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38도, 신뢰온도 0도

더위를 견디는 값

by다소느림

장마가 끝나면


기상청은 남부·중부지방의 장마가

이달 26일에서 27일 사이

공식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는 이미 지난 19일 장마철이 끝났다.


문제는 장마가 끝나는 순간부터다.

대기 중하층을 덮는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을 덮는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에 자리 잡는

이른바 '이중고기압' 구조가 형성되면,

대기 상하층이 모두 막혀

열기가 빠져나갈 곳을 잃는다.


기상청이 내놓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의

기온 전망을 보면 낮 최고기온이

29도에서 37도 사이를 오간다.

아침 최저기온도 23도에서 26도로,

열대야가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폭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예년과 눈에 띄게 달라졌다.


기상청은 18년 만에 폭염특보 체계를

전면 개편해 기존 주의보·경보의 2단계 체계에

'폭염중대경보'를 새로 얹었다.


체감온도 38도 이상이

이틀 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는 최상위 단계다.

이 기준이 전국 최초로 발동된 곳은

경북 경산과 포항이었다.


지난 12일,

경산의 낮 최고기온은

39.9도까지 치솟았다.

이미 5월 중순부터

이례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경기 양주시 은현면에서는 36.8도로

2026년 최고기온 극값이 새로 쓰였고,

강원 강릉에서는 5월 31일

벌써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전년보다 19일이나 빠른 기록이었다.


기상청과 언론이 종합한 전망으로는 올해가 2024년,

2025년처럼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

극단적 폭염일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그러나 역대급까지는 아니어도 몸으로 체감하는 더위는

예년 못지않게 혹독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이 더위는 단순히 온도계 숫자로만 남지 않는다.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의 몸,

밥상 위에 오르는 음식의 안전,

논밭의 작물과 가축, 전력망,

그리고 도시 곳곳에 마련된 쉼터까지,

슬롯의 거의 모든 접점에서

폭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드러낸다.


뙤약볕 아래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13일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바카라'을 발표하며

이를 '기후 재난'으로 규정했다.


핵심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 규정 개정을 통해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폭염 작업을 할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도록 법제화했다는 점이다.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으면

옥외작업 중지가 권고 기준으로 세분화됐다.


'폭염'과 '폭염작업'이라는 용어 자체가

법 조문에 정의로 들어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안전보건규칙에서는 폭염작업을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연속 작업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치는 지난해 안전보건규칙 개정과

2024년 10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에 뒤이은 것이다.


그 전까지는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라는 이름의

권고사항에 머물러 있던 내용이,

전문가 포럼과 업종별 간담회,

노사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주의 법적 의무로 격상됐다.


고용노동부는 건설업을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으로 지목했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지방관서 기관장이

직접 현장을 점검해 휴식 부여 여부와

옥외작업 중지 여부, 건설현장에 투입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그늘막과 이동식 에어컨의 설치 여부까지 확인하도록 했다.


조선업 역시 철제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복사열 때문에

별도로 관리 대상에 올랐고,

물류·택배업은 실내 작업장임에도

환기가 어려운 특성을 고려해

관리 온도 설정과 휴게시설 개선 여부가 감독 대상이 됐다.


정바카라의 실행 일정도 촘촘하게 짜였다.

5월 15일부터 31일까지는

사업장 스스로 개선하는 자율점검 기간을 뒀고,

6월 1일부터 12일까지는

전국 폭염 고위험사업장 1천여 곳을 대상으로

사전 집중 점검을 벌였다.


6월 23일부터는 9월 30일까지

본격적인 산업안전 감독 체계로 전환해,

이 기간에는 위반이 확인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하겠다고 못박았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는

이동식 에어컨 등 재정지원 예산이

280억 원으로 확대됐고,

체감온도계와 쿨키트,

생수 등 물품지원 예산 15억 원도 새로 편성됐다.


옥외에서 장시간 운행하는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별도 대바카라도 마련됐다.


8대 배달플랫폼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152개 이동노동자 쉼터를 거점으로 삼아

8월 말까지 생수 50만 병을 공급하는

'쉬어가며 배달하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심박수와 작업장 체감온도 정보를 바탕으로

심부체온을 추정해 위험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위급 상황에서는 위치 확인과 구조 요청 기능까지 제공하는

'열스트레스 관리 시스템' 개발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법 조문에는 분명히 적혀 있다.

