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의 그늘

집계되지 않는 여름

by다소느림

지난 30일,

전북 남원의 한 계곡.

다섯 살 아이가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바위틈에 몸이 끼는 순간,

조끼는 아무것도 막아주지 못했다.


같은 여름,

경기 수원의 하천.

중학생 넷이서 물고기를 잡다

둘이 물에 빠졌다.


한명은 살았지만다른 한명은 살아나지 못했다.


같은 여름,

경기 가평의 하천.

60대 남성이 일행과

술을 마시다가 균형을 잃었다.


발을 헛디딘 자리가,

강이었다.


이 세 장면은 서로 다른 사고가 아니다.

같은 숫자의 조각들이다.


최근 5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물놀이 사고로 죽은 사람은

모두 104명이다.


이 중 56명,

54%가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몰려 사고가 났다.


지금이 딱 그 시기다.

장소를 나눠보자.


하천 32명,

31%.


계곡 28명,

27%.


해수욕장 24명,

23%.


바닷가 20명,

19%.


바다가 1등이 아니다.

하천과 계곡을 합치면 58%다.

안전요원이 배치된 지정 해수욕장보다,

안전요원 없는 강가와 골짜기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원인을 나눠보자.


수영 미숙 42명,

40%.


안전 부주의 32명,

31%.


음주 수영 15명,

14%.


높은 파도·급류 휩쓸림 9명,

9%.


튜브 전복 2명,

2%.


열 명 중 넷은 수영을 못 해서 죽었다.

열 명 중 셋은 부주의로 죽었다.

일곱 명 중 하나는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갔다가 죽었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세는 이 숫자는,

사실 전체가 아니다.


'순수 피서 목적의 물놀이 사망'만 골라서 센 숫자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23개 병원 응급실을

조사한 결과는 다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비의도적 익수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는 505명,

이 중 154명,

30.5%가 죽었다.


발생 장소는 여가활동 중이 37.1%로 가장 많고,

일상생활 중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계절로는 여름철이 37.1%,

월별로는 8월이 14.5%로 가장 높다.

요일로는 토요일이 20.6%로 가장 많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 전후가

전체의 53.6%를 차지한다.


시간대로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40.4%,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가 33.7%다.

즉, 행안부가 발표하는 104명이라는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낚시를 하다가,

목욕을 하다가,

물놀이도 아닌 활동 중에

물에 빠져 죽는 사람들은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물놀이 안전 대바카라은,

정부가 스스로 정의한 범위 안에서만 작동한다.



폭염은 늘었는데, 사망자는 줄었다


여기서부터 이상해진다.

2017년 여름철 물놀이 사망자는 37명이었다.


2018년 33명.

2019년 28명.

2020년 25명.

2021년 24명.

2022년 26명.

2023년 19명.

2024년 18명.

2025년 17명.


8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폭염은 반대로 갔다.


연간 폭염일수 역대 1위는 2018년,

31.0일.


2위는 2024년,

30.1일.


3위는 2025년,

29.7일.


상위 3개년이 전부 최근 8년 안에 몰려 있다.


여름철 평균기온 역대 1위는 2025년,

25.7도.


2위는 2024년,

25.6도.


3위는 2018년,

25.3도.


최근 10년 평균 폭염일수는 18.3일.

과거 10년 평균은 8.3일.

두 배가 넘게 늘었다.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도 앞당겨졌다.

최근 10년 사이 폭염 시작일이

10일에서 30일까지 빨라졌고,

일부 중부 내륙 지역은 한 달 가까이 당겨졌다.


열대야가 끝나는 시기도 늦춰져서,

8월 중순을 넘어 9월 상순까지 이어진다.

물놀이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 자체가 길어졌다는 뜻이다.


더 더워졌다.

더 오래 더웠다.

더 일찍부터 더웠다.

물놀이 인구는 늘었을 것이다.

그런데 죽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이게 우연일까?


아니다.

안전관리 투자가 늘어난 결과다.

2026년 현장 안전요원은 5,831명,

전년보다 439명 늘었다.


구명조끼 무료 대여소는 606곳,

전년보다 483곳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안전관리 요원을 추가 배치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특별대바카라기간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긴

6월 12일부터 8월 17일까지로 조정됐다.


정위치 근무를 수시로 확인하고,

배치 전 교육 외에 월 1회 이상 특별교육을 하고,

최소 2인 이상 맞교대로 근무하게 했다.


정부는 이걸 스스로 안다.

"최근 발생한 수상 인명사고 대부분은

안전요원이 없는 연안해역·하천 등

위험지역에 들어가거나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행정안전부가 직접 분석해서 밝혔다.


