대 장관 체제로 출범했다.
장관 자리가 16개월째 비었던 위기를 겪은 여성가족부가
새로운 이름과 함께 다시 시작을 알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처는 벌써 두 번째 장관을 맞이하게 됐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의 출발점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그가 정말 ‘강성 페미니스트’인가?
답은 명확하다.
그렇다고 스스로 말해왔다.
먼저 그의 정치 이력을 짚어야 한다.
경기 부천에서 태어나 안산에서 자랐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참사 희생자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그가 자란 지역에 있었다는 점이
이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이 침묵행진은 그해 4월부터 5월까지
전국으로 확산했다.
2016년 노동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그리고 2018년 겨울,
신지혜·신민주·서태성과 함께
‘기본소득과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한 정당’으로
노동당을 바꾸겠다는 기조를 내세우며
당대표단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대표가 된 이후 당명을
기본소득당으로 개정했다.
함께 대표단을 꾸린 신지혜는 기본소득당 대변인,
신민주는 서울시당 상임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둘 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해온 정치인이다.
노동당 시절부터 메갈리아를
‘미러링’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정당화하고 미화해온 흐름과 함께해왔고,
본인 스스로도 2030세대 남성 다수의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백래시’라 비판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리얼돌을 남성들의 뿌리 깊은 성폭력과
성매매 문화의 산물이라고 발언한 이력도 있다.
GS25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페미니스트로서 목소리를 낸 이력이 거론된다.
혼자만의 현상이 아니다.
2025년 21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섰던 권영국도
“저는 여성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나라,
성별 고정관념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운 나라,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꿈꾸는 페미니스트”라며
“성평등을 모든 정바카라의 기조로 삼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그의 공약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하고,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막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며,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낙태죄를 대체할 입법을 추진하고,
비동의강간죄와 성평등 임금공시제,
포괄적 성교육 도입을 내걸었다.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 유세에서도
“지난 대선에서 성평등을 외치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했던
권영국 후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성소수자와 페미니스트가 함께하는
‘성평등 집중 유세’를 열었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10년 전, 강남역 10번 출구에 있었던
여성혐오 살해 이후로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느냐”고 물으며
“서울은 정말 여성들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도시가 되었느냐”고 되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미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입니다”라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페미니즘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진보 진영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건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반대로 이준석 전 대표는
‘이대남’ 담론과 함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우며
반페미니즘 정서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해왔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젠더 갈라치기’,
‘갈라치기 선동가’ 같은 프레임으로
페미니즘 성향 정치인을 공격하는 게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이들의 논리는
“페미니즘은 곧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니 페미니스트가 성평등 부처를 맡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그러나 이 전제 자체가
한국 슬롯에서는 합의되어 있지 않다.
온라인 공간,
특히 에펨코리아나 디시인사이드 남초 갤러리 같은
커뮤니티와 일부 정치권 담론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보다
‘여성우월주의’, ‘남성혐오’, ‘메갈리아식 운동’과
거의 동의어처럼 쓰인다.
이준석 전 대표가 이 프레임을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더 굳어진 측면도 있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
전혀 다른 뜻으로 듣고 있는 셈이다.
이 어긋남이,
지금 벌어지는 모든 논쟁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 어긋남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2021년 5월,
GS25가 카지노톡으로 발송한
5월 행사 홍보 메시지 속 캠핑 이벤트 이미지에
손가락으로 소시지를 집는 손 모양이 등장했다.
작은 성기를 은유한다고 알려진
소시지를 향한 손의 모양과 배치가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손 모양과
매우 일치한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며
논란이 됐다.
GS25는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했지만,
수정할 때마다 다른 형태로
남성혐오 표현이 변형돼
재삽입된다는 의혹이 반복되며
사태가 커졌다.
