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절기

복날의 서열

by다소느림

초복 7월 15일,

중복 7월 25일,

말복 8월 14일.


숫자만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여름 일정표 같지만,

이 간격 안에 이미 하나의 이상 신호가 숨어 있다.


초복과 중복 사이는 10일.

중복과 말복 사이는 20일.

보통은 초복부터 말복까지

20일이면 삼복이 다 지나간다.


올해는 열흘이 더 걸렸다.

이런 해를 월복(越伏)이라 부른다.

달을 건너뛰어 복이 들었다는 뜻이다.


월복이 낀 해는 늦더위가

예년보다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광복절 하루 전날이 말복이었다는 것도,

달력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우연이다.


복날은 24절기에 들지 않는다.

소서와 대서, 처서 사이 어딘가에

끼어 있는 잡절, 속절이다.


계산법부터 남다르다.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이 중복,

입추가 지나고 첫 번째 경일이 말복이다.


경일이란 날짜의 천간이

'경(庚)'인 날을 말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열 개의 천간이 순서대로 돌아가니

경일은 정확히 10일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


음력도 아니고 순수한 양력도 아니다.

절기라는 태양의 위치와,

경일이라는 간지의 순환이

맞물려 만들어진 계산식이다.


그래서 입추가 먼저 오고

말복이 그 뒤를 따르는 일이 생긴다.

절기는 태양이 결정하고,

삼복은 간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어긋남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실을 말해준다.


복날은 자연이 저절로 정해준 날이 아니라,

사람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체계를

겹쳐서 만들어낸 인공적 절기라는 것이다.


왜 하필 개였는가: 벽사와 오행의 논리


복날의 기원은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진나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진 덕공 때 개를 잡아

성문 네 곳에 걸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동서남북 성문에서 개를 죽여

그 피를 문틀에 묻히면

악령이 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다.


당시 여름 제사는 더위를 몰고 오는 나쁜 귀신,

악령과 악귀를 막거나 내쫓기 위한

벽사(辟邪) 의식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왜 하필 개가 그 희생제물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겹쳐 있다.


첫째는 개의 습성이다.


개는 사방을 경계하며 짖어

자신이 속한 공간을 지키고

보호하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수호자로서의 이미지가 벽사 의식의

제물로 선택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둘째는 오행설이다.


음양오행에서 개는 흙(土)에 속하는 동물로 분류된다.

흙은 물과 쇠를 감추어 품고 지키는 성질,

이른바 토생금(土生金)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감추고 지키고 보호하는 개의 역할과,

감추고 지키는 흙의 속성이

서로 맞아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불(火)은 열을 내어 뜨거움을 만드는데,

여름이 되어 태양이 가까워지고

열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더위였다.


옛사람들은 여름이면 열독을 가진 귀신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흙의 성질을 가지고 막고 지키고 보호하는 개를 이용해

그 열독의 귀신을 막으려 한 것이,

개 제사가 변형된 형태의

복날 의례였다는 해석이다.


셋째는 조금 다른 각도의 오행 배속이다.


여름은 불,

가을은 쇠라는 큰 틀 안에서,

개는 방위상 서쪽에 해당하며

쇠(金)에 속하는 동물로도 분류됐다.


화기가 절정에 달하는 복날은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의 날로 여겨졌다.


쇠퇴한 금의 기운을

왕성한 개의 기운으로 보충해야

더위로 허해진 심신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경일이 복날로 선택된 이유도 같은 논리다.

경(庚)이라는 천간 자체가 오행상 금에 속하고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에,

가을 기운이 든 경일을 복날로 삼아

더위를 극복하라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문헌마다 개의 오행 배속이 흙이라거나

쇠라거나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하나의 정합적인 원리가 처음부터 있었다기보다,

후대 사람들이 각자의 논리로 이 상징을

거듭 재해석해온 흔적으로 읽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상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훨씬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조선시대까지 고기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평민들은 소고기를 1년에 한 번 먹기도 어려웠고,

돼지고기도 잔칫날에나 구경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닭고기였고,

그다음이 개고기였다.


