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깔린 167개의 민원
요즘 동네 공원에 가면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발바닥이 누렇게 물든 채 천천히 걷는 60대, 70대.
그 곁을 형광색 조끼를 입은 20대, 30대 러너들이
무리 지어 스쳐 지나간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어폰을 끼고 혼자 묵묵히 뛰는 사람도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원,
전혀 다른 세 개의 세계가
부딪히지 않고 공존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 풍경은 우연이 아니다.
전국 167개 지자체의 조례,
수백억 원의 예산,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정치와
산업과 외로움이 정교하게 얽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흙 한 줌 같아 보이는 이 작은 길이,
사실은 한국 슬롯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먼저 규모부터 정확히 짚고 가자.
2024년 8월 기준,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167곳이 맨발 걷기 지원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의 68.7%,
지자체 10곳 중 7곳이
이미 황톳길 조성을 법적 의무
또는 권장 사업으로 명문화했다는 뜻이다.
지자체장 업무로 산바카라로 조성·관리를 규정한 곳도
10곳 중 7곳에 이른다.
확산 속도가 특히 가파르다.
2023년 12월 기준 전국에 70여 개였던 황톳길은
불과 1~2년 사이 100개소를 훌쩍 넘어섰다.
다른 집계로는 2년 새 17개에서
48개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어느 기준을 쓰든 결론은 같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
예산을 하나씩 따져보면 더 선명해진다.
성남시는 6개소 조성에 34억 5천만 원을 투입했다.
동대문구는 550미터짜리 황톳길 하나에 10억 원,
또 다른 지점인 정릉천 300제곱미터 구간에는 8억 원을 썼다.
마포구는 추가경정예산 5억 원을 긴급 확보했다.
서대문구는 8억 5천만 원짜리 계획을 세웠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취소됐다.
광주 남구는 효천2지구에 1억 5천만 원을 들여
관내 6번째 맨발 산바카라로를 열었고,
2025년에는 백운교차로에서 진월동까지
2.3킬로미터 구간을 추가로 조성 중이다.
서울만 따져도 25개 자치구 중
17개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동작구는 아예 '1동 1황톳길 조성'을
행정 목표로 내걸었다.
영등포구는 기존 7곳을 14곳으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한 지자체에서 한 곳을 만들면,
옆 지자체가 더 큰 규모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흡사 경쟁이다.
전국 합산 예산을 공식적으로 집계한 자료는 없다.
성남시 한 곳만 6개소에 34억을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100개소 이상을 단순 평균해도
수백억 원대 규모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본 지자체도,
중앙정부도 없다.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문제다.
이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북 전주시가 2023년 3월 맨발 걷기 활성화 조례를
시행한 것이 사실상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확산이 일어났는데,
그 경로를 추적해보면 한국 슬롯 특유의 여론 형성 구조가 보인다.
유튜브에 퍼진 맨발걷기 건강 영상이
카지노톡 단체방을 통해 빠르게 공유된다.
"맨발로 걸으면 암이 낫는다",
"혈액이 맑아진다"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이 클릭을 부른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동네 단체방,
가족 단체방,
동창회 단체방에
영상을 퍼나른다.
그러다 누군가 묻는다.
"우리 동네는 왜 황톳길이 없냐."
그 질문이 곧장 구청 민원으로 이어진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토로했다.
"옆 동네에는 황톳길이 있는데 우리는 뭐 하고 있느냐며
민원을 넣는데 어쩌겠느냐.
사실 우리도 곤혹스럽다."
곤혹스러운 줄 알면서도,
민원이 쌓이면 결국 예산을 짜고
공사를 시작한다.
행정이 정바카라을 설계해서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산발적 민원이 행정을 끌고 다니는 구조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황톳길 맨발 걷기,
정말 몸에 좋은가?
맨발걷기 운동을 이끄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은
"맨발로 땅을 밟고 2시간이 지나면
혈액이 2.7배 묽어지고 혈류 속도가
2.68배 빨라진다"고 말한다.