GS25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바탕으로 영어 문구를 표기했고,
이미지 역시 유료 사이트에서
‘힐링 캠핑’, ‘캠핑’을 키워드로 검색한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해명했지만,
두 차례의 수정을 거치며 오히려 의도적이라는
심증이 커졌다는 게 당시 여론이었다.
결국 GS25는 이벤트를 중단하고
해당 이미지를 삭제했으며,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 사과문까지 발송했다.
반면 페미니즘 성향 사이트에서는
GS25가 안티페미 세력에 굴복했다며
오히려 불매를 선언하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왔다.
하나의 이미지를 두고
한쪽은 은밀한 남성혐오로,
다른 한쪽은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읽은 셈이다.
이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페미니스트로서 목소리를 냈던 인물 중 하나로
용 후보자가 거론된다는 점은,
지금 벌어지는 논쟁이 사실 새로운 게 아니라
5년 넘게 반복돼온 균열의 연장선이라는 걸 보여준다.
감정과 프레임을 걷어내고 숫자만 보자.
경향신문이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함께 실시한 전국 단위 설문조사에서,
20·30대 응답자 가운데
‘페미니즘 지지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남성 5.5퍼센트,
여성 40.3퍼센트로 나타났다.
일곱 배 이상 차이다.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는 응답은
남성 12.4퍼센트,
여성 69.6퍼센트로 벌어져
오십 퍼센트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우리 슬롯는 여성 지원 정바카라 및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성도 군대에 갈 필요가 있다’ 같은
문항까지 포함해 모든 항목에서
남성 응답자는 젊을수록
부정적 태도를 드러냈다.
여성 응답자가 나이가 많을수록
부정적 태도를 드러낸 것과
정반대 패턴이다.
실제로 40·50·60대에서는
이 성별 격차가 뚜렷하게 줄어들었다.
학력별로 더 쪼개면 차이는 더 극단적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하,
전문대,
지방사립대,
지방국립대,
서울 4년제,
대학원까지 학력을 세분화했을 때,
지방사립대에서 교육받은
청년 남성의 90.9퍼센트가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해
모든 학력 구간 중 가장 부정적이었다.
젠더 격차가 사실은 세대·학력·지역이라는
다른 축과 겹쳐 있다는 뜻이다.
한국여성정바카라연구원 조사에서는
20대 여성 열 명 중 다섯 명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인식하는 반면,
20대 남성은 열 명 중 한 명에 그쳤다.
연구원은 이 결과를 두고 페미니즘이
전격적인 대중화 시대를 맞고 있으며,
20대 여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이념적 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국제 비교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더 선명해진다.
입소스와 킹스칼리지런던이 공동 실시한
2026년 세계 여성의 날 설문조사,
29개국 성인 2만 326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온라인 조사에서 한국은
성평등 인식 동의율이
남성 13퍼센트,
여성 28퍼센트로 나타났다.
29개국 평균은 39퍼센트다.
한참 밑돈다.
이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74퍼센트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
일본 다음으로 낮았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남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미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는
한국인 53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국제 평균 52퍼센트와 거의 같은 수치다.
흥미롭게도 성역할 관련 질문에서는
결과가 정반대로 뒤집힌다.
“여성이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는 질문에
한국인은 14퍼센트만 동의했다.
국제 평균 27퍼센트의 절반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국을 이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유독 높은 나라로 따로 언급했다.
이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은 성평등 인식에서는
굉장히 문제적이고 우려스러운 반면,
의외로 여성의 성 역할에 관한 인식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로 나타났다.
다만 이걸 잘못 읽으면 여성들마저
성평등 의제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는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이나
백래시에 대한 두려움이 슬롯 분위기를
악화시킨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인은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유독 어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절반 이상이
“이미 충분히 평등하다”고 믿고 있다.
두 수치가 동시에 성립한다는 사실이,
이 슬롯가 성평등이라는 주제 앞에서
얼마나 얼어붙어 있는지를 말해준다.
