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무너진 자리에서

제도가 흔들릴 때, 권력은 자라난다

by다소느림

발단 : 국회의장의 한 문장


지난 7월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로드맵과 의제를 정리하고,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내년에는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질문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도

개헌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조 의장은 이렇게 답했다.


“현직 대통령의 뭐 연임 개헌 문제 이런 등등은

결국 주권자의 국민 여론과

국민의 선택의 문제라고 전 생각을 해요.”


이 한 문장이 사흘 넘게 정치권을 흔들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조정식 의원을 특보로 데려가더니

이런 개헌을 하기 위한

특별 교육을 시켰던 모양입니다.

절대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더니

드디어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더 직설적인 표현을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독재명'(독재+이재명)이 되려 한다.

이재명 정부 청와대의 정무특보 출신,

명픽(이재명의 선택) 국회의장이 운을 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수습에 나섰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연히 개헌과 관련된 내용은

국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원론적 말씀이었는데,

그게 연임과 연관돼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강훈식 비서실장을 통해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정식 의장은

다음날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렸다.


“헌법 128조 2항의 내용은 존중돼야 하고,

향후 이뤄질 개헌 논의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그 대상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이 사안은 발화부터 진화까지

공식 절차상으로는 사흘 안에 종결됐다.


그러나 그 사흘 동안

여야 지도부 전원이 대응에 나섰다는 사실,

그리고 그 파장이 여론조사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법적 결론과는 별개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적 쟁점 : 128조 2항은 무엇을 막고 있나


이 논란의 법적 핵심은

헌법 128조 2항이다.


조문은 이렇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즉 국회와 국민이 개헌을 통해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더라도,

그 개정이 발의된 시점의 현직 대통령에게는

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조항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뤄진 9차 개헌,

현행 헌법 제정 당시 신설됐다.

전두환 정권이 간선제와 7년 단임제를 통해

사실상 정권을 승계해온 구조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당시 여야는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함께,

어떤 현직 대통령도 스스로 임기를 연장할 통로를

법으로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38년간,

이 조항은 실제로 발동될 일이 없었다.

어떤 정부도 재임 중 자신에게 적용되는

임기 연장 개헌을 시도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서 특기할 부분은,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대선 후보 시절

이 조항의 취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이 없다'라는 게

현 헌법 부칙에 명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는 또 다른 자리에서

“1987년 당시 국민의 의사와

지금의 국민 의사가 같다고 볼 수 없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법 조문 자체는 명확하다.

다만 그 조문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 제기가

여권 내부에서 이미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논란을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개헌의 역사 : 38년, 세 번의 실패


한국은 1987년 이후

개헌을 시도한 적이 세 번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개헌안,

2020년 국민발안제도 개헌안,

그리고 지난 5월 국회에 상정된 개헌안이다.


세 번 모두 국회 의결정족수,

즉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을

채우지 못해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지난 5월 사례는 특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당시 개헌안에는 권력구조 개편이 포함되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여야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내용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6명 전원이 표결에 불참했다.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191명 중,

표결에는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 의원 등

178명만 참석했다.


국민의힘 이탈표가 12명만 나왔어도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이 개헌안을

“이재명 대통령 연임을 위한 빌드업”으로 규정하며

표결 보이콧을 선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불성립 직후 이렇게 밝혔다.


“온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던 사태를 겪고도

이 개헌조차 못 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개헌 절차는 원래 다층적이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하고,

20일간 공고한 뒤 60일 이내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며,

그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유권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확정된다.


지금까지 세 차례 시도는 모두

첫 관문인 국회 의결 단계에서 좌절됐다.

즉 국민투표까지 가본 적조차 없다는 뜻이다.


신뢰의 붕괴 : 선거관리위원회라는 사례


개헌 논의와 별개로,

이 시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도 추이다.


시사IN이 실시한 유권자 인식조사를

시계열로 보면 다음과 같다.


2025년 6월,

대선 직후 조사에서 선관위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49%였다.

같은 해 9월 조사에서는 37.3%로 낮아졌다.


다만 이때도 국회·대법원·검찰·경찰 등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리고 올해 6·3 지방선거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선관위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4%까지 떨어졌다.

1년 사이 49%에서 14%로,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이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신뢰도의 정치 성향별 분포다.


2025년 9월 조사 당시,

보수 성향 응답자의 64%가

선관위를 불신한다고 답한 반면,

진보 성향 응답자의 불신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즉 신뢰도가 정치 성향에 따라 갈리는 구도였다.


그러나 올해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 응답자의 93%,

진보 성향 응답자의 72%가

모두 불신한다고 답했다.


정치학계에서는 이를

“진영에 따라 갈리던 불신이

제도 자체에 대한 범진영적 불신으로

전환된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사태의 경위 : 무엇이 이 신뢰를 무너뜨렸나


신뢰 붕괴의 발단은

6·3 지방선거 당일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전국 26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됐고,

가장 긴 경우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에서

105분간 투표가 멈췄다.


