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체온계

숨어있던 도시의 답

by다소느림

광주 서구 금호동 먹자골목 지하에는

작은 공영주차장이 하나 있다.

크기는 볼품없다.

자리 몇 개 놓고 나면 금방 가득 찬다.


주차장 주차요금표.jpg

그런데 요금이 이상하리만치 싸다.

최초 1시간이 무료고,

그 이후로는 시간당 700원이다.


요즘 시간당 6천 원,

심하면 10분에 천 원을 받는

민영주차장이 흔한 걸 생각하면

이 가격은 거의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사람들이 자꾸 찾게 된다.

주차 걱정 없이 여유 있게 밥을 먹고,

카페에 들르고,

2차까지 이어간다.


실제로 금호동 먹자골목은

아파트 1만 6천여 세대를

배후로 둔 상권이라

저녁이면 늘 북적인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광주에서 다녀본 골목 상점가 중

손에 꼽게 장사가 잘되는 곳이다.


처음엔 그저 "싸서 좋다"는 감상으로 끝날 이야기였다.

그런데 광주광역시 주차장 조례를 들여다보다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광주시는 지역을 1급지, 2급지, 3급지, 주거지전용

네 단계로 나눠 주차 요금을 차등 적용한다.


1급지는 1차 순환도로 안쪽 전 지역과

2차 순환도로 안쪽의 상업지역·준주거지역을 포함하는데,

서구에서는 양동, 농성1·2동, 광천동,

치평동, 상무1·2동, 화정1·2동, 풍암동과 함께

금호1동·금호2동이 명시적으로 이 최고 등급에 포함돼 있다.


즉 조례상으로는 금호동이 상무지구·화정동과 똑같이

광주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받아도 되는

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있다는 뜻이다.


조례상 1급지 표준 요금은

최초 30분 700원에

이후 15분마다 350원씩 붙는 구조다.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사실상

1,400원 안팎이 나와야 정상이다. 1


일 주차료는 8,000원,

월 정기권은 주간 88,000원·야간 70,000원이다.


그런데 실제로 금호동 주차장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요금을 받고 있다.

알고 보니 이 주차장은 광주시가 직영하는

22개소 목록에는 아예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서구청이 별도로 관리하는 시설로,

다자녀행복카드 감면 대상 시설 목록에

'서구 금호동 764번지 소재

금호동 공영주차장'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잡혀 있었다.


즉 조례상 "가장 비싸도 되는 동네"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데,

실제로는 구청 재량으로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요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어긋남 하나가,

광주 전체의 주차 정바카라이

얼마나 제각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창문이었다.


주차와 매출, 정말 관계가 있을까


당연한 궁금증이 따라왔다.

주차가 싸면 정말 장사가 잘 될까?

국내 학계의 답은 뜻밖에도 엇갈린다.


부동산학연구에 실린

이임동·이찬호·강상목(2010)의

편의점 입지요인 연구는,

유동인구와 배후인구는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매장 접근성 자체는 매출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결과를 인용한 후속 연구들은

상업시설의 접근성과 매출액 사이의

일반적인 관계가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니라고 해석한다.


걸어서 잠깐 들르는 업종에서는

"오기 편한가"보다

"애초에 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몇인가"가

훨씬 중요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지

국토계획에 실린 김수현 외(2015)의 소매업 매출 연구도,

서울시 편의점·화장품소매점·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보행량과 건조환경 요인이 매출을 좌우한다는 걸 실증했다.

여기서도 핵심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앞을 걸어 지나가는가'였다.


반면 한국컴퓨터정보학회논문지에 실린

최락인(2015)의 대형할인점 고객만족도 연구에서는

매장의 청결성과 분위기,

그리고 편리한 주차시설과 교통수단의 편의성이

고객만족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를 몰고 가서 한 번에 많이 사 오는 업종에서는

주차가 확실히 변수로 작동한다는 얘기다.


