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뒤의 알리바이
시급 10,700원.
지난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105일의 심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했다.
올해보다 380원,
3.7% 오른 금액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16.3% 인상한
1만 2,00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1만 320원을 내놨다.
격차는 1,680원.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 전망(2.55%)과
물가상승률 전망(2.7%)을 근거로
10,600원에서 10,860원 사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12차례 수정안이 오갔다.
그리고 마지막 표결.
27명 전원 참석,
사용자위원안 15표,
근로자위원안 11표,
무효 1표.
합의는 끝내 없었다.
기사가 뜨자마자 댓글창은 두 갈래로 갈렸다.
"알바생들 살만하겠다."
"이러다 다 문 닫는다."
나는 이 두 문장 사이 어딘가에서,
정작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 하나를 붙잡고 있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말 자영업자는 다 같이 힘들어질까?
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숫자는 훨씬 잔인하고,
훨씬 구체적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어쩌면 진짜 범인이 아니라
알리바이에 가깝다.
최근 3년의 결정 방식만 봐도
매년 온도가 다르다.
2025년 시급은 10,030원이었다.
2026년은 10,320원,
전년 대비 290원,
2.9% 인상이었는데,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2027년,
10,700원.
이번엔 합의가 아니라 표결이었다.
2018년의 16.4%라는 급격한 인상률과 비교하면
최근 두 해의 인상폭은 3%대로 확연히 완만해졌다.
그런데도 매년 여름 되풀이되는 논쟁의 온도는
인상률과 무관하게 늘 똑같이 뜨겁다.
먼저 짚어야 할 게 있다.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모두가 그 임금을 받는 건 아니다.
202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76만 1천 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12.5%다.
임금근로자 8명 중 1명이
법으로 정한 최저선조차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2001년엔 이 비율이 4.3%,
인원으로는 57만 7천 명이었다.
23년 만에 미만율은 3배 가까이,
인원은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428.7% 올랐는데,
물가는 73.7%,
명목임금은 166.6% 오르는 데 그쳤다.
최저임금이 물가의 5.8배,
명목임금의 2.6배 속도로 뛰었다는 뜻이다.
숫자만 보면 노동자에게 유리한 흐름 같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로 '안 지키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역설로 나타났다.
법정 주휴수당까지 반영하면 숫자는 더 벌어진다.
미만 근로자는 467만 9천 명,
미만율은 21.1%로 치솟는다.
숙박·음식점업만 떼어보면 51.3%.
이 업종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법으로 정한 최저선조차 실제로는 받지 못하고 있다.
업종 간 격차는 32.1%포인트.
숙박·음식점업(33.9%)과
수도·하수·폐기업(1.8%) 사이의 간극이다.
사업체 규모로 보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5인 미만 사업체 미만율은 29.7%,
300인 이상은 2.5%.
27.1%포인트 차이다.
전체 미만 근로자 276만 1천 명 중
86.4%가 30인 미만 사업체 소속이라는 사실도
같이 봐야 한다.
국제적으로 놓고 봐도 한국의 미만율은 유독 높다.
2020년 기준 한국 15.6%,
일본 2.0%,
영국 1.4%,
독일 1.3%,
미국 1.2%.
이건 계산 방식 논쟁의 여지가 적은,
비교적 견고한 통계다.
반면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국제적으로 높은가"는 훨씬 논쟁적이다.
전경련은 2020년 기준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62.5%로 OECD 30개국 중 7위,
평균임금 대비로는 49.6%로 3위라고 발표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같은 원자료를 다시 계산해,
평균임금 대비 비율이 49.6%가 아니라
45.5%(3위→11위)라고,
중위임금 대비는 62.5%가 아니라
56.2%(7위→12위)라고 반박했다.
SBS 팩트체크팀이 OECD 원자료를 직접 확인한 결과로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절대액은 9위,
중위임금 대비는 7위,
평균임금 대비는 3위였다.
2024년 기준으로는
중위임금 대비 60.5%로 OECD 9위,
G7 평균(49.3%)을 크게 웃돌았고,
비슷한 수준의 나라는 프랑스(62.5%)와
영국(61.1%) 정도였다.
같은 숫자를 놓고 "3위"라고도,
"12위"라고도 말할 수 있다는 것.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비율이
국제적으로 높다"는 사실은 거의 이견이 없지만,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국제적으로 높다"는 문장을 쓸 땐
반드시 어느 기관, 어느 지표 기준인지 병기해야 하는 이유다.