여기서 진짜 질문이 나온다.


전체 사망자는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 하천과 계곡의 비중,

58%는 줄지 않았다.


해수욕장처럼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된 곳에서는

관리가 위험을 상쇄했다.


그런데 그 상쇄가 미치지 못하는 자리가 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지정되지 않은 물가다.

안전은 늘어난 자리에서만

안전해졌다.


4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놀이형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요원 자격 요건을 들여다보자.


법적 근거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제15조의2,

시행규칙 제16조의2다.


인명구조요원 자격증,

필요 없다.


수상구조사 자격증,

필요 없다.


네 가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한국수영장경영자협회 수상안전 자격증.

해양경찰청 지정기관 인명구조요원 자격증.

대학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과목을

3년 안에 1학점 이상 이수.


국가나 지자체,

대한적십자사의 응급처치 교육을

2년 안에 4시간 이상 이수.


이 중 셋째와 넷째는,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는 뜻이다.


대학 수업 한 과목,

또는 반나절짜리 교육 한 번.

근무 경력은 확인하지 않는다.

현장 대응 경험도 검증하지 않는다.

실기 능력을 시험하는 절차도 없다.


인천일보와 뉴스1이 이 지점을 취재했다.


"인명구조요원이나 수상구조사 자격증이 없어도

응급처치 교육을 2년 이내 4시간 이상 이수하거나

대학에서 관련 교과목을 3년 이내

1학점 이상 이수하면 근무할 수 있다.

단시간 교육이나 대학 수업 이수만으로

자격을 갖출 수 있는 데다

근무 경력과 현장 대응 경험,

실기 능력을 검증하는 별도 기준도 없어

실제 응급상황 대응 능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자체와 아파트 단지는

이 안전요원을 중고거래 플랫폼과

단기 구인 앱을 통해 아르바이트로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자격 조건 하나만 충족하면

안전요원을 채용할 수 있는 현행 구조를 개선해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 등 실질적인 응급처치 역량을

필수 요건으로 지정해야 한다."


한 응급의학 전문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실제 익수자는 호흡 유지에 온 힘을 쓰기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어린이는 물놀이 모습과 위험 상황이

외형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아

경험 많은 안전요원도 즉시 구별하기 어렵다."


이건 4시간 교육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판단력이다.


2026년 7월,

경기 군포시 산본동 물놀이터.


개장 하루 만에 대형 에어바운스가 넘어졌다.

10세 미만 어린이 5명이 다쳤고

시설은 곧바로 임시폐쇄됐다.


이미 이 문제를 파고든 취재가 있다.


한 언론사의 연속기획은

지자체 물놀이장의 과업지시서를 분석해서,

안전관리요원이 한두 명뿐이고

AI 영상분석 같은 사전예방 기술은

과업 내용에 아예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인정했다.

"안전요원을 계속 늘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다."


같은 취재에서는

AI 영상분석 기술의 한계도 짚었다.


사람을 위험 행동으로 오인하는 오경보와,

진짜 위험을 놓치는 미탐지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운영사는 과업지시서에 없는데도

자체 비용으로 AI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충남 서산시와 서울 성북구, 강북구, 과천시에서

실증 중이라고 한다.


기술이 사람의 판단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걸,

현장은 이미 알고 있다.


판결문에 적힌 부표 하나


법정은 이 문제를 이미 여러 번 다뤘다.


2023년 8월 1일 오전 11시경,

경북 울릉군.


울릉군이 운영하는 해수풀장에서

12세 A군이 취수구에 팔이 끼어 죽었다.


풀장 수심은 관련 고시에 따라

300밀리미터 이하로 관리돼야 했다.

사고 당시 수심은 400밀리미터였다.

설계도면에는 배수 설비가 명시돼 있었는데,

정작 물량 내역서와 시방서에서는 그 내용이 누락됐다.


시공사는 이 누락을 발주처에 보고하지 않은 채 시공했다.

바닷물에 취약한 석쇠 철망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아이는 고압 취수구 배관의 흡입력에

그대로 노출됐다.


취수구로 통하는 출입문에는

잠금장치가 없었다.


법정 자격을 갖춘 안전요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무자격 아르바이트생조차,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유족은 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인천지법 민사14부,

재판장 김영학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울릉군과 시공사 관계자 3명에게

4억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했다.

"물놀이 시설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었고,

이 하자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국가배상법에서 정한 영조물 설치·관리자의

손해배상 바카라임에 따라 울릉군이 손해를 배상할 바카라임이 있다."