시원한 물 제공과 보냉장구 지급은

사업주가 이행해야 할 의무 사항이다.


그러나 최근 한 H건설 현장에서 전해진 이야기는 결이 달랐다.


생수와 얼음, 개인 냉방장비는

시공사가 챙겨주는 게 아니라

각자 알아서 준비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법 조문이 정한 의무와 현장에서 실제로

통용되는 관행 사이에는 이만큼의 거리가 있다.


법을 만든 정부 기관도 지키지 않는다


문제는 이 제도가 만들어진 울타리 안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이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12곳을 대상으로

여름철 폭염 피해 예방대바카라 수립 현황을

점검한 결과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자료를 제출한 10개 기관 가운데,

올해 강화된 폭염 대응지침을 충실히 반영해

단계별 대응체계를 마련한 곳은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등 단 세 곳뿐이었다.


이 세 기관은 온열질환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선별해 집중 관리하고,

현장 근로자를 위한 폭염 대응시설을

별도로 설치하는 등 대상별

맞춤형 안전대바카라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절반이 넘는 나머지 기관들은

폭염중대경보라는 새 기준이 생겼음에도,

기존에 쓰던 폭염 대응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이를 두고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바카라임져야 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조차 정부의 강화된 지침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재난의 위험성을 무시한 안일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의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법을 만들고

지도·감독에 나선 바로 그 부처의 산하기관들이,

정작 자신들이 만든 규칙 앞에서는

형식적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 조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일곱 개 기관이

미흡 판정을 받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법이 실제로 사람을 지켜냈는지 확인하려면

결국 처벌의 무게를 봐야 한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13일,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사건에 대해

국내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사건은 2022년 7월 4일

대전 유성구의 한 신축 공사 현장에서 벌어졌다.


하청업체 소속 59세 근로자가

체감온도 33.5도의 무더위 속에서

철근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해

대전에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날이었다.


그는 햇빛을 그대로 받는 건물 최상층에서

그늘도, 휴식도, 충분한 수분과 염분 공급도 없이

작업을 이어가다 변을 당했다.


법원은 원청의 안전보건총괄바카라임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근로자에게 적절한 휴식과 그늘진 휴게 공간,

음료와 염분 등을 제공하지 않은 바카라임을 물은 것이다.


더 나아가 원청 대표이사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인정했다.

경영바카라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폭염 시 작업 중지 매뉴얼조차 갖추지 않고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사전 점검을

게을리했다는 이유였다.


하청업체 법인 역시 현장소장이

열사병 예방 조치를 전혀

시행하지 않은 바카라임으로 유죄가 인정됐다.


이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나온

40여 건의 판결 대부분이

설비 끼임이나 추락, 토사 매몰 같은

물리적 위험에 관한 것이었던 가운데,

날씨라는 자연적 요소로 인한 사망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그러나 모든 사례가 이렇게

진지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야외 작업을 하던

60대 건설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사망을 했다.

당시 폭염특보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었고,

고인의 체온은 40도에 육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이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시공사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업체였다.


그런데 이 업체의 현장에서는

최근 3년 사이 사망사고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2021년 6월에는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해 관계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2022년 3월에는 단열공사 중

하청노동자가 3.3톤 균형추에 끼여 숨졌는데,

이 사건으로 대표와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회사에는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했다.


반복되는 죽음 앞에서도 처벌의 무게가 가벼웠고,

그 결과 사망사고가 다시 반복됐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숫자로 보는 현실


산업재해로 인정된 온열질환자 수는

2023년 33명에서 2024년 70명,

2025년 71명으로 늘었다.

최근 5년간 누적으로는 228명에 달한다.


산재 신청 건수만 놓고 보면

2024년 10월 기준 전년 대비

68퍼센트나 증가했다는 집계도 있다.


응급실 감시체계로 파악되는

전체 온열질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크다.


2024년 한 해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추정 사망자만 34명에 달했다.

전년도인 2,818명보다 31.4퍼센트 늘어난 규모이자,

2018년(48명)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 수였다.


