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경로는?
전세는 세계에 몇 개 없는 제도다.
세입자가 집값의
50~80% 수준 목돈을
집주인에게 맡긴다.
그 돈으로 월세 없이,
계약 기간 동안 산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은 전액 돌아온다.
한국 밖에서 이런 식으로 제도화되고
대규모로 굴러가는 나라는 없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고금리 시대였다.
집주인은 그 보증금을
은행에 넣기만 해도 이자가 남았다.
집값은 꾸준히 우상향했다.
그러니 세입자는 손해가 아니었다.
월세로 나갈 돈을 그대로 저축하고
투자할 수 있었다.
전세를 몇 번 옮겨 다니며 목돈을 불렸고,
그 끝에 자가로 넘어갔다.
이게 사다리였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었다.
은행 대출보다 싼 자금으로
집을 살 수 있었으니까.
갭투자는 그 시절엔 합리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었다.
이 사다리는 두 가지 조건 위에 서 있었다.
저금리가 아닐 것.
집값이 계속 오를 것.
두 조건이 동시에 흔들리자,
사다리는 다른 물건이 됐다.
사다리가 흔들리기 시작한 신호는,
사기부터 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주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을 보면,
흐름이 보인다.
2021년 5,790억원.
2022년 1조1,726억원.
2023년 4조3,347억원.
2024년 4조4,896억원.
2025년 1조2,446억원으로 꺾였다.
2026년 1~4월은 2,693억원,
전년 동기 대비 53.1% 감소다.
HUG가 2023년 5월 보증 허가 전세가율 기준을
100%에서 90%로 낮춘 이후,
사고는 눈에 띄게 줄었다.
2023년 5월 4조3,347억원이던 전세보증 사고액은
2025년 8월 말 기준 9,379억원까지,
78.3% 줄었다.
줄었다는 숫자와 별개로,
이미 벌어진 피해는 남아 있다.
2026년 7월 기준 국토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누적 4만278건.
피해 인정률은 59.6%.
6월 기준으로는 3만9,121명,
보증금 규모는 1억원 초과~2억원 이하가
43.4%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하가 41.8%.
보증금 3억원 이하 피해가
전체의 97.6%에 달한다.
고가 전세가 아니라,
원룸과 소형주택 전세에 몰린 청년과 초년생,
취약계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뜻이다.
연령대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30대가 49.3%,
20대가 25.8%,
40대가 14.0%.
20~30대가 75.1%를 차지하고,
30대는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예외 없이 피해 비중 1위였다.
경찰청이 2022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2년간 수사한
전세사기 의심사례 2,689건 중,
수법은 허위 보증·보험이
35.3%로 가장 많았고,
무자본 갭투자 24%,
불법 중개·감정 18.9% 순이었다.
피의자 8,323명 중
610명이 구속됐다.
가장 아픈 숫자는 회수율이다.
경·공매가 종료된 피해자 6,130명의
1인당 평균 보증금은 약 1억3천만원.
배당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평균 6천만원,
회수율 46.7%.
정부가 공식적으로 피해자라고 인정해도,
실제로는 절반가량을
그냥 날린다는 뜻이다.
이 흐름 속에서 2026년 4월 23일,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최소보장제다.
경·공매가 끝난 뒤 실제 회복한 금액이
보증금의 3분의 1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국가가 지원한다.
이미 경·공매가 끝난
과거 피해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정부는 2026년 1회 추경으로
약 279억원을 확보했다.
참여연대는 이 개정안이 가결되던 날,
성명에서 이렇게 짚었다.
지금까지 약 3만8천명이 피해자로 인정됐고,
10명 넘는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구제는 확대됐지만,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를 근절할 예방 대바카라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6월 전세사기피해자법 제정 이후,
2025년 12월 31일 기준
누적 피해자 결정 건수는 광주 543건,
전남 1,156건이었다.
전남은 서울, 경기, 대전, 부산, 인천에 이어 전국 6위,
광주는 17개 시도 중 10위였다.
