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의 그림자
동네를 걷다 보면 삼겹살집이 유독 눈에 띈다.
몇 해 전만 해도 그 자리는 치킨집의 몫이었다.
퇴직 후 창업,
부부 창업,
소자본 외식 창업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나오는 업종이 치킨이었다.
진입장벽이 낮고,
조리법이 표준화돼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다는
보편성이 있었다.
지금은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통계로 확인해보면,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영업 생태계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 재편의 한 단면이다.
치킨이 국민 외식 메뉴의 자리에 오른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외식 메뉴 1위에 올라섰다는 서술이 있을 정도로,
치킨은 실직과 명예퇴직이 쏟아지던 시기의
생계형 창업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2년 3,000억 원 규모였던 치킨 시장은
2011년 3조1,000억 원으로
9년 만에 열 배로 불어났다.
2016년 기준 국내에서 소비된 닭고기는 8억 마리,
성인 한 명이 연간 20마리를 먹은 셈이었다.
같은 해 공정거래위원회 통계로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4,453개로 전체 1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많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개인 매장까지 더하면
4만 개를 넘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2019년 KB 자영업 분석보고서 기준으로는
국내 치킨집 수가 약 8만7,000곳까지 늘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600명당 치킨집 1개꼴이었다.
'치킨공화국'이라는 별명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통계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3만1,397개로
전년보다 5.3% 늘었지만,
프랜차이즈와 개인 매장을 모두 합친
전국 치킨전문점 수는
2023년 기준 3만9,789개로
2020년(4만2,743개)보다
거의 3,000개 줄었다.
프랜차이즈는 늘고 개인 매장은 줄어드는 이중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가맹사업 현황에서도
전체 가맹점 수는 37만9,739개로 성장세를 회복했지만,
치킨·피자처럼 과거 창업의 대표주자였던 업종은
예전 같은 확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나온다.
매출은 나쁘지 않다.
2024년 치킨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전년보다 5.2%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별로 뜯어보면 그림이 더 복잡해진다.
교촌치킨은 점포당 평균 매출 3.7억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고,
영업이익률은 12~15%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건 매출 규모가 아니라 이익률 순위다.
굽네치킨은 매출 규모에서
교촌에 못 미치지만 영업이익률은
14~17%로 오히려 더 높다.
네네치킨은 점포당 평균 매출 2.5억 원,
영업이익률 11~14% 수준이다.
반면 '두 마리' 콘셉트로 빠르게 매장을 늘려온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점포 증감률이 10%에 달할 만큼 성장세가 빠르지만,
점포당 평균 매출은 2억 원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낮은 객단가를 자처하는 콘셉트가
매출의 절대 규모를 끌어내리는 것이다.
배달 중심 매장이 많은 신흥 브랜드 푸라닭은
2025년 감사보고서 기준 본사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2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마케팅비 급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출 규모,
영업이익률,
점포 증감률이라는
세 지표가 브랜드마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치킨 시장이 이제 하나의 성장 곡선으로
설명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매출이 순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5년 기준 개인 치킨집의 평균 순이익은 월 350만~600만 원,
순이익률로는 18~25% 수준으로 분석된다.
다만 매출의 70% 이상이 배달앱을 통해 발생하는 구조에서
배달앱 수수료가 매출의 10~15%를 잠식한다.
여기에 임대료 200만~500만 원,
인건비 400만~600만 원이 고정비로 얹히면,
월 700만 원 이상이 매출과
무관하게 빠져나가는 구조가 된다.
2022년 3월,
BBQ 윤홍근 회장의
"치킨값 3만 원이 적당하다"는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한 가맹점주는 언론 인터뷰에서
"1만8,000원짜리 치킨을 팔면
3,000원도 안 남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예전엔 수익률이 25%였다면
지금은 10%도 안 된다"고 했고,
월 판매액 3,000만 원 기준으로
인건비와 임대료를 떼면 순수익이
300만 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2026년 4월에는 한 프랜차이즈 점주가
메뉴 44개의 손익구조를 가맹본부 공급가 기준으로
직접 역산해 공개하며 "2만3,000원짜리 팔면
1,000원 남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뉴별 수익 차이는 최대 다섯 배까지 벌어졌고,
일부 메뉴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이 '3,000원' '1,000원'이라는 숫자는
특정 개인의 창작이 아니다.
2022년 논란 이후 여러 가맹점주들이
반복적으로 꺼내 든 반박의 언어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반복적인 공급 충격이 겹친다.