한국리서치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여섯 차례 진행한 젠더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 다섯 명 중 세 명,
61퍼센트가 우리 슬롯의
젠더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전년도 57퍼센트에서
4퍼센트포인트 오른 수치다.
2·30대의 젠더갈등 심각성 인식은
이미 높은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었지만,
40대 이상에서는 심각하다는 인식이
소폭 상승했다.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심각하다고 보는 비율이
30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13퍼센트포인트나 뛰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절반에는 못 미친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 58퍼센트,
‘더 심각해질 것’ 20퍼센트.
열 명 중 여덟 명이 이 갈등이
나아지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다만 이 조사에는 균형을 잡아주는 대목도 있다.
젠더갈등으로 ‘남녀 모두 피해를 본다’는 인식에는
남녀 각각 49퍼센트가 동의해,
어느 한쪽만 피해자라는 인식은
생각보다 압도적이지 않았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묻는 문항에서는
격차가 더 뚜렷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항목은
남녀 모두 비교적 높게 동의했다.
남성 56퍼센트,
여성 53퍼센트다.
그런데 ‘남성은 여성보다
리더십이 강하다’에는 남성 47퍼센트,
여성 29퍼센트가 동의해
18퍼센트포인트 차이가 났다.
‘남성은 여성보다 독립적이다’는
남성 41퍼센트, 여성 30퍼센트,
‘남성은 여성보다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남성 35퍼센트, 여성 19퍼센트로 격차가 벌어졌다.
전반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남녀 모두에서 성역할 구분 인식이
강화되는 경향이 확인됐고,
이 경향은 지난해보다 더 강화됐다.
흥미로운 건 지난해
30대 여성이 전통적 여성상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30대 여성의
여성 고정관념 수용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다.
같은 슬롯를 살면서도,
남녀가 서로 다른 현실을 보고 있고,
그 현실 인식조차 해마다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2025년 21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60대 이하 전 세대에서
70퍼센트 안팎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유독 20대에서는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치는 41.3퍼센트에 그쳤다.
더 눈에 띈 건 20대 남성의 투표 성향이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들은 전국 득표율 10퍼센트에 못 미쳐
3위에 그친 이준석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3위 후보가 특정 세대·성별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준석과 김문수 두 범보수 후보를 합쳐
20대 남성 74퍼센트 이상이 표를 몰아줬다.
전 국민이 지켜본 대선 토론에서
여성 신체를 폭력적으로 언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준석 후보에게
20대 남성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였다는 사실은
시민슬롯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이 흐름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이미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70퍼센트가 넘는 몰표를 줬고,
그 여파 속에서 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인
이준석이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90퍼센트에 달하는 지지를 보냈던
20대 청년들이 불과 몇 년 사이
상당수 마음을 돌렸고,
특히 남성은 국민의힘의
가장 큰 지지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갤럽 조사를 보면 이 흐름의 뿌리는 더 깊다.
2019년 3월 기준 20대 남성 한정으로
보수정당 지지율이 진보정당 지지율을 넘어섰고,
같은 해 3월 26일부터 28일 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합친 지지율이
절반을 넘겼다.
21대 총선 출구조사에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격차가
7.2퍼센트포인트에 불과했던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는
전통적으로 진보정당에 우호적이던 서울에서조차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의 세 배를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전 세계 젊은 남녀의
정치적 양극화를 분석한 그래픽에서
한국은 20대 남녀 분화가
가장 심한 나라로 확인됐다.
미국·독일·영국은 반대로 여성의 진보화가
두드러지는 패턴을 보이는데,
한국만 방향이 다르다.
원인을 설명하는 시도는 많다.
남성이 징병 의무를 도맡고
그 보상으로 노동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돌봄노동을 맡았던 가부장적 질서가
더 이상 보편적 현실이 아니게 되면서
젠더관계 자체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구조적 설명이 있다.
20대 남녀는 한국 슬롯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젠더 문제를 꼽는다는 조사도 있다.