2024년 6월에는 광주 오피스텔에서
업체가 잠적하며 28건의 전세사기 피해가 한꺼번에 터졌다.
계약이 아직 안 끝난 40여 세대도 순차적 피해가 우려됐다.
문제는 이 업체가 입주자 모집에 쓴 홍보 문구였다.
'광주시 지원 정바카라'과 유사한 형태였다.
지자체 정바카라을 사칭한 마케팅으로 사람을 모은 셈이다.
2022년 이른바 '빌라왕 사태' 수사 과정에서는,
노숙인 명의로 208채를 보유한
광주 사건도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다.
수도권 빌라 건축회사의 자회사가
서울 강서, 인천, 부천에 이어
광주에도 영업지점을 열고,
명의대여로 물건을 늘려간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데 광주의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에 있다.
서울이 전세 씨가 마르는 쪽이라면,
광주는 미분양이 쌓이는 쪽이다.
2025년 11월 기준 광주 미분양 주택은 1,403가구.
2025년 광주는 극심한 분양경기 침체를 겪었고,
2026년 상반기에는 분양 물량이 아예 없었다.
2026년 4월 기준으로도 광주는 매매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전남은 오히려 반등하며 시장 온도차가 뚜렷했다.
지역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바카라이
지방 시장의 수요 회복과 미분양 해소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엔 조짐이 바뀌고 있다.
2026년 지방 아파트 입주물량은 9만736가구,
전년(12만6,188가구) 대비 28% 넘게 줄었다.
울산, 부산, 대구에 이어
2025년 11월 광주도 강보합세로 전환됐다.
공급이 줄면서 반등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2026년 7월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서,
부동산 통계 지수의 기준시점도 새로 바뀌었다.
서울의 "사다리 붕괴" 서사를
광주에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
한쪽은 진입로가 좁아지고,
다른 한쪽은 계단이 남아도는데
아무도 안 올라가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서울 전세 매물은 2025년 2월 2만9,220건에서
2026년 2월 1만8,520건으로 줄었다.
1년 만에 37%가 사라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만 놓고 봐도,
2024년 8월 2만6,599건에서
2026년 8월 2만803건으로,
2년 새 21.8% 줄었다.
전체 임대차 매물 중 전세 비중은 54.2%,
월세는 45.8%까지 올라왔다.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더 극단적이다.
대치, 목동, 중계, 평촌,
이른바 학군지에서는
전체 8만2천 가구 중
전세 매물이 659건에 불과했다.
씨가 말랐다는 말은,
이 숫자 앞에서 과장이 아니다.
수도권 전체로 넓혀도 방향은 같다.
2026년 2월 기준 인천은 전년 대비 52%,
경기는 45.3% 감소했다.
전국 17개 시도 모두에서
전월세 매물이 줄었다.
전국적 현상이라는 뜻이다.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6년
1월 기준 6억6,948만원.
2023년 8월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이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84타입은
2026년 8월 7일 6억8천만원에 거래됐는데,
2025년 9월 5억7,870만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반년 만에 약 1억원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처음으로 150만원을 넘겼고,
월세지수는 131.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을 초과한 자치구는,
2월 1일 8곳에서 19일 11곳으로 늘었다.
전세의 월세화는 통계 안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2022~2023년 고금리 충격으로
건설사들이 착공을 대거 포기했다.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3년.
지금의 입주 물량 감소는
이미 2~3년 전에 결정된 일이었다.
서울 입주량은 전년보다 31.6% 줄었고,
분양 단지만 보면 전체 1만7,687가구에 불과했다.
1990년 조사 이래
가장 작은 물량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2026년 세제개편안이 겹쳤다.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자,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었다.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집을 비워놔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이 느껴진다"며,
"정바카라 불확실성과 비거주자에 대한
세제상 불이익이 커지면서,
일단 실거주를 하고 보자는
소유주가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는 이렇게 정리했다.
