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률 0%와 임대 현수막 사이
2026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80만 개의 식당이 있다.
국세청 통계포털 기준으로
2026년 1월 음식업 사업자 수는
80만 1,887명이다.
카페와 주점을 포함한 수치지만,
식품위생법 기준 일반음식점으로만 한정해도
60만 개를 훌쩍 넘는다.
인구 5,100만 명의 나라에서
국민 63명당 식당 하나꼴이다.
미국이 인구 130명당 식당 하나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당 밀도 국가다.
숫자만 놓고 보면 대단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80만 개의 식당 중
실제로 돈을 버는 곳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회미래연구원이 2025년 11월 발표한
보고서 하나를 꺼내 들어야 한다.
보고서가 인용한 통계는 충격적이다.
월수입 100만 원 미만의 개인사업자가
2019년 611만 명에서
2023년 922만 명으로
4년 사이 311만 명 폭증했다.
자영업자의 수 자체는 줄고 있는데,
월 100만 원도 못 버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는 뜻이다.
이미 포화 상태였던 시장에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들었고,
그 결과 상당수가
최저시급 노동자만도 못한 수입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현상을 명확하게 진단한다.
"현재 자영업 위기는 경기 변동이 아니라
인구·소비·디지털 환경 변화가 누적된 구조적 전환기."
경기 탓이 아니라 구조 탓이라는 것이다.
그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통계가 보여주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뜯어보기로 한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들여다본다.
브랜드의 가맹점 수,
평균 매출,
그리고 폐점률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정보공개서에는
폐점률이 0%인 브랜드가 버젓이 존재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석 달 전 새로 생긴 가게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가게가 들어서는 광경이 반복되는데,
공식 통계는 0%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 거짓인가.
놀랍게도 둘 다 거짓이 아니다.
문제는 통계가 설계된 방식에 있다.
공정위의 폐점률 계산 공식은 이렇다.
'계약종료+계약해지 건수 ÷ 연말 기준 가맹점 수.'
이 식의 결정적인 빈틈은 명의변경과 양도양수가
분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점주가 가게를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
가게는 여전히 운영 중이므로
형식적으로 폐점이 아니다.
그러니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빈틈이 현실에서 얼마나 크게 작동하는지
수치로 보면 이렇다.
명의변경이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은
기타외식 4,751건, 주류 938건, 패스트푸드 935건이다.
브랜드당 평균 명의변경 수는
편의점이 14건으로 가장 많고,
패스트푸드 5.6건,
화장품 3.7건 순이다.
이 숫자들은 폐점률 통계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명의변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굳이 팔 이유가 없다.
명의변경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기존 점주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폭탄 돌리기'에 비유한다.
수익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내부자가 가게를 내놓고,
그 실상을 모르는 외부인이 받아 들어온다.
인수자도 시간이 지나면 같은 판단을 내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넘긴다.
가게는 계속 운영 중이니 통계엔 폐점이 없다.
하지만 점주는 계속 바뀌고,
그때마다 새로운 창업비용이 발생하고,
그 돈의 상당 부분은 본사로 흘러들어간다.
두 번째 허점은 신생 브랜드의 구조적 0%다.
계약이 아직 만료되지 않은 브랜드는
종료나 해지 자체가 수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연 지 1~2년밖에 안 됐는데
5년 계약이 종료될 리 없다.
그래서 같은 업종 내에서도
브랜드별 폐점률이 0.5%에서
55%까지 극단적 편차를 보인다.
예비창업자는 0.5%를 보고
"안전한 브랜드"라고 판단하지만,
그 판단의 근거가 된 통계는
계약 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아직 폐점 자체가 불가능한
신생 브랜드였을 수 있다.
공정위도 이 허점을 뒤늦게 인정했다.
2026년 1월 가맹 정보공개서를 개편하며
"예상 매출액 산정 시 폐업한 가맹점을
포함함을 명확히 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편 자체가 역설적으로
지금까지의 통계가 폐업 가맹점을
사실상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공식으로 인정한 것이다.