여기에 자산 형성을 통한
자립의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경제적 좌절,
‘인지적 종결 욕구’라는 심리학적 설명까지
다양한 해석이 경합한다.
그러나 젠더 이슈 자체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20대 남성 사이에서
‘페미니즘이 사실상 남성혐오라서’
반대한다는 응답이 38.2퍼센트로
나타난 조사가 있다.
메갈리아發 ‘미러링’ 전략이
결국 역풍을 불렀다는
해석의 근거가 되는 수치다.
정치권의 페미니즘 정바카라을 두고
“페미니즘을 깨우친 기성 정치인들이
20대 남성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친다”는
반발 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는
“정말로 성평등한 슬롯라면 페미니즘에 대해서
아무 문제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슬롯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한몫한다”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치 세력이라면
남녀를 나누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내 지지 기반이 젊은 남성이다,
내 지지 기반이 젊은 여성이다,
이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이 갈라치기 정치를 폐기하지 않으면
갈등과 반목, 혐오에 휩싸여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한 가지 유의할 대목이 있다.
시사IN이 새로운소통연구소·헬마우스와 함께 진행했던 조사는,
특정 집단인 20대 남성의 목소리만이 타당한 의견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시작한다.
‘이대남’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지는
18세에서 29세 인구집단은
1992년생부터 2003년생까지를 아우르는,
이른바 ‘세월호 세대’다.
이 세대 안에도 다양한 결이
존재한다는 걸 전제하지 않으면,
통계는 쉽게 편견을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랫동안
페미니즘 친화적 정당을 자처해왔다.
2015년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의
성폭행 논란이 벌어졌을 때
새정치민주연합 여성위원회는
“성누리당 본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2014년에는 성추행 의혹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
사과와 경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이 불거질 때마다 여성 편에 섰고,
그 결과 2030 여성층에서
탄탄한 지지 기반을 쌓았다.
일부 남성들로부터
‘페미당’, ‘이여자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얻은 성과였다.
그런데 정작 당 내부에서
성범죄가 터졌을 때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였다.
2018년 수행비서 김지은 씨의 미투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됐다.
2020년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으로 자진사퇴한 뒤
재판을 받았다.
같은 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비서의 성추행 고소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은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사망 직후
“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하며
2차 가해 논란까지 일으켰다.
박원순을 고소한 여성을
색출하자는 신상털기 시도,
심지어 가짜 사진까지 유포되는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진중권은 이를 두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자기 편의 비위를 덮고,
그로 인한 윤리적 곤경을
피해가려 한다는 점”이라 비판했다.
박원순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을 거론하며 옹호하면서,
피해자 측 고소는 사실상
유죄추정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외에도 민병두·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총선 당시 민주당 인재영입 2호였던
원종건 씨의 미투 폭로,
김남국 의원의 여성 품평회 논란까지
여권 내 성범죄 관련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의원직 사퇴나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이내 번복해 다시 비판을 받았다.
바른미래당은 이를 두고
민주당을 “더듬어민주당”,
“더듬어 만진당”이라 강도 높게 비꼬았다.
안희정은 수감되고 오거돈은 재판을 받았지만,
박원순의 죽음으로 사건 자체가
법적으로는 끝나버렸다는 점도 논란을 더 키웠다.
이 그림자는 2026년까지도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에서 성비위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건 저희가 참 감당하기 어렵다”며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고 밝혔고,
국민의힘 측에서는
“박원순·안희정·오거돈 잊었나”라며
민주당에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했다.
성범죄에 관한 한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는 평론까지 나왔다.
페미니즘을 정치적 정체성으로 내세운 정당이,
정작 자기 진영의 성범죄 앞에서는
정반대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이 오래된 균열이
지금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대안인 것도 아니다.