지금의 전세 매물 감소를
최근 세제개편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입주물량 감소,
갭투자 위축,
전세사기 이후 임대시장 구조 변화,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누적된 결과에 가깝다고.
여기서 5년 전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한
임대차3법이 완성됐다.
당시 국토부는 낙관적이었다.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는 2016년 이후
큰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2016년 사이 전세 비중이 급감했지만
(50% 수준에서 40% 수준으로),
2016년 이후로는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수도권 하반기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이
예년보다 17% 많다는 점도 근거로 들며,
시장 안정을 전망했다.
시행 직후 반응은 정반대였다.
서울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 시행 5개월 만에
직전 5년치만큼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강서구 가양동의 한 단지에서는
전셋집 하나를 보려고 9팀이 줄을 섰고,
즉석 제비뽑기로 입주자를 결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숫자로 남아 있다.
전국 전월세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8.9%에서 2025년 56.5%로,
17.6%포인트 뛰었다.
2025년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전세 비중은 55.2%,
월세는 44.8%다.
2020년 정부는
월세 전환을 기우라고 했다.
5년 뒤,
월세 비중은 17.6%포인트 뛰었다.
물론 이 법이 만든 순기능도 있다.
지난해 서울 전세 갱신 6만3,028건 중,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56%.
2024년 34.4%였던 것과 비교하면
21.6%포인트 늘었다.
실제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지 않고
더 살 수 있게 된 세입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반대편 논리도 있다.
독일 베를린의 월세 상한제 사례에서는,
시행 후 월세 주택 공급이 57.5% 급감하면서
오히려 주변 지역 월세가 폭등했다.
서민들의 주거 이동을 제한하는 부작용이었다.
2026년 8월,
정부는 전월세난 완화를 위해
공공임대 확대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바카라을 다시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걸 6년 전 데자뷔라고 부른다.
문재인 정부가 임대차3법 이후 내놨던
공공전세 대바카라과 판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임대 감소 속도가
공공임대 공급 속도보다 빠르다"며,
임대차3법과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기존 규제가 그대로인 한,
근본적인 해결바카라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세입자 쪽 이야기만 하면
반쪽짜리 그림이 된다.
임대인 쪽 사정도 봐야 한다.
2023년 기준 2주택 이상 보유 가구는
323만8천 가구.
그런데 등록임대사업자는
26만8천명에 불과했다.
등록률이 10%가 채 안 됐다.
이 낮은 등록률에는 배경이 있다.
2017년 5만7천명이던 신규 등록임대사업자 수는,
정부가 세제 혜택을 늘리자
2018년 14만8천명으로 3배 뛰었다.
신규 임대주택 등록 호수도
2017년 19만호에서
2018년 38만2천호로 2배가 됐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이 임대등록으로
규제를 피해간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2019년 9·13대바카라으로
세제 혜택을 축소했다.
2020년 7·10대바카라에서는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확대한 지 1년도 안 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에 따라
종부세와 양도세 납부액 차이가
20배 넘게 벌어진다고 추산했다.
그만큼 유인이 컸고,
그만큼 갑자기 사라졌다.
지금 남은 매입임대주택은
2024년 기준 전국 71만7천여호.
이 중 아파트는 15%(10만7천여호)뿐이고,
나머지 85%는 비아파트다.
비아파트 임대인은 생계형 사업자가 많다.
청년과 서민의 전월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는 4년 단기임대는 폐지하되
비아파트 10년 장기임대 제도는 존속시켰다.
2026년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임대사업자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특례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제기하면서,
제도는 다시 한번 개편 국면에 들어섰다.
지금의 매물 감소는,
갑자기 나쁜 정바카라 하나가 나와서가 아니다.
10년 가까이 정바카라이 켜졌다 꺼지길
반복하는 걸 지켜본 임대인들이,
이제는 신뢰를 접고
발을 뺀 결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전세 매물이 없는데,
대출로 메울 수도 없어졌다.