즉, 최저임금이 오를 때 진짜 흔들리는 건
'자영업 전체'가 아니라 '5인 미만,
숙박음식업'이라는 아주 좁은 구간이다.
나머지는 애초에 최저임금 인상과 큰 상관이 없다.
문제는 이 좁은 구간의 곤란함이,
마치 전체 자영업의 곤란함인 것처럼
매년 여름 확대 재생산된다는 데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더 던져야 한다.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부터 있던 제도다.
월 60시간 기준 슬롯보험 적용도 2010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왜 하필 2010년대 이후에야
'쪼개기 알바'가 슬롯 문제로 떠올랐을까.
KDI 정수환 부연구위원의
2025년 12월 보고서가 이 질문에 답한다.
답은 반전이다.
제도가 새로 생겨서가 아니라,
기존 제도가 갑자기 '잘 지켜지기' 시작해서다.
월 60~100시간 근무자의 슬롯보험 가입률은
2012년 40%에서 2024년 80%로 뛰었다.
저임금 서비스업(도소매·음식숙박·예술스포츠여가)만 보면 더 극적이다.
2012년 16.6%였던 가입률이
2022년 69.4%로,
50%포인트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25개 신문의 주휴수당 언급 기사는
연 10건 미만에서 108건으로 폭증했다.
몰라서 못 챙겨주던 사장님들이,
알고 나니 회피 전략을 쓰는 사장님들로 바뀐 셈이다.
그 결과 월 60시간을 코앞에 두고
계약 시간을 자르는 일이 벌어졌다.
주 14시간,
14시간 30분,
14시간 55분.
근로계약서 위의 숫자는
이렇게 딱 한 뼘씩 짧아졌다.
이 계산은 냉정하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퇴직급여, 2년 초과 기간제 고용 금지까지
일곱 가지 보호 제도에서
한꺼번에 제외된다.
시급이 같아도 월 60시간을 넘긴 순간,
시간당 평균 노동비용은
최소 25%에서 최대 40% 뛴다.
근로자에게는 보호받지 못하는 시간이 늘고,
사업주에게는 회피할 이유가 명확해진다.
KDI는 회귀분석까지 내놨다.
산업-사업체 규모별로 슬롯보험 가입률이 1%포인트 오를 때,
초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0.065%포인트씩 늘어난다.
2012년 3.7%였던 초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2024년 8.5%로,
12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근속 1년 미만 신규 입사자만 놓고 보면
2020년대 들어 20%를 넘는다.
조사기관마다 정의가 달라 수치는
106만 명에서 250만 명까지 갈리지만,
방향은 모두 같다.
늘고 있다.
이 초단시간 근로자의 얼굴도 짚을 필요가 있다.
60세 이상이 전체의 68.9%(73만 1천 명)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그다음이 30세 미만 청년층(16.9%)이다.
여성이 76만 4,700명으로
남성(29만 6,400명)보다 2.6배 많다.
쪼개기 알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은퇴 후 재취업이 막힌 노년층과,
대학생 알바 시장에 뛰어드는 청년층,
그리고 여성이라는 뜻이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쪼개기 알바 때문에 힘들다"는 말.
정확히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월 60시간이라는 경계선에서 비용이
절벽처럼 뛰는 제도 구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까지
주휴수당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향을 밝히면서,
이 절벽은 더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반대로 KDI는 주휴일을 무급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비용 격차 자체를 줄이자고 제언한다.
정부는 확대 쪽으로,
연구기관은 재검토 쪽으로.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정반대 결론에 도달하는 지금의 정바카라 지형이야말로,
이 문제가 얼마나 간단하지 않은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실증적 질문이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실제로 고용이 줄어드는가.
학계 답은 "그렇다"에 좀 더 기울어 있지만,
조건이 붙는다.
이정민·황승진(2016, 노동경제논집)은
2006~2014년 자료로 최저임금이 1% 오르면
고용이 약 0.14% 감소한다는 결과를 냈다.
이 부정적 효과는 여성,
고졸 이하,
청년층·고령층,
근속기간 짧은 근로자,
5~29인 사업체에서
특히 크게 나타났다.
대학생 알바가 몰리는 구간과 정확히 겹친다.
2018년 16.4%라는 급격한 인상 직후
연구(규제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의 취업률이
4.1~4.6%포인트 감소했고
미취업자의 27.4~30.5%가
이 인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현배·이정민(2024, 한국경제학회)은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의 폐업률까지
함께 올라간다는 결과를 내놨다.