'어싱(Earthing)' 이론,
즉 땅과의 접지를 통해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가 몸으로 흡수돼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염증을 줄인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맨발로 걷기만 해도 말기 암을 비롯해
만성두통, 무릎관절염,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도 치유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
이야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국내 맨발걷기 관련 선행 연구는
총 17편에 불과하다.
이 중 초등·청소년 대상이 9편,
성인 대상이 8편이다.
한 연구는 청소년 59명을
통제군·운동화군·맨발군으로 나눠
12주간 걷기를 시킨 결과
맨발 그룹이 체지방률·체질량지수 감소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보고했지만,
표본이 59명이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어싱의 항염증 효과를 주장하는 연구는
전 세계를 통틀어 약 20편 수준으로,
표본 규모가 작고 맹검(blinding)이
사실상 불가능해 주류 의학계에서
공인된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체역학적으로 근거가 비교적 탄탄한 부분도 있다.
맨발 걷기를 통한 발 근력 강화, 균형감 개선,
고유감각(proprioception) 향상은
비교적 일관되게 지지된다.
신발의 두꺼운 쿠션이 오히려
발의 충격 감지 능력을 떨어뜨려
근육이 충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
맨발일 때 자연스럽게 보폭이 줄고
착지 방식이 바뀌어 무릎 충격이
줄어든다는 점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문제는 이 두 영역,
즉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생체역학적 효과"와
"암이 낫고 혈액이 맑아진다는 과장된 주장"이
대중에게는 거의 구분 없이 전달된다는 점이다.
17편의 논문이 167개 조례의
근거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데,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입소문과 체험담이다.
그렇다면 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왜 이토록 강력하게,
그리고 빠르게 퍼졌을까.
답은 노년층의 미디어 소비 구조에 있다.
2025년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고령자의 97.2%가 영상으로
여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서는
60대의 45.4%가 주 1회 이상
건강정보를 찾는다고 응답했다.
노인 세대가 더 이상 텔레비전 건강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튜브를 1차 정보원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콘텐츠의 질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유튜브에 게시된
노인 건강 관련 영상 조회 수 상위 100건을
정밀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42%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영상이었고,
이 중 24건은 전문가를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전문가가 출연한 영상은 전체의 6%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노인들이 신뢰하고 보는 건강 정보 100개 중
94개는 진짜 전문가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더해진다.
카지노톡 단체방에서는 지인이나 가족이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의 신뢰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AI가 만든 가짜 전문가 영상이,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고령층 사이에서,
가족이라는 신뢰 채널을 타고 퍼지는 것이다.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고령층이
잘못된 정보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은
여러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회로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AI 가짜 전문가 유튜브 영상 제작 →
자극적인 건강 불안 콘텐츠 확산 →
카지노톡 단체방을 통한 신뢰 기반 전파 →
"우리 동네도 황톳길 만들어 달라"는 민원 →
조례 제정 →
예산 편성 →
공사 착공.
황톳길은 결국 AI가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가 점화한 불씨가,
합법적인 행정 절차를 거쳐,
세금으로 실현된 결과물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다.
건강 효과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 외에,
더 직접적인 안전성 문제도 짚어야 한다.
도시공원 토양 자체에 대한 중금속 우려는
비교적 안심할 만한 수준이다.
강원·충북 지역 45개 도시공원을 조사한 결과
중금속 8종을 포함한 12개 항목 모두
토양오염우려기준 대비 평균 0.5~14.8% 수준으로,
자연배경농도에 가까웠다.
카드뮴·유기인·시안은 전 지점에서 불검출됐다.
그런데 여기서 구조적 허점이 드러난다.
도시텃밭은 매년 중금속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는다.
먹는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반면 황톳길은 걷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안전성 검사 의무 규정이 현재 없다.
황토의 원산지를 관리하는 기준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어떤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검사를 하고,
어떤 지자체는 아예 하지 않는다.
수억 원을 들여 까는 시설인데,
그 흙이 어디서 왔고 안전한지를
검증하는 법적 의무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위험은 생물학적 감염이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오염된 물이나 흙에 접촉하면
피부사상균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고,
결국 무좀 같은 곰팡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좀균은 공동 샤워장이나 욕실처럼
감염자가 맨발로 드나드는 습한 공간에서
사람 사이에 쉽게 전염되는데,
황톳길이 정확히 이 조건에 부합한다.