2025년 10월부터
1주택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이
DSR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는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바카라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정부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내놓은
강도 높은 수요 억제바카라이었다.
현재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받는 전세대출에 한정되고,
원금은 제외하고 이자 상환분만 DSR에 잡힌다.
버팀목 전세대출 같은 정바카라 목적 대출은 제외되고,
증액 없는 재계약은 신규 심사 없이 유지된다.
그런데 DSR 40%를 이미 채운 사람은
전세대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2026년 6월 현재,
금융위원회는 이걸 더 조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규제지역까지 적용 확대,
DSR 산정에 원금 일부까지 반영,
무주택자라도 고액 전세대출이면 DSR에 포함.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히 조이는 쪽이다.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90%에서
80% 이하로 낮아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세입자가 빌릴 수 있는 한도와,
보증금이 보호받는 범위가
동시에 줄어드는 셈이다.
이 규제의 명분은 명확하다.
16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에 적용되는
주택구입목적 대출 한도가,
시가 15억 초과~25억원 미만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여전히 대출 의존도가 높아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 25억원 초과 아파트
등기부등본 50건을 분석했더니,
23건, 46%가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수한 거래였다.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4차 273제곱미터는
9월 11일 122억원에 거래됐는데,
근저당권 설정 없이 현금으로 매수됐다.
같은 날 매매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제곱미터도
48억원 전액 현금이었다.
성동구, 광진구처럼 규제지역이 아니었던 곳에서도
현금 매입이 확인됐다.
정부는 대출 한도를 줄여
고가주택 집값 상승을 잡겠다고 했지만,
이미 현금 매입 비중이 높은
고가주택 시장에는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현금자산가 중심의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 실수요자 쪽 사정은 정반대다.
15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건,
나머지 9억원을 자기자본으로 요구한다는 뜻이다.
무주택자가 9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다.
DSR 규제 구조상 고가 주택일수록
자기자본 비중이 강제로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결국 노원구 같은 저평가 6억원 이하 단지로
눈을 돌리는 게 현실적 출발점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생애최초 구매자가 규제지역에서
LTV 70%를 최대로 적용받아도,
5억7천만원 주택을 사려면 여전히
약 1억원의 자본금과 부부합산 소득
6,700만원이 필요하다.
대출 규제는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은 비껴가고,
대출이 절실한 사람만 막는다.
본인 힘으로 오르는 사다리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통로가 생겼다.
2026년 30대의 서울 주택 매수에서
증여·상속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2023년 34.8%,
2024년 40.9%,
2025년 43.5%,
그리고 2026년 50%.
증여·상속 자금의 절대 규모는
2023년 1조7,451억원에서
2024년 3조3,257억원,
2025년 6조5,779억원으로,
2년 만에 거의 4배가 됐다.
20대와 30대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기별로 뜯어보면 변화가 더 뚜렷하다.
20대의 총매입액 대비 증여·상속 자금 비중은
2025년 1분기 9.9%에서,
2026년 1분기와 4~5월 모두
12.6%로 높아졌다.
30대는 같은 기간 6.0%에서 8.9%,
9.7%로 올랐다.
반면 자기 자금의 구성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20대의 본인 예금 비중은
2025년 1분기 23.5%에서
2026년 1분기 21.5%,
4~5월에는 15.3%까지 줄었다.
30대도 14.4%에서 14.3%,
13.5%로 점차 줄었다.
부모 자산이 드러나는 통로는 증여만이 아니다.
개인 간 거래,
사실상 부모에게 빌리는 돈의 비중은
20대의 경우 2025년 1분기 5.2%에서
2026년 1분기 10.2%,
4~5월 11.0%로
두 배 넘게 늘었다.
30대도 3.1%에서 6.8%,
7.7%로 높아졌다.
현행 세법상 부모에게 돈을 빌리더라도
법정 이자율 연 4.6%를 적용해
차용증을 작성하고
실제 이자를 지급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국세청이 연이자 규모가
자녀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사실상 증여로 판단하지만,
수많은 사인 간 금전거래의
이자 지급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편법 증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이유다.
