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의 빈칸이 엔진 안에 쌓이다

신뢰라는 이름으로 설계된 구조적 방치

by다소느림

엔진 뚜껑을 열자마자

카센터 사장님의 얼굴이굳으시며.말이 없어지셨다.

잠시 안을 들여다보시더니 고개를 드셨다.


"이거 관리가 하나도 안 됐네요."


2009년식 현대 아반떼 HD.

주행거리 16만 킬로미터.

어머니가 17년 동안

현대자동차 공식 서비스 협력사

블루핸즈에서 꾸준히 관리해온 차였다.


엔진오일 교환 주기도 성실하게 지켰다.

점검을 받을 때마다 스티커가 붙었고,

블루멤버스 포인트가 쌓였다.

기록이 있었고,

이력이 있었다.


엔진 슬러지.jpg

그런데 엔진 안은 달랐다.

슬러지가 두텁게 굳어 있었다.


사장님은 자신이 직접 같은 연식,

같은 차종을 몰고 있다고 했다.

두 차를 나란히 비교하는 것은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잘 관리된 차의 엔진은 깨끗했다.

반면 내차는 그렇지 않았다.


사장님은 이 상태로 엔진오일만 갈아서 보내면

나중에 고객이 항의하거나

고소·고발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미리 알려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선의는 아니었다.

본인의 리스크 관리였다.

그리고 그 리스크 관리 덕분에

우리는 처음으로 진실을 들었다.


블루핸즈는 17년 동안 이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말하지 않았을까.

혹은, 알아야 할 의무가 처음부터 없었을까.


이 칼럼은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이

개인의 도덕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데이터와 법조항과 수치로 증명하려 한다.


현대차 간판, 현대차 직원은 없다


소비자 대부분은 블루핸즈를

현대자동차 직영 서비스센터로 알고 있다.


현대차 로고가 붙어 있고

현대차 간판을 달고 있다.

블루멤버스 포인트가 쌓이고,

정비 이력이 현대차 서버에 기록된다.


방문하면 직원이 현대차 유니폼을 입고 있다.

모든 것이 공식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법적 실체는 다르다.

블루핸즈는 현대자동차와

계약을 맺은 협력 가맹점이다.

2007년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 1,400여 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은 현대자동차 직원이 아니다.


간판을 빌려 영업하는 개인 사업자들이다.

보배드림 커뮤니티의 한 댓글이

이를 정확하게 요약한다.


"쉽게 생각하면 사업소는 편의점 본사,

블루핸즈는 각 동네마다 있는 편의점."

대리점주나 카센터 사장이

현대 간판을 달고 장사하는 곳이다.


현대자동차의 진짜 직영 서비스센터는 따로 있다.

'하이테크센터'라고 부르는 곳이다.

하이테크센터만이 관리자와 정비사 모두

현대자동차 정직원으로 구성된 100% 직영 체계다.


전국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고,

예약은 수주 전에 마감된다.


실제로 하이테크센터를 이용해본 소비자들은

"요즘은 환상종"이라고 부른다.

있기는 한데 만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블루핸즈는 프랜차이즈다.

편의점처럼, 치킨 프랜차이즈처럼,

브랜드 간판을 달고 운영되는 가맹점이다.

본사 가이드라인을 따르지만

각 점주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기술력이 뛰어난 점주가 운영하는 블루핸즈와

기본 경정비만 간신히 처리하는 블루핸즈가

같은 간판을 달고 있다.


이 사실을 대부분의 소비자는 모른다.

현대자동차도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서비스 협력사"라는 표현은 쓰지만,

"직영이 아닌 개인 사업자"라는 표현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소비자가 현대차 직영으로 오해한다고 해서

현대차에 불리한 것이 없다.

오히려 신뢰도가 올라간다.

그 오해는 방치된다.


여기서 첫 번째 구조적 문제가 시작된다.

소비자는 "현대자동차"를 믿고 차를 맡기지만

실제 서비스는 가맹점 개인 사업자가 제공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카라임 소재는 희미해진다.


현대차는 "우리 가맹점의 문제"라고 한 발 물러날 수 있고,

가맹점은 "우리는 본사 기준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두 주체 사이에서

어디에 바카라임을 물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3급짜리 블루핸즈도 블루핸즈다: 등급 구조의 함정


블루핸즈는 단일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데 소비자는 이를 모른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블루핸즈는 크게 종합 블루핸즈와

전문 블루핸즈로 나뉜다.


