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파는 것
신안군 안좌면,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를 건넌다.
다리도 보랏빛,
지붕도 보랏빛,
화단도 보랏빛이다.
입고 있던 옷마저 보랏빛이 아니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보라색 옷을 입거나
보라색 소품을 하나라도 갖추면
전 연령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는,
전국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입장 규칙이
이 섬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이곳은 색으로 설계된 마을이다.
이 섬은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노지에 핀 도라지꽃에서 시작된 보라색 컬러마케팅이,
가옥의 지붕부터 의복, 도로, 다리까지 섬 전체를 물들였고,
그 결과 한국을 대표하는 컬러 관광지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25년 기준 누적 방문객은 200만 명을 돌파했다.
라벤더 축제가 열렸던 지난 5월,
단 11일 동안 5만 명이 다녀갔다.
하루 최다 방문객은 1만 1,081명으로,
퍼플섬 개장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이 섬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은 130여 명이다.
축제 기간 전체 방문객은 주민 수의 약 400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섬 하나가 11일 동안 관광객으로 뒤덮인 셈이다.
같은 시기, 같은 군(郡)에서
나는 SNS 후기를 보고 예약한 글램핑장에 묵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줄지어 올라온 사진들은 하나같이 근사했다.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맞춘 듯한 조명,
비어 있는 데크,
잘 정돈된 텐트 내부.
그러나 실제로 도착해 마주한 풍경은
사진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시설은 낡았고,
사진 속 구도를 만들어내려면 한쪽 방향에서만,
특정 시간에만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 하나만을,
가장 좋은 각도 하나로 잘라낸 것이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내가 운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애초에 보고 있던 것 자체가 진짜가 아니었을까.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자료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 통계,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데이터,
유럽연합의 플랫폼 규제 법안,
그리고 전혀 다른 업종처럼 보였던
K-뷰티 위조품 유통 통계까지.
그렇게 모은 자료들은 결국 하나의 구조로 수렴했다.
우리가 지금 SNS에서 보고 있는 '장소'라는 것은,
상당 부분 장소 자체가 아니라
장소를 둘러싼 마케팅 설계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설계는 더 이상
개별 업체의 일탈이나
일부 악덕업자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되는 하나의 산업 구조가 됐다.
이 글은 신안의 보랏빛 섬과
글램핑장 하나에서 출발해,
결국 한국 슬롯가 SNS라는 매체를 통해
'진짜'를 어떻게 잃어가고 있는지를 추적한 기록이다.
신안군이 직접 배포한 보도자료를 다시 읽는다.
2026년 퍼플섬 라벤더 축제는
2023년 첫 개최 이후 4회째를 맞으며,
약 10,680평 규모의 라벤더정원을 무대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소개됐다.
군은 축제를 앞두고
라벤더 공원 관람로를 정비하고
꽃밭 사이 포토존을 대폭 확대했다.
개막식에는 전남시니어모델협회가 참여하는
라벤더 패션쇼까지 마련됐다.
11일간 진행된 이 축제는
약 5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군은 이 흥행을 자랑스럽게 알렸다.
그런데 같은 보도자료 안에,
이런 문장이 조용히 끼어 있다.
"올해는 4~5월 이어진 저온 현상으로
라벤더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져
축제 기간 만개한 라벤더를 감상하기는 어려웠다."
다시 읽어보자.
축제는 흥행했다.
11일 동안 5만 명이 찾아왔고,
단 하루 1만 1,081명이 몰리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이 축제의 존재 이유였던 '만개한 라벤더'는,
정작 축제가 열리는 그 11일 동안 볼 수 없었다.
군은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보도자료 안에 정직하게 적어 넣었다.
문제는 이 정직함이 보도자료의 행간에,
흥행을 알리는 헤드라인의 그늘에
자연스럽게 묻혔다는 점이다.
포털에 뜬 기사 제목들은 하나같이
"5만 명 몰려", "역대 최다 방문객"이었다.