불특정 다수가 맨발로 같은 흙을 밟고,
비가 오면 습해지고,
여름엔 고온다습해진다.
당뇨병 환자처럼 발 감각이 무뎌진 사람에게는
외상 위험까지 더해져 사실상 금기에 가깝다.
수억 원씩 들여 깔았지만
정작 황토 원산지나 안전성 검사에 대한
의무 기준은 없다는 것,
그리고 진짜 위험은 화려한 중금속 괴담이 아니라
조용한 위생 관리 공백에 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황톳길 안전성 논의에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이다.
조성된 황톳길에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공원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또 하나의 무리,
러닝크루다.
서울에서만 100개가 넘는 러닝크루가 활동 중이다.
네이버 밴드에서 '러닝과 걷기'를 주제로 한 모임은
최근 2년 새 46% 증가했고,
당근마켓 내 러닝 모임은 2025년 8월 기준
2024년 1월 대비 4배 넘게 늘었다.
전체 러닝 모임의 40% 정도가
'연령 제한 없음'으로 운영될 정도로
전 세대가 뛰어들었다.
황톳길이 167개 조례로 늘어나는 동안,
러닝크루는 같은 속도로,
어쩌면 그보다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이 둘이 같은 시공간에서 부딪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황톳길은 맨발 전용이지만,
표지판 하나 세워놓는 것 외에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러너들 입장에서는 황톳길도 그냥
산바카라로의 일부일 뿐이다.
일부러 피해 가거나 신발을 벗을 이유가 없다.
러닝화가 황토를 밟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맨발과 러닝화가 지면에 가하는
압력과 충격은 완전히 다르다.
러닝화 밑창이 황토를 뭉개고
패이게 만들며 유실 속도를 높인다.
동시에 러닝화 밑창에 묻어 들어온 도로 위 오염물질,
개 배설물 등이 그대로 황토에 유입된다.
맨발로 걷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생 문제가 다시 불거진다.
공간 자체의 충돌도 격화하고 있다.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달리는 사람과 자전거 이용객,
보행자 사이의 갈등으로 빚어지는 민원은
한 달에 5번 꼴로 제기된다.
서울 서초구는 반포종합운동장 러닝 트랙에서
달리기 인원 간 거리를 2미터 이상으로 규정하고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송파구는 석촌호수 산바카라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 현수막을 걸고
한 줄로 뛰라는 안내 방송까지 시작했다.
경기 화성시는 동탄호수공원 산바카라로에
러닝크루 출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3~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러닝크루에 '비호감'을 표시한 응답자는
44.9%로 '호감'(33.9%)을 훨씬 앞섰다.
응답자의 70.6%는 러닝크루 활동에
일정 수준의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봤고,
65.2%는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제한 정바카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66.6%는 "규제보다 에티켓과
자발적 문화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답해,
시민들 스스로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갈등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은
결국 현수막 한 장이다.
동선을 분리하거나,
시간대를 나누거나,
황톳길 전용 보호 구역을 설계하는
적극적 조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쯤에서 러닝 자체로 시선을 옮겨보자.
러닝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한다.
언론과 업계가 반복해서 이 숫자를 외친다.
그런데 공식 통계는 다르다.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 기준으로,
지난 1년간 달리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인구는
만 10세 이상의 7.5%,
약 365만 명 수준이다.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주된 운동으로 삼는
'진지한 러너'는 3.2%,
약 155만 명에 그친다.
한 신발 마니아 커뮤니티의 통계 분석은 더 냉정하다.
한두 살짜리 아기까지 통계에 포함시키거나,
러닝화를 한 번이라도 산 사람을
전부 '러닝 인구'로 잡는 식의
부풀리기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경험률은 6.8%에서 7.5%로,
진지한 러너 비율은 1.9%에서 3.2%로 늘긴 했지만,
어느 기준으로도 1,000만에는 한참 못 미친다.