재판부는 이 시설이

「어린이놀이시설법」에 따라

울릉군이 설치·관리·운영하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 영조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군수와 담당 공무원,

설계사 등 개인 7명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전문 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이

시설의 구조적 하자까지 알기는 어려웠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기관은 배상하지만개인은 면제된다.

그리고 형사재판은 따로 돈다.


울릉군청 공무원과 시공사 관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별도 기소돼,

1심에서 벌금과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지금은 대구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곧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공직슬롯 내부에서는

"바카라임이 일부 실무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바카라임은 지자체 예산으로 대신 갚고,

벌은 말단 공무원이 받는다.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강원도 정선군의 하천,

일명 '황새바우'라 불리는 바위 부근에서도

비슷한 다툼이 있었다.


망인은 다이빙을 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황새바위 부근에는 안전표지판도 부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법정에서도 다툼 없이 인정됐다.


유족은 강원도와 정선군을 상대로

각각 1억 원이 넘는 배상을 청구했다.


강원도는 하천의 유지·관리 사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국가배상법 제5조의 바카라임 주체가 되고,

정선군은 그 사무를 위임받은 기관위임사무의

비용부담자로서 같은 법 제6조의

바카라임 주체가 된다는 게 법리다.


정선군은 항변했다.


유원지 입구에 경고표지판과 현수막을 세워,

하천 수심이 깊으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고.


그런데 망인이 조성된 출입구가 아니라

숲길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 경고를 보지 못했을 뿐이고,

오히려 일부러 수심이 깊은 곳을 찾아

다이빙을 했으니 지자체에는 바카라임이 없다고.


울산의 한 해수욕장에서는

스노클링을 하던 사람이 죽었다.


2020년 9월 24일 선고된 울산지방법원 판결은,

지자체가 배치한 안전요원이 무자격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지자체의 바카라임을 30%로 제한했다.

망인 본인의 과실을 그만큼 크게 반영한 것이다.


울주군의 한 하천에서는

안전관리요원 6명이 배치돼 있었다.

지자체는 그해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그 하천을 물놀이 관리지역으로 지정까지 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시간,

안전관리요원들은 근무 확인을 위해

복지센터를 방문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수심의 변화를 알리는 표지도,

수심 깊이를 알리는 부표도,

접근을 차단하는 시설도 없었다.


그 빈자리에서,

사람이 물에 빠졌다.


민간 시설로 눈을 돌리면,

강원 홍천 오션월드의 파도풀에서

7세 아동이 죽은 사건도 있다.


법원은 워터파크 운영사와

안전관리 수탁업체 등에

4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자체가 아닌 민간 사업자의 바카라임을 물은 사건이지만,

배상 규모는 울릉군 사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놀이 사망사고 하나의 무게가,

대략 이 정도 액수로 환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패턴이 보이는가?


안전요원을 배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면바카라되지 않는다.


그 순간,

그 자리를 지켰는가? 자격이 있었는가?

표지판이 정확히 그 위험한 지점에 있었는가?


법원은 이 세 가지를 따진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사고가 나기 전에 이미

확인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판결은 늘 사후에 온다.

표지판 하나를 세우는 데 드는 비용과,

사망사고 하나를 배상하는 데 드는 4억 원.

그 차이를 지자체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몸이 늙으면, 강은 더 깊어진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23개 병원 응급실을

조사한 결과로 돌아가 보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비의도적 익수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505명.


남성이 377명,

74.7%로 여성의 약 세 배다.


연령별로 나눠보자.

70세 이상이 148명,

29.3%로 가장 많다.


0세부터 9세까지 어린이가 135명,

26.7%로 그다음이다.


60대는 70명,

13.9%다.


여기까지는 발생 비율이다.


이제 사망 비율을 보자.


70세 이상의 사망분율은 51.4%다.

두 번 중 한 번은 죽는다.

발생은 30%가 채 안 되는데,

사망은 절반을 넘는다.


같은 물에 빠져도,

노인은 훨씬 더 많이 죽는다는 뜻이다.


이유는 몸에 있다.


나이가 들면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심혈관의 탄력이 줄어든다.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몸은,

갑작스러운 저산소 상태에서

부정맥과 심근경색,

저혈압에 훨씬 더 쉽게 무너진다.


차가운 물에 몸이 닿는 순간,

젊은 몸은 버텨내는 충격을,

늙은 몸은 버텨내지 못한다.


연령별로 사고 양상도 다르다.


0세부터 9세까지는

여름철 발생이 51.1%로 압도적이고,

다중이용시설과 주거시설,

야외에 고르게 분산돼 있다.


