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것의 뜨거운 문제

얼어붙은 관리, 녹아내린 위생

by다소느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것


배탈이 났습니다.

그런데 한둘이 아닙니다.

같은 함바식당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이

줄줄이 탈이 났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얼음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반찬이 잘못됐나,

날씨 탓인가,

어제 뭘 잘못 먹었나.

다들 이런 식으로 짐작만 합니다.


제빙기는 애초에 의심조차 하지 않습니다.

카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배탈이 나도

사람들은 원두를 의심하거나 우유를 의심하지,

얼음까지 의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일입니다.

얼음도 엄연히 식품입니다.


식품공전에는 얼음이 아이스크림,

빙과와 함께 '빙과류'로 분류돼 있고,

세균수와 대장균군 허용치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아이스크림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식품입니다.


그런데도 다들 얼음을 그냥

물이 언 것 정도로 여깁니다.

그래서인지 제빙기는 언제나

청소 우선순위에서 가장 먼저 밀려납니다.


폭염 하루에 식중독 환자 7.4퍼센트


먼저 짚어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얼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름과 식중독의 관계부터 봐야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

2002년부터 2020년까지 19년치 전국 시도별

집단 식중독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연간 폭염일수가 하루 늘어날 때마다,

연간 집단 식중독 환자 수는

7.4퍼센트씩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슬롯·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1,371억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연구진은 정부 차원의 폭염 적응형

식품보건정바카라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서울시 데이터를 별도로 들여다본 분석에서도

폭염일수와 식중독 환자 수 사이의

상관계수는 0.7이었습니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관계를 뜻하는 통계에서,

0.7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더 오래전인 2009년,

한국보건슬롯연구원의 연구는

이렇게 예측했습니다.


기온이 평균 1도 오를 때마다,

주간 식중독 발생 건수는

5.27퍼센트에서 5.99퍼센트,

환자 수는 6.18퍼센트에서

7.01퍼센트 늘어난다고 말입니다.


기후변화로 폭염일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폭염이 늘어날 때마다

식중독 환자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게 다시 봐야 할 숫자입니다.


여름철(6~8월) 식중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중 가장 집중된 시기였습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통계를 보면,

여름철 식중독은 연평균 113건 발생해

연간 전체 563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전체 환자의 평균 40퍼센트가

이 3개월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식중독 발생 건수가 15퍼센트,

환자 수는 무려 60퍼센트 늘었습니다.


음식점과 대학,

교육시설,

공공기관 등

집단급식소에서

식중독 의심 신고가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가장 최근 자료도 다르지 않습니다.

2026년 5월 31일 기준,

경기도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은 60건으로

전년 동기 49건 대비

22.4퍼센트 급증했습니다.


원인균 중에서는 노로바이러스가

56.7퍼센트로 압도적이었고,

병원성대장균이 7건,

살모넬라균이 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여름은 날마다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열기만큼,

식중독도 통계적으로

예정된 것처럼 늘어나고 있습니다.


5년의 숫자, 그리고 감소의 함정


이 폭염의 흐름 속에서,

얼음은 정확히 어떤 위치에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년 봄,

얼음 소비가 늘어나기 직전 시기에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식용얼음을 수거해 검사합니다.

살모넬라 같은 식중독균, 대장균, 세균수를 봅니다.


2019년, 233개 매장을 검사했으며

41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부적합률로 따지면 18퍼센트,

다섯 곳 중 한 곳 꼴이었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

검사 대상은 362개 매장으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부적합은 15곳으로 줄었습니다.

부적합률은 4퍼센트로 뚝 떨어졌습니다.


2021년에는 401개 매장을 검사해

12곳이 걸렸습니다.

부적합률 3퍼센트였습니다.


2022년에는 404개 매장 중 역시 12곳,

마찬가지로 3퍼센트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개선된 것처럼 보입니다.