특성을 보면

남성이 78.5퍼센트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30.4퍼센트를 차지했으며,

80세 이상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15.4명으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질환 유형별로는 열탈진이

55.6퍼센트로 절반을 넘었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새로 내놓은

위험도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30세 미만과 비교했을 때 온열질환의 중증화 위험은

30세에서 64세 사이에서 1.48배,

65세 이상에서는 1.99배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는 남성의 중증화 위험이 컸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성별 차이가 사라져

남녀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체감온도가 폭염중대경보 기준인 38도에 이르면,

사고와 비사고를 포함한 전체 사망위험은

평상시보다 1.16배,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은

1.14배 높아진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건설 현장만이 문제는 아니다.

농촌에서는 고령 농업인들이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12일,

한 농촌 지역에서는 밭일을 하던 70대 남성이

열탈진과 어지럼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다.

당시 체감온도는 34도 안팎이었다.


같은 날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도

농사일을 하던 70대 농민이

같은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


아침 최저기온이 27도까지 오르며

열대야가 다른 지역보다 심한 편이었다.


지역 지자체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농업인 안전지킴이'를 발대하고

8월 말까지 현장 순찰과 예방 교육을 운영하기로 했다.


쉼터라는 안전망, 실제로는 얼마나 촘촘한가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대표적 안전망인

무더위쉼터의 실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대바카라기간을 앞두고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중앙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13일까지

전국 9만3천여 개 무더위쉼터에 대한

사전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안내 표지판 미부착,

위치 정보 오류,

시설 이용 불편 등

1,700여 건의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


경미한 사항은 현장에서 즉시 조치했지만,

위치 정보 수정과 시설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폭염이 절정에 이른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쉼터는 예약이나 별도 자격 조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은행처럼 업무시간에만 운영되는 곳이 많아

정작 더위가 절정인 늦은 오후나 야간에는

이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폭염은 몸을 상하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번진다.


지난해 한 지자체에서는

폭염으로 닭 32만 마리와 돼지 2만 9천 마리 등

총 37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해

56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고수온 현상으로 양식장 160어가에서는

62억 원 규모의 손실이 났고,

인삼과 과일 등 농작물 피해까지 더해

전체 피해액은 118억 원에 달했다.


올해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자체 관계자는 기온이 계속 떨어지지 않으면

지난해와 같은 피해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한 양돈장에서는

폭염으로 돼지들이 지쳐 쓰러진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력 수급 역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올여름 폭염이 장기화하고

날이 흐릴 경우 최대전력수요가

98.8기가와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24년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

97기가와트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이달 중순 한 저녁 시간대 최대전력수요가

94기가와트로 전망되면서 전력예비율이

이번 여름 들어 처음 10퍼센트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력 당국은 이를 '정상' 범위라고 설명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진 만큼

날씨에 따른 공급 불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사각지대


민간의 노동 현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명문화된 잣대 아래 있다면,

군대는 훨씬 불투명한 영역에 남아 있다.


지난 5월 13일,

경기 포천의 한 부대에서

2박 3일 일정의 훈련에 참가하던 예비군이

야간 훈련 장소로 이동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끝내 숨졌다.


사고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폭염 속에서 완전군장을 한 채

무리하게 진행된 훈련이 원인이라는 의혹이 번졌다.


훈련에 함께 참가했다고 밝힌 한 유튜버는

사고 당일 낮 최고 30도에 이르는 땡볕 아래서

예비군들이 가파른 산악 지형으로 이동한 뒤,

500밀리리터짜리 생수 한 병만 받은 채

세 시간 동안 경계 근무를 섰다고 폭로했다.


더 심각한 점은 사고 현장에 군의관과 의무병,

자동심장충격기와 구급차 같은

응급 장비가 아예 없었다는 사실이다.


부대 의료팀은 훈련 현장에서

차량으로 십 분 넘게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었다.


이 사건은 두 달 가까이 논란을 빚은 끝에,

육군이 유가족 입회하에 진행한 부검과

복수의 민간 법의학 자문기관 소견을 근거로

사인이 폭염이 아니라 입소 전부터 앓고 있던

급성췌장염이었다고 발표하며 일단락됐다.