이 두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주차가 상권을 살리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업종과 상권의 성격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질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도보형 상권(편의점, 소규모 소매점)과

차량 의존형 상권(대형할인점, 아파트 배후 먹자골목)은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금호동 먹자골목은 명백히 후자에 가깝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정작 이 문제를 계량화해서

정바카라에 반영해야 할 지자체 자신도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도로·주차장 투자심사 경제성 분석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영주차장 신축의 편익을 계산할 때

통행시간 단축과 차량운행비용 절감,

주차장 자체 운영수입만 반영할 뿐,

인근 상권의 매출 증대 효과는

편익 항목에 아예 넣지 않는다.


학계도 정부도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을,

상인들은 매일 몸으로 겪으며

답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충장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


이 질문이 가장 뜨겁게 부딪히는 곳이

광주의 원도심, 충장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광주의 일반상가 1층 공실률은

9.6퍼센트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서울이 4.6퍼센트,

제주가 3.5퍼센트인 것과 대비된다.


1층 공실률은 유동인구와 매출에 직결되는

핵심 입지의 공실을 보여주는 지표라,

상권의 체감 침체도로 받아들여진다.


금남로·충장로 일대 오피스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35.64퍼센트에서

4분기 44.89퍼센트로 뛰었고,

2025년 1분기 45.04퍼센트,

2분기 44.83퍼센트를 기록하며

1년 가까이 40퍼센트대 중반의 고공실이 이어졌다.


2025년 2분기 기준으로는

울산 산정동(48.85퍼센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오피스 공실률이었다.


상가 쪽도 마찬가지다.

광주일보가 충장로 1가 입구부터

3가 파출소까지 450미터 구간을

전수조사한 결과 199곳 중

135곳만 영업 중이어서

공실률이 32.2퍼센트로 나타났다.


세 곳 중 한 곳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방문객도 꾸준히 줄었다.


동구가 빅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충장로 일대 월평균 방문객 수는

2019년 105만 5,919명에서

2024년 94만 1,733명으로

5년 사이 10.8퍼센트 감소했고,

음식·숙박·레저·관광 4대 소비 매출액은

같은 기간 34억 5,273만 원에서

23억 4,026만 원으로 32.2퍼센트나 급락했다.


여기에 임대료 문제까지 겹친다.

충장로 1~3가 일대 10평 기준 월 임대료는

150만~200만 원 수준인데,

1~2년 전 250만~300만 원보다는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상무지구의 10평 기준

임대료 62만 원과 비교하면 두세 배 높다.


충장로·황금동 상가 612곳 중

524곳(85.6퍼센트)이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라,

입점 시 드는 인테리어·수리비까지 고려하면

임대료가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구가 충장상권 활성화를 위해

5년간 100억 원을 투입한

'충장상권 르네상스 사업'이나,

건물주 23명과 협의해 추진한

'반값 임대료' 협약조차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침체를 두고 상인들과 지자체는

완전히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다.


충장로 1·2·3가 상인회장 정일성씨는

광주 지역 상인회가 있는 상권 가운데

유일하게 공영주차장이 없다고 주장하며,

지자체가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저렴한 요금을 제시하면

주변 민영주차장도 따라서 요금을 내릴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레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동구청 관계자는 정반대로,

지금 충장로는 주차장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차 없는 거리와 문화행사를 통한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논쟁이 하도 첨예해서

무등일보가 직접 팩트체크를 했다.

결과는 양쪽 주장 모두를 흔드는 것이었다.


충장로 1~5가 안에는 공영 1곳과 민영 6곳,

총 555면의 주차장이 있고,

도보 5분 거리까지 넓히면 황금주차빌딩(300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주차장(275면),

로머스파크주차장(244면),

와이즈파크주차장(107면) 등

100면 이상 대형 주차장만 넉 곳이 더 있다.


그런데 취재기자가 일요일 피크타임 정오에

두 곳의 대형 민영주차장을 직접 가봤더니,

둘 다 텅텅 비어 있었다.


주차 공급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는 게

실측으로 확인된 것이다.


진짜 원인은 요금이었다.