1,000만이라는 숫자는 결국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고가 제품 소비를
정당화하기 위한 마케팅 용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외형적 증가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러닝 관련 소비 금액 증가율은 30대가 232%,
40대가 225%로 20대(177%)보다 오히려 높았다.
20대가 주도했던 열풍이
전 세대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질 인구는 400만 안팎이지만,
크루 단위의 조직적 활동과 소비,
가시성은 1,000만이라는 숫자에
부합할 만큼 폭발적이다.
'러닝 인구'와 '러닝 문화의 영향력'은
서로 다른 숫자로 봐야 정확하다.
러닝이 '무료 운동'이라는 명분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실제 러닝 문화는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
이 중 러닝화 시장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능으로 줄을 세운
'러닝화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한 켤레에 30만 원이 넘는
고가 카본화가 위계의 꼭대기에 있고,
한 한정판 러닝화는 발매가 27만 9천 원이었던 제품이
리셀 플랫폼에서 104만 원,
정가의 4배 가격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시대 가성비 트렌드와 맞물려
골프나 테니스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러닝의 인기가 늘었다"고 분석하지만,
정작 러닝 문화는 1조 원짜리 시장과 계급도,
오픈런으로 귀결됐다.
'무료 운동'이라는 진입 명분과
고비용 소비문화 사이의 간극이
이 유행의 핵심 역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더 있다.
러닝크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동시에,
그 이미지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경향신문이 러닝크루 30곳의 운영규칙을 직접 분석한 결과,
'연애 금지' 또는 '여미새·남미새 금지'
(이성에게 과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와 같은
이성 교제 관련 규칙이 가장 많이 발견됐다.
카지노톡 오픈채팅방 기준 90명가량 모인 한 크루에서는
사귀고 헤어지는 커플이 셀 수 없이 많아,
모임 본래 목적이 흐려진다는 우려로
결국 '연애 금지' 규정까지 만들어졌다.
한 회칙에는 "자연스러운 만남이 아닌
이성 간 교제만을 위해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은
경고, 활동정지, 강제탈퇴 처분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있었다.
한 크루 운영자는 "다수의 여성에게 한꺼번에
개인 메시지를 보낸 남성에게 주의를 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러닝크루는 달리기하는 곳이 아니라
연애하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한 온라인 게임인은 "일종의 소개팅 플랫폼이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러닝크루가
"달리는 헌팅포차"라는 조롱까지 받는다.
배우자나 연인이 러닝크루에 가입한다고 하면
불안해하는 글도 흔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난 것이
'혼자 뛰는 러너'의 증가다.
크루 특유의 단체 문화,
그리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이성 교제 논란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고 홀로 공원을 도는 쪽을 택하는 흐름이다.
같은 공원 안에서도 러닝의 풍경은 셋으로 갈라진다.
여전히 무리 지어 달리며 인증샷을 찍는 크루,
그 크루의 평판에 거리를 두고 혼자 뛰는 러너,
그리고 그 옆에서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어르신.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전혀 다른 동기와
전혀 다른 세대가 한 공간을 나눠 쓰고 있는 셈이다.
공원에서 맨발로 걷는 6070과,
30만 원짜리 러닝화를 신고
그 옆을 달리는 2030,
그리고 그 무리에서 한 발 떨어져
혼자 뛰는 또 다른 2030.
이들이 좁은 공원 하나를 두고 부딪치는 장면은
한국 슬롯의 세대·계층·관계 방식의
단면도이기도 하다.
러닝이 무료 운동이라는 명분으로 확산됐지만,
그 청구서는 의료비로 돌아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세대 족저근막염 환자는
2014년 4만 8,235명에서
최근 7만 3,816명으로 53% 증가했다.
특히 20대 남성은 79%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러닝 인구 증가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족저근막염 전체 진료 인원도
2021년 26만 5,346명에서
2023년 28만 71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역설이 선명하다.
'무료 운동'이라는 명분으로 러닝이 유행했지만,
그 결과 족저근막염을 비롯한 부상 환자가 급증했고
정형외과·스포츠의학과 수요가 폭증했다.