이후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 여파로 서울시장 선거 투표지 37만장,

송파구의회 마선거구 의원 투표지 25만장 등

총 247만장의 투표지가,

송파구 전역의 투표함 약 380개와 함께

반출되지 못한 채 장기간 보관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투표지에 대한 재검표는

여야 간 시점을 둘러싼 이견 끝에

8월 18일 실시하는 것으로 최근 결정됐고,

관련 국정조사특위 활동 기한도 8월 30일까지 연장됐다.


그리고 이 사태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문제가 확인됐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실무자급 직원들이

투표자 수를 오입력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식 보고·결재 절차 없이 전산 수치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포착했다.


구체적으로는,

한 투표소에서 실제보다 많은

수백~수천 명 단위로 투표자 수가 잘못 입력되자,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다음 시간대의 투표자 수를 0~1명으로 입력해

시간 경과에 따라 오차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었다.


수사팀은 관련자들이

“숫자를 맞추자”고 모의한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경기 지역에서 시작해

충청 지역으로도 확대됐다.


그리고 지난 8월 초,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사한 방식의 투표자 수 오입력·사후 수정 사례가

2024년 총선에서 65건,

2025년 대선에서도 81건 확인됐다.


이는 이 문제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반복된 실무 관행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이 확인한 것은 투표율,

즉 시간대별 참여율 통계의 사후 수정이다.

득표수나 당선 결과 자체가 조작됐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공개된 수사 내용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절차를 어긴 통계 관리 부실”과

“선거 결과 조작”은 법적으로도,

사실관계상으로도 구분되는 사안이다.


여론조사 간 간극 : 하나의 사건, 엇갈리는 해석


같은 사태를 다룬

여론조사들 사이의 편차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한국갤럽이 2026년 6월 9~11일 실시한 조사

(표본 1,002명,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응답자의 67%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부실한 선거 관리, 참정권 침해 문제”로 인식했다.


“불법적 선거 개입, 부정선거 시도 증거”라고

답한 비율은 25%였다.


반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

(NBS, 표본 1,000명)에서는

“의도적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하는 등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응답이 42%,

“그런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응답이 47%로 집계됐다.


두 조사 모두 신뢰할 만한 방법론

(무선전화면접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을 사용했음에도,

“부정선거로 인식하는 비율”은

25%에서 42%까지 17%포인트 차이가 났다.


연령별 세부 지표도 조사마다 차이가 있었다.

NBS 조사에서는 40대(56%)와

50대(61%)가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응답에서

과반을 차지한 반면,

18~29세(53%)와 30대(48%)에서는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이런 편차에 대해 서울대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부정선거 여론이 올라간 것을 과잉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부정선거'라는 표현 자체가 응답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질 만큼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국민대 장승진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부정선거 자체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

선관위를 비롯한 선거 제도와

관리 전반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야당이 선관위 개혁 동참보다 당대표가 앞장서

부정선거를 외치는 쪽을 택하다 보니,

그 지지층이 메시지에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붙이는 명칭(“부실”과 “부정”)에 따라

동의 비율이 최대 17%포인트까지 벌어진다는 점은,

여론이 사실관계 자체보다 그 사실에 부여되는 프레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세대별 인식 : 연임제 반대와 부정선거 인식의 교차


개혁신당 산하 정바카라연구기관인 개혁연구원이

지난 7월 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슬롯현안 조사

(무선 RDD 방식 ARS, 응답률 3.78%, 표본오차 ±4.3%포인트)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에게도 연임 기회를 부여하는

개헌 방안에 대한 반대는 64.7%,

찬성은 32.5%였다.


연령별로는 18~29세의 반대 비율이

91.3%로 가장 높았고,

30대 67.6%,

70세 이상 63.4%,

60대 62.8%,

40대 59.3% 순이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자체

(현직 적용 여부와 무관한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반대(55.2%)가 찬성(42.5%)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다만 연령별로는 50대에서만

찬성(54.3%)이 우세했고,

60대는 반대 49.9% 대 찬성 49.3%로 팽팽했다.


교차분석에서는,

연임제 개헌에 찬성한 응답자 중에서도

71.9%만 현직 대통령 적용까지 찬성했다.


나머지 약 28%는

“제도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지금 이 대통령에게 적용하는 것에는

반대하거나 유보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응답자들이

“제도 자체에 대한 태도”와

“현직자 적용에 대한 태도”를 구분해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한편 앞서 언급한 6·3 사태 관련 조사에서는,

18~29세의 53%,

30대의 48%가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답해

40·50대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두 조사를 나란히 놓으면,

청년층은 권력의 임기 연장 시도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동시에,

선거관리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다른 세대보다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를 두고 국민대 장승진 교수는

앞서 인용한 분석에서

2030세대의 부정선거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경으로

“올림픽공원 시위의 온라인 확산 영향”을 지목한 바 있다.


