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독립, 누구를 위한 개혁이었나
2026년 5월 5일 자정,
광주 광산구 월계동.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17살 이모 양이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목을 찔려 쓰러졌다.
응급구조사를 꿈꾸며 밤늦게까지
바카라을 붙들고 있던 아이는 집까지 걸어가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의 칼날과 마주쳤다.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또 다른 17살 남학생도
목을 두 차례 찔렸다.
이모 양은 끝내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얼마나 살고 싶었는지,
아빠 엄마가 보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눈을 못 감았다"고 말했다.
범인 장윤기(23)는 단순한 충동범이 아니었다.
수사 결과 드러난 시간표는 촘촘하고 치밀했다.
그는 사건 이틀 전인 5월 3일 새벽,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국적 여성
C씨의 주거지에 침입했다.
택배가 왔는지 알고 문을 연 순간
밀고 들어와 목을 조르며 협박하고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12시간 넘게 C씨를 붙잡아 두었다가
점심 시간이 넘어 함께 식당으로 출근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잠깐 떨어진 C씨가 자신의 범행을
누군가에게 알렸을 것이라 의심한 장윤기는
살해를 결심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인근 생활용품점에서
흉기 2점과 장갑을 구입했다.
구매 당시 이미 그의 휴대전화 검색 기록에는
경찰 추적과 관련된 내용이 가득했다.
흉기를 챙긴 장윤기는 C씨 주거지 주변을 배회했다.
짐을 꾸리러 잠시 집에 들른 C씨의 눈에 장윤기가 띄었다.
C씨는 그날 오후 8시 112에 스토킹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장윤기는 이미 달아난 뒤였다.
경찰은 C씨의 목 부위 긁힌 상처를 확인하고
사건 접수를 권유했다.
C씨는 타지역으로 이사를 갈 테니
그때까지 신변보호만 해달라고 했다.
경찰은 그 요청을 수용하고 현장을 떠났다.
장윤기에게는 스토킹 신고에 따른
경고 문자 한 통이 발송됐다.
그것으로 이날의 대응은 종결됐다.
C씨는 사촌 언니의 도움을 받아
당일 밤 광주를 빠져나왔다.
이사 완료 다음 날인 5월 4일,
그녀는 경북 칠곡경찰서에 장윤기를
성폭행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이 접수된 곳은 광주가 아닌 경북이었다.
관할이 달랐다.
광주 경찰은 칠곡서에
고소장이 접수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장윤기는 경고 문자를 받은 순간,
자신이 위치 추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존 휴대전화를 강에 버렸다.
공기계를 꺼내 들고,
집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흉기를 소지하고 30시간 넘게
C씨를 찾아 첨단지구 일대를 배회했다.
이 시간 동안 광주 경찰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스토킹 경고 문자가 발송됐으니 임무는 완료됐다.
시스템은 그렇게 작동했다.
흉기를 손에 쥔 지 사흘째 되던 날 자정,
C씨를 끝내 찾지 못한 장윤기는 홀로
귀가하던 이모 양을 발견했다.
차량으로 약 1킬로미터를 뒤따르며
15분간 동선을 확인했다.
미리 앞질러 가 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문 골목 초입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이모 양이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
흉기를 꺼내 목을 수차례 찔렀다.
사흘 동안 도심을 배회하는 동안
시스템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범행 후 건물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차량과 흉기를 하천 인근에 버린 뒤,
혈흔이 묻은 겉옷을 무인세탁소에서 세탁했다.
빈 원룸에 침입해 잠을 청하고,
택시를 여러 번 갈아타며 도주했다.
이튿날 아침,
자신의 주거지 앞에서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검거 당시 장윤기의 가방 안에는
뜯지 않은 흉기 한 자루가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것이 C씨를 살해하기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 송치 당일 포토라인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죄송합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사건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범행의 잔인함 때문만이 아니다.
경찰이 이미 개입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이 이뤄졌고,
현장을 확인했다.