"정작 꽃은 못 봤다"는 제목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직한 진실 고지와,
그 진실이 실제로 독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신안군은 이후
관광객들의 호응에 따라
약 2주간 라벤더 정원을 추가 개방해,
뒤늦게라도 만개한 라벤더를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것 자체는 합리적인 대응이었다.
그러나 이미 축제 기간에 방문해
기대했던 풍경을 보지 못한 5만 명에게는,
추가 개방 소식이 닿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SNS에 이미 업로드된 사진과 후기들은,
그 시점의 기대와 실망을 그대로 박제한 채 계속 유통된다.
이것이 바로 지자체 관광 마케팅이 가진
가장 정직한 형태의 자기모순이다.
콘텐츠의 밀도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마케팅의 강도는 기대를 계속해서 부풀렸다.
누구도 명백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무엇을 크게 말하고,
무엇을 작게 말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선택했을 뿐이다.
포토존을 확대하고,
패션쇼를 열고,
보랏빛 의상을 입으면
무료 입장을 시켜주는 모든 장치는
'경험'을 만들기 위한 설계다.
그리고 이 설계는 종종
'경험의 핵심'이었어야 할 것
이를테면 실제로 만개한 꽃보다 우선시된다.
이 선택의 구조는
민간 영역으로 가면
훨씬 더 노골적이 된다.
지자체는 적어도
보도자료 안에는
진실을 적어 넣었다.
민간 숙박업과 SNS 마케팅 생태계로 들어가면,
그 정직함의 최소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
야놀자·여기어때·부킹닷컴·아고다·호텔스닷컴 등
6개 숙박 플랫폼을 조사했다.
6곳 중 5곳이 광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를 영어 약자로 표기하거나
'추천순'이라는 표현을 써서
소비자가 그것이 광고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 펜션과 풀빌라 카테고리를 들여다보면,
이 비중은 거의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야놀자에 등록된
펜션·풀빌라 조사 대상 210개 전체가
광고 상품이었다.
100%다.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었다.
여기어때는 조사 대상 210개 중 118개,
56.2%가 광고 상품이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추천순'이라는
정렬 기준을 신뢰하고
상위에 노출된 펜션과 풀빌라를 클릭했을 때,
그 화면에 뜬 숙소 전부가
적어도 야놀자라는 플랫폼 안에서는
누군가 돈을 내고 그 자리를 산
결과물이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후기가 아니다.
광고다.
다만 후기처럼,
추천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광고다.
그리고 이 조사에서 더 심각하게 지적된 부분이 있다.
조사 대상이 된 숙박플랫폼 6곳 모두,
사업자의 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바카라임을 약관에 명시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광고 상품은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면서도,
정작 그 상품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누가 바카라임지는지는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은 것이다.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차근차근 추적해보면 명백한 의도가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 안내서」를 통해
협찬·광고 표기 방법을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꼭 '광고'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제작비 지원',
'판매 수익의 일부 지급',
'광고비 지급'처럼 비교적 완곡한 표현만으로도
적법한 표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
표시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업체와 플랫폼들이
굳이 표시를 누락하거나
모호하게 처리하는 쪽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표시하는 순간,
그 게시물의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효과와 정직성을 저울질한 끝에 내린
명백한 선택의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 한 해 동안
진행한 SNS 부당광고(뒷광고) 모니터링 결과는,
이 의도성을 숫자로 정확히 드러낸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를 대상으로
한 해 동안 점검한 결과
총 22,011건의 뒷광고 의심 게시물이 발견됐고,
게시물 작성자와 광고주의 자진 시정을 유도한 결과
26,033건이 시정됐다.
그런데 플랫폼별로 나눠 보면
인스타그램이 단연 두드러진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위반 유형은
'표시위치 부적절'로,
13,936건,
전체의 73.9%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모바일 화면에서
'더보기'를 눌러야만
비로소 보이는 위치에
광고 표시를 숨겨놓은 경우였다.
이것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의 본질적인 구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으로 승부하는 매체다.