동일한 소득의 청년이라도,
부모 자산 유무에 따라 주택 구매 가능성이
크게 갈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산 격차의 대물림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부모 자산이 없는 쪽의 그림자도 있다.
30대의 평균 은행 대출 잔액은
이미 1억원을 넘어섰고,
고위험 부채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0~2022년 서울 집값 급등기,
많은 2030세대가 영끌을 시도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부모 자금 지원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선행 연구도 있다.
당시 DSR 40% 이상의 진짜 영끌 규모는
2030 매수자 중 3.8%에 불과했다.
2026년부터 가상자산 매각 대금까지
자금조달계획서에 새로 포함되면서,
그동안 통계에 안 잡히던
투자 수익 기반 구매력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2026년 1분기 30대는
주식·채권·가상자산 매각으로
7,211억원을 마련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기존에 우위였던
40대와 50대를 앞지른 수치다.
부모가 있으면 증여로,
없으면 고위험 대출로.
각자 다른 경로로,
같은 방향으로 밀려난다.
부모 자산도 없는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안내되는 대안은 공공임대다.
그런데 숫자로 들여다보면,
이건 대안이 아니라 병목이다.
2026년 공공임대주택은 청년 3만5천호,
신혼부부 3만1천호를 포함해 총 15만2천호,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발표됐다.
연간 총 17,252호 중 수도권이
약 63%(1만923호)를 차지한다.
소득기준은 기준중위소득 70~100% 이하,
자산기준은 총자산 3억3,700만원 이하다.
그런데 데이터 플랫폼 집지켜가
LH 지원자 6만3,196명,
SH 지원자 6만9,565명,
총 13만2,761명의 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LH의 2026년 2차 공고,
90개 주택군 493가구 모집에서
마포구 '에이크로아이트 마포'는
5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공고에서
관악구 신림동 소재 주택은
12.9대 1에 그쳤다.
전체 단지의 절반가량이
경쟁률 60대 1 이하였고,
30대 1 이하인 단지도 26%였다.
SH의 2026년 1차 공고,
849가구 모집에서는
강동구 '희망50C'가
1,002대 1을 기록한 반면,
금천구의 한 주택은 11대 1에 그쳐
같은 공고 안에서 최대 91배의
경쟁률 차이를 보였다.
면적별 격차도 있었다.
LH 기준 전용 17제곱미터 이하 소형 단지의
경쟁률 중앙값은 29대 1이었던 반면,
30제곱미터 이상은 71대 1로 약 2.4배 높았다.
공급이 역대 최대라는 정부 발표와,
인기 지역 경쟁률 1,002대 1이라는
실제 체감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LH는 2026년 1~5월
월평균 807가구를 매입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5월 26일 기준 피해자들이
LH와 사전협의를 요청한 사례 2만2,628건 중,
매입 가능 판정을 받고 심의를 마친 건 1만5,302건이었다.
약 68%만 매입이 확정됐고,
나머지는 여전히 대기 중이다.
공공임대는 인기 지역엔 없고,
외곽 지역엔 남아도는
미스매치 구조 위에 있다.
부모도 없고,
공공임대에도 당첨되지 못하면,
선택지는 좁아진다.
원룸부터 살펴보자.
서울 내 전세형 원룸은 최소 5천만원,
사람이 살 만한 여건이면
1억원 수준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전세가 무서워 월세로 계약하면,
지하철역 근처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최소 보증금 500만~1천만원에
월세도 50만~100만원은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
반면 고시원은
이 목돈 자체가 없어도 된다.
보증금 없이,
월 단위로 입퇴실이 가능하다.
타지에서 단기로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이건 메리트다.
고시원 월세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일반적인 입실료는 20만~40만원 수준,
강남 등 서울 중심권은 고급이 아니어도
40만원을 넘는다.