조선의 임금 중에는 정조가

개고기를 즐겼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개고기를 좋아한 권력자에게 살찐 개를 바쳐

벼슬을 얻은 사람이 있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복날 개 패듯 한다"는 속담이 지금까지 쓰이는 것도,

예로부터 개를 몽둥이로 때려 잡았던 관습이

언어에 흔적을 남긴 결과다.


정리하면 복날에 개를 먹은 이유는 오행의 상징 논리와,

그 시절 가장 구하기 쉬웠던 육류라는

실용적 이유가 겹쳐진 결과에 가깝다.


의미가 먼저 있었고

그 의미에 맞춰 관습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관습에 의미가 사후적으로

채워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개에서 닭으로: 반세기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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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소수다.

그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았다.

최소 세 단계를 거쳤다.


첫 단계는 산업화다.


19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양계업이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됐다.


닭고기가 개고기보다 훨씬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육류가 되면서,

복날 밥상에서 개고기의 자리를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단계는 국제적 시선과

세대 인식의 변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개고기 식용 문화가

국제슬롯의 시선 속에서

부담스러운 화두가 됐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개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가정이 급격히 늘면서,

개고기 소비에 대한 거부감이

세대를 거치며 누적됐다.


세 번째 단계는 법이다.


2024년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제정됐다.

2027년부터는 개의 사육, 도살, 유통,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이미 감소 추세였던 보신탕 전문점의 흐름에,

법이 최종적으로 쐐기를 박은 셈이다.


2027년이 되면 복날이라는 절기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그 기원이 됐던 음식 자체가 법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메뉴가 된다.


복날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항목 하나가,

상징이 아니라 제도에 의해 지워지는 순간이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게 삼계탕이다.

삼계탕이 대체재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열치열, 기력 보충이라는

복날의 핵심 취지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어린 닭에 인삼, 대추, 밤, 마늘, 찹쌀을 넣고

푹 고아내는 조리법 자체가

약재를 곁들인 보양식이라는

상징성을 충분히 갖췄고,

닭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면서

지방이 적어 소화 흡수가 빠르다는

실질적 장점도 있었다.


결국 음식은 바뀌었지만,

복날이 요구하는 서사의

틀 자체는 그대로 남았다.


몸이 허해지는 계절에 무언가를 먹어

기운을 채운다는 서사.


그 자리를 무엇이 채우느냐가

시대마다 달라졌을 뿐이다.


삼계탕의 다음 도전자들


2027년,

그 서사의 자리를 둘러싼

다음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삼계탕 일변도였던 복날 마케팅이

장어, 전복, 낙지, 민어, 추어탕 등으로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유통업계 데이터를 보면

흐름이 뚜렷하다.


롯데마트의 올해 6월

장어 초밥·덮밥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3퍼센트 늘었다.


GS25의 지난해 복날 시즌

보양식 매출 가운데

삼계탕을 제외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1.2퍼센트로,

2023년보다 29.3퍼센트포인트 높아졌다.


불과 2~3년 사이에 복날 보양식 소비의

절반 이상이 삼계탕 바깥으로 이동한 것이다.


오뚜기가 올해 출시한

'동대문식 닭한마리 칼국수'는

출시 18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 개를 돌파했다.


닭이라는 재료는 유지하되,

삼계탕이라는 형식 자체를 비틀어낸 상품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SNS를 중심으로는

라면에 가정간편식 삼계탕을 통째로 넣거나

닭가슴살을 고명으로 올리는 조리법이

복날 별미로 회자되기도 한다.


전통이 고정된 메뉴가 아니라,

계속 리믹스되는 재료로 다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개고기가 빠진 자리를 삼계탕이 채웠듯,

이제 삼계탕의 독점적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복날의 대표 메뉴는 영원히 고정된 전통이 아니라,

매 시대 다시 쟁탈되는 하나의 자리라는 게

이 흐름이 말해주는 사실이다.