목에 상처 난 여성이 있었고,
흉기를 든 남성이 집 앞을 배회하다
달아났다는 정황이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막지 못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보호'했다는 착각 속에 자리를 떴고,
가해자는 그 빈 시간 동안 도심을 배회하다
전혀 다른 생명을 앗아갔다.
이쯤에서 물어야 한다.
이건 이번 한 번의 실수인가.
2018년 10월 14일 새벽,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손님 김성수가 직원 신모 씨에게
자리를 치워달라고 요구했다가
말다툼이 벌어졌다.
동생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 두 명이 출동해
약 15분을 머물렀다.
당사자들의 말을 듣고,
환불 문제를 정리하려 했지만
해결바카라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김성수와 함께 PC방을 나섰다.
피의자는 경찰이 사라지자
혼자 집으로 향했다.
집에 미리 준비해 둔 칼을 챙겼다.
7분 뒤 다시 PC방으로 돌아왔다.
신모 씨의 얼굴과 목을 80여 차례 찔렀다.
신모 씨는 그날이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 날부터 정규직으로 취직이 확정된 상태였다.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고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후 처리 방식이었다.
초기 보도자료에서 경찰이
사전에 출동했다는 사실이 누락됐다.
피해자의 불친절이 원인인 것처럼 기술됐다.
피해자는 죽었고,
경찰은 자신들의 대응 실패를
기록에서 지웠다.
이후 진실이 드러나며 공분이 일었지만,
경찰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부터 은폐 시도됐다는 정황 자체가
이미 많은 것을 말해준다.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
층간소음으로 수개월째 갈등을 빚어온
위층 주민이 아래층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신임 여경과 19년 차 남경이 출동했으나,
두 사람 모두 현장을 이탈했다.
가해자와 맞서 싸운 건 경찰이 아니라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피해 가족의 아버지였다.
두 경찰관은 테이저건과 권총을 소지한 채
건물 밖으로 나가 있었다.
피해자의 아내는 목을 찔려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여경 논란'으로 소비됐지만,
실제 기록을 보면 19년 차 남경도
현장을 이탈했다.
논란이 젠더 문제로 흘러가는 사이,
경찰의 현장 대응 체계라는
본질적 문제는 흐릿해졌다.
인천경찰청장은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나흘 뒤인 11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또 다른 비극이 벌어졌다.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 A씨가
전 연인 김병찬에게 흉기로 살해됐다.
A씨는 6월 결별을 통보한 이후
총 다섯 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김병찬은
A씨가 신고한 직후부터
인터넷에 '사시미칼',
'칼 손잡이 미끄러움'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11월 19일 A씨가 스마트워치로
긴급 신호를 보냈을 때,
경찰은 위치 추적에 실패해
주거지가 아닌 명동에 도착했다.
피해자는 경찰이 오기 전
이미 흉기에 찔려 숨져 있었다.
그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은 범행 나흘 전,
'베스트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 선발돼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상태였다.
그것도 A씨를 담당하면서.
사건이 보도되자 A씨의 생전 카지노톡 대화가 알려졌다.
A씨는 친구에게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가 불만스럽다"면서도
"경찰서가 가깝고 스마트워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믿었다.
시스템은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사건 발생 3년 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경찰의 스마트워치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찰청에 건의한 바 있었다.
경찰은 시정하지 않았다.
3주 뒤인 12월 10일,
서울 송파구.
신변보호를 받던 또 다른 여성의 어머니가
집 안에서 흉기에 찔려 숨졌다.
13살 남동생도 목을 두 차례 찔려
중상을 입었다.
피의자 이석준은 사흘 전
피해자를 감금하고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이석준을 귀가 조치했다.
피해자를 부모에게 인계하고
이석준을 풀어줬다.
이석준은 집에 돌아간 뒤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주소를
인터넷에 검색했다.
피해자 가족이 살고 있는 그 주소였다.
나흘 뒤 이석준은 칼과 전기충격기를 들고
그 집을 찾았다.
피해자 어머니가
택배기사가 왔나 싶어 문을 열었다.
2022년 9월, 신당역.