최근 2030 여성이
민주당을 이탈하는 흐름이 감지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동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2030 여성이 정부·여당에서
멀어지는 원인으로 집중 거론하며
이 표심을 공략하고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2030 미래의제 연구소’ 개회식을 열며
여성·청년 당원교육에 직접 나섰고,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버스하우스 청년주택’을 겨냥해
“청년들에게 폐버스에서 살라는
얘기 하지 말고 민주당사,
민주당 국회의원 사무실부터
폐버스로 옮기기 바란다”고 공세를 폈다.
그런데 정작 당권파 인사조차
“청년 여성들이 민주당에 대한
비토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여성들에게
매력 있는 정당도 아니다”라고 인정한다.
젠더 갈라치기로 각인된 이미지가,
정작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례가
이 이미지를 굳힌 대표적 장면으로 꼽힌다.
결국 지금 구도는 이렇다.
두 거대 정당 모두 2030 여성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젠더보다 부동산과 자산이라는
생활밀착형 이슈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페미니즘 정당’을 표방한 군소 정당의
성적표는 더 냉정하다.
2020년 창당한 여성의당은
그해 21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0.74퍼센트,
20만 8697표를 얻었다.
그런데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0.10퍼센트,
2만 8942표로 주저앉았다.
직전 대비 일곱 분의 일 수준이다.
봉쇄조항 3퍼센트에는 한참 못 미쳤고
유지혜 후보는 낙선하며 원내 진출에 끝내 실패했다.
이 정당은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후속 사법처리 논란이나
게임 콘퍼런스 관련 논란 같은 여러 슬롯 이슈에 대해
페미니즘에 입각한 접근으로 논평을 내며
여성 안전 강화와 여성 성상품화 반대를 전면에 내세웠고,
여성신문으로부터는 젠더 이슈를 적극 다루는 당으로서
녹색정의당·노동당과 함께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거대 양당이 젠더 이슈를 부차적으로 다루는 상황에서
의외의 선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거대 양당이 젠더를 부차적으로 다루는
구도 자체를 끝내 깨지 못한 셈이다.
용 후보자는 9월 2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본격 검증에 들어간다.
쟁점은 이미 윤곽이 잡혔다.
첫째,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다.
국회법상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은 원래 가능하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아도
다음 순번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해
의정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만큼,
입각 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관례로 통했다.
이 관례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새천년민주당 전국구의원이던 김한길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되며 굳어졌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는
비례대표였던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2015년 말 박근혜 정부 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였던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이 관례를 따랐다.
강은희 후보자는 처음엔 겸직을 유지하려 했으나
여론의 비판을 받고 결국 사퇴했다.
다만 예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1998년 천용택 당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일부 사례에서는 전국구 의원직을 유지한 채
국무위원을 맡기도 했다.
즉 겸직 자체가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용 후보자는 지난 총선에서
범여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사퇴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돼
정당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용 후보자는 페이스북에
“당의 진로와 무관한 제 개인의 문제이고
기본소득당의 의원이 저 혼자가 아니었다면
의원직 사퇴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를 기본소득당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특권이나 혜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여러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대신 “차기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당에 이미 밝혔다고 한다.
정치권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의원은 한 분 한 분이
개인의 의정 활동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을 대표해 선출된 분들이기 때문에,
장관으로 입각하면 다음 비례대표 후보가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은 SNS를 통해
용 후보자가 “장관이 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며
귀족 행세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여권 원로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용 의원이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 정당이 된다”며
사실상 의원직 유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둘째,
배우자 문제다.