종란 부화부터 육계 출하까지 100일 이상이 걸리는 구조라,
한번 AI가 발생하면 공급 회복에 최소 석 달이 걸린다.
2026년 4월 육계 10호 도매가격은 kg당
평균 4,191원으로 전년 동월(3,754원)보다 11.6% 높았고,
프랜차이즈 납품 가격은 kg당 4,069원으로
전년 대비 16.0% 상승했다.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1.3%,
평년 대비 3.3%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2026년 6월 기준 닭고기 가격은 kg당 6,637원으로
1년 전보다 19.2% 올랐다.
배달 수수료로 마진이 눌리고,
원가는 예측 불가능하게 출렁이는 이중고 속에서,
국민 창업 아이템이라는 치킨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치킨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실제 소비량 통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30.0kg으로,
평년 소비량(28.1kg) 대비 6.8%,
전년(29.6kg) 대비 1.4% 늘었다.
이는 닭고기(15.2kg)와 소고기(14.9kg) 소비량의 약 두 배에 달하고,
쌀 소비량(55.8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가정에서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
돼지고기를 꼽은 응답자가 63.2%였다.
소고기가 21.1%, 닭고기가 14.7%,
오리고기가 1.0%로 그 뒤를 이었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삼겹살을 가장 선호하는 부위로 꼽은 비중이 60.0%였고,
목심(24.5%), 갈비(7.8%), 앞다리·뒷다릿살(4.4%)이 이었다.
조리 형태로는 구이류가 62.6%,
요리류가 37.4%였다.
반면 닭고기 소비량도 늘긴 했다.
2023년 기준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약 26마리,
정육 기준 15.7kg으로 추정되는데
2003년(7.8kg)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정확히 두 배로 늘었다.
결국 두 육류 모두 소비량 자체는 늘어왔지만,
절대량에서는 돼지고기가 애초부터
압도적 우위에 있었던 셈이다.
치킨이 배달과 야식,
회식 2차라는 특정 소비 상황을
미디어에서 독점해온 사이,
실제 육류 소비의 무게중심은
이미 돼지고기,
그중에서도 삼겹살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문화적 배경 하나를 곁들이자면,
한류 콘텐츠와 먹방의 확산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먹방'이라는 단어는 이미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고,
CNN과 블룸버그 같은 해외 매체가
이를 별도로 다룰 만큼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한식진흥원이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30개월간
유튜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식 관련 영상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이 5~7배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로
2024년 K-Food+ 수출액은
사상 처음 13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66억7,000만 달러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런 수치는 대부분 해외에서
한식과 한국 술이 인기를 끈다는
수출·콘텐츠 확산의 증거이지,
국내 소비자가 치킨 대신
고깃집을 택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해주는 자료는 아니다.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유튜브 콘텐츠가
국내외에서 늘어난 것과,
국내 창업 트렌드가 고깃집으로 옮겨간 것 사이의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통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삼겹살과 소주가
한류 콘텐츠 안에서 하나의
'국가 정체성 소재'로 반복 노출되면서,
국내에서도 이 조합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심리적 효과 정도는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보면
이 흐름이 창업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3년 말 기준 한식음식점 사업자 수는 41만 명으로,
통신판매업(60.7만 명) 다음으로 많은 업종이었다.
2024년 2월 기준으로는 41만1,414명까지 늘었다.
부동산중개업(14.5만 명),
미용실(11.4만 명),
커피음료점(9.6만 명),
교습학원(6.5만 명),
분식점(5.4만 명),
편의점(5.4만 명),
패스트푸드점(4.8만 명)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다만 고깃집은 국세청 분류상
한식음식점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묻혀 있어서,
삼겹살집만 따로 떼어낸
국가 공식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통계의 공백 자체가,
치킨집이 국가데이터처가 별도로 집계하는
업종인 것과 대비되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위기가 눈에 보이는 업종과,
위기가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업종의 차이다.
민간 조사기관이 집계한 고깃집 프랜차이즈
가맹점 개수 순위 같은 자료는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는 연 1회만 공시되는 데다,
자료를 인용하는 매체마다 서로 다른 연도의 수치를
섞어 쓰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업종을 대표하는 두 브랜드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가맹점 몇 개'라는 숫자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명륜진사갈비 운영사인 명륜당의 매출액은
2020년 1,398억 원에서 2022년 956억 원으로
2년 새 31.6% 급감했다.