러닝화 시장 1조 원에 의료비까지 더하면,
'무료 운동'의 실제 슬롯적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반대로 황톳길 맨발걷기가
충격 분산 측면에서 부상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운동 문화 사이의 역설적 대비가 더욱 두드러진다.
황톳길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문제를 안다.
그런데도 왜 계속하는가.
답은 선거에 있다.
2026년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1,151명 중
60세 이상은 716명으로 62.2%에 달했다.
후보도 고령이고,
유권자도 고령화됐다.
한 칼럼은 이렇게 썼다.
"지방선거는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내 집 앞의 도로를 닦고 복지관을 운영하며
당장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예산 집행자를 뽑는 선거다.
높은 투표 참여율을 무기로 가진 고령층은
자신들의 한 표가 곧 실질적인 복지 혜택의
실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유권자 구성이 고령화될수록
정치 자원이 노인 세대에 집중되고,
청년 세대의 이해는 구조적으로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유권자 수가 곧 표이고,
표가 곧 공약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가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리면서 빚어지는 결과다.
성남시 황톳길 34억 5천만 원 사업은
명시적으로 시장 공약이었다.
황톳길이 선거 공약이 되는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유권자가 원하면 공약이 되고,
당선되면 예산이 된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치매 노인 재산 공공신탁제도,
고령자 기후 보험 등 최근 정치권이 쏟아내는
고령층 맞춤 공약들과 황톳길은 같은
정치적 토양에서 자라난 결과물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슬롯보장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재정 구조의 중심이 노년층으로 이동했다.
같은 시기 장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연금과 의료 지출 비중이 확대되며
청년 관련 정바카라의 상대적 우선순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국은 지금 그 경로의
초입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더 불편한,
그러나 꼭 해야 하는 이야기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전년(3,661명) 대비
7.2%나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3년 7.2명에서
2024년 7.7명으로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1,271명(32.4%),
50대가 1,197명(30.5%)으로 가장 많았다.
50~60대를 합치면 전체 고독사의 62%를 넘는다.
남성이 81.7%로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다.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은
약 17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4년 전보다 20% 넘게 늘어난 수치다.
2023년 슬롯적 고립도는 33%,
즉 19세 이상 국민 3명 중 1명이
도움이 필요해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상태였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홀로 거주하는 독거노인 비율은 23.7%로,
2000년 16.2%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시니어 4명 중 1명이 혼자 산다는 뜻이다.
70세 이상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하루 5.5시간의 여가시간을 보유하지만,
여가생활 만족도는 30.1%로 최하위였다.
시간은 있지만 즐길 여유는 없는,
이른바 '여가의 역설'이 노년층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황톳길에 매일 나오는 어르신들의 실제 동기는 무엇인가.
건강?
물론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갈 곳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시니어들이 지역슬롯에 대한
소속감만큼은 가장 높다고 짚는다.
황톳길은 그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는,
노인이 매일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일상적 목적지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고독사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황톳길이 아니다.
이웃과의 연결이고,
공동체이고,
사람이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부터
슬롯적 고립 위험군까지 정바카라 대상을 확대해,
실업·슬롯적 관계 단절을 겪는 50~60대 중장년을 대상으로
일자리 정보 제공과 자조모임 등
슬롯관계망 형성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지자체 현장에서는
여전히 황토를 까는 데 예산을 쓴다.
수억 원의 황토 예산이
노인 돌봄 프로그램,
이웃 연결 사업,
경로당 활성화에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지자체는 아직 없다.
황톳길은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비가 오면 황토가 쓸려나간다.
건조하면 굳어서 맨발 부상 위험이 생긴다.
보온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일반 황톳길은
바닥 결빙과 동파 위험 때문에
겨울 동안 임시 휴장한다.
보온 설비가 완비된 일부 시설만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운영하지만,
그조차 기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여름 한낮에는 뜨거운 지면으로 화상 위험이 있고,
장마철엔 무좀균과 피부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전국 100개소 이상 황톳길
대부분은 연간 4~5개월,
봄과 가을에만 제대로 운영된다.
