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휴일은 없다

저녁이 있는 삶, 그러나 저녁밥은 없는 삶

by다소느림

토요일이 통째로 쉬는 날이 된 게 언제부터였더라?


2004년 7월, 공공부문과 금융업,

1천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됐다.


2005년 300인 이상,

2006년 100인 이상,

2007년 50인 이상,

2008년 20인 이상.


2011년 7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되며

8년에 걸친 여정이 끝났다.


학교는 조금 늦었다.


2005년 3월,

매달 넷째 주 토요일부터 시작한 격주 휴업이

2006년 둘째·넷째 주로 확대됐다.


흔히 '놀토'라 부르던 그 체제가

2011년까지 이어졌고,

전면 주5일 수업제는

2012년에야 완성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IMF 외환위기 수습바카라으로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카드를 처음 꺼냈다.


2000년 정부가 주 40시간제 도입을 공식화한 뒤,

삶의 질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경영 타격을 우려하는 재계가

3년 가까이 부딪혔다.


2003년 8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신문 헤드라인이 이랬다.

"일주일에 이틀 쉬면 경제 망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과소비를 유발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리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힘을 얻었다.


정부는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3년간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늘리고,

최초 4시간 연장근로 가산기준을

50%에서 25%로 낮추고,

중소기업엔 근로시간 단축지원금을 지급했다.


지금 다시, 그 논쟁이 시작됐다


이번엔 주4일이다.

정확히는 주4.5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들어갔고,

2026년도 예산안엔 시범사업 예산 324억원이 편성됐다.

워라밸+4.5 프로젝트 276억원,

주4.5 특화컨설팅 17억원,

육아기 10시 출근제 31억원.


이름은 다양한데 방향은 하나다.


임금은 그대로,

시간만 줄이자는 것.


범정부 차원으로 넓혀보면

숫자가 확 달라진다.


노동시간 단축 관련

지원사업 전체 규모는 9,363억원.

노동자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11만 2천명에게 4,624억원이 배정됐다.


노사 합의로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엔

노동자 1인당 연간 최대 720만원,

병원 등 생명·안전 업종이나 비수도권 사업장엔

월 10만원을 우대 지원하고,

신규 채용을 확대하면 960만원까지 얹어준다.


324억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여기에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상생컨설팅'도 있다.


2004년부터 이어져온 이 사업은

2026년엔 포괄임금제 개선,

주4.5일제 도입,

노사파트너십 증진을 특화 과제로 신설했고,

20인 이상 사업장 대상으로

20개 수행기관이 진단부터 제도 설계,

정부지원사업 연계까지 지원한다.


중소기업은 전액 무료,

300인 이상은 비용 20%만 부담한다.


근로시간,

임금체계,

온라인 게임문화,

원하청 상생까지

10개 분야 21개 개선과제가

촘촘히 짜여 있다.


이 정도 재원이 붙는 이유는 하나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

2023년 기준 1,874시간.

OECD 평균 1,742시간보다 132시간 길다.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연간 16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주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17.7%로,

OECD 평균(12.9%)을 훌쩍 넘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까지

이 수치를 OECD 평균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숫자는 명확한데, 해석은 정확히 반으로 갈린다


자유기업원은 이 통계 자체가 착시라고 말한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23.9%로

OECD 평균(17.0%)보다 높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12.9%로

평균(14.3%)보다 낮다.


자영업자는 대체로 더 오래 일하고,

시간제 근로자는 노동시간 평균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한국은 전자가 많고 후자가 적으니

평균이 위로 쏠린다는 논리다.


이 취업구조를 보정하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0시간에서 1,829시간으로 줄고,

OECD와의 격차는 264시간에서

181시간으로 축소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2년 만에 연간 노동시간을 245시간 줄였다.


일본이 1995년부터 2023년까지

28년 걸려 259시간 줄인 것과 비교하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나라라는 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20여 년간

OECD 국가 중 전체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나라가

한국이라는 통계를 냈다.


같은 숫자, 다른 의견


여론은 근소하게,

그러나 뚜렷한 결을 두고 갈린다.

갤럽 조사에서 주4.5일제 찬성 48%,

반대 42%.