최저임금발 충격이 알바 자리뿐 아니라
사장님 자리 자체를 줄인다는 뜻이다.
다만 공통된 전제가 있다.
'인상 속도'가 핵심 변수라는 점이다.
KDI는 미국에서는 최저임금이 10% 올라도
일자리가 0.15%만 줄어 영향이 미미했지만,
한국은 임금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헝가리가 2000~2004년 4년간 60% 올렸을 때
전체 일자리가 2% 줄어든 사례를 근거로 든다.
반면 2027년 인상률은
3.7%로 비교적 완만한 축이다.
2018년의 16.4%와 같은
강도의 충격까지는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제적으로도 결론이
완전히 합의된 건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야 한다.
미국 뉴저지·펜실베이니아 패스트푸드업을 비교한
Card-Krueger 연구(1994)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오히려 줄이지 않았다는 결과로
노동경제학계에 오래도록 논쟁을 일으켰다.
이후로도 미국에서는 "고용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와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계속 공존한다.
다만 한국 내 연구들은 대체로
부정적 효과 쪽으로 좀 더 수렴하는 편이다.
"최저임금은 무조건 일자리를 줄인다"도,
"최저임금은 일자리와 무관하다"도,
둘 다 지나치게 단순한 문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 자영업자 87%가
"최저임금이 부담"이라고 답했다.
경총 분석으로는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의 월평균 영업이익이 200만원 미만이다.
최저임금 월 환산액(223만 6,30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4년 매출·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72.6%,
3년 안에 폐업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43.6%였다.
국회예산정바카라처가 1991~2016년
실질소득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는
더 오래된 흐름을 보여준다.
자영업자가구의 사업소득은 25년간
연평균 0.4% 감소했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25년 넘게 뒷걸음질쳤다는 뜻이다.
저소득 분위일수록 근로자가구 대비 격차도 더 크게 벌어졌다.
2024년 국세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의 75%가
월소득 100만원 이하였고,
소득 신고액이 0원인 경우도 94만 건에 달했다.
거시경제 지표도 이 체감을 뒷받침한다.
2025년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1.0%에 그쳤고,
소비자물가는 2.1%,
체감이 큰 생활물가지수는 2.4% 올랐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약 300만원 수준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과
여전히 2배 가까운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시기 소상공인 사업장의
정규직 종사자 수는 2024~2026년 연평균 5.9%씩 줄었고,
그 빈자리를 메우듯 대표자 본인의 주당 근로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직원을 줄인 만큼 사장님이 카운터에,
주방에, 배달대에 더 오래 서 있게 됐다는 뜻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6년 6월 3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한 해 폐업 사업자는 97만 5,681개,
전체 폐업률은 8.64%였다.
소상공인 6대 업종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만 떼어보면
폐업률이 11.08%로 전체 평균보다 2.4%포인트 높았다.
폐업할 때 짊어진 평균 부채는 8,531만원.
60대 이상 폐업자의 평균 부채는 9,879만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더 컸다.
은퇴자금을 밑천 삼아 시작한 장사가,
빚을 더 얹은 채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 오래된 사실처럼 보인다.
그런데 국세청 원자료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얘기가 갈라진다.
2018년 502만 1천 명이던 자영업자가
2022년 723만 1천 명으로 44%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소득은 2,136만원에서
1,938만원으로 9% 줄었다.
사람은 늘고 파이는 줄었으니
한 명당 몫이 작아지는 건 당연한 산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 배율
(상위 20% ÷ 하위 20%)이
41.9배에서 98.2배로 벌어졌다.
2024년 귀속 사업소득으로 보면
상위 20%는 평균 7,030만원,
하위 20%는 69만원.
배율은 101.9배다.
상위 0.1%의 소득은
전년 대비 8.1% 늘어난
16억 9,030만원이었는데,
하위 20%는 오히려 1.4% 줄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근로소득 상위 10% 배율은 3.2배.
사업소득 상위 10% 배율은 6.9배,
연평균 1억 1천만원을 웃돈다.
온라인 게임인들 사이 격차보다,
사장님들 사이 격차가 두 배 넘게 크다.
그러니까 "남는 게 없다"는 말은,
자영업자 전체의 말이 아니다.
정확히는 하위 절반,
어쩌면 하위 20%의 말이다.
나머지는 여전히,
혹은 오히려 더 잘 벌고 있다.
경영계가 내놓는 87% 부담 조사와,
국세청이 내놓는 5분위 배율 통계.