스토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전주환은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잠정조치 4호,
즉 유치장 격리 조치는 없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주환은 피해자의 근무지인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해자는 자신이 일하는 공간에서,
제복을 입은 채로,
같은 온라인 게임 동료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026년 5월, 월계동.
이 사건들을 나열하면
단순한 개인의 실수로 보기 어렵다.
경찰이 개입하고,
가해자가 풀려나거나 방치되고,
피해자는 시스템을 믿은 채 홀로 남겨지고,
다음 사건이 터지고,
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바카라이 발표되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것은 불운의 연속이 아니다.
패턴이다.
그리고 패턴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요구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수사의 주재자는 검사'이며
'경찰은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못 박은 이후,
경찰은 반세기 넘게 이 조항에 맞서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직접 나서서라도 수사권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선언했지만
검찰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지만
검찰이 판정승을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철성 경찰청장은
"수사권 독립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청문회에서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2016~2017년,
경찰은 이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황운하 경무관은
"검찰은 부패한 권력이기 때문에
해체돼야만 하는 기관"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경찰청 내부에서도 수사권 조정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차단하며
여론전에 집중했다.
2017년 한 여론조사에서 수사권을
현행대로 검찰이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15.5%에 불과했고,
경찰이 가져가거나 제3의 기관에 줘야 한다는 의견이 70%를 넘었다.
경찰은 이 수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2021년 1월 1일 시행됐다.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은 폐지됐다.
1998년 첫 논의 이후 23년,
창경 이래 70년에 걸친 경찰의 요구가
마침내 실현된 날이었다.
경찰 내부는 "오랜 숙원이 풀렸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경찰이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되면,
검·경이 기존 상하 관계가 아닌
협업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숫자가 먼저 말한다.
경찰이 검찰 없이
자체적으로 종결하는 불송치 사건은
2021년 38만9132건에서
2024년 54만9426건으로
3년 만에 41.2% 급증했다.
전체 수사 사건에서
경찰이 스스로 마무리하는 비율도
2021년 36.4%에서
2024년 41%로 늘었다.
경찰이 '혐의 없다'고 덮은 사건을
피해자들이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넘긴 건수는 2021년 2만5048건에서
2025년 5만340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중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경찰 결론을 뒤집고 기소한 사건은
2021년 528건에서 2025년 1130건으로
역시 두 배를 넘어섰다.
경찰이 '혐의 없다'고 판단했는데
들여다보니 기소할 사건이었던 경우가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는 뜻이다.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을 통제하는
재수사 요청 비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2021년 3.82%이던 재수사 요청 비율은
2024년 2.61%로
처음으로 3% 선이 무너졌다.
경찰은 점점 더 많은 사건을 스스로 덮고,
검찰은 그것을 점점 덜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수사 요청을 하면
그 사건은 검사 바카라임이 되고
민원인도 검사가 상대해야 한다.
웬만큼 이상하지 않으면
경찰이 불송치한 대로
놔두는 게 관행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심 무죄율의 변화도 묵직하게 읽힌다.
2000년 0.08%에서 서서히 올라
수사권 조정 첫해인 2021년 0.99%를 기록하더니
2025년 1.06%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기소된 사건 100건 중 1건 이상이 무죄로 끝난다.
이 수치가 반드시 경찰 수사 품질 저하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의 완결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법조계의 분석과
방향이 일치한다.
증거 없이 기소된 사건이 늘어나거나,
충분한 수사 없이 사건이 넘어오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감사원은 2025년 경찰청, 서울경찰청, 부산경찰청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에서 이 구조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접수 사건은 28.6% 늘었고,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재수사 요청도 18.1% 증가했다.
그런데 수사 인력 증원은 8.8%에 그쳤다.
사건은 폭증했고,
사람은 그대로였다.
감사원이 자체 자료를 종합해 추산한 결과,
보완·재수사 사건의 실제 처리 기간은
2024년 기준 평균 140.9일이었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신속성도 완결성도 담보되지 않는
구조적 결함"이라고 명시했다.