20~50대와 사무관리직에서 찬성이 높고,

60대 이상에선 30%까지 뚝 떨어진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61%가 찬성했지만,

다른 조사에선 정규직 찬성률 64.5%,

비정규직 55.3%로 벌어진다.


20대 74.2%,

50대 55.3%.

임금이 줄어든다면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64%에 달한다.


방송인 박명수는 라디오에서

"주6일제 시절 토요일 낮에 퇴근하고도

열심히 살아 지금이 있는 것"이라며

"인구도 부족한데 노동시간까지 줄이면 안 된다.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고 말해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그는 "나는 프리랜서라 명절에도 일한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이 발언 자체가 역설적으로 이 논쟁의 축소판이다.


프리랜서·일용직에게 애초에

'쉬는 날 임금 보전'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사실을,

반대 논거로 쓰든 찬성 논거로 쓰든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이 균열의 이름은 형평성이다


일용직과 시급제 노동자는

애초에 이 제도의 설계 대상이 아니다.


회사가 주4일제를 하든 안 하든,

일용직은 그 정바카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일이 있으면 일하고 없으면 쉰다.


문제는 그래서 생긴다.

월급제 정규직은 하루를 쉬어도

월급이 그대로인데,

일용직은 하루를 쉬면

그날 받을 돈이 그냥 사라진다.


애초에 '쉬는 날에도 급여가 보전되는'

개념 자체가 이들에게는 없다.


같은 나라, 같은 시기에

누군가에게는 유급으로 늘어나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원래부터 있던

무급의 하루일 뿐이다.


건설업 산재보험료율은 3.6%로

일반 사무업(0.7%)의 5배가 넘고,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 여부조차

한 사업장에서 한 달에 며칠을 일했는지에 따라

매달 다시 판정된다.


이번 달 7일만 일하면 비가입,

다음 달 9일을 채우면 가입.

이렇게 매달 근무일수로

신분이 바뀌는 노동자에게

'주4일제'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다.


비정규직 비율은 2024년 기준 38.2%,

845만 9천명.


기간제 22.6%,

시간제 19.2%,

비전형 8.6%.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33.2%로 가장 높고,

교육정도별로는 고졸이 43.0%로 가장 높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65.2%,

그마저도 전년보다 1.3%포인트 더 벌어졌다.


정규직 시간당 임금은 3.2% 올랐고

비정규직은 1.3% 오르는 데 그쳤다.

슬롯보험 가입률도 정규직 94% 이상,

비정규직은 68~82% 수준이다.


정부와 노동계 사이엔

비정규직 규모를 세는 잣대 자체도 다르다.


정부는 38.2%,

한국노동슬롯연구소는 41.5%로 잡는데,

두 기관의 격차는 2016년 11.5%포인트에서

2025년 2.8%포인트로 좁혀지는 추세이긴 하다.


그런데 2026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로 정해졌고,

물가상승률은 2%대로 예상됐던 만큼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격차는 좁혀지는 게 아니라,

몇 개의 통계 축 모두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격차 위에

주4.5일제를 얹으면 어떻게 될까?


학술 연구는 이 제도가 IT·서비스업,

그리고 상용직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도입돼왔다는 걸 확인했다.


논문은 한국 도입 시

"노동시장 격차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고려가 필요하다는 문장 뒤에,

구체적인 대바카라은 아직 없다.


업종별 격차는 더 노골적이다


지금까지 나온 성공사례는

핀테크, IT, 병원.

전부 화이트칼라이거나

준화이트칼라다.


건설업은 언급조차 드물다.

법무법인 신김의 뉴스레터는

사무직·IT 개발직 외에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산업 특성을 고려한 모델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자유기업원 보고서도 업종별 수용도

격차를 그림으로까지 그렸다.