용 후보자의 배우자 박기홍 씨는
노동당 시절부터 함께해온 슬롯운동가로,
창당준비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시작으로
사무총장,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 등을 거쳤고
지금은 2026년 하반기 전국당직선거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2020년 용 후보자가 총선에 나서자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고,
2021년 용 후보자의 출산으로
1년간 육아휴직을 쓰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가족소득당”,
“가족정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공세를 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남편이 기본소득당 상근 당직자가 맞는지,
한 달에 얼마를 받는지,
그 돈이 국고보조금에서
나오는지 밝혀야 한다”며
“본인이 의원직에서 사퇴하면
남편이 급여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퇴하지 않는 것인지도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박 부총장의 구체적인 급여 액수나
그 재원이 국고보조금이라는 주장은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주진우 의원은 한발 더 나가
용 후보자가 라디오 방송에서
“남편이 육아휴직으로 경력단절을 걱정한다”고
말했던 사실을 끄집어내며
“결국은 걱정 없이 본인이 대표 체제 하에서
핵심 요직을 거쳤다”고,
“본인이 남편의 경력단절 해결사인 셈”이라 비판했다.
“국가 지원을 받는 정당에 남편을
당직자로 월급 받게 했다면
장관으로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기본소득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문미정 당대표 권한대행은
“창당부터 당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을
단지 용혜인 의원과의 사적 관계로 인하여
당의 공직자로서 일하게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공적 질서에 대한 몰이해이자,
민주정당인 기본소득당을 폄훼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저는 사실 용 의원보다 박 부총장과
더 오래 알고 지냈다.
박 부총장은 창당 이전부터
오랜 활동 경력을 가진 슬롯운동가”라며
“빛나지 않더라도 당에 꼭 필요한 일을 해내는
훌륭한 동지”라고 옹호했다.
다만 “용혜인 지명자에 대해
치열하게 검증하시라”면서도
“공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은
지키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지혜 최고위원 역시
“용 의원 배우자가 핵심 당직에 있다고
‘가족정당’이라며 비하하는 것은
기본소득당과 당직자,
당원 모두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능력으로 당직을 맡아온 동료가
창당 이전의 결혼 관계 때문에
'특혜' 입은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 강조했다.
“기본소득당은 한 사람의 입김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박기홍 씨가 당직을 맡은 시점이
2016년 노동당 시절,
즉 용 후보자와의 결혼 이전부터라는 사실은
“결혼 덕에 얻은 자리”라는 프레임에 대한
반론 근거로 제시된다.
셋째,
실적 검증이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용 후보자가 21·22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 116건 가운데
성평등가족위원회, 그리고 그 전신인
여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위 활동 이력을
전문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쪽과,
실제 입법 실적은 없다는 지적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대목이다.
대신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닌
돌봄 공동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을 대표발의한 이력은 있다.
넷째,
정바카라 노선 자체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찬성해온 입장과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추진해온 이력이
정면으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범죄 피해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여성과
슬롯적 약자에게 지옥문을 열어젖힌
‘보완수사 폐지’에 감개무량하다며
앞장선 사람”이라 비판했고,
비동의간음죄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을 당한 이에게
사실상 입증바카라임을 넘겨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라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군 복무 경력 우대 정바카라
반대 이력을 문제 삼으며
“임기 내내 혐오와 분열을
자양분 삼아 정치를 해왔다”고,
“성평등 장관이 아니라 성차별 장관이 돼
분열적 규제를 양산할 것”이라 규정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은 용 후보자가
21·22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종교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침범하는
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도”라며
“능력과 자질이 모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 검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 인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의당 양경규 대표는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위성정당 정치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 비판하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환영한 점을 들어
장관 적격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라는 여성단체 역시
8월 31일 ‘인사가 만사라던 이재명 대통령,
정치공학적 개각으로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며
지명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가 지적한 지점은 세 갈래다.
하나는 정바카라적 비판이다.
“용 의원은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와 법취약자들이
눈물로 호소했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해온 인사가
어떻게 약자의 안전권을 보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둘은 정바카라 연속성 문제다.