민영주차장 대부분이 시간당 3천 원 이상을 받다 보니

시민들이 비용 때문에 이용을 기피하고 있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충장로가

과거 잘나가던 시절에도

주차장이 많아서 잘된 게 아니라

전남도청 같은 주요 기관이 있어

자연스럽게 도시의 중심이 됐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새로 짓기보다

기존 주차장과 제휴해 할인권을 주고

지자체가 그 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황금주차빌딩은

이미 롯데시네마 충장로관·CGV 금남로점 이용 후

웹 할인 등록을 하면 무료 주차가 되는 제휴를 운영 중이다.


즉 "기존 시설과의 할인 제휴"라는 해법은

이미 부분적으로 존재하지만,

상인회의 요구만큼 널리 알려지거나

상권 전체로 확장되지는 못한 상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등일보 오피니언 칼럼은 더 단호하게,

주차장은 공공재가 아니라

영업활동을 위한 시설일 뿐이라며,

주차장 부족 때문에 공실이 심각하다면

상가 소유주들이 직접 주차장을 지어

건물 가치를 올리는 게 순리라고 반박했다.


세금을 들여 신축하는 것이 방문객을 위한 것인지

상가 소유주의 자산 가치를 위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논지다.


즉 충장로의 문제는

"주차장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주차장이 얼마나 싸고,

사람들이 그걸 알고 이용하느냐"였다.


이 지점에서 다시 금호동이 떠오른다.

금호동은 정확히 그 조건,

즉 저렴하고 이용률 높은

공영주차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답은 이미 광주 안에 있었다


이 지점에서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

이미 광주 안에서,

그것도 정바카라적으로 설계된 형태로

이 답을 실증한 사례가 있었다.


광주 광산구는 대표 복지정바카라인

'천원밥상'에 이어 두 번째 '천원' 시리즈로

'천원 더 가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공영주차장 2시간 이용 요금을

1,000원으로 낮췄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를 단순한 요금 인하가 아니라

상권 접근성 강화,

서민경제 부담 완화,

교통질서 개선을

동시에 겨냥한 생활밀착형

교통복지 정바카라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송정역 뒤,

무진로 일대,

우산동·수완동 행정복지센터 주변,

광산문화예술회관·수완문화체육센터 지하,

하남3지구 주차타워 등

9개 공영주차장에서 운영 중이다.


그 가운데 송정역 뒤 공영주차장은 요금을

1,6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 뒤

이용률이 27퍼센트 올랐다.


전체적으로 월 이용 대수는

3만 9,555대에서 4만 5,263대로 14퍼센트 늘었고,

요금을 내리면 수입이 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이용량 증가로 수입은 오히려

전년 대비 26~29퍼센트 늘었다.


부수 효과도 있었다.

불법주정차 신고 건수가

연 5만 5천여 건에서

3만 5천여 건으로 줄었다.


시민들이 공영주차장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이면도로 혼잡이 해소된 결과로 해석된다.

더 인상적인 건 야간 개방 효과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무료 개방을 시행 중인 7개 공영주차장의

야간 이용 건수는 월평균 2,276건에서 2,916건으로 늘었고,

우산동 행정복지센터 앞과 하남3지구 주차타워1은

야간 이용률이 각각 118.8퍼센트,

106.8퍼센트 증가했다.


하남3지구 주차타워1,

광산문화예술회관 옆,

운남동 공영주차장은

전체 이용자의 80퍼센트 이상이

그동안 주차장을 쓰지 않던 신규 이용자였다.


기존 이용자가 시간대를 옮겨서 쓴 게 아니라,

가격을 낮추자 그동안 숨어 있던 수요가

새로 드러난 것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은 한발 더 정교했다.


2023년 6월 12일,

동작구는 사당역 100미터 이내 유휴 사유지 두 곳

(사당동 1042-22번지 40면, 1044-15번지 25면)에

총 65면 규모 공영주차장을 조성했다.


부지를 사들이는 대신

토지 소유주와 1년 이상 무상사용 협약을 맺고

그 대가로 재산세 면제 혜택을 주는 방식을 썼다.


6월 12일부터 7월 5일까지는 무료 시범운영을 하고,

7월 7일부터 정식 요금(5분당 400원)을 부과하되,

상권 내 점포 이용자에게는

최대 1시간 무료 주차를 별도로 적용하는

이원화된 요금 체계를 설계했다.