식약처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여름철 제빙기와 식용얼음의 위생관리 요령을

업계에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한 결과,

영업자의 인식이 개선되고

위생관리가 강화된 결과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2025년 3월 17일부터 28일까지,

식약처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얼음 389건을 검사했습니다.


2건이 세균수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얼죽아' 시즌을 겨냥한 이 조사 결과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같은 해 6월 2일부터 17일까지,

이번엔 편의점까지 포함해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편의점의

식용얼음 451건을 검사했습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소비가 급증하는 시점을

정확히 겨냥한 조사였습니다.


제빙기 얼음 5건과 편의점 컵얼음 1건,

모두 6건이 세균수 기준을 넘겼습니다.


2024년 3월 조사에서는 447건 중

4곳이 세균 기준 초과로 걸렸습니다.

그보다 앞선 조사에서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포장얼음을 합쳐 878건을 검사해

4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6년 3월,

식약처는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식용얼음 418건을 검사했습니다.


7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세균수 초과가 6건,

대장균 초과가 1건이었습니다.


해당 얼음을 쓰던 휴게음식점 7곳은

그 즉시 제빙기 사용이 중단됐고,

세척과 소독, 필터 교체를 마친 뒤에야

다시 얼음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매년 봄과 초여름,

정확히 얼음 소비가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식약처는 어김없이 점검에 나섭니다.


그리고 매년,

어김없이 몇 건씩 걸립니다.

2019년의 41건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는

확실히 옛말이 됐습니다.


하지만 3년 넘게 이어진 3퍼센트대라는 숫자도,

결코 0에 수렴하지 않습니다.


이 통계 뒤에는 익명 처리된 업소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과거 점검에서는 공차와 매머드 같은,

이름이 알려진 카페·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얼음에서도

위생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브랜드가 크다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개선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근절된 것은 아닙니다.

이 둘 사이의 거리를,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변기 물보다 더러운 얼음


국내외 여러 조사에서

얼음 속 세균 수가

변기 물의 세균 수보다

많게 측정된 사례가 나왔습니다.


예방의학 전문의 데이비드 카츠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로,

제빙기가 제대로 청소되지 않는다는 점과

사람들이 손을 씻지 않은 채

얼음을 푸는 습관을 꼽았습니다.


오염은 얼음을 만드는 물 자체보다,

제빙기 내부와 사람의 손,

그리고 보관 과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됩니다.


물이 아무리 깨끗해도,

관리가 소홀하면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얼리면 세균이 죽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의 설명에 따르면,

영하 18도 이하로 얼리면 세균과 효모, 곰팡이는

비활성화될 뿐 사멸하지 않습니다.

활동을 멈출 뿐입니다.


얼음이 녹으면 세균은 다시 증식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이 냉동 환경에서 유독 강합니다.


식약처 연구에 따르면

얼음 속 노로바이러스 생존율은

3일 후 약 99퍼센트,

17일 후에도 45퍼센트에 달합니다.


얼음은 세균을 죽이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바이러스를 오래 보존하는 매개체에 가깝습니다.

냉동은 안전을 보장하는 마법이 아니라,

시간을 잠깐 멈추는 것에 불과합니다.


2024년 5월,

한 유튜브 채널에

제빙기와 에어컨을 전문으로

청소하는 업자가 출연했습니다.


그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관리는 하지만

속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빙기 내부에는 물곰팡이부터

각종 바이러스, 세균이 수두룩하고,

니켈처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분해해

청소하지 않은 카페에서는

아이스 음료를 마시지 않고,

따뜻한 커피만 마신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는 배탈이 난 고객들 대부분이

그 원인을 얼음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식약처가

정기적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무작위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운 좋게 걸리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점검 제도가 있다는 사실과,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입니다.


집에서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카페나 함바식당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집에서 얼리는 얼음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가정용 정수기 100대를 검사했더니

53대에서 대장균 등이

기준치를 넘게 검출됐습니다.