무한리필 프랜차이즈로 급성장한 뒤 찾아온
반작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2021년에는 돼지갈비 30%와
목전지 70%를 섞어 놓고
'돼지갈비 무한리필'로 표기한 게 적발돼
대표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법인은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26년 5월 드러났다.
명륜당 대주주가 대부업체를 14개나 설립해,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창업 비용 명목으로
연 12~18%의 고금리 대출을 실행해온 사실이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밝혀진 것이다.
2022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이 대출 규모만 1,451억 원에 달했고,
창업 시 이 대출을 받은 가맹점 비율은 90%에 육박했다.
정바카라금융기관에서 연 3~6% 저금리로 빌린 돈을
대부업체를 거쳐 가맹점주에게
고금리로 재대출해주는 구조였다.
폐업한 곳까지 포함하면
이 고금리 대출의 덫에 걸린 점포가
900개를 넘는다는 게 취재 결과다.
공정위는 2026년 5월 명륜당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검찰 고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고,
문제의 대부업체 13곳은 2025년 12월 자진 폐업했다.
명륜당은 2024년부터 이미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사모펀드 등과 인수 협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남돼지집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창업 정보 사이트마다 매장 수를 다르게 적어놓았는데,
이 차이는 실제 증감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점의 정보공개서를
그대로 인용한 결과에 가깝다.
2025년 8월에는 공정위가 하남돼지집 운영사에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8,000만 원을 부과했다.
계약서에 없던 26개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일방 지정하고,
따르지 않는 가맹점주에게 육류 공급을 끊은 사건이었다.
가맹점 개수라는 하나의 숫자로
업종을 요약하려던 시도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사)외식·프랜차이즈 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1만1,609개이며,
이 중 돼지고기·소고기 관련 브랜드는 452개로 조사됐다.
이만큼 많은 브랜드가 명멸하는 시장에서,
몇 개 브랜드의 매장 수 순위보다 눈여겨봐야 할 건
그 이면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급성장, 매출 정체,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이해 충돌,
결국 매각이나 축소로 이어지는 흐름 말이다.
고깃집이 치킨보다 낫다는 인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원가율만 보면 답은 명확하지 않다.
돼지고기 전문점의 원가율은 35~38%를 넘기면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이고,
한우 전문점은 45%까지도 허용되는 대신
객단가가 높아야 커버된다.
서울 강남권의 한 프리미엄 삼겹살집 사례를 보면,
원육 1kg당 1만5,000원에 매입해
1인분(200g) 1만6,000원에 판매하면
계산상 원가율이 42%에 달한다.
이 매장은 높은 회전율과
사이드 메뉴 매출로 이를 보완한다.
실제로 사이드 메뉴는 원가율이 25% 이하로 낮아서,
전체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한다.
요식업 평균 재료비 비중이 30~35%인 것과 비교하면,
고깃집의 원가 부담은 오히려 치킨
(원가율 약 35%, 마리당 원가 6,000~7,000원에 판매가 2만 원 기준)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객단가를 지키기 위한 차별화 전략도
이제는 예전만큼 힘을 못 쓴다.
몇 년 전만 해도
'워터에이징 3일 숙성' 같은 문구는
평범한 삼겹살집과 구분되는
프리미엄의 표식이었다.
지금은 웬만한 삼겹살집이
죄다 '숙성'을 내세우면서,
그 표식 자체가 차별점이 아니라
업계 표준이 돼버렸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24시간, 3일, 7일 숙성 같은 문구에
현혹되지 말라"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숙성이 유의미하려면
소고기 기준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데,
마케팅에 쓰이는 짧은 숙성 기간은
과학적 근거보다 문구 자체의
인상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신선육을 내세운 한 정육 스타트업이
'숙성육보다 신선육이 기름이 더 맑다'는 광고를 냈다가,
정육점 사장님들과 축산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광고를 내리는 일도 있었다.
신선육과 숙성육의 우열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고
개인 취향의 문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박이었다.
결국 '숙성'이라는 단어는
소비자 입장에서 맛의 차이를
보장하는 신호가 아니라,
어느 매장이나 붙일 수 있는
상투적 문구에 가까워진 셈이다.
차별화 전략이 보편화되는 순간
차별화 기능을 잃는다는 건,
앞서 살펴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흥망과도 겹치는 패턴이다.
차이는 채널에 있다.
치킨은 매출의 70% 이상이 배달에서 나오고,
그 배달 수수료가 마진을 갉아먹는다.
고깃집은 홀 매출 비중이 높아
이 수수료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4인 테이블 하나에 고기와 술,
사이드 메뉴가 얹히면 객단가는
치킨의 몇 배로 뛰어오른다.