종합 블루핸즈는 자동차종합정비업 허가를 받은 곳으로

1급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

엔진 수리, 판금, 도장까지 가능하며

법적 요구 면적은 1,000제곱미터 이상이다.


전문 블루핸즈는 자동차전문정비업 허가로 운영되며,

할 수 있는 작업이 소모품 교환과 경정비로 제한된다.


핵심은 이것이다.

전문 블루핸즈는 엔진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동네에서 현대 간판을 달고 있는 블루핸즈가

엔진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 곳인지를 소비자는

걸어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


입구에 '종합'인지 '전문'인지

큰 글씨로 써 붙여놓지 않는다.


블루핸즈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서비스가 동등하게 제공된다는 인상을 소비자는 받는다.

엔진 내부 슬러지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고

플러싱 여부를 판단하려면

최소한 종합 블루핸즈급 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머니가 17년 동안 다닌 블루핸즈가 어느 등급이었는지,

거기서 엔진 내부를 실제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있었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


블루핸즈 정비 이력에는

어떤 등급의 업체에서

어떤 수준의 장비로 점검했는지 기록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전문 블루핸즈는 구조적으로

엔진 내부를 볼 수 없는 곳인데,

소비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공식 서비스를 받았다"고 믿는다.


할 수 없는 것을 하지 않은 것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은 다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이

"블루핸즈에서 점검받았다"는 사실만 남는다.

블루핸즈 간판 하나로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올려놓고,

실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등급마다

천차만별인 이 구조가 첫 번째 정보 비대칭이다.


법은 한 것만 묻지 하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왜 말 안 해줬냐"는 질문에

블루핸즈는 법적으로 완전히 자유롭다.


자동차관리법 제58조 제4항 제6호는

자동차정비업자가 정비를 의뢰한 자에게

점검·정비견적서와 점검·정비명세서를 발급하고

사후관리 내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은 정비업자가 "한 일"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이 법이 보호하는 것은

"점검하고 정비한 항목"에 한정된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작업한 내용의 서면 고지이지,

작업하지 않은 항목이나 점검 범위 밖의 문제에 대한

능동적 고지가 아니다.


엔진 내부 슬러지 상태처럼

점검 항목에 애초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은

법적 고지 의무 자체가 없다.


블루핸즈의 기본점검 항목을 보면

각종 오일 및 호스 상태,

배터리 상태 및 충전전압,

엔진 구동 상태,

냉각수,

에어클리너,

하체 충격·손상 여부,

브레이크패드 마모,

엔진·미션 마운트,

서스펜션 계통,

스테빌라이저 및

드라이브 샤프트 등이 포함된다.


이것들은 외관과 기능 중심의 체크리스트다.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

눈에 보이는 손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목록이다.


엔진 내부 슬러지 상태,

플러싱 필요 여부,

오일 품질 열화 수준,

오일 점도 변화,

내부 부식 진행 정도 같은 항목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들은 점검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블루핸즈가 17년 동안

이 항목을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처음부터 봐야 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법적 공백이다.


그리고 이 공백은 의도적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정비업체가 고지해야 할 의무는 규정되어 있지만,

어떤 항목을 의무적으로 점검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 기준이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설계되어 있지 않다.


법의 시선이 정비업자 편에 서 있다.

독일과 비교하면 이 차이가 선명해진다.


독일 민법(BGB) 제649조 제2항은

정비소가 예상 비용을 초과하면

즉시 고객에게 통지해야 하고,

사전에 알리지 않은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바카라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한다.


독일의 모든 정비소는 예상 수리 범위와

세부 금액을 고객에게 사전 제공해야 하며,

진행 여부는 소비자가 결정한다.


더 중요한 것은 바카라임의 방향이다.

한국은 정비업자가 한 일을 증명하면 그만이지만,

독일은 하지 않은 것과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바카라임을 묻는다.


법의 출발점이 다르다.

한국 자동차관리법은 정비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법이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아니다.


현대차가 블루핸즈에 제시한 서비스 품질 기준 역시

이 법적 틀 안에 머물러 있다.


법이 요구하지 않는 것을

블루핸즈가 자발적으로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현대차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요구하면 비용이 들고,

비용이 들면 가맹점이 불만이 생긴다.