국제 비교 : 임기 구조와 견제 장치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의 임기 구조를 비교해보면,

한국의 5년 단임제는 국제적으로 다수 사례는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대통령제 국가 95개국 중 83개국,

약 87%가 중임제 또는 연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단임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멕시코,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라과이 등

소수에 그친다.


주요국의 구체적 구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2선 이하의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연속 재임이 아니어도 재도전이 가능해

낙선 후 재선에 성공한 사례

(그로버 클리블랜드,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프랑스는 직선 및 결선투표를 통해 선출되며,

현재는 임기 5년에 1회 연임이 가능하다.


다만 1959년부터 2002년까지는

임기 7년에 중임 제한이 없었고,

2000년 9월 국민투표

(찬성 73.2%, 투표율 30.2%)를 거쳐

임기를 5년으로 단축하며

1회 중임 제한을 새로 도입했다.


독일은 연방제와 건설적 불신임제를 통해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각국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임기 구조의 변화가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임기 단축과 동시에 동거정부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를 경우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체제)라는

견제 장치를 통해 권력 분산을 병행했다.


독일은 의회 해산이 어려운

건설적 불신임제와

연방-주 간 권력 분산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사법부 독립과

연방제를 통해 행정부 권력을 견제한다.


이런 사례들은

“임기를 늘릴 것인가”라는 질문과

“그 임기 동안의 권력을 무엇으로 견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분리될 수 없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편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시기에 따라 변화해왔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025년 3월에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4%,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0%였다.


2026년 1월 조사에서는

필요 49%,

불필요 37%로,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다.


같은 조사에서

“과거에는 정치 성향별 견해차가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보수층에서 개헌 불필요 의견이

우세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사법 체계의 변화 :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의 경위


같은 시기,

개헌·선관위 논란과는 별도로

사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발단은 지난 5월 5일 광주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경찰은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하며

일반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살인 혐의로 공소사실을

재구성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 과정에서

피의자 원룸에 있던 휴대전화와

리얼돌 등 물품이 사라진 사실,

경찰이 확보한 DNA 감식보고서가

송치 기록에서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피의자 차량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가 증거물로 확보되지 않았고,

당시 수사팀장이 이를 문제 삼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려던

여당 내부에서도 일시적으로

“일부 존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법사위·행안위 차원에서도

강력범죄나 슬롯적 약자 대상 범죄 등에 한해

보완수사를 일부 허용하는 절충안이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아동 성매매 혐의를 받던

전직 국민의힘 지방의원 사건에서

검찰의 통신영장 반려가 논란이 되면서,

“검찰의 자의적 수사 재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강해졌다.


한 달여 사이 여론의 무게중심이

두 차례 이동한 셈이다.


결국 지난 7월 31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는 재석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이었다.


국민의힘은 전날 상정 직후부터

필리버스터에 나섰으나

여권 주도로 24시간 만에 강제 종료됐고,

최종 표결에는 불참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은 있었다.

곽상언 의원은 반대표를,

이소영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이번 개정으로 형사사건의

수사·기소·재판 절차 근간이 됐던

1948년 검찰청법과 1954년 형사소송법 체제 이후

약 70여 년간 이어진 검찰의 직접 수사 구조에

전면적인 변화가 생겼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권력을 헌법과 국민의 통제 아래 두는

역사적 전환점”이라 평가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과반이 넘는 국민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했다”며

“민심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일한 입법 사안에 대해 여야가

“역사적 전환점”과

“희대의 악법”이라는

정반대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시기 한국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해석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종합 : 세 가지 사안이 겹치는 지점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사안,

선거관리위원회 신뢰도 붕괴,

반복된 개헌 실패,

검찰 체계 전면 개편은

각각 별개의 사안으로 진행돼왔다.

인과관계로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선관위 통계 조작 수사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진행형 사안이고,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찰개혁이라는

별도의 정바카라 트랙에서 비롯됐으며,

연임 개헌 논란은 국회의장의 발언에서

비교적 우발적으로 촉발됐다.


다만 세 사안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기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는 시점에

권력 구조를 바꾸는 논의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관위 신뢰도는 1년 사이

49%에서 14%로 낮아졌다.


87년 체제 이후 세 차례의 개헌 시도는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70여 년간 이어진 검찰 수사 구조는

한 달 사이 여론이 두 차례 뒤집히는 과정을 거쳐 전면 개편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라는 발언이,

발화 당사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흘간 정치권 전체를 흔들었다는 사실은,

이 논의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현재 한국 슬롯가 겪고 있는

제도 신뢰의 위기와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개헌과 연임 논의를 둘러싼 이번 사례는,

제도 변화에 대한 논의가 “그 제도를 지금 누가,

어떤 신뢰 수준에서 다루고 있는가”라는 맥락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