도전자들의 사정


그런데 이 도전자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 있다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먼저 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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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흔히 삼계탕의 대안으로 꼽힌다.

인삼과 생강 같은 뜨거운 성질의 재료가 필수인 삼계탕은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체질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찬 성질을 지닌 오리고기가

이럴 때 대체제로 거론된다.


그런데 이 대체재의 자리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오리 산지가격은

생체 3.5킬로그램 기준 8900~9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59원보다

26.1퍼센트 안팎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육용오리 도축 마릿수는

542만8000마리로 전년 대비 13.7퍼센트 감소했고,

입식 마릿수 역시 573만8000마리로 13.7퍼센트 줄었다.


새끼 오리를 생산하는

산란종오리의 사육 마릿수 자체가 줄면서,

입식이 줄고 도축 물량까지 함께 감소한 결과다.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과

오리백숙 수요가 동시에 몰리는데,

정작 공급은 좁아지고 있으니

가격이 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 흐름은 매년 반복되는 것도 아니다.

2025년 오리 산지가격은 국내 공급량 증가로

전년보다 14.2퍼센트 하락한

생체 3.5킬로그램당 8077원이었다.


그해엔 산란종오리 사육 마릿수가 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살처분도 줄면서

공급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1년 만에 공급이 늘어 가격이 내렸다가,

다시 줄어 26퍼센트 넘게 뛰는

이 롤러코스터는 오리 사육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오리는 닭보다 사육 기간이 길고,

국내 오리 농가의 90퍼센트 이상이

500수 이하 소규모 농가로 채워져 있다.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닭과 달리,

오리는 산란종오리 몇 만 마리의 증감만으로도

전체 공급이 출렁이는 구조라는 뜻이다.


복날마다 손님들은

"오리는 비싸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이 가격은 단순한 수요 초과가 아니라

애초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사육 구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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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의 사정은 이보다 더 근본적이다.

낙지는 오래전부터 스태미나 식품으로 통했다.


자산어보에는 6~7월

뙤약볕 아래 농사일을 하다

지쳐 쓰러진 황소에게 갯벌에서 잡은

낙지를 먹여 회복시켰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지금도 경북 청도에서는 소싸움 전 사육사가

소에게 낙지를 먹여 기운을 북돋운다.


낙지 100그램에는 단백질이

16그램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고,

자양강장제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타우린 함량도 높다.


그런데 정작 복날이 낀 여름은

낙지를 합법적으로 잡을 수조차 없는 시기와 겹친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낙지는 기본적으로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포획과 채취가 금지되는데,

지역별로 시·도지사가 이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어서 인천, 경기, 전남은

6월 21일부터 7월 20일까지,

경상남도는 6월 16일부터

7월 31일까지로 금어기가 연장된다.


올해 초복은 7월 15일이었다.

인천, 경기, 전남 세 지역 기준으로는

초복 당일까지도 낙지 금어기가

진행 중이었다는 뜻이다.


산란기 어미 낙지를 보호해 장기적으로

낙지 자원을 늘리자는 취지로 시행되는 이 제도를 어길 경우,

어업인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비어업인도 8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낙지는 원래도 여름이 아니라 가을이 제철이다.

살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오르는 시기는 10월 이후이고,

무안·신안 갯벌에서 조업이 가능한 기간도 가을철 단 석 달,

그중 물때가 맞는 날은 한 달에 열흘 남짓뿐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어획량 급감까지 겹쳤다.

무안군 기준으로 2007년 29만 접,

580만 마리에 달했던 낙지 생산량은 2024년 8만 접,

160만 마리로 줄었다.


72.4퍼센트가 사라진 셈이다.

어획량이 줄자 가격은 한 접에 20만 원까지 치솟았다.