강력범죄 13건에 대해 경찰이
자체 점검 뒤 재조사를 지시했지만
4건은 실제 재조사 없이 방치됐다.
"지휘 단계에서 문제를 확인하고도
실행 단계에서 통제력이 무너졌다"는 것이
감사원의 평가다.
일선 현장의 목소리는 더 직접적이다.
호남권 일선 경찰서의 한 여성청소년과 팀장은
"수사관 1인당 기본 30건,
많게는 60건씩 사건을 잡고 있다.
현장에 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바카라상머리 수사'만 한다는 자조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씁쓸하게 털어놓았다.
"검찰이 다루던 사건 다수가 경찰로 왔는데,
검찰 수사관은 검찰에 그대로 남지 않았느냐.
확대됐다는 권한은 체감되지 않고
업무만 눈덩이처럼 불었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때
늘어날 업무량에 대한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아쉬움도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이 글이 겨냥하는 것은
현장 경찰관 개인이 아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 점을 먼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대한민국 경찰관 12만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도 교대 근무를 반복하며
폭력 현장에 뛰어들고,
자해하는 시민의 손을 잡고,
심야 귀가 신고에 응답하고 있다.
전국 지구대·파출소 2047곳에서
하루 평균 5만 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된다.
주취자의 주먹질,
정신 응급 상황,
가정폭력 현장,
변사체 처리,
자살 시도 저지.
이들은 교과서가 없는 상황에서
즉각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대가는 조용히 쌓인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 경찰관은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22명,
2025년 25명으로
최근 5년간 단 한 해도
20명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앓는 경찰관은 2016년 777명에서
2020년 1123명으로 5년 새 44.5% 증가했다.
PTSD 진료 인원도 같은 기간 꾸준히 늘었다.
경찰청의 마음건강 담당 인력은
전국 12만 경찰관을 상대로 경사 1명이 전부였다.
이것이 숫자로만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그것도 광주에서,
그것도 월계동 사건이 터진 바로 그 시기에.
광주지역 모 지구대 소속 50대 A경감은
2024년 4월 19일 광주 남구에서 행인을 폭행하고
도주하던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가락을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긴급심리지원 대상으로 지정돼
수차례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았지만,
일선 지구대로 복귀한 뒤에도
우울감과 PTSD에 시달리다
2026년 5월, 끝내 숨졌다.
월계동 여고생이 살해된 이 달이었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시간 동안,
시민도 죽고 경찰관도 죽었다.
암 발생 문제는 더 아이러니하다.
경찰의 폐암 유병률은 60.2로
소방관(30.7)의 두 배에 가깝다.
방광암 유발률도 경찰이 28.4로
소방관(20.2)보다 높다.
수치만 보면 경찰관이 소방관보다
더 심각한 직업성 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경찰의 직업성 암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는
5년간 단 1건에 불과하다.
소방관은 다르다.
소방청은 2009년부터 국가 R&D 사업으로
소방관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를 국제 저널에 발표했다.
2023년 국제암연구소는 소방관을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음"에 해당하는
1군 발암요인으로 상향 지정했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소방관 코호트 연구가
그 근거 자료에 포함됐다.
같은 해 공상추정제가 도입돼
소방관은 유해 환경에 상당 기간
노출된 사실만 입증하면
공무상 재해로 추정받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경찰 업무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청이 이에 상응하는 코호트 연구를
처음으로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2025년의 일이다.
소방청보다 15년 늦었다.
수치는 더 나쁜데,
보호는 훨씬 덜 받는다.
70년 동안 수사권을 달라는 싸움은 했다.
자기 조직원의 폐가 망가지고,
방광암에 걸리고,
매년 20명이 넘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에 맞서는 싸움은
그 절반도 하지 않았다.
수사권 독립을 주도한 조직 지휘부가
정작 현장 경찰관의 몸과 마음에는
그만큼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 숫자들이 말하는 또 다른 진실이다.
월계동에 출동한 경찰관도 그 구조 안에 있었다.