텍스트는, 심지어 법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광고 고지조차,
'더보기'라는 접힌 공간 너머로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사용자는 사진을 먼저 보고,
마음에 들면 좋아요를 누르고
다음 게시물로 넘어간다.
그 사진 아래 몇 줄의 텍스트,
그것도 더보기를 눌러야만 펼쳐지는 텍스트까지
굳이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장 예쁜 각도,
가장 화사한 조명,
가장 정돈된 프레임
그 한 장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 구조 자체가,
표시 의무를 사실상 무력화하기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사람들이 막연하게
"인스타가 유독 심하다"고 느끼는 직관은,
정부의 공식 통계 안에서 정확하게 확인되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통계 전체로 봐도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3년 전 600여 건에 그쳤던
SNS 부당광고 적발 건수는
지난해 3,600건으로 늘었다.
6배에 가까운 증가다.
단속에 걸린 인플루언서 숫자도
같은 기간 400명에서
1,200명으로 세 배가 됐다.
SNS를 통한 광고와 판매가
일상적인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허위·과대 광고도 거의 같은 속도로 함께 불어난 것이다.
한 보도에서 인용된 사례를 보면
이 양상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팔로워 30만 명이 넘는 한 뷰티 크리에이터는
일반 세럼을 소개하며
피부과 시술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일반 화장품 크림을 마치 기능성 의약품인 것처럼
'보톡스 크림'이라 표시했다.
이런 과장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탈이 아니라,
SNS 마케팅 생태계의 일상적인 작동 방식이 됐다.
글램핑장에서 겪은 일을
캠핑·글램핑이라는 한 업종만의 문제로 좁혀서 보면,
사실 전체 그림의 일부만 보게 된다.
범위를 펜션,
풀빌라,
호텔,
그리고 이들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전체로 넓히면,
숫자는 훨씬 크고 훨씬 꾸준하게,
거의 예외 없이 우상향한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숙박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2년 1,428건, 2
023년 1,643건,
2024년 1,919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2026년 상반기에만 이미
1,262건이 접수됐다.
같은 추세라면 올해도
전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2022년부터 2026년 6월까지
누적 6,252건 가운데 62.1%,
3,881건이 주요 7개 숙박플랫폼
아고다, 여기어때, 놀유니버스,
네이버,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트립닷컴과 관련된 분쟁이었다.
이 중 아고다 관련 건수가 1,479건,
37.8%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여기어때(728건),
놀유니버스(679건),
네이버(414건),
에어비앤비(261건),
부킹닷컴(210건),
트립닷컴(170건)이 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피해구제 신청의
약 절반이 계약 해제로 인한 위약금 분쟁이라며,
계약 체결 전 환불 조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환불불가 조건일 경우 더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흐름은 더 선명해진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누적 피해구제 신청은 4,732건이었고,
이 중 계약 해제로 인한 위약금 피해가 3,801건,
80.3%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더 이전인
2018년부터 2021년 5월까지를 보면,
신청된 숙박 관련 피해구제 3,378건 중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계약이 1,933건으로
전체의 57.2%였다.
계약 당일 1시간 이내에 취소를 요청했음에도
사업자가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거부한 사례가 459건 중 237건,
51.6%에 달했다.
소비자가 단순 실수나 착오를 인지하고
즉시 계약 해제를 요구해도,
업체는 약관을 근거로 환급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됐다.
글램핑·캠핑장만 따로 떼어 보면
더 가파른 증가세가 보인다.
2017년 174건이던 소비자 상담이
2021년 529건으로 3배가 됐다.
가장 많은 불만 유형은
계약 해제·해지·위약금 관련으로
66.4%에 달했다.
더 최근 통계를 보면
피해유형 분포가 좀 더 세분화된다.
'계약해제 및 위약금' 분쟁이 55.9%,
183건,
'청약철회거부'가 19.3%,
63건으로,
캠핑장 이용 전 취소에 따른 환불 불만이 합쳐서 75.2%,
246건을 차지했다.