IT·디지털은 비대면 업무라 높은 수용성을,

제조업은 설비 가동률의 연속성이 필수라서,

돌봄업종은 365일 운영에

인력 충원이 필수라서

저마다 다른 벽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는

"주4.5일제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하고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작용을 줄이려면 근로자 입장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평균적인 소정 근로시간은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되

경영계가 원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일본과 미국은 노사 합의로 비교적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업종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직 그 벽을 넘을

구체적 설계는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반응은 더 즉물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정확히는 42.1%가

주4.5일제 시행 시

납기 준수의 어려움을 우려했고,

24.1%는 인건비 부담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모든 인력의 근로시간이

4시간 줄어들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차라리 문을 닫겠다고 할 것"이라 말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임금이 줄어들더라도

연장근로수당이 증가하는 부분은

여전히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남을 거란 지적도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 조규준 바카라임연구원은

"주4.5일제가 현실화된 만큼

중소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도입한 뒤에도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설문에서는

경영·경제학과 교수들조차 기업 경쟁력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줄 정부 정바카라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꼽았다.


실제로 참여한 기업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올해 상반기,

워라밸+4.5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191개소를 넘었다.


대부분 노동시간을 주당 2시간 이상 줄였고,

직원 만족도 향상과 이직률 감소,

생산성 개선을 확인했다.


고용노동부 권창준 차관은 현장 간담회에서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워라밸+4.5 프로젝트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핀테크 기업 와이어바알리는

주 40시간을 38시간으로 줄이면서

시간당 임금이 약 5% 오르는 효과를 봤고,

퇴사자는 4명에서 1명으로 줄고

신규 입사자는 3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참여 기업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휴무,

월 2회 4시간 단축근무,

매일 1시간씩 단축 등

저마다 다른 방식을 택했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100여 개 기업,

3천여 명의 노동자가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시범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원래 여력 있는 곳들이다.


미 건강한 조직이 성공사례를 만들고,

그 성공사례가 "다들 하면 된다"는 근거로 인용된다.

자유기업원 보고서도

정확히 이 지점을 짚는다.


해외의 근무일 단축 성공 사례는

한국과 경제 규모나 산업 구조가 매우 다르거나,

실험에 참여한 기업들이

이미 높은 조직 문화 수준과

혁신 역량을 갖춘 곳들이라서,

도입이 어려운 대다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택 편향이라는 함정이 여기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같은 함정이 보인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지금은 약 85%의 기업이

주4일제를 시행 중이다.


노조와 시민슬롯단체의 요구에서 출발한

국가 차원의 실험이었다.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그런데 스페인의 임금삭감형 모델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희망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3년간 실험 중인데,

정부가 기업 손해액 보전을 위해 5천만 유로,

약 680억원의 예산까지 바카라정했다.


하지만 참여 직원에겐 임금 15% 삭감을 전제로 하니,

텔레포니카 직원 2만여 명 중 단 0.75%,

150여 명만 신청했다.


벨기에는 아예 다른 접근을 택했다.

주5일치 근무시간을 4일에 압축해서

몰아 쓸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되,

총 근로시간 자체는 줄이지 않는다.


시간 단축이 아니라

시간 활용의 유연화가 목표라는 거다.


미국은 법제화 없이 일부 의원의

주32시간 법안 발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일본도 법적 강제 없이

일부 공공기관의 자율 도입에 그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정부가 강제하기보다

현장의 자율적 선택과 협의에 맡긴다는 것이다.


임금과 참여율의 차이


이 단순한 사실이 지금 논의의 핵심 딜레마다.

임금 삭감 없는 단축이 가능하려면

시간당 생산성이 최소 10% 이상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생산성은 54.64달러,

미국(97.05달러)의 56% 수준이다.


생산성을 올리지 않고 시간만 줄이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으로,

혹은 재정으로 넘어간다.


재정으로 넘어간다면 그 다음은 뻔하다.


2026년 국가채무는 1,413조 8천억원,

GDP 대비 51.6%.


1년 전 49.1%에서 훌쩍 뛰었다.


2027년 1,532조 5천억원,

2028년 1,664조 3천억원을 거쳐

2029년엔 1,788조 9천억원,

GDP 대비 58.0%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자지출만 33조 6천억원,

전년 대비 12.8% 급증했다.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이 부담은 줄지 않는다.


의무지출은 387조 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었는데,

재량지출은 340조 2천억원으로

0.5% 느는 데 그쳤다.


정부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돈이

그만큼 말라가고 있다.


국고채 발행한도는 225조 7천억원,

이 중 순발행 규모만 109조 4천억원.