“원민경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여성계의 지지 속에 부처 위상을 세우고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여성계의 동의 속에 본격적인
정바카라 추진을 기대하던 시점에서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교체는,
‘실력 중심 개각’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셋은 정통성 문제다.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왜곡시킨 주역이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의하고
성평등민주주의를 선도할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며
“신뢰를 잃은 인사는 산적한 성평등가족부의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성평등민주주의의 근간은 민주주의”라는 게
이 단체의 결론이다.
이 아쉬움에는 구체적 근거가 있다.
원 장관은 재임 기간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정바카라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2026년 3월 31일 삭제 요청 자동화,
AI 기반 아동·청소년 온라인 성착취 선제 대응,
AI 기반 딥페이크 탐지라는
세 가지 핵심 기술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피해영상물 삭제 요청 과정을 개선해
1분에 한 건씩 삭제 요청을 보낼 수 있도록
자동화한 게 대표적이다.
원 장관은 당시
“기술 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
더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피해자의 신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 밝혔다.
6월 9일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경찰청·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열어
기관장급 협의체로 격상시켰다.
원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 지원, 제재조치, 수사, 차단 등
통합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범정부 통합지원단의 역할 확대와
추가적인 인력·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7월 29일에는 실무협의회를
기존 분기별 개최에서 매월 개최로 확대 개편했고,
불법사이트 3만 개를 분석한 결과를
관계기관과 공유했다.
그리고 8월 20일,
처벌·수사 및 능동적 방어 강화,
수익원 차단 및 해외 서버 제재,
AI 기반 자동 탐지 및 긴급 차단,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4대 핵심 추진 과제를 담은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가해자가 날아갈 때 정부는 뛰고 있었던 것 같다”고,
“이제는 날아가는 가해자 앞에 서서
길목을 차단하고 피해자를 지키는 데
정바카라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불법촬영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며
“성착취물 다운로드·시청·유포·제작 행위 모두를
결단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딱 열흘 뒤,
원 장관은 교체됐다.
원 장관은 이임 즈음 SNS에
재임 기간을 되돌아보며
“인권을 바탕으로 성평등의 가치를 넓히고
혐오와 차별을 줄이며 성별 갈등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는 슬롯를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달려왔다”는 소회를 남겼다.
정바카라이 정부 부처 내부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여러 기관이
함께 움직일 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메시지였다.
그러면서 후임인 용 후보자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내며,
성평등가족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보다
강한 정바카라 추진력을 갖춘 부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통합을 강조하며 물러난 전임자의 메시지와,
갈등을 더 키울 것이라는 비판에 둘러싸인 후임 인선.
이 대조가 지금
성평등가족부가 처한 위치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재명 정부는 용혜인이라는
확고한 페미니스트를
성평등가족부 수장으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가
디지털 성범죄 방지와 일·가정 양립 등
슬롯적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왔다며,
세대와 성별 갈등을 넘어 ‘모두의 성평등’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반응을 종합하면,
이 인선이 실제로 갈등을
봉합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강한 페미니스트라서 반대하고,
정의당은 위성정당 출신이라 정당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여성단체 일부는 정바카라 노선과 실적,
그리고 정바카라 연속성의 단절 자체를
문제 삼으며 반대한다.
세 갈래 반대가 전혀 다른 근거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지금 한국 슬롯에서 얼마나
합의되지 않은 개념인지를 보여준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을 상상하고 있다.
한쪽은 성평등을 여성 안전과
구조적 차별 해소로 읽고,
다른 한쪽은 남성에 대한
낙인과 역차별로 읽는다.
20대 남성 다섯 명 중 한 명도 채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슬롯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온 인물이
‘성평등’이라는 이름의 부처를 맡는다.
20대 여성 절반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르고,
20대 남성 열 명 중 한 명만 같은 말을 쓰는 슬롯에서,
이 부처의 이름은 이미 절반의 사람들에게만
온전히 가닿는 이름일 수도 있다.
이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이제 지명이 아니라 청문회와
그 이후의 정바카라으로 증명해야 할 몫이다.
과연 성평등가족부라는 이름은,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