위생 불량이나 단수·난방시설 고장 등
시설 이용이 제한된 '계약불이행'은 15.6%,
51건,
사전 안내 없는 추가 요금 부과 등
'부당행위'는 4.6%,
15건이었다.
특히 태풍·폭우와 같은 기상변화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분쟁이
계약해제·위약금 분쟁 중에서도 33.3%,
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피해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표준약관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캠핑장 예약 중개 플랫폼 7개,
100개 캠핑장의 약관을 조사한 결과,
58%는 기상악화나 천재지변 시
취소 기준 자체가 아예 없었다.
현장 판단에 맡긴다는 곳도 16%였다.
환불이 가능한 곳은 단 17%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원 시장감시팀 관계자는
캠핑장에 대해 공정위 차원의 표준약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히며,
모든 거래에 표준약관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만든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캠핑·글램핑 분야는 아직
그 다발적 피해 단계조차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 대학생은 제주 대설특보로
비행기를 타지 못해 당일 취소를 요청했지만,
펜션 측은 "당일 취소는 숙박비용의 100%를 물어야 한다"며
끝내 위약금 전액을 받아냈다.
천재지변이라는,
누가 봐도 소비자의 귀바카라이 아닌 사유였음에도 그랬다.
2025년 상반기에도 숙박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262건이 접수되며 줄지 않고 있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영역에서는,
약관이 곧 법이 된다.
그리고 그 약관은 언제나 사업자가 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흔한 오해가 있다.
"업체는 바카라임을 안 지고 인플루언서만 처벌받는다"는 통념은,
적어도 법 조문상으로는 정확하지 않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를 표시·광고의
바카라임 주체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에 관해
수행한 역할과 관여한 정도,
광고의 구체적 내용,
관리·감독상 바카라임의 여부,
경제적 효과의 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바카라임 소재를 판단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특성상 광고주가
콘텐츠를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게 현실임에도,
광고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면
그 바카라임은 결국 광고주에게 돌아간다.
실제 제재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전자제품 업체가
소셜 인플루언서들에게 자사 제품 광고 게시를 요청하고
경제적 대가를 지급했음에도,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누락해 마치 인플루언서들이 독자적으로,
자발적으로 추천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다른 2024년 사례에서는,
다수의 인플루언서와 광고주를
직접 모집해 게시물 작성지침을 제시하고
광고를 기획한 대행사가 그 기획 주체로서 바카라임을 인정받았다.
처벌 수위도 결코 가볍지 않다.
표시광고법을 위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위반하게 만든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시정조치 명령에 불응할 경우에도
동일한 수위의 처벌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법은 분명히 있는데,
왜 현실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가.
답은 처벌 조항의 공백이 아니라,
집행 구조의 공백에 있다.
SNS 부당광고를 1차로 모니터링하는 식약처를 예로 들면
이 구조적 한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식약처는 적발 권한은 있지만,
처분 권한은 없다.
불법 광고를 적발해도,
게시물 삭제나 계정 차단 같은
실질적인 조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지자체에 따로 요청해야 한다.
적발과 처분이 행정 부처 사이에
분리돼 있는 구조 안에서,
단속은 항상 한 박자,
때로는 여러 박자 늦게 도착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SNS 허위 과대광고에 대해
식약처는 일회성 조치가 아닌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그러나 모니터링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니터링 이후의 실제 집행력이 다른 기관에 분산돼 있는 한,
단속은 결국 매년 발표되는 적발 건수라는 숫자로만 남게 된다.
여기에 더해 SNS라는 매체가 가진
절대적인 콘텐츠의 양이
이 문제를 한층 더 키운다.
협찬과 체험단 콘텐츠는 매일,
매시간 수천 건씩 새로 생산된다.
22,011건의 뒷광고 의심 게시물을
한 해 동안 찾아낸 것 자체도,
한정된 인력으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성과로 볼 수 있다.
식약처는 최근 들어
점검 방식도 진화시키고 있다.
사용자의 시청 이력과 검색어,
반응 등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광고를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의 특성을 역이용해,
'탈모', '다이어트', '면역력' 같은
소비자 관심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뒤
실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광고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식품 분야 숏폼 광고 225건을 점검한 결과,
부당광고가 147건 적발됐다.