강남권 고가 고시원은 60만~70만원 이상,
테헤란로 일부는 100만원대 초고가도 있다.
학군지인 목동은 49만원,
고려대 인근은 44만원,
신촌·홍대는 39만원이다.
관악구, 동작구, 서대문구, 성북구처럼
대학가와 공시생 밀집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고시원이 원룸보다 월세가 특별히
저렴해서 선택되는 게 아니다.
보증금이라는 진입장벽 자체가 없다는 게,
선택의 이유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약 44만3천 가구 가운데,
고시원·고시텔 거주 가구는 약 15만8천 가구,
3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은 8.2%,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5년 12월 발간한
'1인 가구 주거실태 및 취약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이 문제가 청년층에 집중돼 있다는 게 확인된다.
임차 1인 가구는 463만 가구에 달했고,
이 중 25.2%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30%를 초과하는 주거비 과부담 상태였다.
전체 1인 가구의 28.7%는
중위소득 50% 이하 빈곤 상태로 분류됐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중위소득 50% 이하,
RIR 30% 초과,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겪는 가구를 보고서는
'복합위기 가구'로 정의했다.
그 수는 11만6,882가구,
임차 1인 가구의 2.6%였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8%로
거의 절반이었다.
그리고 이 복합위기 가구의 73.3%가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가장 취약한 청년 열 명 중
일곱은 고시원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 중 67%는
주거안정 월세 대출,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 같은 정부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10대와 20대 중에는
지원을 받은 가구가 아예 없었다.
10대 1인 가구의 45.1%,
20대의 8.7%가
최저주거기준(14제곱미터)
미달 환경에 놓여 있었다.
고시원이라고 다 같은 고시원이 아니다.
안쪽에도 계층이 있다.
참여연대가 진행한 고시원 실태조사 인터뷰를 보면,
고령층은 청년층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고,
거주 기간도 더 길었다.
조사를 진행한 활동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기억난다고 했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한 노인은
디스크 등의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슬롯복지기관의 지원으로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는다.
그는 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하며
국가 발전을 위해 힘썼는데,
결국 고시원에서 텔레비전만
보면서 지내는 것이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주거급여를 받고는 있지만,
다리가 불편한데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사례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정환경이 어려웠던 청년이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없는 가세가 더 기울었고,
거주하고 있던 주공아파트에서도 결국 퇴거됐다.
2020년과 2024년 사이,
서울시 지하 거주 가구는
약 4만4천 가구 늘었다.
줄어들던 지하 가구 추세를 거스른 결과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속도가
주거취약계층이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
지하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침수로 목숨을 잃은 그 지역에서는,
최근 그곳에 살던 노인 가구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자,
그 빈방에 청년이 월세로 들어왔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가난한 주거는
사람만 바뀌며 계속 순환한다.
한국 전체의 흐름은 사실 나아지고 있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가구의 절반이
최저주거기준 미달 상태였는데,
지금은 이 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 흐름에서
소외된 계층이 있다.
청년 1인가구,
특히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들이다.
한국 슬롯 전체의 주거빈곤가구는 꾸준히 감소했는데,
서울 청년 1인가구는 오히려 2015년까지
주거빈곤가구 비율이 올랐다.
전체가 나아지는 동안,
청년만 따돌림당한 것처럼 뒤처졌다.
2026년 8월 12일,
국토교통부는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현행 기준은 2015년 12월부터
고시원 각 실에 취사시설과
욕조 설치를 금지해왔다.
샤워부스는 허용됐지만,
욕조는 아니었다.
각 실에는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도록
바카라상 등 학습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규정도 있었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정확히 손봤다.
현행 조문 '각 실별 취사시설 및
욕조 설치는 설치하지 말 것'을,
'각 실별 취사시설을 설치하지 말 것'으로 바꿨다.
취사시설 금지는 그대로 두고,
욕조 문구만 삭제한 것이다.
바카라상 등 학습시설 설치 의무 조항도 함께 삭제했다.