1,400개 가맹점을 유지해야 하는

본사 입장에서는 최소 기준이 편리하다.


953건, 그리고 36.9%의 결말


이 모든 구조적 문제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7월 발표한 통계는

현재 자동차 정비 소비자 피해의 실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2년부터 2025년 5월까지

3년 5개월간 접수된 자동차 정비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953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234건,

2023년 253건,

2024년 355건이다.

2024년은 전년 대비 40.3%,

102건이 급증했다.


2025년에도 1월부터 5월까지

이미 111건이 접수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 유형의 분포는 더 뚜렷하다.

정비 후 차량에 손상이 생기거나

하자가 재발하는 '정비 불량'이

전체의 73.3%, 699건을 차지한다.


정비 불량의 세부 내역을 보면

차량 손상이 33.8%,

하자 재발이 24.2%,

도색 불량이 5.8%,

사고 복원 미흡이 2.6%다.


수리비·진단료·견적료를

사전 안내 없이 청구하거나

과잉 정비하는 '제비용 부당 청구'가 18.2%,

173건으로 뒤를 잇는다.


그러나 더 심각한 수치는 따로 있다.

이 피해를 신고한 953명 중 실제로 배상,

수리·보수, 환급 등으로 합의된 경우는 36.9%,

35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59.5%,

567건은 정보 제공,

처리불능, 조정 실패 등으로

미합의 상태로 끝났다.


10명 중 6명은 피해를 신고하고도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왜 합의가 안 되는가.

소비자원의 분석은 직접적이다.

"일반 소비자가 사업자의 바카라임을 규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엔진 내부를 열어 슬러지를 확인하고,

그것이 정비업자의 과실 때문인지

차량 노후화 때문인지를

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전문 지식 없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지만,

그것이 누구의 바카라임인지를 입증할 수단이 없다.


분쟁 절차 자체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피해 발생 후 소비자원 피해구제를 신청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조정 결정이 나면 15일 내에 수락 여부를

통보해야 하는 다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소비자원 피해구제는

법원 판결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


사업자가 부도가 나거나

폐업하거나 소재 파악이 안 되면

피해구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소비자가 주장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면 역시 제외된다.


엔진 슬러지는 어떻게 입증하는가.

지금 사진을 찍어도 이것이

'관리 부실'의 결과인지

'정상적 노후화'인지

법적으로 판단할 전문가가 필요하고,

그 전문가를 소비자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


대부분은 여기서 포기한다.

포기한 피해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953건은 신고된 것들이다.

신고하지 않은 것들은 얼마나 될까.


자백과 면피 사이: 14년짜리 캠페인의 역설


현대자동차는 2011년부터

'블루핸즈 과잉정비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부당수리비가 확인될 경우

최대 1,000%까지,

최대 1,000만 원까지 보상하는 제도다.


"과잉정비 없음"을 내걸고

투명한 수리비 캠페인도 진행했다.

현재도 이 프로그램은 운영 중이라고

현대자동차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


그런데 숫자가 말하는 것은 다르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2011년부터 14년이 지난 2024년,

자동차 정비 소비자 피해는 전년 대비 40.3%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이 없어서 피해가 는 것이 아니다.

있는데도 늘고 있다.


두 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프로그램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14년을 운영했는데도 피해가 줄지 않는다면

구조적 원인을 건드리지 않은 채

표면만 관리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불편한 해석이다.

"과잉정비 없음" 캠페인이 필요할 만큼

문제가 처음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현대자동차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것.


2011년에 이미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14년이 지나도록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캠페인은 해결바카라이 아니었다.

면피 장치였다.


"우리는 과잉정비가 없도록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장치.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도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방어선.


한편 이 프로그램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블루핸즈에서 실시한 보증·보험수리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자동차 판매 차종 외 타사 차량과 상용차도 제외된다.

보상 기준은 "당사 자체 기준"에 따른다.

소비자가 과잉정비를 신고해도

현대차 자체 기준으로 심사하는 것이다.

감독자와 피감독자가 같다.


69개 항목 어디에도 없는 것: 정비 이력의 구조적 허구


블루핸즈에서 정비를 받으면 이력이 기록된다.

블루멤버스 앱에서 조회할 수 있고,

현대차 서버에 데이터가 남는다.