적발률이 65%를 넘는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위장된 광고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법이 약해서가 아니다.
법을 따라잡을 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기는 공백이다.
이쯤에서 질문의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단속은 모두 개별 게시물,
개별 인플루언서,
개별 업체를 향해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이 게시물들을 노출시키고,
순위를 매기고,
'추천순'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주체는
다름 아닌 플랫폼 자신이다.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어떤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킬지를 결정하는
그 주체에게는 왜 직접적인 바카라임을 묻지 않는가.
유럽연합은 이미 다른 길을 택했다.
2020년 12월 유럽집행위원회가 발의해
2022년 10월 최종 승인되고,
2024년 2월 EU 전역에 전격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의 취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오프라인에서 불법은 온라인에서도 불법이다
(What is illegal offline should also be illegal online)."
온라인 플랫폼에도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자와
동일한 법적 기준을 적용해,
불법 콘텐츠와 기만 행위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을 바카라임을
플랫폼 자신에게 지운다는 뜻이다.
DSA는 사업자를 중개 서비스,
호스팅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네 단계로 분류해 차등 규제를 적용한다.
특히 EU 내 월간 활성 이용자가
4,500만 명을 넘는 초대형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이를 상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매년 독립적인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고
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의무를 어기면 글로벌 매출액의
6%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역시 이 초대형 플랫폼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만약 인스타그램이 광고 게시물을
일반 게시물과 구분 없이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설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 바카라임을 개별 인플루언서나 광고주가 아니라
메타라는 기업 자체에 직접 물을 수 있는
법적 틀이 유럽에는 이미 마련돼 있다는 뜻이다.
벌금의 규모도 매출액의 6%라는,
개별 게시물 단위의 과징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은
수년째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두 부처 간 영역 중복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독과점을 규제하는 '독점규제법' 대신,
하도급거래 등 갑을관계를 방지하는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단일안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한 상태다.
2025년 7월 22일에는 18건에 달하는
온라인플랫폼법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그러나 논의는 8월로 연기됐다.
이유가 흥미롭다.
당시 한미 통상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미국 측이 온라인플랫폼법을 사실상의
비관세장벽으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여당 간사는 "한미 통상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메시지 관리가 필요했다"며 입법 보류 배경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입법안은 연매출 100억~1,000억 원,
거래금액 1,000억~1조 원을 규제 기준으로 삼고 있어,
사실상 쿠팡, 네이버, 배달의민족, 야놀자, 11번가 등
국내 대형 플랫폼이 1순위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장면은 한국과 유럽이 처한 위치의
근본적인 차이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단일 거대 시장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빅테크 기업에 직접 규제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반면 한국은 자국 내 플랫폼 규제 입법조차,
외국 빅테크 기업이 연루된 통상 마찰 앞에서
메시지 관리의 대상으로 후퇴한다.
같은 문제를 마주하고도,
한쪽은 플랫폼의 구조 자체를 규제하는 길을 택했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개별 게시물 단위의
사후 단속에 머물러 있다.
다만 진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5년 12월 30일,
개인 간 거래(C2C)와 해외 직구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C2C 거래의 구매자를 명확히 '소비자'로 규정하고,
플랫폼을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해 바카라임을 강화했다.
해외 사업자에게는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했고,
분쟁 발생 시 법원이나 분쟁조정기구의 요청이 있으면
플랫폼이 협조해야 하는 의무도 신설됐다.
다만 이 개정안의 초점은
중고거래 사기와 해외직구 피해 대응에 맞춰져 있어,
정작 이 글이 다루는 SNS 협찬 광고나
숙박 플랫폼의 위장 노출 문제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플랫폼 바카라임 입법은,
말하자면 절반쯤 와 있다.
거래의 사기는 규율하기 시작했지만,
노출의 기만은 아직 손대지 못했다.