이 와중에 새 정바카라을 하려면,

결국 늘어나는 부채 위에

또 얹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부채 비율 자체는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낮다.


일본(260%대),

미국(120%대),

프랑스·이탈리아(110%대)와 비교하면

여유 있어 보인다.


통합재정수지도 -1.5% 수준으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절대 수준이 아니라 증가 속도,

그리고 앞으로 본격화될

고령화·복지 지출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 수치가 양호한 이유가

건전해서가 아니라 아직 본격적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초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데,

다른 나라들의 부채비율은 이미 고령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의 수치라는 점에서,

지금부터의 속도가 더 예리하게

주목받아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게다가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미국·일본처럼 자국 통화로 국채를 발행하고

그 통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갖는 나라들과는,

부채를 감당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정치권은 이 모든 계산을 서로 다르게 편집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은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계적 전환하는 것.


근로시간이 줄면서 추가 채용이 필요해지면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조건이 붙는다.


궁극적으로는 주4일제로 나아가,

2030년까지 평균 근로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낮추겠다는 게 목표다.


고용노동부 추진안은 좀 더 신중하다.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여,

주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대선 국면에서 경쟁했던 국민의힘은

애초에 다른 방향을 내세웠다.

근로시간 유연화,

주52시간 규제 완화 쪽이었다.


당시 김문수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반도체 연구·개발직에 특별연장근로 지침을 마련하며

"주52시간 근무 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다 처벌하는 것은 너무 경직적"이라 말한 바 있고,

국민의힘 측은 이재명식 4.5일제를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바카라"이라 비판했었다.


대선은 끝났지만 이 노선 차이는 그대로 남아 있다.

같은 '주4.5일제'라는 이름 아래,

여전히 여러 개의 다른 설계도가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마저 생산성·임금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슬롯적 대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냈다.


자유기업원은 아예 새로운 법제화보다

기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최대 6개월 적용 범위를 1년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연구개발직 3개월을 1년으로),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의

근로시간 특례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획일적 강제보다

업종별·직무별 맞춤형 유연근무제를 늘리자는 것이다.


그 사이,

삼성전자가 먼저 움직였다.

노사협의로 월중 휴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월 필수 근무시간(160~168시간)을 채우면

월급날이 있는 주의 금요일엔 출근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

포스코, LG전자도 비슷한 방식이다.


세브란스병원은 병원계 최초로

주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번아웃과 퇴사율이 감소했다.


지자체도 움직였다.

충남은 광역단체 최초로

2세 이하 육아 대상 주4일제를,

제주는 전 직원 주4.5일제를,

서울시는 주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한

'주4일 출근(8세 이하 육아)'을 도입했다.


정치권은 삼성전자의 시범 운영 발표를

'삶의 질 향상'과 '노동 혁신'의 상징으로 소환했다.

대기업 하나의 결정이,

국가적 담론의 물꼬를 텄다.


기업의 자율 도입은 그 자체로 불안정하다


카지노는 2023년 주4일제를 폐지했다.

에듀윌도 2019년 도입했다가

2023년 주5일제로 되돌아갔다.


국가 시바카라이 아니라 기업 결정에 달린 제도는,

기업이 어려워지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줬다가 뺏는 느낌은

사내 갈등의 불씨가 된다.

실제로 두 회사 모두 폐지 이후

노조 가입률 상승과 퇴사율 증가를 겪었다.


반대로 교육기업 휴넷은

2년간 주4.5일제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아예 주4일제로 확대해

6개월간 시범 적용에 들어갔다.


한 직원은 "휴식이 길어지니

업무시간에 더 몰입할 수 있다"며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직원들이

바카라임감 있게 해낼 거라고 믿는

회사의 신뢰, 직원 성숙도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고객을 만나야 하는 부서는

인력을 번갈아 배치하거나

충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같은 실험을 하고도,

어떤 회사는 물러섰고

어떤 회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모든 논쟁의 밑바닥에 있는 오래된 질문


가사와 돌봄은 누가 감당하는가?


여성은 가사노동의 어려움으로

'경제적 보상 없음(32.8%)'과

'가구원이 인정하지 않는 것(22.0%)'을

남성보다 높은 비율로 꼽는다.