수십만 명이 이 통계를 보고
퇴직금을 들고 창업을 결정했을 텐데,
그 통계가 현실의 절반만 담고 있었다면,
그 바카라임은 누가 지는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예비창업자는 드물다.
표면적으로는 "가맹비를 내고,
로열티를 낸다"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제 수익 구조는 훨씬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핵심은 차액가맹금이다.
본사가 가맹점에 식자재와 원재료를 공급할 때
시중 도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붙여
납품하는 구조다.
차액,
즉 그 가격 차이가 본사의 실질 수익이 된다.
국내 가맹본부의 61%가 이 차액가맹금 중심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맹점의 78%가 본사로부터
정기적으로 물품을 공급받는다.
외식업 전체 평균으로 차액가맹금은
가맹점 매출의 4.4%,
가맹점당 연간 약 2,600만 원이다.
그런데 이 평균 뒤에 숨은 숫자가 더 충격적이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는 차액가맹금이
매출 대비 16.45%에 달한다.
특정 커피 브랜드는
업계 평균(6.8%)의 두 배인 12.56%다.
외식업 순이익률이 통상 5~1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차액가맹금 하나만으로 점주의 순이익 전체가 날아가거나
오히려 적자가 되는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 구조의 핵심 문제는 본사가
가맹점의 생존과 무관하게
수익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가맹점 매출이 줄어도
본사는 그 줄어든 매출에서
계속 납품 마진을 챙긴다.
가맹점이 적자가 나도
식자재는 계속 들어온다.
폐업 직전까지도 마지막 납품이 이뤄지는 날까지
본사의 수익 구조는 유지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가맹점이 빨리 망하는 것보다
천천히 망하는 것이 본사에게 더 유리하다.
서서히 쪼그라드는 가맹점에서
최대한 오래 납품 수익을 거두고,
결국 문을 닫으면 다른 창업자를 모집해
다시 초기 창업비를 받으면 된다.
창업 비용 구조 자체도
본사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가맹점이 개업할 때
평균 지출 비용은 9,591만 원
(최초 가맹비 2,011만 원 + 매장 개설 비용 7,580만 원)이고,
이 중 인테리어 비용만 4,084만 원이다.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를 써야 하는 경우,
그 마진도 본사 혹은 본사 연계 업체로 흘러들어간다.
가맹점주가 간판을 달기도 전에
본사는 이미 수천만 원을 벌었다.
이것이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존속기간이 5.7년인 이유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평균 존속기간이
47.5년인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브랜드를
오래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주를 지속적으로 모집해
초기 수익을 확보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공정위가 2024년 실시한 가맹 분야 실태조사에서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가맹점주 비율이
54.9%에 달했다는 사실은,
이 구조가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일상적 현실임을 보여준다.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진짜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예비창업자다.
그리고 그 예비창업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이 퇴직자들이다.
통계청 기준으로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가
2023년 처음 200만 명을 넘어
2024년에는 210만 명까지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의 37.1%가 60세 이상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속도다.
개인사업자 중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11년 18.4%에서
2024년 32.9%로
13년 만에 14.5%포인트 급증했다.
음식업으로 한정하면 60세 이상 비중이
2017년 17.1%에서 2025년 27.5%로 늘었다.
지금 이 나라의 식당 4곳 중 1곳 이상은
60세 이상이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도 이 현상의 원인을 직접 분석했다.
2025년 가맹사업 현황 발표에서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준비하는 퇴직자들이
가맹점 창업으로 몰리며 가맹본부 수가 늘었다"고 명시했다.
한국은행은 2032년까지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2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1964~1974년생 2차 베이비부머 약 954만 명이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60세를 넘기기 시작한다.
이들이 은퇴하면 어디로 가는가.
상당수는 창업으로 간다.
그리고 창업의 많은 부분은 프랜차이즈로 간다.
왜 이렇게 많은 퇴직자가 창업으로 향하는가.
답은 노후 안전망의 부재에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5만 원 수준이다.