해수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복날 밥상에 오르는 낙지 중 상당수는

국내 제철 어획물이 아니라

금어기 이전에 잡아둔 재고이거나

수입산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참돔과 낙지를 원산지 표시 특별점검의

집중 단속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표시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도

이런 특별점검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금어기로 인한 국내산 공급 공백을 수입산이나

둔갑 유통이 메우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오리와 낙지,

두 도전자가 겪는 어려움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리는 시장 논리 안에서

가격으로 그 어긋남이 드러난다.

공급이 줄면 값이 오르고,

소비자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한다.


낙지는 아예 시장 논리 바깥에서,

법이 그 어긋남을 강제한다.

아무리 값을 치르려 해도

정해진 기간에는 국내산을 구할 수 없다.


복날이라는 절기가 요구하는 소비의 타이밍과,

생물이 실제로 자라고 잡히는 생태적 타이밍은

애초에 서로 다른 시계로 돌아간다.


그 어긋남을 메우는 방식이 이번엔 가격 폭등이었고,

저번엔 원산지 둔갑의 유혹이었을 뿐이다.


숫자로 증명되는 복날, 그 숫자의 출처


복날 특수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특수를 증명하는 숫자가 어디에서 오느냐다.


테이블오더 기업 티오더가

전국 가맹점의 실시간 주문 데이터를

자체 AI 분석 엔진으로 분석한 결과,

초복 당일 백숙·삼계탕 매장의 주문 건수는

전주 같은 요일보다 3.4배 증가했다.


주문 금액은 3.6배로 증가폭이

건수 증가폭보다 더 컸는데,

전복삼계탕처럼 단가 높은

프리미엄 메뉴 주문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됐다.


주말이라 평소에도 주문이 많은

중복 당일에도 1.8배가 늘어,

요일과 무관하게 복날마다 보양식 수요가

몰리는 패턴이 확인됐다.


시간대별 변화도 뚜렷했다.

평소 수요일에는 백숙·삼계탕 주문의

57퍼센트가 점심시간에 몰렸는데,

초복 당일에는 점심 42퍼센트,

저녁 43퍼센트로 비중이 비슷해졌다.


점심시간대 주문이 전주 대비 2.5배 늘어나는 동안,

저녁시간대 주문은 4배가 늘었기 때문이다.


평소 점심 한 끼로 간단히 챙기던 보양식을,

복날만큼은 저녁에 제대로 즐기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치킨업계도 복날 특수의

한 축을 차지한다.


bhc는 초복 당일 주문 건수가

전주 동기 대비 150.1퍼센트 급증했다.

교촌치킨은 전주 대비 매출이 약 50퍼센트 늘었다.


가맹점 중심의 노랑통닭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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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푸드에 따르면

초복 당일인 지난 7월 15일

가맹점 평균 판매건수는

전주 같은 요일 대비 약 223퍼센트,

매출은 약 166퍼센트 뛰었고,

중복인 7월 25일에도 가맹점 평균 매출이

전주보다 약 45퍼센트 증가했다.


초복에는 '엄청 큰 반반치킨'이,

중복에는 '엄청 큰 후라이드치킨'이

각각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복날이 포함된 3분기를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삼계탕 일변도였던 복날 외식 문화가

치킨, 피자, 햄버거로 다양해지면서

주요 프랜차이즈들도 계절 마케팅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치킨의 증가폭은

백숙·삼계탕에는 미치지 못했다.


초복 당일 치킨 매장 주문은

전주 대비 1.6배 수준에 그쳤다.

무더위 속에서도 치맥보다

전통 보양식을 택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더 많다는 게

이 데이터에 대한 업계의 해석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이 모든 수치의 출처를 다시 보자.


티오더는 테이블오더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이고,

bhc와 교촌과 노랑통닭은 각각의 프랜차이즈 본사다.

전부 자사가 보유한 주문 데이터나 매출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한 곳들이다.


정부기관이나 통계청이 낸 공식 통계가 아니라,

기업이 자사 인프라를 통해 만든

홍보성 데이터라는 뜻이다.


몸보신이라는 말의 무게


복날 음식을 관통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보양(補養).