마진율이라는 비율은 비슷할 수 있어도,
절대 금액의 크기가 다른 인상을 만드는 셈이다.
다만 가맹으로 성공하는 비율은
20% 미만이라는 지적도 있다.
로열티 3~5%,
강제 인테리어 기준 등으로 초기비용이 커서,
잘 되는 매장과 망하는 매장의 편차가
치킨보다 더 크게 벌어지는 구조라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6년 3월 발표한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는
이 착시에 균형추를 하나 더한다.
외식업 평균 매출은 2억5,526만 원,
하루 방문객 53명으로 성장했지만, 영
업이익률은 2020년 12.1%에서
2024년 8.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41.4% 늘었는데
영업비용은 46.7% 늘었다.
식재료비 비중은 36.3%에서 40.7%로 치솟았다.
매출은 느는데 이익은 주는 불황형 성장이다.
이 흐름 속에서 업체들은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려
무인주문기(키오스크·테이블오더) 도입을 늘렸다.
도입률은 2021년 4.5%에서
2025년 13.0%로 약 3배 확대됐다.
배달앱 이용 비중은 30.0%,
배달대행 이용 비중은 29.4%로 나타나,
고깃집이 배달에서 자유롭다는 인상과 달리
한식 업종 전체로는 이미 배달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것도 확인된다.
한식음식점업은 외식업체의
약 41%를 차지하는 최대 카테고리이면서,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4년 누적으로 보면 한식음식점업 매출액은 46% 증가했지만,
배달 경쟁이 치열한 중식은 같은 기간
12.2% 성장에 그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그런데 한식진흥원의 2024년 한식산업 실태조사는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한식 음식점 및 주점업의 사업체 수와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2.1%,
3.9% 감소했다고 밝힌 것이다.
반면 한식 제조업,
즉 가정간편식 쪽은 사업체 수 3.5%,
매출액 17.1% 증가했다.
4년 누적 통계로는 성장했지만
최근 1년 단위로는 꺾이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밖에서 사 먹던 한식이 집에서 데워 먹는
간편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식당 안의 마진 압박은
원료 단계의 불안정성과 맞물린다.
돼지고기도 치킨 못지않은 전염병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구제역이
국내 양돈업의 상시적 위협이다.
구제역은 백신을 접종하는 순간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어
수출길이 막히는 구조라,
한국은 2000년 돼지콜레라 발생 이후
16년간 돼지고기 수출을 거의 하지 못했다.
국내 돼지고기 수급은 계절별로도 불균형해서,
모돈 수태율의 계절적 차이 때문에
5~6월 전후로는 공급이 부족하고
10~11월 전후로는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가 원래부터 있었다.
부위별로도 삼겹살과 목심 같은 선호 부위는
만성적으로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는 반면,
안심·등심·후지 같은 비선호 부위는
수출길이 막혀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불균형이 함께 존재한다.
2020년 기준 돼지고기 수입량에서
삼겹살(12만8,000톤)의 비중은
2위인 목살(5만4,000톤)보다
두 배 이상 압도적이었다.
2026년 4월 기준 국산 삼겹살 100g당 평균 가격은
2,603원으로 2,600원선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2,486원) 대비 4.7% 상승이다.
가축전염병과 사료가격 인상이 겹친 결과다.
2026년 2월 설 명절 기준으로도 삼겹살은
100g에 2,665원으로 전년보다 5.0% 비쌌고,
한우 등심은 100g당 1만2,590원으로 7.5%,
닭고기는 1kg당 5,994원으로 5.9%,
달걀은 10구에 3,943원으로 21.2% 올랐다.
축산물 전체가 동시에 오르는 구조였다는 뜻이다.
2026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도
국산 쇠고기(5.0%), 돼지고기(5.1%), 닭고기(6.3%)가
모두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2.6%)을 훌쩍 웃돌았다.
이 가격 부담을 소비자와 유통업계는 수입산으로 우회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로 2026년 1~3월 돼지고기 수입액은
6억1,877만 달러로 전년 동기(4억7,105만 달러) 대비
31.4% 증가했다.
다른 집계에서는 1분기 수입액이
전년비 91.5% 폭증했다는 수치도 나온다.
과거 같은 기간 수입액이 2022년 5억8,738만 달러,
2023년 4억7,118만 달러,
2024년 5억9,916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증가폭이 유독 가파르다.