중고차 시장에서

"블루핸즈 이력 차량"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신뢰의 증표처럼 사용된다.

관리 기록이 있으니

더 믿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사용자들의 경험을 보면

블루핸즈 정비 이력은 전부 기록되지 않는다.


연차 정비와 일부 심각한 항목만 조회 가능하며,

소모품 교환이나 경정비 세부 내역이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블라인드 커뮤니티에서

한 사용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연차 정비랑 일부 심각한 건

블루핸즈에서 기록해뒀으면

블루멤버스에서 조회 가능하긴 하더라.

모두 뜨진 않음."


기록이 있지만 불완전한 기록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고차 거래 시

법적 의무 서류인 성능점검기록부에 있다.

성능점검기록부는 자동차관리법 제58조 및

시행규칙 제120조에 의거해

중고차 매매 시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는 법정 서류다.


이 서류는 주행거리,

불법구조 변경 여부,

주요 골격부위 사고 유무,

원동기·변속기·조향장치·제동장치·전기장치 등

총 69개 항목을 체크한다.


69개 항목 어디에도

엔진 내부 슬러지 상태가 없다.

플러싱 이력이 없다.

오일 품질 열화 수준이 없다.

엔진오일 교환 횟수도,

오일의 종류도,

내부 부식 여부도 없다.


블루핸즈에서 17년을 관리받았다는 이력이 있어도,

중고차 거래 시 엔진 내부 상태는

법적으로 단 한 줄도 보증되지 않는다.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에 '양호' 판정이 찍혀도

그것이 엔진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양호' 판정을 받은 부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보고된다.


점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항목도 있고,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내부 상태는

점검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블루핸즈 이력 차량이라는 표현이

중고차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면,

그 신뢰는 실제 상태와 무관할 수 있다.


기록이 관리의 증거가 되지 못하는 구조 안에서,

소비자는 이력을 믿고 차를 사고,

나중에서야 진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가 차를 물려주신 후

내가 겪은 것처럼.


신차 5,050만 원, 노후차 1,021만 대


노후차를 타는 것을

선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시대다.


2024년 기준 신차 평균 구입가격은 5,050만 원이다.

전년 대비 2.3% 상승한 수치이며,

최근 수년간 꾸준히 올라왔다.


5천만 원짜리 차를 새로 살 수 있는 가계가

한국에 얼마나 되는가.


신차 판매 대수를 보면 답이 나온다.

2024년 국내 신차 판매는

163만 5천 대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새 차로 갈아타고 싶어도

갈아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결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2026년 3월 기준,

국내 등록 차량 2,660만 대 중

차령 10년 이상 노후차량은 38.4%,

1,021만 대다.


2001년 이후 최대치다.

2020년 31.6%였던 노후차 비중은

6년 만에 6.8%포인트 상승했다.


15년 이상 초노후 차량도 2020년 11.8%에서

2026년 14.6%로 늘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신차 가격도 올라 차량 교체를 미루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것이 구조적 강제다.

노후차를 타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의 결과다.


신차를 살 여력이 없으니 고쳐 타야 하고,

고쳐 타는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에 노출된다.

정비 피해의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묻는다면,

그 답은 새 차를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더 날카로운 지점이 있다.

노후차 보유자들은 대체로

정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노후화된 부품이 많을수록

수리 항목이 늘어나고,

수리 비용이 증가한다.


새 차를 살 돈이 없어서 헌 차를 유지하는데,

그 유지 비용이 새 차 할부보다

많아지는 역설이 생긴다.


자동차 정비 피해가 여기에 집중된다.

화물차의 노후화가 승용차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단순한 소비자 불편이 아니라

생계와 직결된 계층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17.4%는 적은 피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피해다


소비자원 통계에서

자동차 정비 피해 신청인의 성별 분포를 보면

남성이 82.6%, 여성은 17.4%다.


표면적으로는 여성 피해가 훨씬 적어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다르게 읽어야 한다.


17.4%라는 낮은 비율은

여성이 피해를 덜 받아서가 아니라,

피해를 피해로 인식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정비는 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고,

한국 슬롯에서 이 영역의 정보 접근성은

구조적으로 젠더화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 구조와 정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경로 자체가 남성에게 더 열려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엔진오일 보는 법을 알려주는 빈도와,

어머니가 딸에게 알려주는 빈도가 다르다.