둘 다 사실이지만,
둘이 가리키는 대상은
전혀 다른 인구 집단이다.
그렇다면 이 하위 계층은
왜 굳이 그 좁은 마진 안으로 들어가는가.
"장사가 그렇게 안 되면 안 하면 될 일 아니냐"는 질문에,
통계는 절반만 동의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의 2025년 자영업 실태조사
(전국 자영업자 3,088명)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의 34.8%가 생계형 동기로 창업했다.
취업이 안 돼서,
실직해서,
은퇴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연령별 격차가 크다.
20~30대는 생계형 비중이 21.7%로,
나머지는 대부분 아이디어나
전망을 보고 뛰어든 기회형이다.
반면 60대는 생계형 비중이 46.8%,
거의 절반이 "먹고살려고 어쩔 수 없이" 창업한 경우다.
더 씁쓸한 대목은 그다음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주당 51.3시간 일하고,
비생계형은 46.5시간 일한다.
부채 보유 비중도 생계형이 51.8%로
비생계형(36.4%)보다 높다.
더 오래,
더 빚내가며 일하는데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여전히 상위권(2021년 기준 23.9%)이다.
정규직 재취업 시장이 좁은 50~60대가
퇴직금을 밑천 삼아
치킨집, 편의점, 카페로 몰리는 흐름은
오래 지적돼 온 구조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서' 진입한 사람들에게,
"그만두면 된다"는 문장은
그다음 갈 곳을 함께 물어야 완결된다.
같은 구도가 프랜차이즈 안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리더스인덱스가 커피·치킨·피자·편의점·제과제빵·외식·화장품 7개 업종을
3년(2022~2024년) 추적했다.
가맹 본사 매출은 43조 1,565억원에서
47조 7,963억원으로 10.8%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3억 2,723만원에서 3억 248만원으로 7.6% 줄었다.
가장 극단적인 건 피자 업종이다.
7개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 매출은 4,189억원에서
1조 1,193억원으로 66.5% 늘었다.
가맹점 평균 매출은 3억 5,381만원에서
3억 1,163만원으로 11.9% 줄었다.
가맹점 수는 늘어나는데 점포당 매출은 주는,
전형적인 시장 포화다.
외식 업종은 본사 +29.7% 대 가맹점 -16.4%,
제과제빵은 본사 +5.0% 대 가맹점 -18.7%로 격차가 벌어졌다.
유일하게 커피·음료 업종만
본사(+33.4%)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했다.
프랜차이즈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유리한 선택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평균 매출은
전체 소상공인 평균의 1.75배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점포 수 1위"와
"매출 1위"는 다른 브랜드다.
치킨 업종에서 점포 수 1위는 BBQ(2,316개)지만,
평균 매출 1위는 교촌치킨(7억 2,726만원)이다.
커피 업종에서 점포 수 1위는
메가MGC커피(3,325개)지만,
평균 매출 1위는 투썸플레이스(57억 1,726만원)다.
제과제빵 업종에서는 특정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전년 대비 34.0% 급감한 사례도 있었다.
대형 프랜차이즈라는 이름값이 곧
매출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자영업의 위기는 하나의 위기가 아니다.
자영업 대 임금근로자의 위기도 아니고,
사장님 대 알바생의 위기도 아니다.
자영업 안에서,
프랜차이즈 안에서,
같은 브랜드 안에서마저 벌어지는 위기다.
그렇다면 "남는 게 없다"는 말 자체는 틀렸는가.
그렇지도 않다.
다만 원인이 최저임금 하나가 아닐 뿐이다.
음식점의 표준적인 비용 구성을 뜯어보면
원재료비 30~45%,
인건비 20~30%,
임대료 10~15%,
기타 비용 10% 내외다.
업계에서는 원재료비와 인건비를 합친
'프라임 코스트'가 매출의 60%를 넘지 않아야
수익이 난다고 본다.
여기에 배달앱을 쓰는 매장이라면 얘기가 더 복잡해진다.
2026년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매출 구간에 따라
2.0%에서 7.8%까지 차등 중개수수료를 매긴다.
표면적으로는 영세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배달비 매장 부담분이
기존보다 200~500원가량 올라,
실제 체감 효과는 업종마다 다르다.
중개수수료에 배달비 매장 부담분,
결제수수료, 부가세, 광고비까지 합산하면
실질 부담은 매출의 25~30%에 달한다.