그것만으로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렇다고 60세 이후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령자 차별은
국제적으로도 두드러진 수준이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창업이다.
퇴직금이 프랜차이즈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슬롯 구조가 밀어내는 결과다.
문제는 이렇게 들어온 60대 점주들이
디지털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이다.
음식업 기준 20~30대 자영업자의
디지털 플랫폼 도입률은 40%인 반면,
60대 이상은 8.1%에 불과하다.
그런데 플랫폼을 도입한 사업자의 매출은
비도입 사업자 대비 최대 2.98배 높다.
배달앱 알고리즘은 리뷰 관리,
쿠폰 전략, 상단 노출 광고비 운용 등
디지털 역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퇴직금을 들고 들어온 60대 가맹점주는
이 경쟁에서 시작부터 한참 뒤에 서 있다.
그 결과가 부채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 대출이 389조 6천억 원으로
2021년 말 대비 124조 3천억 원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 증가분 163조 원의
대부분이 고령층에 집중됐다.
노후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대출을 늘리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수십만 명이다.
그들의 퇴직금과 대출금은 어디로 갔는가.
상당 부분은 본사의 차액가맹금과 초기 창업비로,
배달플랫폼의 수수료로,
임대인의 권리금과 보증금으로 분산됐다.
60대 점주는 그 가운데에서
하루 열 시간씩 서서 일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본사에 차액가맹금을 내고 나면,
이제 두 번째 징수자가 기다리고 있다.
배달플랫폼이다.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개소를
직접 조사한 결과는 구체적이다.
전체 매출의 48.8%가
배달플랫폼을 통해 발생했다.
그리고 그 배달 매출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24%였다.
1년 전의 17.1%에서
6.9%포인트 뛴 수치다.
매출의 절반이 배달로 들어오고,
그 배달 매출의 4분의 1이 수수료로 나간다.
결국 전체 매출의 약 12%가
배달플랫폼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수수료가 단일 항목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배달수수료 39.2%, 중개수수료 30.8%,
광고수수료 19.7%로 구성된다.
특히 광고수수료가 문제다.
앱 내 상위 노출을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광고비 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좋은 위치에 노출되지 않으면 주문이 줄고,
주문이 줄면 매출이 줄고,
매출이 줄면 살아남기 어렵다.
광고비를 써야만 경쟁에 낄 수 있지만,
광고비를 쓸수록 마진은 줄어든다.
이 역설적 구조 안에서
점주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이중가격제라는 꼼수도 있었다.
배달앱 수수료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플랫폼과 브랜드들은 수수료 감면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동시에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올렸다.
결과적으로 수수료 감면액보다
이중가격제 인상폭이 더 커서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
배달앱 탓을 하면서 정작
가맹점주와의 상생에는 인색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 이유다.
이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손익 구조를
현실적으로 그려보자.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은 2,669만 원이다.
여기서 재료비(30~35%)를 빼면
1,735~1,868만 원이 남는다.
차액가맹금(매출의 4~16%)을 빼면 더 줄어든다.
인건비(20~25%)와 임대료(10~15%)를 빼고,
배달 매출의 24%를 수수료로 내고 나면
점주에게 남는 몫은 통상 매출의 5~15% 수준이다.
월 순이익이 150~400만 원 사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점주 본인이 한 달에
250~300시간 가까이 일했다면,
시간당 수익은 5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다.
2026년 최저시급이 1만 32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가맹점주가 자기 가게에서
최저시급 이하의 대가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을 쏟아부었다.
재난지원금 36조 원,
2022년 손실보전금 23조 원으로
현금성 지원만 합산하면 60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금융기관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로
총 362조 4천억 원의 대출이 보호막 안에 들어갔다.
2022년 6월 기준으로도 57만 명,
141조 원이 이 조치를 이용 중이었다.
이 지원의 명분은 분명했다.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강제로 문을 닫게 한 것은 국가 명령이었다.
그 명령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은
마땅히 이뤄져야 했다.