이 모든 데이터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으로 마주치는 것은,
의외로 흔히 'SNS에 가장 잘 속는 세대'로
지목되는 이들이 보여주는 역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대에게 세대를 묻다' 설문에서,
'슬롯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가장 신뢰하지 않는 정보 출처'를 묻는 질문에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의
27%가 SNS를 꼽았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라고 답한 응답은
18.4%로 뒤를 이었다.
블로그·온라인카페·커뮤니티 게시판과
지상파TV를 꼽은 응답은 각각 10.6%였고,
종이신문은 단 2.1%에 불과해
오히려 가장 신뢰도가 높은 매체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 설명이다.
연구센터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전 세대에서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매체인데,
가장 신뢰하지 않는 정보 출처로 지목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M세대와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SNS를 더 신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2.3%는
우리 슬롯의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내 세대가 다른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응답에는
M세대의 52.1%,
Z세대의 70.9%가 동의했다.
그런데 같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정반대의 숫자가 나온다.
MZ세대 응답자의 72.3%가
인플루언서의 추천이나 리뷰를 통해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 매체에서,
열에 일곱은 실제로 지갑을 열고 있었던 셈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같은 조사를 좀 더 들여다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판매하는 공동구매 제품을
실제로 구매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6.8%가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실제로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한 33.2% 중에서도,
66.1%는 그 구매 이유로
'제품에 대한 독점적인 할인이나 프로모션이 있어서'를 꼽았다.
인플루언서 그 자체를 신뢰해서 산 것이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쥐고 있는 할인 코드와
단독 혜택이라는 경제적 유인 때문에 샀다는 뜻이다.
신뢰가 구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매가 신뢰와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해진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불신이다.
전 세계 인플루언서·마케터·소비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인플루언서의 81%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35%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소비자의 절반은 인플루언서가
팔로워를 구매한 사실을 알게 되면
그 계정을 언팔로우하겠다고 답했는데,
실제로 인플루언서의 3분의 1은
팔로워나 참여도를 인위적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신뢰의 위기는 한 겹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쌓여 있다.
다시 말해 이것은
무지나 순진함의 문제가 아니다.
믿지 않으면서도 그 구조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 자체의 문제다.
추천순이라는 이름의 정렬 알고리즘,
더보기 뒤에 숨은 광고 표시,
할인 코드로 묶인 공동구매
이 모든 장치는 사용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신뢰가 없어도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세대 담론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특성이나 안목 부족,
혹은 '요즘 애들의 소비 습관'으로 환원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가 보여주는 그림은 정반대다.
가장 의심하는 세대가,
가장 많이 소비한다.
이것은 그 세대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의심해도 무력화되지 않을 만큼
마케팅 설계가 정교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숫자다.
이 글은 본래 신안의 보랏빛 섬과
글램핑장 하나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자료를 따라가다 보니,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또 하나의 산업이 정확히 같은 구조 위에
서 있다는 사실과 마주치게 된다.
K-뷰티 위조 화장품 유통이다.
2025년 9월 기준,
K-뷰티 위조품으로 인한 피해액은
2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4배 급증한 수치다.
국정감사에서는 K-뷰티 위조품의 전체 피해 규모가
1조 6,65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까지 제기됐다.
최근 5년간 온라인에서 적발된
K-뷰티 위조상품 차단 건수는
13만 7,566건으로,
캐릭터·생활용품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허청의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화장품 관련 의심 상표는
5,663건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의류, 전자기기, 프랜차이즈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상국은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한국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관세청은 2025년 한 해 동안
K-브랜드 위조물품 11만 7천 점을 적발했는데,
이 중 화장품이 4만 2천 점,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완구문구류가 3만 9천 점,
36%로 비슷한 규모였다.
발송국별로 보면 중국이 97.7%,
베트남이 2.2%로,
압도적으로 중국에 집중돼 있었다.
같은 해 9월,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서는 조선미녀,
스킨1004 등 유명 K-뷰티 브랜드의
위조품 5만 6천여 개가 한꺼번에 압수됐다.