수입산 삼겹살 소매가는
한돈 대비 40%가량 저렴하다.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원가에서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돈보다 20~30% 저렴한 수입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
미국·스페인·덴마크·캐나다산 돼지고기의 품질도
예전보다 크게 향상돼,
냉장·냉동 가공 시스템이 정교해지면서
삼겹살·목전지·앞다리살·갈비용 슬라이스 같은
'업소 맞춤형 상품'으로 공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산 돼지고기 자급률의 마지노선인 70%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리고 이 원료 단계의 풍경은 또 하나의 역설을 드러낸다.
한 축산 전문 매체는 2024년을 이렇게 요약했다.
"한돈농장의 수익은 높았다고 한다.
육가공회사들도 선방했다고 한다.
삼겹살 식당들은 곡소리가 났다.
원료 공급망 어딘가에서 이익이 쌓이고,
소비자와 맞닿은 식당이
그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이건 통계로만 읽을 얘기가 아니다.
족발집에서 직접 일해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구제역 소식이 뜨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매입 단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뒷다리살처럼 부위가 제한된 업종은
대체 부위로 돌릴 여지도 없다.
삼겹살집이야 비선호 부위와 조합해
원가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지만,
족발집은 그 방어막 자체가 얇다.
통계가 "돼지고기 원가율 35~45%"라는 범위로 뭉뚱그리는 사이,
현장에서는 그 범위의 양 끝을 오가는
낙차를 매일 몸으로 겪는다.
원료가 안정적이라서 고깃집이 낫다는 말은,
적어도 매입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적 충격이나 특정 사건 하나로 설명하기엔,
이 추세는 너무 오래,
너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 폐업률은 2020년 14.24%,
2021년 13.75%로 코로나19 시기에도 그럭저럭 버텼는데,
2022년 14.20%,
2023년 16.62%,
2024년 17.86%,
2025년 17.88%,
2026년 1~5월 17.54%로
4년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보다도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
몇 년째 유지되는 중이다.
특정 사건 하나가 만든 낙폭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는 게 정상인데,
이 곡선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완만하게 계속 오르고 있다.
식재료비 비중 상승,
배달 수수료 구조,
무인화로도 상쇄되지 않는 인건비 부담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매년 조금씩
더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1~10월)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의 외식업 폐업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서울 외식업 폐업 건수는 1만9,573건으로
전년보다 14% 늘었다.
국세청 통계로도 2025년 폐업 사업자는 97만6,000개,
전체 폐업률 8.64%였고,
소상공인이 몰린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
그중 음식업 폐업률은 15.14%로
소매업 다음으로 높았다.
광주는 이 흐름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2026년 1~5월 기준 광주의 외식업 폐업률은
18.65%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인천(18.52%),
경기(18.26%),
대구(18.05%),
충남(17.97%) 순이었고,
서울은 16.51% 수준이었다.
서울 안에서도 자치구별 격차가 뚜렷해서,
강서구(18.82%)가 가장 높았고
마포구(18.69%),
관악구(18.61%),
강남구(17.81%),
송파구(17.60%)가 뒤를 이었다.
반면 종로구(13.98%),
중구(14.02%),
용산구(15.06%)는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관광 수요와 업무지구 수요가
방어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님' 비중이
82.1%까지 치솟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호남권 외식업체의 무인주문기 도입 비중은
2020년 0%에서 2024년 9.8%로 급증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12.9%)보다는 낮은 수치다.
2023년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으로
협력업체 300여 곳이 겪은 유동성 위기가,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남긴
흔적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달앱은 치킨과 고깃집이라는
두 업종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2026년 국내 배달 시장은
연간 거래액 40조 원 시대를 열었다.
2025년 10월 기준 주요 배달앱
(배민·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먹깨비)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합산은
2,705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 증가했다.
배달의민족이 2,170만 명으로 1위,
쿠팡이츠가 1,230만 명(전년 대비 32% 증가)으로
뒤를 이었다.
2026년 5월 기준으로는
두 플랫폼이 전체 시장의 88.3%를 차지할 정도로
양강 구도가 굳어졌다.
배달 카테고리별 점유율을 보면
치킨이 여전히 부동의 1위다.
1순위 응답률 40%,
1·2순위를 합치면 60%까지 올라간다.
다만 요기요 데이터에서는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발견된다.
인기 메뉴는 치킨이 가장 많지만,
고액 주문은 족발·보쌈이
치킨보다 건수가 많다는 것이다.
치킨은 '자주 시키는' 카테고리이고,
육류 조리음식은 '한 번에 많이 시키는' 카테고리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
이 구조 위에서 배달 삼겹살이라는
새로운 포맷이 등장했다.