일반 방문객과 실제 소비자를 구분해

혜택을 다르게 준 것이다.


1년 뒤 조사에서 사당역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는

295만 8천 명에서 309만 1천 명으로 4.5퍼센트,

매출액은 367억 4,200만 원에서

405억 500만 원으로 10.2퍼센트 늘었고,

점포 수는 864개소에서 907개소로 43개소(5.0퍼센트) 늘었다.


이후 남성역 공영주차장 80면이 추가돼

총 145면 규모로 확장됐고,

이 확장판 기준으로는 폐업률이

31.3퍼센트나 줄었다.


물론 동작구는 주차장만 지은 게 아니었다.

2024년 5월 사당역 광역버스 정류소를 신설하고,

9월에는 사당역 8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으며,

사당1동 먹자골목·이수미로 골목형상점가·남성사계시장을 묶어

브랜드화하는 상권활성화 사업도 함께 진행했다.


주차장이 여러 정바카라 패키지 중

하나였다는 점은 균형 있게 짚어야 하지만,

그 패키지의 첫 단추가 주차장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동작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5년 1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동작구청 제2복합청사' 건립 계획에도

공영주차장 30면을 추가로 배치해,

이 모델을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정바카라으로 확장하고 있다.


신도심이라고 다 정답은 아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하나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만 보면

"신도심은 답을 찾았고 원도심은 못 찾았다"는

단순한 구도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광주 광산구 첨단2지구의 사례를 보면

이 구도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첨단2동 행정복지센터는 신축 청사를 지으면서

인근 주민을 위한 공유주차장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 개방 규모를 확인해보면

수용 대수가 단 9면에 불과하다.


게다가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만 개방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종일 개방된다.


즉 정작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몰리는

평일 점심·저녁 시간대에는

이 주차장이 닫혀 있는 것이다.


새 청사를 지으면서

'공유주차장 개방'이라는 이름표는 붙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근 먹자골목 상권이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구조였다.


이건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신도심 개발 방식 자체의 허점을 보여준다.


새 행정복지센터나 공공청사를 지을 때

주차장을 '주민 편의시설'로 함께 조성하긴 하지만,

그 설계가 실제 인근 상권의 이용 패턴을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있으나 마나 한 시설이 된다.


첨단2지구처럼 새로 개발된 지역에서조차

이런 사례가 나온다는 건,

신축 자체가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광산구 천원주차장이나

동작구 사당동처럼 요금 체계와

개방 시간을 상권의 실제 수요에 맞춰

세밀하게 설계했느냐가 결정적이었다는 걸

거꾸로 확인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즉 "신도심=성공,

원도심=실패"라는 이분법보다는,

신도심이든 원도심이든

"설계가 상권의 실제 이용 시간과

요금 감수성을 반영했는가"가

진짜 변수라는 게 더 정확한 결론이다.


광산구와 동작구는 그 설계에 공을 들였고,

첨단2지구와 충장로는 각각 다른 이유로

그 설계에 실패했다.


하나는 개방 시간을 잘못 짰고,

하나는 신설 자체를 미루고 있다.


왜 광주는 아직 못 하고 있나


그렇다면 왜 광주의 원도심은

신도심의 성공 모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까?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겹쳐 있다.


첫째는 절대적인 공급 부족이다.

2025년 기준 전국 공영주차장 현황을 보면

광주는 246곳에 불과하다.


인구 규모가 거의 비슷한 대전(약 144만 명)은 664곳,

광주보다 인구가 적은 울산(약 111만 명)도 548곳이다.


인구 대비로 계산하면 광주는 약 5,700명당 공영주차장 1곳인데,

대전과 울산은 2천 명대당 1곳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 광진구 자양1동 사례를 봐도,

전체 주차공간 6,727대 가운데

공영주차장은 140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6,587대는 전부 민영이었다.


도심 상권일수록 공공이 채우는 몫보다

민간이 채우는 몫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이 패턴은

광주 원도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충장로 555면 가운데

공영은 단 1곳(37면)뿐이었다.