국토부가 이 개정의 근거로 든 건
2022년 주거실태조사였다.
그 조사는 5년마다 실시되는
국토부의 공식 조사다.
그런데 그 조사 안에서,
고시원 거주자들이 고시원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일자리 혹은 학교가 가까워서,
69.1%.
더 저렴한 월세를 찾기 어려워서,
32.9%.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해서,
29.3%.
독립된 개인 공간이 필요해서,
28.8%.
이 목록 어디에도 욕조는 없었다.
정부가 근거로 든 자체 조사에서,
정작 고시원 거주자들이 원한 건
직주근접과 저렴함과 교통과 독립공간이었다.
정부가 내놓은 대바카라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물론 국토부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지금도 다소 웃돈을 주더라도
방별로 샤워부스가 갖춰진
고시원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에 사는 40대 A씨는
월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48만원을
방세로 내면서도 지금의 고시원에 사는 이유를,
"방세가 더 싼 곳들은 샤워실이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말했다.
위생시설을 개별화하는 데
웃돈을 낼 의향이 있는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
다만 그건 이미 허용된 샤워부스의 이야기고,
욕조까지 필요한지는 다른 문제였다.
행정예고 이후,
비판은 빠르게 커졌다.
고시원 호실은 대체로 면적이 좁고,
환기와 방음,
위생 여건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그런 공간에 욕조를 넣는다고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오히려 욕조 설치가 보증금이나
월세 인상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협소한 방에 욕조가 들어선다고
주거의 질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
시설 개선을 빌미로 보증금과 월세만 폭등해
주거 취약계층의 부담만 가중될 거라는 예측이었다.
이용자들은 욕조보다 취사시설, 환기, 방음,
소방 안전기준 개선이 먼저라고 요구했다.
이미 검증된 성공 사례가 있다는 게,
이번 논란을 더 아프게 만든다.
2018년 11월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고시원과 산후조리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2019년부터는 영세,
노후 고시원 대상 설치 지원사업도 시작했다.
지원사업 시작 이전 3년,
2016~2018년 고시원 등의
화재 사망자는 연평균 3명이었다.
사업 시작 후,
2019~2021년에는 연평균 0.33명,
89% 감소했다.
지원사업이 이뤄진 고시원에서는
지금까지 화재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내 고시원 5,741개 중
97.6%인 5,601개소가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완료했고,
설치 이후 화재 발생 9건 중
인명피해는 단순화상 1명에 그쳤다.
안전은 이미 답을 찾은 영역이었다.
그 성공 공식과는 무관한 곳에,
정부는 이번에 새로 손을 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전문가 집단 양쪽에서
동시에 반응이 나왔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좁은 고시원 방에 욕조를 넣은 상상도가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개정안이 가져올 부작용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022년 기준 고시원,
고시텔에 거주하는 가구가
15만8천 가구로 집계되는 등
1인 가구가 계속 늘고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취지였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거셌다.
비판이 커지자 국토부는
행정예고 아흐레 만인 8월 21일,
"욕조 설치 완화 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 모든 흐름은,
결국 한 지점으로 모인다.
사람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지점이다.
한국보건슬롯연구원의
2021년 가족과 출산조사에 따르면,
결혼 전 부모와 함께 산 청년은 63.8%였다.
결혼 후에는 전세 49.5%,
자가 24.9%로 주택을 마련했다.
한국 청년은 결혼과 동시에 처음으로
독립 주거를 마련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다.
그 진입로,
즉 전세가 막혀 있다면,
결혼은 갑자기 억대 자금이 필요한 이벤트가 된다.
기혼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는 1.75명이다.
OECD 평균 1.68명보다 오히려 높다.
문제는 결혼 자체를 안 하는 것이다.
미혼 여성 비율은 44.9%에 달한다.