육군은 해당 예비군이 발병 이후

입소 전날까지 네 차례 통원 치료를 받았음에도

건강문진표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고,

훈련 열외를 권유받았지만

본인의 의지로 훈련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사인이 폭염과 무관했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0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서

완전군장 산악 훈련이 강행됐다는 점,

세 시간 동안 생수 한 병으로 버텨야 했다는 점,

응급 상황에 대비할 의료 인력과

장비가 현장에 없었다는 점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남아 있는 사실이다.


육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예비군 훈련장에 의무후송팀이

상주하도록 하는 체계를 연내에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염 상황에서 훈련을

어떤 기준으로 조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육군은 폭염 관련 지침을 갖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 외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로 온열질환에 노출됐을 때

군인의 위험도는 낮게 볼 수 없다.


한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온열질환 통계를 보면,

군인으로 집계된 환자 8명 가운데

중환자실에 입원한 비율이 37.5퍼센트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고령자군의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4.3퍼센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표본 자체가 8명으로 작아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온열질환이 발생했을 때

군인 집단에서 중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눈에 띄게 크다는 점은 짚어볼 만하다.


군 매뉴얼상으로는 혹서기에 맞춘 훈련 지침이 존재한다.

다만 실제 부대 운영에서는 온도에 따라 활동을 제한하거나,

무리하게 강행했다가는 오히려

병력의 전투력 손실로 이어진다는 인식에 따라

실내 대체나 훈련 축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런 조정이 얼마나 일관되게,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지가 민간 부문처럼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산업 현장의 노동자에게는

체감온도 33도와 38도라는

구체적인 숫자 기준이 법으로 못 박혀 있는 반면,

병영 안의 장병과 예비군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 기준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

바깥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군의 훈련을 민간의 노동 현장과

똑같은 잣대로만 볼 수는 없다.


적은 날씨를 가리지 않고,

유사시 즉각 전투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상

실전에 가까운 훈련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논리에도 일리가 있다.


다만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일까지 미룰 이유는 없다.


실제로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화 지역예비군훈련장'을 전국 40개소 규모로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29개소를 완료했고,

2026년에는 5개소,

이후에는 6개소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이런 시설은 통상 실내에서도

실전과 유사한 훈련이 가능하도록

시뮬레이션과 모의훈련 장비를 갖추고 있어,

혹서기 같은 극한 기상 상황에서도

훈련의 실전성을 유지하면서 장병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한 예비군 훈련 현장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런 혹서기 대응이

가능한 실내 훈련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속도와 형평성이다.


40개소 목표에 아직 못 미친 지역,

특히 수도권 밖의 부대에서는 여전히

기존 방식의 옥외 훈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포천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응급 의료 인력과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훈련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인프라 개선의 속도가 실제 위험을

따라잡고 있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보이지 않는 맛 뒤에 숨은 위험


무더위는 노동 현장뿐 아니라

식탁 위에서도 위험을 키운다.


한 지자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 집단발생 건수는

2024년 6건에서 2025년 8건,

2026년 들어서는 10건(7월 하순 기준)으로

3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두 건이 늘어난 수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식중독 환자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며,

지난해 기준 식중독 환자의 43퍼센트가

살모넬라균에 의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한 보건환경연구원은

8월까지 김밥이나 토스트 같은 달걀 사용 식품,

삼계탕이나 치킨처럼 여름철 소비가 많은 조리식품을 수거해

식중독균 오염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응해 한 지자체는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지역 내 음식점 316곳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 특별 위생점검을 진행했다.


5개 자치구 위생부서 공무원과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등

38명이 여섯 개 점검반을 꾸려

자치구를 넘나드는 교차점검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상은 삼계탕·염소탕·메기탕·장어 등

보양식 취급업소 171곳,

냉면·콩국수·팥빙수 등 냉식 취급업소 49곳,

조리 반조리 식품을 각 점포에 공급하는 센트럴키친 1곳,

팥빙수 등 디저트류를 취급하는 배달음식점 58곳,

미슐랭 가이드와 블루리본 선정 업소를 포함한

대중 선호 음식점 37곳으로 나뉜다.


눈여겨볼 대목은 점검 항목이다.

소비기한이 지났거나 표시가 없는 원료의 사용·보관 여부,

식품의 위생적 취급 상태, 냉장·냉동식품 보관기준 준수 여부,

식품용 기구와 용기·포장의 사용 실태와 함께

'음식물 재사용 여부'가 공식 점검 항목으로 명시돼 있다.