그날 밤 또 다른 신고들이 쌓여 있었을 것이고,
1인당 최대 60건씩 잡고 있는 사건들이 있었을 것이고,
바카라상머리 수사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환경 속에 있었을 것이다.
9개월 교육으로 배치된 자리에서,
베테랑은 이미 빠져나간 팀에서,
PTSD 상담을 받을 경사 한 명에 의존하는 조직에서.
이 글이 현장 경찰관을
비판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문제는 그 경찰관을
그 상황에 밀어 넣은 구조다.
숫자 이전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경찰이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검사는 로스쿨이나 사법시험을 통과한 법조인이다.
법관에 준하는 신분을 법률로 보장받는다.
형사사법 판단이 본업이며,
형사소송법과 형법에 대한
심층적 훈련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경찰 인력의 절대 다수는
중앙경찰학교에서 9개월 교육을 받은 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배치되는 순경이다.
경찰대 출신은 4년간 법학과 경찰학을 이수하지만,
전체 경찰 인력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학계에서는 일찍부터 경고했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법률적 체계,
즉 리걸 마인드가 정립되려면
오랜 공부가 필요하다.
단시간 교육으로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경찰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의 주된 이유로
'수사 전문성 부족'을 꼽은 응답이 상위에 올랐다.
경·검 협력관계 설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7%에 달했다.
보완수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9.7%를 기록했다.
이 제도를 운용하는 당사자들이
현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수사권 독립 이전 구조는
명확한 역할 분리를 전제했다.
경찰은 수사하고,
검사는 법률적으로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각자의 전문성이 각자의 영역에서 작동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엔 이 분리가 무너졌다.
9개월 교육을 받은 순경이 '혐의 없음',
'현장종결'이라는 준사법적 결정을
단독으로 내린다.
법적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이
법적 판단을 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이것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다.
판단할 수 있는 교육과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
판단하라고 한, 시스템 설계의 문제다.
월계동 사건은 이 구조적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확인된 사실은 이것이다.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 여성의
목에 난 상처를 육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사건을
스토킹 신고로 처리하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이 그 상처의 원인을 물었는지,
피해 여성이 그 자리에서 성폭행 사실을 진술했는지는
공개된 수사 결과에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 여성이 극도의 공포 상황에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상태였겠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현장의 대응이 성폭행 피해 가능성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2013년 성폭력 관련법 개정으로
성범죄는 이미 비친고죄가 됐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경찰이 인지한 순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목에 상처가 난 여성이 있고,
흉기를 든 남성이 집 앞을 배회하다
달아난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대응이 스토킹 경고 문자 한 통으로 마무리됐다.
그것이 이 사건의 첫 번째 실패다.
이 상황이 단순 스토킹이 아닐 수 있다는 직관,
더 확인해야 한다는 감각,
법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아는 것.
이것이 리걸 마인드다.
그리고 그것은 9개월의 교육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관할 경계의 문제도 여기서 맞닿아 있다.
C씨가 칠곡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사실이
광주에 공유되지 않은 것은
관할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다.
피해자는 관할을 가리지 않고 이동했지만,
가해자 정보는 관할 경계에서 멈췄다.
광주 경찰이 성폭행 피해 가능성을
현장에서 파악했더라면,
혹은 칠곡서의 고소장이 광주로 공유됐더라면,
어느 지점에서든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두 가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수사권 독립 이후
스토킹 범죄 대응 체계에서
이 구조적 문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 10월 21일 시행됐다.
2023년 7월에는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삭제됐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게 됐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2023년 7월까지
112에 접수된 스토킹 신고는 5만5796건,
월평균 2536건이었다.
하루 평균 86건.
그런데 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2022년 1만545명에서 2023년 1만1841명,
2024년 1만3075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법이 생겼는데 피해자가 줄기는커녕 늘어난다.
이 역설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법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스토킹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최대 한 달 격리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의 법원 인용률은
2023년 50.9%에서 2024년 40.9%,
2025년 34.9%로 계속 내려가고 있다.