둘째는 자치구마다 제각각인 정바카라 태도다.


같은 광주 안에서도 광산구는 요금 유연화와

신규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고,

서구는 금호동처럼 저가형 공영주차장을 유지하며,

북구는 민간시설 개방을 유도하는

'나눔주차장 사업'(최대 2,500만 원 지원)과

주차난이 심한 지역을 선정해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쌈지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을 병행하고,

남구는 공동주택 부대시설을 주차장으로

용도 변경하는 이에게 '주차장특별회계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쓴다.


반면 동구는 상인들의 신설 요구를

몇 년째 받아들이지 않고

차 없는 거리 정바카라만 고수하고 있다.


다섯 자치구가 다섯 가지 답을 내놓고 있는 셈인데,

정작 가장 침체가 심한 원도심이

가장 소극적인 답을 택하고 있다는 게 역설적이다.


셋째는 비용에 대한 오해다.

청주시 관계자가 밝힌 대로 구도심에서

새 주차장을 지으려면 토지 매입비까지 포함해

면당 평균 1억 원 이상이 드는 게 현실이다.


실제 사례로 봐도,

청주시가 봉명초등학교 인근·복대동에 140면을 조성하는 데

115억 원(면당 약 8,200만 원)이 들어갔고,

수원 권선1동은 지상 5층 122면 규모에

70억 원(면당 약 5,700만 원)이 들었다.


100면 규모 대형 주차장 하나에 수십억에서

100억 원대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이 부담 때문에 신축 논의가 매번 멈춰서는데,

동작구나 제주시 사례처럼 유휴 사유지를

무상 임대로 확보하고 그 대가로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을 쓰면

이 비용 구조 자체를 우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주시는 2026년에도

'공한지 주차장 조성사업'을 통해

토지이용 계획이 없는 대지·잡종지를

최소 4년 이상 무상 임대로 확보하는 방식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실무 매뉴얼이 이미

여러 지자체에 축적돼 있는데도

충장로 논의에서는 신축이냐 포기냐 하는

이분법만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상황 하나를 더 짚어야 한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자원안보 위기 탓에

지난 3월 25일부터 전국 공공부문 차량 5부제가 의무화됐고

4월 8일에는 2부제로 강화되면서,

광주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가

공영주차장 이용에도 5부제를 함께 적용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돼

원유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정부가 7월 1일부로 위기경보를 낮추고

전국적으로 공공기관 차량 제한과

공영주차장 5부제를 전면 해제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일주일 남짓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반쪽만 열려 있던 공영주차장이

이제 막 완전히 풀린 셈인데,

이 시점이야말로 광주가 그동안 미뤄온

원도심 주차 정바카라 논의를

다시 꺼내기에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다.


여기서 물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


금호동 공영주차장 앞에서

시작한 질문은 결국 이렇게 이어진다.


광주의 답은 이미 광주 안에 있다.

광산구의 천원주차장이 증명했듯,

요금을 낮추면 수입도 늘고

불법주정차도 준다.


동작구 사당동이 증명했듯,

무상 임대로 확보한 유휴 부지에

이원화된 요금을 설계하면

유동인구도 매출도 늘고

폐업률은 줄어든다.


문제는 이 성공을 원도심으로

옮겨올 정치적 의지와 재정 설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새겨들어야 한다.

주차장이 공공재가 아니라는 지적,

건물 가치 상승의 수혜자인 상가 소유주가

스스로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는

나름의 타당성을 갖는다.


그리고 편의점 연구가 보여주듯,

모든 업종·모든 상권에서 접근성이

매출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충장로처럼 원거리 방문객과

차량 이용객 비중이 높은 원도심 상권에서,

실제 존재하는 주차장조차 비싼 요금 탓에

텅 비어 있다는 팩트체크 결과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충장로 상인들은 몇 년째 공영주차장을 요구하고 있고,

지자체는 몇 년째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그 사이 원도심의 상가는 세 곳 중

한 곳이 비어가고 있다.


답을 이미 가진 도시가,

그 답을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게 지금 광주가 마주한

가장 사소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