이는 특정 업소만의 일탈이 아니라,

지자체가 업계 전반에 걸쳐

상시적으로 감시해야 할 만큼

뿌리 깊은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자체는 경미한 사항은 현장에서

즉시 시정하도록 지도하되,

중대하거나 고의·상습적인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하고 위반업소는

6개월 안에 재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7월 3일 점검이 종료된 이후

구체적으로 몇 곳에서 무엇이 적발됐는지에 대한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참고로 지난해 다른 지역에서 진행된

비슷한 규모의 점검에서는

음식점 1,985곳 가운데

22곳이 위반으로 적발되고

7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단순 비율로 환산하면 316곳 가운데

서너 곳 안팎에서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치일 뿐이다.


양념이 감추는 것들: 구조적으로 들키지 않는 재사용


외식업계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관행이 있다.

회나 생고기, 생야채처럼 양념이 거의 없는 음식은 재사용하면

색이나 상태 변화로 금세 티가 난다.


반면 국물 요리나 고추장처럼

짙은 색 양념에 버무려진 음식은

좀처럼 티가 나지 않는다.


이 구조적 특성이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관행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양념이 묻은 부분만 도려내 재사용하거나

남은 재료를 잘게 다져 덮밥이나 비빔밥에

다시 넣는 식으로 더 과감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뿐 아니라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거론된다.


문제는 재사용되는 재료가 반드시

'이미 명백히 부패한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육류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특정 부위는 원래도 냄새가

다소 강한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매운 양념이나 진한 소스로 덮어

조리해 판매하는 방식이 업계 일부에서

관행처럼 통용된다는 증언도 나온다.


냄새 자체는 가려지지만,

그 재료가 실제로 안전한 상태였는지는

소비자로서는 확인할 도리가 없다.


강한 양념이 재료의 이상 신호를 감추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완제품 양념장 자체의 안전성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운탕과 찜, 볶음, 냉면 등에

두루 쓰이는 만능 양념장과 물냉면 양념장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보존료가 검출돼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육수 자체를 둘러싼 관행도 눈여겨볼 만하다.


삶는 육류를 취급하는 일부 식당에서는

이른바 '씨육수'를 매일 새로 만들지 않고,

양이 줄어들면 물과 재료를 더 부어가며

계속 이어 쓰는 방식이 통용된다.


냄새나 맛에 이상이 없는 한

계속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그 근거로는 어차피 가열해서 조리하니

문제없다는 논리가 흔히 제시된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웰치균이나 바실루스 세레우스 같은 균은

포자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데,

이 포자는 일반적인 끓는 온도에서도 죽지 않는다.


오히려 육수를 끓였다가 식히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는 사이클 자체가

포자가 발아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한 번 증식하며 만들어낸 독소는 열에 강해,

이후 아무리 다시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수가 상하지 않았다는 것과

육수가 안전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또한 육수 속 단백질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가열·보관되는 과정에서

서서히 분해되면 히스타민 같은

생물학적 아민이 축적될 수 있는데,

이 역시 재가열로는 없어지지 않는다.


물론 육수를 오래 이어 쓰는 조리법 자체가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정식으로 관리되는 방식에서는

매일 완전히 끓여 불순물을 걸러내고,

사용 후에는 급속히 냉각해

저온에서 보관하는 엄격한 절차가 뒤따른다.


문제는 이런 관리 절차 없이

그저 관행적으로 물과 재료만

보충해가며 이어 쓰는 경우다.


이런 지속적 재사용 자체를

직접 금지하는 명문 조항은 없지만,

그 결과로 식중독이 발생하면

위생적 취급 기준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식중독 피해를 호소하는 손님에게

업주가 흔히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날음식은 먹고 하루 만에 배탈이 나지만,

조리한 음식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이틀에서 사흘이 걸리니

우리 가게 음식 때문일 리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식중독 원인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오류다.

식중독의 잠복기는 조리 여부가 아니라

원인균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의 잠복기는

1시간에서 6시간으로 매우 짧다.

이 균이 만들어낸 독소는 이미 형성된 이후에는

재가열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흔히 웰치균으로 불리는 균의 잠복기는

6시간에서 24시간이다.