수억 원짜리 시설이 1년 중 절반도 못 쓰이는 셈이다.
동작구는 황톳길 관리 문제가 심각해지자
'동장 바카라임관리제'를 도입했다.
동주민센터별로 전담 관리인을 배치해
황토 보충, 시설 유지, 세족장 관리를 전담시키고,
공원녹지과가 월 단위로 점검하는
이원 체계를 만들었다.
흙 보충 비용은 물론 부대시설 관리까지
모두 매년 반복되는 경상비인데,
조성 단계에서는 흙 깔기 예산만 부각되고
장기 운영비는 처음부터 제대로 계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민참여형 관리체계도 별도로 도입했다.
동작구 황톳길 주민 만족도는 93%에 달하며,
현재 관내 10곳이 개방돼 있고
올해 3곳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만족도는 높지만,
그만큼 관리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고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했다는 것 자체가
관리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이미 앞선 선례가 있다.
2010년대 전국을 휩쓴 둘레길 열풍이다.
수천 킬로미터의 둘레길이 조성됐고,
지금 제대로 관리되는 곳은 손에 꼽는다.
이정표가 낡고,
안내판이 훼손되고,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도시공원 중 조성된 지 20년 이상이 된 곳이 전국 기준 34%,
서울은 무려 69%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는
한국 공원 정바카라의 고질적 패턴을 보여준다.
한 연구위원은 "공원 이용자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순한 면적이 아닌 공원의 질"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공원 정바카라은
양적 확대에 치중해 온 반면,
기존 공원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상당히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조성 예산은 정치적으로 가시적이고 따내기 쉽다.
반면 유지보수 예산은 매년 경상비에서 조용히 빠져나가야 하는,
정치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비용이다.
황톳길도 10년 후 같은 모습이 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이미 내재돼 있다.
선례가 있는데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황톳길 확산의 수혜자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는 2018년 12월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단체로,
현재 전국 130개 지회,
5만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2023년 7월에는 국회에서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접지권 입법'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이 단체는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에
'맨발걷기전문지도자' 민간자격을 정식 등록하고,
지난 3년간 3차례 교육 과정을 거쳐
98명의 1기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들은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을 통해
맨발걷기를 지도할 수 있는 공식 자격을 갖췄고,
단체는 2025년부터 매 분기별로 정기 교육과정을 개설해
지자체 위탁 교육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황톳길이 늘어날수록
이 지도자 자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지자체 위탁 교육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비영리단체이지만 자체 앱을 운영하고,
국가 공공기관·민간단체와 협력사업을
추진한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민간이 운동 문화를 만들고,
공공이 시설과 예산을 제공하고,
민간이 다시 그 시설을 교육·자격증 사업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황톳길 조성 사업을 수주하는 조경·공원 시공업체들,
그리고 황토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있다.
그런데 황톳길 사업은 대부분
소규모 조경 공사로 분류돼
수의계약이 가능한 금액대에서
처리될 수 있는 구조다.
전국 100개소 이상이
같은 황토를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있는데,
그 황토가 어디서 오는지,
단가는 적정한지,
원산지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공개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정보공개청구 한 번이면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인데,
아직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사각지대다.
지금까지 황톳길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정반대편에는 황톳길은커녕
걸을 수 있는 공원조차 없는 곳이 있다.
도시민과 농촌 주민의 삶의 질 만족도를
34개 영역으로 세분해
격차가 특히 큰 항목을 살펴보면
보건·의료, 문화·여가,
생활편의시설 이용,
대중교통 등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도농 건강 격차가
의료 접근성의 물리적 한계에
돌봄·생활환경 등 슬롯적 조건이 겹치며
누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KTX 같은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병원 접근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비용 부담과 장거리 이동,
나이와 정보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지방 고령환자의 실질적 의료 이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역별 슬롯적 고립 연구는
더 구체적인 비대칭을 보여준다.
슬롯적 관계와 관련된 대부분의 변수에서
수도권 거주 노인들이 비수도권 거주 노인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고,
디지털기기를 통한 소통 수단 활용 수준 역시
수도권 노인들이 더 높았다.