2026년 4월부터는 그동안 무료였던
포장 주문 중개수수료마저
순차적으로 유료 전환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 조사에서
배달앱 상생 협의 체감도는 100점 만점에 49.1점,
이용료 만족도는 28.3%에 그쳤다.
원재료비 30~45%,
인건비 20~30%,
임대료 10~15%,
배달앱 실질부담 25~30%.
이 넷을 그대로 더하면 매출을 넘어선다.
현실에서는 물론 이 넷이 겹치고
상쇄되며 어떻게든 굴러가지만,
애초에 마진이 낄 자리가 거의 없이 설계된
산수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조 안에서 "능력만큼 더 버는"
그림은 성립하기 어렵다.
같은 실력이라도 상권이 나쁘면 답이 없고,
원재료비는 계란값 하나로도 출렁인다.
실제로 소상공인 폐업 이유를 물으면 매출 부진(70.9%),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62.5%),
원재료비 상승(29.4%)이
인건비 상승(28.8%)보다 앞선다.
최저임금은 이 오래된 저마진 구조 위에
최근 얹힌 변수 중 하나일 뿐,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그 결과가 지금 두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사람이 오지 않는 쪽이다.
2024년 기준 식료품 제조업 종사자의 시간당 급여는
전체 제조업 평균의 73.7%다.
고령화와 청년층의 서비스업 기피가 겹치면서,
조리·음식서비스직은 신규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 직종으로 꼽혔다.
2024년부터 음식점업에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E-9)가 열렸지만,
실제 고용허가 발급은 음식점업 신청 대비 6% 수준,
건수로는 242건에 그쳤다.
1만 명 넘게 몰릴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실제 채용까지 이어진 사례는 극소수였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요가 충족됐다"고 판단해
올해 서비스업 쿼터를 1,000명으로 줄였다.
현장 구인난과 정바카라 판단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력난은 다시 매출을 갉아먹는다.
코로나19 이후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에 대응해
외식업체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하면서,
고객을 받을 수 있는 최대치 자체가 낮아졌다.
소비심리가 살아나도 이 수용력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 대신 기계가 채우는 쪽이다.
외식업 무인주문기 도입률은
2018년 0.9%에서 2023년 7.8%로,
5년 만에 8배 넘게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기준으로는
2021년 4.5%에서 2025년 13.0%로,
3배 넘게 늘었다.
피자·햄버거·샌드위치 업종(23.6%),
간이음식 포장점(20.2%)에서 특히 높고,
매출 1억원 미만의 소규모 매장에서도
확산 속도는 빠르다.
리테일까지 넓히면 규모는 더 크다.
국내 민간 키오스크는 2021년 2만 6천 개에서
2022년 11만 7천 개로 1년 새 4배 넘게 늘었고,
편의점 4사의 무인화 점포는 2020년 499개에서
2022년 3,310개로 16배 늘었다.
서울 식당 2천 곳을 조사한 결과,
키오스크를 들인 매장은 판매·서빙직 고용률이 11% 줄었고,
남은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오히려 2시간 늘었다.
매출은 8.9% 늘었지만,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흐름도 함께 확인됐다.
사람을 못 구해서 기계를 들이고,
기계가 늘어서 사람 자리는 더 준다.
알바 자리를 구하는 대학생과,
사람을 구하는 사장님이
같은 시기에 같은 목소리로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누구도 완전한 승자가 아닌 채로,
이 악순환만 매년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업주는 힘들어진다는 문장과,
그 사업주 중 일부는 여전히 잘 번다는 문장은 둘 다 참이다.
문제는 이 둘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뭉뚱그리는 순간 생긴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최저임금 대 자영업'의 싸움이 아니다.
저마진·저생산성 구조에 갇힌 하위 자영업자와,
그 구조 바깥에서 여전히 성장하는 상위 자영업자 사이의 격차다.
그 격차는 최저임금이 오르든 내리든,
지난 10년간 꾸준히 벌어져 왔다.
2018년 502만 명이던 자영업자가
2022년 723만 명으로 늘고
5분위 배율이 41.9배에서 98.2배로 벌어지는 동안,
최저임금위원회의 표결은 그저
매년 여름 되풀이되는 소음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년 여름마다 반복하는 이 논쟁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 죽는다" 대
"최저임금은 원래 줘야 할 돈이다"말은
애초에 잘못된 질문을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왜 같은 업종,
같은 상권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잘 벌고,
누군가는 최저임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가.
그 답을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골목의 간판들이
이미 말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