돌봄의 어려움에서도 여성은

'체력 부족' 다음으로

'시간 부족(34.1%)'을 꼽았다.


남성이 돌봄의 어려움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도 '시간 부족'이지만,

여성보다 '가구원이 인정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꼽은 게 흥미롭다.


각자 다른 결핍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맞벌이 부부 연구는 아내가 유급노동시간과 무관하게

가사노동 대부분을 떠맡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남편의 젠더 역할 태도와 교육 수준은

아내의 가사노동시간과 강하게 연관되지만,

아내의 유급노동시간과 경제력은

남편의 가사 참여를 거의

설명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간이 아니라 젠더 이데올로기가

그 분담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학술 연구도 한국에

주4일제를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할 쟁점으로

'젠더평등에 주는 함의'를

명시적으로 꼽았다.


쉬는 날이 하루 늘면,

그 시간은 누구에게 휴식이 되고

누구에게 또 다른 노동이 될까?


캐나다의 한 법률사무소는 이 질문에 직접 답했다.

직원 50명 중 48명이 여성이었던 이 회사는,

팬데믹 기간 돌봄과 가사 부담을 짊어진 그들을 위해

급여 삭감 없이 주4일제를 도입했다.


대표 변호사는 "가족 바카라임을

관리할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 말했다.


한국의 논의엔

아직 이런 구체적 설계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전혀 다른 변수가 다가오고 있다


오픈AI는 정바카라 보고서에서

임금 삭감 없는 주4일(32시간) 근무제

시범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AI로 늘어난 생산성을

노동시간 단축으로 돌려주자는 논리다.


로봇세 도입,

공공기금 조성 같은

새로운 분배 구조까지 함께 제시했다.


줌 CEO 에릭 위안은

"AI가 삶을 더 좋게 만든다면

왜 주 5일을 일해야 하느냐"며

"모든 기업이 주 3~4일 근무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JP모건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은

앞으로 20~40년 안에 AI가 근무시간을

주 3.5일로 줄일 거라 전망하면서도,

5일 출근 정바카라을 시행 중인

자신의 회사도 재교육과 인력 재배치,

조기 퇴직 제공을 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반대 목소리도 있다.

AI가 노동시간을 줄이기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요구하거나

아예 사람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기술 기업의 CEO들이

노동 정바카라의 설계자로 나서는 이 그림 자체가,

누구를 위한 재편인지 다시 묻게 만든다.


시간을 줄여주는 기술이 될지,

사람을 줄이는 기술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주5일제 때도 똑같았다.

"일주일에 이틀 쉬면 경제 망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과소비를 유발하고

중소기업을 줄도산시킬 거라 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나라가 됐다.


그 통계를 낸 곳이 다름 아닌

경영자총협회라는 사실은,

역사가 종종 반대편의 손으로

아이러니를 완성한다는 걸 보여준다.


20년 전의 우려와 지금의 우려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다른 게 있다면 하나뿐이다.


주5일제는 8년에 걸친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시행이라는

완충장치가 있었다.


지금 주4.5일제엔

그만한 구체적 로드맵이 아직 없다.


법정노동시간을 못 박는 대신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방향을 슬쩍 튼 것도,

그 완충장치를 아직 못 만들었다는 방증에 가깝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 했다.


그런데 그 저녁을 만들 재원은 세금에서,

그 저녁을 지킬 생산성은 아직 부족한 수치에서,

그 저녁을 함께 누릴 형평은 벌어지는 격차에서 온다.


정규직에게는 저녁이 생기고,

비정규직과 일용직에게는

저녁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든다.


대기업엔 홍보할 성과가 생기고,

중소기업엔 감당할 청구서가 온다.


IT 사무직엔 압축할 여지가 있고,

건설 현장과 교대제 사업장엔

몸으로 채워야 할 시간이 그대로 남는다.


여성에겐 늘어난 하루가

돌봄의 몫으로 다시 채워질 가능성이 있고,

남성에겐 그 하루가 온전히 여가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누군가의 저녁상 위에 앉은 밥그릇이,

다른 누군가의 몫에서 옮겨온 건 아닌지.


시간을 줄이는 일에,

모두가 같은 속도로 도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