자동차 커뮤니티의 성별 구성이 다르다.

정비소에서 여성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어머니는 17년 동안 블루핸즈를 신뢰했다.

점검 스티커가 붙었으니

관리가 되고 있다고 믿었다.


엔진 내부를 직접 확인할 이유도,

방법도, 경로도 알지 못했다.

문제가 있어도 문제인지 몰랐다.

정비사가 "이상 없습니다"라고 하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이것이 정보 비대칭이 젠더화된 방식이다.

기술적 지식의 부재는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인식하지 못한 피해는 신고로 이어지지 않으며,

신고되지 않은 피해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17.4%는 통계에 잡힌 것들이다.

잡히지 않은 것들의 비율이 더 높을 수 있다.


소비자원 통계에서 30대가 29.3%로 가장 많고

40대가 28.8%로 뒤를 이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혀야 한다.


정보에 접근하고 문제를 인식하고

신고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연령대가 주로 신고한다.


고령 여성 차주들이 당하는 피해는

훨씬 더 많을 수 있지만,

그들이 신고하는 비율은 낮다.


피해의 규모와 신고의 규모 사이의

간극이 가장 큰 집단이다.


부품을 팔면서 서비스는 개인에게: 현대차 그룹의 수익 구조


현대자동차는 블루핸즈로부터 무엇을 얻는가.


표면적으로는 서비스 네트워크다.

전국 1,400여 개의 블루핸즈는

현대차가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 거점의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내세울 수 있고,

소비자는 가까운 곳에서

현대차 공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인상을 갖는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직접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전국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효율적인 구조다.


그러나 수익 구조는 더 깊은 곳에 있다.

블루핸즈에서 사용하는 부품은

현대모비스 순정부품 중심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 차량 5,844만여 대의

A/S부품 공급을 담당하며,

193개 차종 240만여 품목의 부품을

블루핸즈와 모비스 대리점 채널을 통해 공급한다.


블루핸즈는 단순한 서비스 채널이 아니라

현대모비스의 핵심 부품 판매 채널이다.


이 구조 안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의 이해관계를 읽어야 한다.

블루핸즈 가맹점의 서비스 품질이 낮아도

현대차 그룹의 직접적인 재무 손실은 없다.


소비자가 불만족하더라도 차는 이미 팔렸고,

소모품 교환을 위해 다시 블루핸즈를 찾을 때

현대모비스 부품이 또 나간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는 비용이지만,

현재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수익이다.


블루핸즈 가맹사업 안내 페이지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블루핸즈는 현대자동차의 공식 서비스 협력사로서

보증수리를 위탁받아 수행하며,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서비스 품질 기준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의무는 가맹점에 있다.

그런데 가맹점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소비자가 현대차 본사에 바카라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수입차와 비교하면 이 차이가 선명해진다.

BMW 코리아는 전국 28개 서비스센터를

직접 운영하거나 공식 인증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서비스센터는

벤츠 전용 진단 장비와 순정 부품,

전문 교육을 이수한 정비사가 작업을 진행하며,

이 서비스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직접 바카라임 구조를 갖는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제조사 바카라임 구조가

더 명확한 역설이 여기에 있다.

같은 "공식 서비스"라는 이름 아래,

바카라임의 무게가 다르다.


블루핸즈 네트워크가 1,400개인 것과

BMW 서비스센터가 28개인 것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많을수록 관리가 어렵고,

관리가 어려울수록 바카라임이 희석된다.


1,400개의 가맹점이

각기 다른 품질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 편차의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선의가 아닌 이해관계가 진실을 말한다


동네 카센터 사장님이

차 상태를 알려준 것은

양심 때문이 아니었다.


본인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사장님은 직접 설명했다.


엔진오일만 갈고 보내면,

나중에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이 "왜 말 안 해줬냐"며

항의하거나 고소·고발한다.


그 피해가 본인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이것이 정비업의 실제 작동 방식이다.


카센터 사장님도,

블루핸즈도 선의나

악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거나 숨긴다.


카센터 사장님은 본인의

법적·평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보를 공개했다.


블루핸즈는 점검 항목에 없는 것을

들여다보지 않음으로써,

추가 서비스를 권유했다가

과잉정비 논란이 생기는 것을 피함으로써

분쟁의 여지를 만들지 않았다.