이 균은 대량으로 조리한 뒤

상온에 오래 방치된 음식에서 대표적으로 발생하는데,

실제로 한 지자체의 위해정보 안내 사례에서는

피로연 전날 대량으로 조리된 갈비찜을

냉장 보관한 뒤 충분히 재가열하지 않고

손님들에게 제공해 웰치균 식중독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삶아서 식히는 과정이 긴 음식일수록

이 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살모넬라균의 잠복기는 6시간에서 72시간,

평균으로는 12시간에서 36시간 사이로 알려져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12시간에서 48시간,

리스테리아는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에 이르기까지 잠복기의 폭이 넓다.


즉 "손님이 하루 만에 증상을 보였으니

우리 가게 탓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특정 균의 사례에서는 우연히 들어맞을 수 있어도,

절대적인 원칙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대량으로 삶아 조리하는 음식에서

흔히 발생하는 웰치균은 잠복기가 짧은 축에 속한다.

조리된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육류 등의 식품을

중심 온도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완전히 조리하고,

조리된 음식은 가능한 한 2시간 이내에 섭취해야 한다.


보관해야 한다면 따뜻하게 먹을 음식은 60도 이상,

차갑게 먹을 음식은 5도 이하로

빠르게 식혀 보관해야 하며,

보관된 음식을 다시 먹을 때는

75도 이상으로 재가열해야 안전하다.


식품위생법은 이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경과한 원료를 조리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소분·운반·진열·보관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 대상이다.


다만 법리적으로는 단순히 원료를

보관만 하고 있다가 적발된 것과,

이를 이유로 실제 처벌받는 것은

다른 문제로 다뤄진다.


조리·판매 목적으로 보관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처벌되는 목적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장에서 문제의 원료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이나 행정청은 통상

조리·판매 목적으로 추정한다.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데,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15일,

2차 1개월,

3차 3개월로 기간이 늘어난다.


이와 별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도 부과될 수 있다.


만약 그 원료로 실제 조리해

판매까지 이뤄졌다면

영업정지 기간은

1차 1개월,

2차 2개월,

3차 3개월로 더 무거워진다.


실제로 한 지역에서는

배달 전문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생닭을 냉동 보관한 업소,

냉동 보관용 양념육을 냉장 보관한 업소,

상온에 보관해서는 안 되는 소스를

조리에 사용한 업소 등 백여 곳이

한꺼번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법의 취지는 명확하다.

소비자가 알아챌 수 없는 방식으로

위험을 떠넘기는 행위를 엄격히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현장이 말해주는 하나의 진실


건설 현장의 노동자와

식당의 손님은 언뜻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인다.

군대까지 놓고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세 현장을 관통하는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법과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

폭염 시 휴식을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도,

재사용을 금지하는 식품위생법도

명문화된 지 오래다.


무더위쉼터도,

이동노동자를 위한 생수 캠페인도,

위생점검 항목에 재사용 여부를 명시한 것도,

심지어 군의 폭염 관련 지침도 모두 존재한다.


문제는 그 법과 제도가 실제로 지켜지는지를

확인하는 눈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정부 산하기관조차 강화된 폭염 지침을

절반 넘게 지키지 않았다는 국회 조사,

전국 9만3천 개 쉼터 가운데

1,700여 건의 미흡 사항이

여전히 개선 중이라는 행정안전부의 설명,

위생점검 항목에 재사용 여부가 명시돼 있음에도

정작 그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현실,

그리고 폭염 관련 지침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구체적 기준이 무엇인지 바깥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병영의 현실은

모두 같은 문제의 다른 얼굴이다.


만들어진 규칙과,

그 규칙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 사이에는

여전히 넓은 간극이 남아 있다.


폭염은 매년 반복되고,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반복된다.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캠페인이나 발표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규칙이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끝까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절차일 것이다.


뙤약볕 아래서 쉬지 못하는 노동자와,

양념 속에 감춰진 재료를 알지 못한 채 식사를 하는 손님,

그리고 생수 한 병으로 세 시간을 버텨야 했던

병영 안의 청년은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체감온도는 매일 발표되지만,

그 온도 뒤에 숨은 것들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확인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