흥미롭게도 비수도권 노인들은 아플 때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슬롯적 고립 인식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반면,
가족·친지 외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고립 인식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즉 비수도권 노인에게는 디지털 연결보다
직접적인 돌봄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는 뜻인데,
정작 비수도권에는 그런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
서울 25개 자치구에 황톳길이
경쟁적으로 깔리는 동안,
전남 보성이나 고흥의 어르신들은
걷기 좋은 공원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 인프라 불균형이
황톳길 데이터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셈이다.
건강도시를 표방하는 지자체들이
황톳길을 조성하며 성과를 홍보한다.
그런데 WHO가 정의한 건강도시의 핵심은
시설의 숫자가 아니다.
오타와 헌장이 제시하는 건강도시의 활동 영역은
모든 시민이 건강과 관련된 자원·경험·서비스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
모든 시민이 음식·물·주거·소득·온라인 게임 등
기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완전한 건강과 안녕에 도달할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것이다.
시설을 까는 것은
이 정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비만 지표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비만 유병률은 38.4%,
남자의 비만 유병률은 49.2%에 달했다.
OECD는 한국이 2030년까지 회원국 중
고도 비만율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톳길과 둘레길과 자전거길이 전국 곳곳에 늘어났지만,
그것이 실제 건강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측정하고 공개한 지자체는 없다.
시설 조성 건수가 건강도시의 증거가 되는
착시 현상이 한국 지자체 행정의 구조적 문제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공원은 누구의 것인가.
맨발걷기 어르신의 것인가.
러닝크루 청년의 것인가.
혼자 뛰는 러너의 것인가.
반려견을 데리고 산바카라하는 가족의 것인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것인가.
지자체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민원에 그때그때 응답한다.
어르신이 황톳길을 원하면 황톳길을 깐다.
러너들이 트랙을 원하면 트랙을 만든다.
반려견 보호자들이 전용 공원을 요구하면
반려동물 공원을 조성한다.
실제로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200만 명을 넘어서자
전국 지자체들이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잇따라 나섰다.
부산시는 355억 원을 투입한 반려문화공원을,
경기 동두천·연천, 강원 삼척, 광주광역시, 전남 나주·해남, 경북 경주·구미 등도
수백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반려동물 전용공원의 이용이 저조해
문을 닫기로 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다.
황톳길과 반려동물 공원은 다른 시설이지만
똑같은 패턴을 따른다.
유행 확인,
조례 제정,
예산 투입,
이용률 저조 또는 관리 부담 폭증,
그리고 침묵.
결과적으로 공원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지만,
정작 아무도 제대로 쓸 수 없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현수막 한 장으로 봉합하려 한다.
공간 설계의 철학이 없다.
누가 주요 이용자이고,
어떤 동선으로 공간을 구성할 것이며,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떤 원칙으로 조율할 것인지.
이 질문들이 없는 채로 수억 원이 투입된다.
행정은 민원에 반응할 뿐,
공간을 설계하지 않는다.
황톳길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걷기는 좋은 것이고,
맨발로 흙을 밟는 감각은
분명히 무언가를 돌려준다.
발 근력이 강화되고,
균형 감각이 좋아지고,
자연 속에서의 심리적 이완 효과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그것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 주장에 근거해,
선거 공약으로 포장돼,
세금으로 빠르게 실현됐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혜자가 있었고,
유행이 있었고,
정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시민들의 불안과 외로움이 있었다.
60대의 45%가 매주 건강 정보를 찾는다.
고독사 사망자가 연간 3,924명이다.
독거노인이 229만 명이다.
노인 건강 유튜브의 94%가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다.
이 숫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황톳길 167개 조례보다 먼저 읽어야 한다.
황톳길은 그 불안과 외로움의 출구다.
그런데 출구는 맞는데,
출구 앞에 정작 아무것도 없다.
사람도,
돌봄도,
연결도 없이
흙만 깔려 있다.
황토를 걷어내도 남는 것은
결국 이 질문이다.
우리는 이 슬롯에서
함께 늙어가는 것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준비를,
흙 한 줌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