그중엔 기준치의 110배가 넘은 사례도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얼음정수기에는

아이스룸 UV살균이나

전해수 유로살균처럼

얼음 만드는 구간을 전용으로

관리하는 기능이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업계 자료들을 보면,

얼음정수기는 직수관과 냉온수 모듈,

제빙 모듈, 제빙봉, 아이스룸까지

부품이 많아서 일반 정수기보다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그만큼 위생 관리 난이도도 높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합니다.


뜨거운 온수와 차가운 얼음이

한 기기 안에 함께 있다 보니

결로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이 때문에 곰팡이나 세균 번식 위험이

일반 정수기보다 크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얼음정수기 약정이 3년으로,

일반 직수 정수기의 5년보다

짧게 잡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만큼 관리할 부분이 많다는 걸

업계 스스로 인정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최근 트렌드는 방문관리보다

'자가관리형'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UV나 전해수 살균을 자동화해서

사용자가 알아서 관리하게 만드는 구조인데,

이 경우 방문 관리원이 아예 안 오거나

오는 주기가 훨씬 길어질 수 있습니다.


살균 기능이 있다는 것과,

그 기능이 실제로 매번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역시 다른 얘기입니다.


냉장고 얼음 디스펜서나 실리콘·플라스틱 얼음틀도

세척을 소홀히 하면 바로 오염원이 됩니다.


가정에서는 정수된 물로 얼음을 얼리고,

밀폐용기에 담아서 다른 식품과

분리 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얼음틀이나 정수기 저수조,

필터도 주기적으로 세척·교체하고,

얼음 다룰 땐 손을 씻거나

전용 집게를 쓰는 게 권장됩니다.


카페 얼음은 매년 검사받습니다.

집에서 얼리는 얼음은,

기능은 있어도 그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척 주기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식약처는 '제빙기 위생관리 안내서'를

따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빙기 얼음을 먹을 수 있도록,

부위별 세척·소독 주기와 방법,

쓸 수 있는 세척제·살균소독제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둔 문서입니다.


기준은 명확합니다.

얼음주걱 같은 기구와 제빙기 문, 상부 덮개 등

외부는 하루 한 번 이상 닦고 소독해야 합니다.


내부 벽면은 최소 주 한 번,

세척·헹굼·건조 후 소독.


워터커튼, 슬라이드망, 노즐, 거름망처럼

분해 가능한 부품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분해해서 세척·소독.


얼음 소비량이 많은 매장이면

이 주기를 더 단축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안내서에 나와 있습니다.


세척제나 살균소독제도 아무거나 쓰면 안 됩니다.

위생용품 관리법 등에서

정한 제품만 써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기준,

검색 한 번이면 누구나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광주의 한 H건설 현장 함바식당의

제빙기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H건설 명의로 된

위생관리 준수사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오염된 손으로 얼음삽을 쓰지 말 것,

얼음삽 사용 시 위생장갑을 착용할 것,

얼음삽은 지정된 장소,

즉 소독기에 보관할 것.


세 가지 수칙이 한국어뿐 아니라

외국어로도 나란히 안내돼 있었습니다.


형식은 갖춰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형식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걸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지였습니다.


안내문을 붙이는 것과,

그 안내문대로 매일 손을 씻고

위생장갑을 끼고

얼음삽을 소독기에 넣는 것 사이에는

또 다른 거리가 있습니다.


그 거리를 메우는 건

결국 누군가의 확인과 점검인데,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제주의 경고


지난해 제주시는 유흥업소 가운데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70곳을 대상으로

위생점검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18곳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됐습니다.

공개된 사진 속 제빙기 내부는

곰팡이로 가득했습니다.


청소를 담당했던 한 업자는

곰팡이를 손으로 직접 퍼내고 나서야

세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제주시는 위생관리가 미흡한 사업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나머지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시설개수 명령과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점검은 유흥시설에 한정된 것이었습니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매년 봄,

정기적으로 점검받습니다.