정부도 손실보전금을
"방역조치로 인한 소상공인의 직접·간접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식 규정했다.
지원을 받은 사람들을 탓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문제는 지원이 만들어낸 의도치 않은 효과다.
코로나 기간 동안 저금리·채무유예·대출 연장이 맞물리면서,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이미 문을 닫았어야 할
한계 자영업자들이 시장에 남을 수 있었다.
이것이 서울회생법원 관계자가 지적한
"기준금리 인하와 상환 유예로
대출 회수 집행과 추심이 미뤄지며
기업들의 파산 신청 건수가 줄었다"는 현상이다.
폐업이 억제된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창업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0년 상반기 창업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해 80만 9천 개에 달했다.
망해야 할 곳이 안 망하고,
새로운 곳이 폭발적으로 생기는 이중 과잉이
코로나 기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현상을 수치로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창업 대비 폐업률이다.
코로나 지원의 영향으로 2020년 폐업률은
60.6%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지원금이 폐업 억제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원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는 단계적으로 종료됐고,
설령 추가 연장이 이뤄졌다 해도
코로나 이전 수준의 영업 회복 없이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가 덮쳤다.
미뤄진 폐업이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했다.
창업 대비 폐업률은 2024년 85.2%로 치솟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업자 수도 2019년 85만 3천 명에서
2024년 92만 5천 명으로 급증했고,
2024년 연간 폐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60조 원이 넘는 현금 지원과
362조 원의 대출 유예가
자영업자를 살린 것이 아니라,
폐업 타이밍을 3~5년 뒤로
미뤄놓은 것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세금으로 폐업을 유예했고,
그 청구서가 지금 한꺼번에 날아오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연체율은 1.88%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무려 12.24%에 달한다.
자영업자 전체 대출 잔액은
2014년 372조 원에서
2025년 1,068조 원으로
3배 가까이 불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공급 측면의 문제였다면,
수요 측면의 변화도 빠뜨릴 수 없다.
손님 자체가 줄고 있다.
외식 빈도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10번 식사 중 6번은 여전히 집에서 먹는다.
온라인 게임·학교 구내식당 이용 비중도
코로나 이전 5.1%에서 5.8%로 늘었다.
더 결정적인 변화는 간편식의 부상이다.
1인 가구 비중이 약 42%에 달하는 슬롯에서
밀키트와 간편식 시장은 2022년 5조 원에서
2023년 6.5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편의점 도시락과 냉동식품의 품질이 올라가면서
"굳이 식당에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많아졌다.
소비 양극화도 중간 가격대 식당을 직격한다.
초저가 커피(메가커피, 컴포즈 등)와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소비가 쏠리면서
중간 가격대의 평범한 가게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매우 저렴하거나 브랜드의 차별점이 명확해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
독특하지도 않고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게들이 가장 위태로운 것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공급이 과잉이면 어떻게 되는가.
제로섬을 넘어 마이너스섬이 된다.
한 가게가 손님을 더 끌어오면
옆 가게의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두가 동시에 어려워진다.
OECD 패널 데이터 분석 결과
음식숙박업에서만 21~23만 명이
적정 시장 규모를 초과하는 상태로 추산됐다.
이 초과 인원만큼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든
구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25년 기준 채무 불이행 개인사업자는
16만 6,56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폐업을 결단할 여력조차 없어
적자 상태로 영업을 이어가며
채무만 키우는 구조에 갇혀 있다.
경제학에서 좀비기업이라 부르는 이 상태가
자영업 시장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어온
각종 저금리 정바카라자금,
경영컨설팅 지원,
재창업 지원 등이 매년 반복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지원이
오히려 '좀비 자영업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으로 이미 한계에 달한 가게가
지원금으로 수개월을 더 버티면,
그 기간 동안 같은 상권의
다른 가게들의 매출을 갉아먹는다.
망해야 할 곳이 버티면서
시장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공급 과잉이 더 오래 지속되는 역설이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지원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지원을 끊으면 지금 당장
생존이 어려운 사람들이 생긴다.