70세 이상은 오히려

겨울철 발생이 42.6%로 가장 많고,

장소는 다중이용시설,

그러니까 목욕탕 같은 곳이

68.9%로 압도적이다.


여름 물놀이 기사에서는

'어린이와 야외'가 프레임이 되지만,

사계절 전체로 보면 '노인과 목욕탕'이

훨씬 큰 그림이라는 뜻이다.


이번 칼럼이 다루는 여름철 하천과 계곡의 죽음은,

노인 익수사고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그 일부 안에서도,

다슬기가 있다.


최근 3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여름철 다슬기 채취 중 사망한 사람은 32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3년 7명,

2024년 11명,

2025년 14명.


해마다 늘고 있다.


시기별로는 8월이 16명,

50.0%로 가장 많고,

6월이 9명,

28.1%,

7월이 7명,

21.9%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0명,

31.3%로 가장 많고,

경남 6명,

충북 5명,

강원 4명,

전북 3명,

충남 2명,

경기와 대전이 각 1명이다.


이 중 60대 이상이 26명,

81.3%다.


이 중 관외 거주자,

그러니까 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19명,

59.4%다.


지역 주민은 11명,

34%에 그친다.


지역 주민보다 외지인이 죽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소방청 수난사고 구조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계곡·하천은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구간이 있어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의 사고 위험이 크다."


지형을 안다는 것,

그 자체가 생사를 가르는 지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지식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표지판도 없고,

지도도 없고,

오직 그 자리에서

오래 산 사람의 몸에만 새겨져 있다.


바로 지난 열흘 사이에만,

다슬기 채취로 최소 일곱 명이 죽었다.


충북 괴산의 60대 남성.

강원 인제의 60대,

다른 사람을 구조하려다가.


충남 금산의 60대 여성.

경북 경주의 70대 여성.

경남 함양의 80대.

경북 문경의 60대 여성.


이름도 얼굴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강바닥의 지형에

발을 헛디뎌 순서대로 죽어가고 있다.


다슬기는 야행성이다.

어두워진 뒤에 채취하는 경우가 많고,

한기를 쫓으려 술을 마시고

야간에 물에 들어가는 경우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낮 시간 물놀이객을 향한 안전요원 배치와 계도문은,

밤늦게 랜턴 하나 들고 강바닥을 더듬는

노인에게는 애초에 닿지 않는다.


숫자로 보는 진실


이상한 건 여기다.

행정안전부는 이 모든 숫자를 갖고 있다.


장소별 사망 비중을 안다.

하천과 계곡에서 58%가 죽는다는 걸 안다.

안전요원 자격 요건이 4시간 교육에

불과하다는 것도 안다.


노인의 사망분율이 51.4%로,

발생 비중의 거의 두 배라는 것도 안다.


다슬기 채취 사망이 7명에서 11명,

14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도 안다.


법원이 표지판과 부표의 부재를 하자로 인정한

판례가 쌓이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매년 여름,

같은 보도자료가 나온다.


구명조끼를 착용하라.

음주 수영을 하지 마라.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르라.


계도문은 반복되고,

관리는 지정된 구역 안에서만 촘촘해진다.


지정되지 않은 하천과 계곡,

사망자의 58%가 몰린 그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행정안전부가 물놀이 안전사고의

통계연보를 매년 낸다는 것은,

이 숫자를 몰라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알고도,

반복된다는 뜻이다.


내년에도, 같은 지도


법원은 답을 갖고 있다.


안전요원이 서 있었는가?

자격이 있었는가?

표지판이 그 자리에 있었는가?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지자체는 배상한다.


그런데 배상은 언제나 사후에 온다.

사람은 이미 죽은 뒤다.


공무원 개인은 대체로 면바카라되고,

담당자만 형사법정에 선다.

지자체는 예산으로 배상하고,

다음 여름을 준비한다.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내년 여름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 조건은,

그대로 남는다.


폭염은 매년 기록을 갈아치운다.

안전요원은 매년 조금씩 늘어난다.


그 사이의 간극,

안전요원이 없는 하천과 계곡의 58%는

여러 해째 줄지 않는다.


그 간극 안에서,

노인은 두 배로 죽고,

외지인은 지형을 몰라서 죽고,

아이는 자격증 없는

4시간짜리 안전요원 앞에서 죽는다.


우리는 폭염을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길 수 있는 자리에서만

이기고 있는 걸까?


올여름에도,

지정되지 않은 어느 계곡에서,

누군가는 물에 들어갈 것이다.


그 자리에 표지판이 있을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