그런데 이 미혼자 중 80~90%는
비자발적 비혼자로 조사됐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못 하는 사람들이다.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혼의 증가이며,
그 배경엔 청년실업,
주택 문제, 결
혼비용 부담 같은
경제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연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중소기업 근로자 57%가
결혼을 고민 중이거나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소상공인은 50.7%가
출산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주된 이유로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
육아와 온라인 게임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꼽혔다.
저출산고령슬롯위원회도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주거 불안정을 공식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결혼 전 청약 당첨 이력을 배제하는 등,
신혼부부 대상 청약 제도를 개편하기도 했다.
낳고 싶어도 못 낳는다는 말 이전에,
결혼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문제가 먼저 있다.
그 결혼 포기의 대부분이 비자발적이고,
그 비자발성의 핵심에 주거가 있다.
사다리 붕괴는,
그러니까 인구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을 나란히 놓아보면,
설계 철학의 차이가 드러난다.
일본 UR(도시재생기구) 임대주택은
보증금과 갱신료 없이,
외국인도 입주할 수 있는
공공 임대 시스템이다.
중개수수료도 없다.
한국에서 고시원이 선택되는 이유가
"보증금이 없어서"였다면,
일본은 공공 임대 인프라 자체가
애초에 그 보증금 부담을 없애도록 설계돼 있다.
셰어하우스도 비슷한 지점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셰어하우스가 주목받는 배경은
고립감 증가,
주거비 상승,
외국인 인구 확대 같은
구조적 요인이다.
지방정부가 이를
지역 활성화 정바카라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셰어하우스는 개인실과 공동시설,
주방과 샤워실,
욕실뿐 아니라
라운지 같은 사교 공간까지 함께 제공하며,
임대 아파트보다 월세와 초기 비용이 저렴하다.
도쿄 분쿄구의 한 셰어하우스는
오래된 민가를 개조했는데,
'수행하는 방'이라는 명패를 달고
'근육 강화'를 콘셉트로 삼는다.
전속 트레이너가 상주해
개인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월세는 6만3천엔,
약 60만원.
오픈하자마자 모든 방이 채워졌고,
지금도 입주 대기자가 줄을 선다.
한국의 고시원과
일본의 셰어하우스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는 분명해진다.
하나는 숨어서 사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골라서 가는 공간이다.
물론 일본에도 하류노인,
넷카페 난민 같은 그늘은 따로 있다.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
그래도 최소한 하나는 확인된다.
저비용 주거를 설계하는 철학 자체가,
두 나라는 다르다.
정리하면 이렇다.
전세는 줄었고,
값은 올랐다.
대출은 조여졌지만,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들은
이미 현금으로 시장을 지나갔다.
5년 전 도입된 임대차법은,
정부의 예측을 벗어난 속도로
시장을 월세화시켰다.
임대인들은 10년간 뒤집힌 정바카라을 지켜보다
신뢰를 접고 발을 뺐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부모 자산이었다.
30대 서울 주택 매수의 절반이
증여와 상속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됐다.
부모가 없으면 공공임대라는 이름의
로또가 남았지만,
인기 지역 경쟁률은
1,002대 1이었다.
그마저 안 되면 고시원이었다.
그리고 그 고시원의 73.3%를 채운 건,
가장 취약한 20대와,
더 오래 더 열악하게 버티는 고령층이었다.
정부가 이 마지막 칸에 내놓은 대바카라은,
취사시설도 환기도 방음도 아닌 욕조였다.
정작 정부 스스로의 조사에서,
고시원 거주자들이 원했던 건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아흐레 만에 그 대바카라을 접었다.
사다리는 누군가
일부러 걷어찬 게 아니다.
전세사기를 막으려던 규제가,
집값을 잡으려던 대출 규제가,
세입자를 보호하려던 임대차법이,
저마다의 선의로 나온 조각들이 겹치면서
사다리는 사라졌다.
그런데 결과는 같다.
자산 없는 사람이 자산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막혔고,
이미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대출 규제조차 비껴간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숫자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사다리를 다시 놓을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이 나라는,
무자산 청년이 자산을 만드는 경로를
하나라도 남겨두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