경찰의 신청 건수는 2021년 136건에서
2025년 1684건으로 12배 급증했는데,
법원 인용률은 오히려 2021년(37.5%)보다도 낮아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경찰의 신청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인용 결정은 감소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구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에도
행위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전자발찌 부착 잠정조치다.
2024~2025년 2년간 스토킹으로 검거된 인원 2만8739명 중
경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신청한 비율은
4.11%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스토킹으로 잡힌 사람 100명 중
4명에게만 가해자 위치 추적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나머지 96%는 검거된 뒤에도
전자발찌 없이 피해자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상태였다.
법원의 전자발찌 잠정조치 인용률도
32~37%에 그쳤다.
경찰도,
법원도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접근 금지 명령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용률(85.2%)을 보이지만,
그 실효성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져 있어도,
가해자가 위반하고 접근하는 순간을 감시할 수단이 없다.
피해자가 직접 눈치채고 신고해야 한다.
접근 금지 명령은 결국 피해자에게
또 다른 감시의 의무를 부과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피해자 중심이 아닌
행위자 중심의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 맥락이다.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다.
피해자는 이사를 가고,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신변보호 대상으로 지정한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 격리와
감시는 법원의 낮은 인용률과
경찰의 소극적 신청 속에 공중에 뜬다.
가해자는 자유로운 상태로 피해자를 찾아다닐 수 있다.
월계동에서 장윤기가 30시간 넘게
도심을 배회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구조 안에서였다.
신당역에서 전주환이 피해자의 근무지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는 피신했고,
가해자는 배회했다.
그리고 이모 양이,
신당역 역무원이,
그 다음의 누군가가 예고 없이 마주쳤다.
이 구조에서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관할 경계의 문제다.
C씨는 광주를 떠난 뒤
경북 칠곡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그 정보는 광주 경찰에 전달되지 않았다.
타 관할이었기 때문이다.
장윤기가 흉기를 들고
30시간 넘게 광주 도심을 배회하는 동안,
그가 성폭행 피의자로 타 경찰서에
고소된 상태라는 사실을
광주 경찰은 알지 못했다.
경찰 내부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
범죄 가해자의 이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는 관할을 가리지 않고 이사하지만,
가해자 정보는 관할 경계에서 멈췄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취한 방식이
국제 표준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면,
이 제도 설계가 얼마나 졸속이었는지가 선명해진다.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인 경찰 측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영미법계 국가들은 대체로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를 담당한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한국의 수사권 독립과 전혀 다르다.
미국에서 형사를 하려면
통상 법학 학위를 요구한다.
일부 주에서는 형사직에 대한
별도의 법률 교육과 자격 기준을 두고 있다.
영국은 1984년 '경찰 및 형사증거법'을 제정하고
1985년 '범죄기소법'으로 검사의 조언 의무를 규정하는 등,
수사와 기소 사이의 법적 연계를 촘촘히 설계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유지하면서도
경찰의 실질적 수사 기능을 인정하는 혼합 방식을 택했다.
어느 나라도 법학 교육을 받지 않은 현장 경찰관이
준사법적 수사 종결 결정을
단독으로 내리는 구조를 도입하지 않았다.
한국은 달랐다.
경찰 인력의 절대 다수가
중앙경찰학교의 9개월 교육 과정을 거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권한만 이전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 선진국들이 수십 년에 걸쳐
법적 역량과 제도적 견제 구조를 갖춰가며
구현한 모델을 준비 없이 복사한 셈이었다.
수사권 독립을 주도한 이들은 권한의 이전에만 집중했고,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 양성,
법률 교육 체계 정비,
내부 감시 구조 구축은
사후 과제로 미뤄뒀다.
경찰 스스로도 이를 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관들 사이에서
"수사 기피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업무량 폭증과 법률적 판단에 대한 부담이 겹치면서,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수사관들이 수사 부서를 떠나고 있다.
2, 3년 차가 팀의 최고참이 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사이버 범죄,
국제 조직범죄 같은
고도화된 사건들이 경찰로 쏟아지는데,
이를 처리할 역량은 갖춰지지 않았다.
수사권 독립의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경찰의 능력 부족에서 끝나지 않는다.