유흥시설은 이런 식으로,

가끔, 지자체 재량에 따라 점검받습니다.


그렇다면 함바식당은

누가, 언제, 어떤 근거로 점검할까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을,

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함바식당이라는 사각지대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식품위생법은 집단급식소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적으로

음식물을 공급하는 기숙사,

학교, 병원, 공장, 사업장의 급식시설.


조건은 하나입니다.

상시 1회 50인 이상에게

식사를 제공해야 합니다.


건설현장의 함바식당도

이 정의 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50인 이상이 매일 같은 곳에서 밥을 먹는 구조라면,

법적으로는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2023년,

대한급식신문은 이 신고 의무가

사실상 회피 가능하다는 점을

분석 기사로 짚었습니다.


당시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은

다섯 곳에서 식사를 운영하면서도,

단 한 곳만 집단급식소로 신고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학원가에서만

대형 식중독 사고가 확인된 것이 네 번째였습니다.


1월에는 청주의 한 입시학원 분점에서 80여 명의 학생이,

2월에는 성남의 한 국제학교에서 70여 명이,

5월에는 서초구의 한 어학원에서

90여 명의 영유아가 식중독에 걸렸고,

그중 일부에서는 살모넬라균까지 검출됐습니다.


신고돼 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식약처의 식중독 통계는

정해진 경로를 통해서만 집계됩니다.


환자나 의사, 한의사,

그리고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자가 신고해야

시·군·구를 거쳐 식약처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신고 의무자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면,

그 급식소는 통계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처리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의 밥상, 노동법의 사각지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는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말하는 건강장해는

추락이나 끼임처럼

눈에 보이는 사고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근로조건을 개선해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무입니다.


건설현장처럼 원청과 하청이 얽힌 구조에서는

위생시설에 관한 협조 의무도 별도로 존재합니다.


하청업체, 즉 관계수급인은

원청인 도급인이 설치한

위생시설을 이용하는 데 협조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작업장의

안전과 보건을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관련 해설서에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함바식당은 누구의 시설인가요?

누가 이곳의 위생을 점검할 바카라임을 지나요?

원청인가요?

하청인가요?

아니면 함바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인가요?


바카라임의 소재가 불분명할수록,

아무도 바카라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사고가 나면 안전보건관리바카라임자와 현장소장,

관리감독자 사이에서 바카라임의 경계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처럼,

위생 문제 역시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

누구의 몫인지 흐릿하게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카페 손님은 다른 카페로 갈 수 있습니다.

얼음이 찜찜하면 그냥 다른 매장에서

커피를 사 마시면 됩니다.

선택할 자유가 있는 소비자입니다.


하지만 건설현장 노동자는 다릅니다.

지정된 함바식당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매일, 같은 곳에서,

선택 없이 먹어야 합니다.


위험이 구조적으로 배분되는 방식이 여기 있습니다.

을의 자리에 놓인 사람이,

위험도 함께 떠안습니다.


물음표로 남는 것들


폭염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폭염일수가 하루 늘어날 때마다

식중독 환자는 7.4퍼센트씩 늘어난다는

계산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 폭염 속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 중 하나가 얼음입니다.

그 얼음은 법적으로 식품입니다.

세균수와 대장균군 규격이 정해진,

엄연한 식품입니다.


카페의 얼음은 매년 검사받습니다.

유흥시설의 얼음은 지자체 재량으로,

가끔 검사받습니다.


가정의 얼음은,

누구도 검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함바식당의 얼음은,

애초에 검사 대상에 포함되는지조차 불분명합니다.

배탈이 반복되는 함바식당이 있습니다.

같은 얼음을 나눠 마신 사람들입니다.


이 함바식당이 집단급식소로 신고돼 있는지,

아직 확인된 바 없습니다.


제빙기가 마지막으로 언제 세척됐는지,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누가 이 시설의 위생을 바카라임지는지,

명시된 바도 없습니다.

기온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검사와 바카라임의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