지원을 계속하면 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 딜레마를 국회미래연구원은
"유지 중심 정바카라에서 전환 중심 정바카라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로 정리했다.
버티게 해주는 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구조의 가장 아이러니한 결론은 이것이다.
사장이 가장 싼 노동력이다.
자영업자는 자본가(사장)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직접 일함)다.
이 두 역할의 수익이 합산되어
'수익'으로 잡히다 보니,
점주 본인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따로 계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달 200만 원 남았다"고 말할 때,
그 200만 원을 벌기 위해
본인이 몇 시간을 일했는지
계산에 넣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알바 문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자영업 가게에서
점주가 건드릴 수 있는 비용 항목은
사실상 인건비밖에 없다.
임대료는 계약으로 고정되어 있고,
재료비는 시장가격이나 본사 공급가로 결정되며,
차액가맹금도 협상의 여지가 없다.
유일하게 줄일 수 있는 변수가 인건비다.
그래서 알바는 최저시급으로 쓰고,
나머지는 본인이 직접 메운다.
그런데 그 본인의 노동은
비용으로 계산되지 않으니,
장부상 수익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착취의 연쇄 구조가 완성된다.
본사가 가맹점에서 차액가맹금을 가져가고,
배달앱이 매출의 4분의 1을 가져가고,
임대인이 임대료를 받고 나면,
점주에게 남는 돈으로는
알바를 최저시급에 쓰기도 벅차다.
그러니 점주 본인이 직접 그 자리를 채운다.
독립을 꿈꾸며 시작했지만,
실상은 본사와 플랫폼에 동시에
종속된 채 본인 노동 비용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사장이라는 타이틀이 착취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장막이 된다.
이 구조에서 "더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도 이해가 된다.
고정비가 크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현상 유지만으로는 이미 적자인 구조에서
성장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생존의 논리다.
그런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성장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도,
그 노력이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임대 현수막 한 장이 붙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이제 처음부터 다시 그려볼 수 있다.
노후 안전망이 취약한 슬롯가
퇴직자를 창업으로 밀어내고,
그들의 퇴직금을 프랜차이즈가 흡수하며,
통계상 안전해 보이는 브랜드를 골라 창업했더니
명의변경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주자가 됐고,
본사는 차액가맹금으로 수익을 거두고,
배달앱은 매출의 4분의 1을 가져가고,
코로나 지원금으로 버텼더니
이제 대출 상환 독촉이 시작되고,
디지털 경쟁에서 뒤처진 채
하루 열 시간씩 최저시급도 안 되는 수입으로
일하다가 결국 문을 닫는다.
그 과정에서 통계엔 없는 것들이 있다.
명의변경으로 빠져나간 전임 점주들의 손실,
본인 노동에 대해 한 번도 지급되지 않은 인건비,
코로나 지원금으로 미뤄진 폐업의 실상,
차액가맹금이 매출에서 얼마나 가져가는지
계산하지 못한 채 창업을 결정한
예비창업자들의 정보 격차.
현수막에는 이런 사연이 없다.
그냥 '임대 문의'라고만 적혀 있다.
2025년 1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2%를 기록했다.
광주를 포함한 지방 대부분 도시에서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했다.
상가 공실률 상승의 원인을
한국부동산원은 명확하게 진단한다.
"소비심리 위축과 자영업자 폐업 증가."
거리의 현수막은 경기의 온도계가 아니라 구조의 증거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금 이 위기가
경기 부진이 아닌 구조적 전환기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해법도 구조적 전환이어야 한다.
망해가는 가게를 지원금으로 버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노후 안전망을 강화해 퇴직자가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
프랜차이즈 통계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집계 방식을 실질적으로 개편하는 것.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구조를 슬롯적으로 논의하는 것.
이 중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나라의 80만 식당을 둘러싼 문제가
개인의 선택과 실력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스템이 이렇게 설계되어 있는 한,
현수막은 계속 붙는다.
통계엔 없지만,
거리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