부족한 것을 채운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채움이 실제로

얼마나 과학적으로 검증됐는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족발, 닭발, 돼지 껍질, 사골국물, 도가니탕, 곰탕.


이들 음식이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에 좋다는 통념은 오래됐고

지금도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식품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와 다르다.


이들 음식에 든 콜라겐은 분

자 크기가 큰 고분자 물질이라

인체 흡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성 콜라겐은 입자가 큰

고분자여서 흡수율이 낮고,

오히려 고열량 고지방 식품이라

많이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콜라겐은 분자량이 클수록

체내 흡수가 어려운데,

일반 콜라겐이 약 30만 달톤(Da)인 데 비해

1000달톤 이하의 저분자 콜라겐 펩타이드가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반면 가수분해 과정을 거쳐

저분자화된 콜라겐 펩타이드는

체내 이용률이 실제로 높아서,

4주 이상 꾸준히 섭취했을 때

피부 보습도가 2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는

임상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콜라겐이 몸속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비타민C와 결합해 구조가 안정화돼야 하는데,

비타민C가 부족하면 섭취한 콜라겐이

피부 조직으로 재합성되지 못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정리하면,

콜라겐 섭취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라

족발이나 닭발처럼 가수분해되지 않은 형태로

먹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먹은 콜라겐이 그대로

피부로 이동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현행 규정상으로도 건강기능식품으로

별도 인정된 제품만 관련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다.

쫀득한 껍질과 물컹한 연골을 씹으며 몸보신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경험은 낯설지 않지만,

그 다독임의 상당 부분은 과학적 근거보다

심리적 위안에 가깝다는 게 정확한 진단에 가깝다.


몸보신이라는 말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음식은 개에서 닭으로,

닭에서 장어와 전복으로

계속 자리를 바꿔왔지만,

몸보신이라는 명분 자체가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명분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근거를 갖고 있는지는

음식마다 따로 따져봐야 할 문제이지,

복날이라는 절기가 자동으로

보증해주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전통이라는 말과 근거라는 말은

서로 다른 종류의 검증을 요구한다.


하나는 얼마나 오래됐는가를 묻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맞는가를 묻는다.

복날 밥상 위에서 이 두 질문은

자주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다시, 복날이란 무엇인가


정리하면 이렇다.


복날은 하늘이 정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계산식이다.


하지와 입추라는 태양의 절기,

그리고 경일이라는 간지의 순환이

겹쳐져서 만들어진 인공적인 날이다.


그 계산식 안에 처음 담겼던 논리는

개를 희생물로 삼은 벽사와 오행의 상징이었다.


그 상징은 산업화와 국제적 시선,

그리고 법이라는 세 겹의 힘을 거치며

삼계탕으로 옮겨갔고,

2027년이면 그 기원이 됐던

음식 자체가 법적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지금,

삼계탕의 자리마저 장어와 전복,

닭한마리칼국수 같은 새로운 형식에 밀려 흔들리고 있다.


복날의 대표 메뉴는 고정된 전통이 아니라,

매 시대 다시 쟁탈되는 하나의 빈자리였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소비는

정교한 숫자로 증명된다.


삼계탕과 백숙,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매출 곡선이

해마다 보도자료로 갱신되고 뉴스가 된다.

하지만 그 곡선 바깥에는

훨씬 많은 식당과 훨씬 많은 소비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소비를 정당화해주는

몸보신이라는 개념조차,

과학적으로는 절반쯤만 서 있는 명분이다.


복날은 매년 정확히 돌아온다.

경일의 계산법에 따라 날짜는 조금씩 달라지고,

어느 해는 월복이 끼어 늦더위가 길어지기도 하지만,

그날 무언가 채워야 할 것이 있다는 감각만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그 감각을 채우는 음식과 명분은

시대마다 계속 바뀌어왔다.


개가 삼계탕이 되고,

삼계탕이 장어와 전복에게 자리를 나누고,

몸보신이라는 말은 그 모든 교체를 매번 정당화해왔다.


다음 세대가 맞이할 복날의 대표 음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