정품 기준 피해액은 약 10억 원대에 이른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미국을 경유해
국내로 들어오는 이른바 '우회 수출' 경로도 포착됐는데,
이 루트로 적발된 물량만 약 13만 점,
시가 180억 원 상당이었다.
이 피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아모레퍼시픽, APR, 코스알엑스(COSRX) 같은
주요 기업들은 위조품 경고 성명 발표,
법적 조치, 소비자 신고 웹사이트 운영 등으로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자체 대응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떠안는다.
한국 정부는 2026년 공-민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을 밝혔고,
식약처는 2026년 5월 12일 화장품 안전 검사 물량을
2025년 1,080건에서 1,200건으로 확대하면서,
단속 범위를 기존 유해 성분 검출에서
'위조 의심 제품'으로 본격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언뜻 숙박 플랫폼의 위장 광고와
짝퉁 화장품 유통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산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을 관통하는 메커니즘은 정확히 동일하다.
둘 다, 소비자가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신호후기,
추천순 노출, 정품 인증, 브랜드 로고를 베끼거나
위장함으로써 작동한다.
그리고 둘 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동일한 유통망 위에서
거의 같은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식약처가 2026년 3월 24일
'식품 부당광고 긴급대응단'을
공식 출범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도 이제 이 두 문제를 분리된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검증되지 않은 것이 검증된 것처럼 유통되는 구조.
그것이 화장품이든,
숙박 시설이든,
섬 하나의 풍경이든
본질은 다르지 않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점점 소비자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이 모든 데이터가 가리키는 공통된 결론이다.
퍼플교를 다시 떠올린다.
다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보랏빛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보랏빛이었다.
라벤더가 만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신안군은 보도자료에 적어 넣었다.
누구도 명백한 허위를 말하지 않았다.
다만 무엇을 크게 말하고,
무엇을 작게 적을지 끊임없이 선택했을 뿐이다.
글램핑장의 사진도,
숙박 플랫폼의 추천순도,
인스타그램의 더보기 뒤에
숨은 광고 표시도 마찬가지다.
거짓은 없다.
다만 보여줄 것과
숨길 것 사이의
정교한 편집이 있을 뿐이다.
이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세 가지 공백이다.
첫째,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모호한 표현의 여지.
둘째,
적발은 하되 처분은 못 하는
행정 구조의 분절.
셋째,
자국 플랫폼 규제조차
통상 압력 앞에서 후퇴하는 입법의 더딤.
이 세 가지 공백이 서로 포개지는 자리에서,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클릭하고,
예약하고,
결제한다.
신안의 보랏빛 다리를 건너기 위해,
글램핑장의 데크에 눕기 위해,
그리고 한 병의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 글에서 다룬 숫자들을
다시 한 줄로 늘어놓아 본다.
200만 명이 다녀간 섬에 130명이 산다.
6배 늘어난 부당광고 적발 건수,
그중 74%가 한 플랫폼에 몰려 있다.
펜션 210개 중 210개가 광고였다.
표시광고법 위반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적발 기관에는 처분 권한이 없다.
유럽은 플랫폼 매출의 6%를 벌금으로 묻지만,
한국의 같은 법안은
통상 협상의 메시지 관리 앞에서
한 달째 미뤄졌다.
가장 SNS를 믿지 않는다고 답한 세대의 72%가,
바로 그 SNS에서 본 것을 구매했다.
그리고 K-뷰티 위조품 피해는
1년 만에 24배로 불었다.
이 숫자들은 서로 다른 부처,
다른 산업, 다른 통계에서 나왔다.
그러나 모두 같은 질문 앞에 모인다.
우리가 화면 속에서 보고 있는 저 풍경은,
과연 누구의 시선으로 편집된 것인가.
그리고 그 편집의 바카라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에게도
온전히 지워져 있지 않다.
그 바카라임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은,
결국 법과 제도가 해야 할 몫이다.
보랏빛으로 물든 섬 하나를 보러 가는 일에서조차,
우리는 이미 그 빈자리를 매번 스스로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