견제의 공백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다만 한 가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수사권 조정 이전의 구조가 이상적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조정 이전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뿐 아니라
직접 수사권도 함께 갖고 있었다.
고위공직자 비리,
대형 경제범죄,
공안 사건은 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수사하고
기소까지 결정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쥔 구조였다.
수사 방향을 먼저 정해놓고
그 방향으로 증거를 끼워 맞추는
왜곡의 구조적 유인이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이후
이 비판이 절정에 달했고,
수사권 조정의 명분이 됐다.
그 명분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방식이었다.
검찰의 과잉 권한을 견제하려다,
준비되지 않은 기관에
권한을 통째로 넘기는 선택을 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해도
검사가 수사 지휘권을 행사해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이제 검사는 사건이 송치된 뒤에야 개입할 수 있다.
경찰이 불송치를 결정하면
검사는 90일 이내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는 한 차례로 제한되고
경찰이 이행하지 않아도
검사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
현장 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이
사실상 최종 결정이 되는 구조다.
월계동 사건의 스토킹 현장종결은
바로 이 구조 안에서 이뤄졌다.
출동한 경찰관의 현장 판단이 최종 결정이었다.
검사의 개입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성폭행 고소장이
다른 관할 경찰서에 접수됐으니
더더욱 그랬다.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경찰관의 법적 판단만이
이 사건의 행방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빗나갔다.
불송치 결정에 대한 피해자의 이의신청 증가는
이 공백의 다른 표현이다.
2021년 2만5048건이던 이의신청 건수가
2025년 5만3406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경찰의 수사 종결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이 경찰 결론을 뒤집고
기소한 사건이 2021년 528건에서
2025년 1130건으로 늘어난 것은,
경찰이 '혐의 없다'고 덮은 사건 중
실제로는 기소해야 할 사건들이
그만큼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치들이 특히 무거운 것은
이의신청이라는 절차 자체가
피해자에게 높은 진입 장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통보받은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려면
검찰을 상대로 직접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에게
이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5만 건 넘는 이의신청이 이뤄졌다는 것은
그 장벽을 넘고도 항의해야 할 이유가 있는 피해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의신청조차 하지 못한 피해자들,
경찰의 결정에 그대로 따른 사건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는 통계가 포착하지 못한다.
수사권 독립을 되돌리자는 것이 아니다.
검찰의 권한 집중이 문제였다는 진단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이 구조를 이대로 두는 것은,
제도 설계의 실패를 국민이 목숨으로 치르게 하는 일이다.
감사원이 확인한 숫자를 다시 가져온다.
사건은 28.6% 늘었다.
인력은 8.8% 늘었다.
보완·재수사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0.9일이다.
수사관 한 명이 최대 60건을 동시에 처리한다.
스토킹 피해자는 매년 늘고,
가해자를 격리하는 잠정조치 인용률은 매년 떨어진다.
스토킹 전자발찌 신청은
검거 인원의 4%에 불과하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중
검찰이 뒤집어 기소한 것은
4년 만에 두 배가 됐다.
1심 무죄율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를 넘었다.
이 숫자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 앞에서,
한 가지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
경찰이 70년을 달라고 했던 이유는
더 잘 하겠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있어서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받고 나서 5년이 지났다.
검찰이 없어서 못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 숫자로,
사건으로, 피해자들의 이의신청으로 드러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지금 구조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다.
수사관의 법률 전문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실질적 견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에서 피해자 중심이 아닌
가해자 통제 중심의 대응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관할 경계를 넘는 정보 공유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수사 인력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충원하고 교육할 것인가.
이 질문들이 제대로 제기되고 답해지지 않는 한,
월계동 같은 사건은 다시 예고 없이 찾아온다.
피해자 이모 양의 아버지는 말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그 말은 특정 범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수사 시스템 전체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으려면,
지금의 구조가 왜 이 사건을 막지 못했는지를
정면으로 직면해야 한다.
경찰 수사권,
이대로 괜찮은가.
이 질문에 지금 당장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
그 답을 찾는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