워터에이징으로 사흘 이상 숙성한
돼지고기를 구워 배달하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이런 배달 전문 브랜드는
조리를 위한 주방만 있으면 되고
매장 위치도 저렴한 곳에서 시작할 수 있어,
임대료 부담 없이 빠르게 매장 수를 늘렸다.
코로나19 이후 방문 외식이 비대면 배달로 대체되면서,
삼겹살·생선구이·백반·갈비찜·등갈비 같은
한식 메뉴를 취급하는 배달전문점이
함께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데이터가 있다.
배달의민족이 최소주문금액 없는
'한 그릇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5월 한 달 약 40만 건이던 주문이
10월에는 463만 건으로 늘어 약 12배 성장했고,
11월 기준 누적 주문 수는 2,250만 건을 기록했다.
그리고 한식 카테고리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메뉴는
'고기요리 1인분에 밥 한 공기'였다.
중식은 짜장면 등 식사 메뉴에
미니탕수육을 곁들인 구성이,
분식은 떡볶이에 사이드 메뉴를 더한 구성이
가장 잘 팔렸다.
4인 테이블에서 함께 먹던 삼겹살이 아니라,
혼자서도 부담 없이 시켜 먹는
1인분 포맷의 고기요리가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소주문금액이라는 배달의 진입장벽이 사라지자,
예전 같으면 시도조차 안 했을
'혼자 삼겹살 배달'이 실제 매출로
잡히기 시작한 셈이다.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다.
지금 늘어나는 삼겹살집이 사실은
이미 정점을 지난 시점의 풍경일 수 있다는 신호다.
2026년 푸드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육가공업체 인터뷰에서 식당에 공급되는 고기 중
특히 삼겹살 같은 고지방 부위의
재고가 쌓이는 현상이 확인됐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던
찌개, 전골, 삼겹살 같은
공유 메뉴의 섭취 빈도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두 가지다.
1인 가구의 급증과,
저속노화·저칼로리를 좇는 웰니스 열풍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2025년 처음으로
800만 가구(815만6,000가구)를 돌파했고,
2026년에는 836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혼밥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2014년 56%에서 2025년 83%로 늘었다.
2014년 혼밥이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된 SNS 키워드는
'쓸쓸하다' '이상하다' '외롭다'처럼 부정적이었지만,
2025년에는 '좋다' '즐기다' '편하다' '저렴하다'처럼
긍정적인 단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소비자 10명 중 8명이
혼밥을 당연하고 편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 흐름은 메뉴 포맷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반찬 없이 숟가락 하나로 먹을 수 있는
'원보울' 형태 음식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여러 사람이 나눠 먹던 고지방 삼겹살 같은
공유 메뉴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육류에서도 '제로' 콘셉트가 등장할 정도로,
저속노화와 저칼로리 트렌드는
2030 세대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2022~2025)
한국인의 식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반 밥과 국·탕류, 찌개류는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덮밥류(+8.2%),
샐러드(+22.2%),
샌드위치(+7.0%),
비빔밥(+13.7%) 같은
한 그릇 완결형 간편식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배달 및 테이크아웃 비중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배달이라는 채널 자체의 전체 비중은
정체되거나 줄고 있는데,
그 안에서 초소형 주문 포맷만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치킨은 배달 채널에 종속된 구조 때문에
매출은 나와도 마진이 남지 않고,
여기에 AI라는 반복적 공급 충격까지 얹힌다.
고깃집은 홀 매출 비중이 높아
배달 수수료 부담에서는 자유롭지만,
원가율 자체는 치킨보다 낮지 않고,
구제역과 ASF라는 전염병 리스크,
그리고 정치적 충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변수를
똑같이 안고 있다.
원료 단계에서는 한돈농장과
육가공회사가 이익을 남기는 사이
식당만 곡소리를 내는 배분의 문제도 겹친다.
지금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고깃집도,
혼밥화와 웰니스 트렌드라는
두 가지 힘 앞에서 이미
재편의 초입에 서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것은 특정 업종의 흥망이 아니라,
자영업 창업 시장이 반복해온
순환의 한 장면이다.
치킨이 국민 창업 아이템의 자리를 내주자
그 자리를 고깃집이 메웠고,
고깃집 역시 같은 포화의
사이클을 향해 가고 있다.
다음 순번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다음 업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지금 치킨집과 고깃집이 겪은 이 구조를
다시 한번 되풀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