소비자는 이 두 가지 이해관계 사이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여기에 자동차 정비 시장의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 문제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자동차 정비 피해 합의율이

낮은 이유로 지목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소비자가 기술적 바카라임 소재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것.


차를 열어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 사이의 지식 격차는,

법적 다툼에서 항상 업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누가 착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 합리적으로 행동하는데

소비자만 구조적으로 손해를 보는 시장이다.


이런 시장을 그냥 두는 것이 제도의 실패다.


아무도 이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기피 직종의 손에 맡겨진 차


서비스 품질 저하가 단지

가맹점주의 의지나 블루핸즈 구조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 밑에는 더 오래된 구조적 붕괴가 있다.


자동차 정비업계는 오랫동안

젊은 인력의 유입이 끊겨왔다.


3D 업종으로 분류되어

청년층이 기피하는 직종이 된 지 오래다.


정비업에 뛰어드는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서

젊은 정비사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으며,

정비업체 대표의 고령화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비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전환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기존 내연기관 정비에 최적화된 정비소들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를

다룰 기술과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정비에는 고전압을 다루는

특수 교육과 전용 장비가 필수인데,

이를 학습할 시설과 공간이 제한적이다.


기존 정비사들의 전기차 전환 교육이 절실하지만

업계는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없다.


숙련 인력의 부족이

곧 서비스 품질의 부족이다.

17년 된 내연기관 차량을

제대로 진단하려면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노후화 패턴을 알고,

어떤 부분이 어떻게 취약해지는지를

체득한 정비사가 필요하다.


그런 정비사가 업계에서 줄어들고 있다.

블루핸즈 1,400개 가맹점 안에

그런 정비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현대차가 블루핸즈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인력 육성이나 기술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맹점 숫자를 늘리는 것과

가맹점 품질을 높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전자는 네트워크 확장이고,

후자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어느 쪽이 더 쉬운 선택인지는 자명하다.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 법이 요구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머니는 속은 것이 아니다.

거짓말을 들은 것도 아니다.

단지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다.


블루핸즈는 17년 동안

찾아온 차를 규정대로 정비했다.

법적 의무를 다했다.

점검 항목을 체크했고,

명세서를 발급했고,

포인트를 적립해줬다.


법이 요구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으로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문제다.


법이 요구하지 않아서 하지 않은 것들이,

소비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엔진 내부 상태.

슬러지 축적 여부.

플러싱 필요성.

오일 열화 수준.


이 차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

이것들은 법이 의무화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 구조는 개인의 선의나

악의와 무관하게 작동한다.


법적 의무의 경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의무 밖의 것을 말했다가

과잉정비 논란이 생기면

오히려 손해다.


의무 안의 것만 하고,

의무 밖의 것은 침묵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그 합리적 선택의 합이

소비자의 피해가 된다.


2024년 자동차 정비 피해 신청이

전년 대비 40.3% 급증했다.


노후차 비중이 38.4%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해에,

신차 평균 가격이 5,050만 원을 넘어선 해에.

새 차를 살 수 없어 고쳐 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해에,

그들을 위한 정비 시장의 신뢰는 가장 낮아졌다.


953건의 신고 중 배상이나

환급으로 해결된 것은 352건이다.

나머지 601건은 사라졌다.


포기했거나,

포기를 강요받았거나,

처음부터 포기한 채

신고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많다.


현대자동차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

2011년에 과잉정비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14년이 지나도록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가맹점 품질 관리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직영과 가맹점을 혼동하도록 방치했다.

법적 공백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신뢰를 파는 산업이 있다.

그 신뢰의 대가로 수익을 얻으면서,

신뢰에 걸맞은 바카라임은 지지 않는 구조가 있다.


간판이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고객을 데려오고,

고객이 부품을 소비하고,

부품 소비가 본사의 수익이 된다.


그 사슬의 끝에서

무엇이 실제로 제공되었는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어머니는 17년 동안 믿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처음으로,

진실을 들었다.


그 진실을 말해준 것도

선의가 아니라 이해관계였다.


이 나라의 자동차 정비 시장에서

소비자를 위해 움직이는 구조는 없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우연히 일치할 때만,

소비자는 정보를 얻는다.


그것이 구조적 방치다.


법도,

기업도,

제도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953건의 신고와

36.9%의 합의율이

매년 반복되는 동안,

이 구조는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