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가 버텨온 자리

이팝나무가 선택받은 조건

by다소느림
이팝나무 축제(편집본).jpg

전주 팔복동 철길을 걸은 건 4월 말이었다.

북전주선 이 구간은 평소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현역 철길이다.


2026년 이팝나무 축제 기간,

닷새 동안만 열린다.

개방 구간은 630~670미터,

예산이 쏟아지는 대형 행사도 아니다.


왜일까?


꽃이 예뻐서가 아니다.

폐공장, 녹슨 선로, 그 위에 쌓인 하얀 꽃잎.

벚꽃처럼 단번에 폭발하지도 않고,

메타세쿼이아처럼 키로 압도하지도 않는다.


이팝나무는 소리 없이,

그러나 한순간에 공간의 인상을 바꾼다.

전주 팔복동에서 그 감각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봤다.


그리고 곧 한 가지 질문이 따라왔다.

이 나무는 어쩌다 이렇게 많아졌는가.


가로수 판도의 역전


숫자부터 보면 답이 빠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가로수는 총 1,097만 그루다.


수종별로는 왕벚나무 344만 그루(31.4%)가 1위,

은행나무 164만 그루(15.0%)가 2위,

이팝나무 75만 그루(6.8%)가 3위를 차지했다.


이 순위를 2019년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변화가 드러난다.


2019년 당시 전국 가로수는 774만 그루였고,

은행나무가 102만7천 그루로 당당히 1위였다.

이팝나무는 55만1천 그루로 4위에 머물렀다.


3년 사이 이팝나무는 20만 그루 가까이 늘어 3위로 뛰어올랐고,

은행나무는 60만 그루 넘게 줄어들었다.


단순 증감이 아니다.

가로수 수종의 지형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 흐름은 더 오래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팝나무는 10여 년 전만 해도

가로수 통계에서 '기타 나무류'에 포함될 정도로 비주류였지만,

2019년 기준 식재량이 2012년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즉, 이팝나무의 부상은 유행이 아니라

정바카라의 산물이다.


왜 정바카라은 이 나무를 선택했는가.


도시화의 공신이 된 은행나무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은행나무의 역사부터 봐야 한다.

은행나무가 도시 가로수로 대거 심겨진 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영향이 컸다.


아름답고 도시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며,

온도 변화에 적응력이 좋고,

뿌리가 보도블록을 망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림픽 전후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식재됐다.


도시화 시대,

가로수에게 요구한 조건은 하나였다.


살아남을 것.


그 기준에서 은행나무는 거의 정답이었다.

문제는 나무가 성목이 되면서 드러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암나무에서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고

악취 민원이 쏟아졌다.


탄소 흡수율이 낮은 수종이라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느티나무와 벚나무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교체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종 갱신에는 한 주당 약 1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2018년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5년 동안 교체 및 제거된 은행나무 가로수는 5,328그루였으며,

11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57억9,236만 원에 달했다.


그 많은 돈을 써도 여전히 은행나무는

164만 그루가 전국 도로변에 남아 있다.

서울 한 곳에만 약 10만6,205그루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고,

그중 25.4%인 2만6,981그루가 열매를 맺는 암나무다.


가을마다 서울시는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해

구와 합동으로 조기 채취 작업을 벌인다.

진동수확기를 사용해 열매를 터는 방식인데,

이 장비 하나의 가격이 3~4천만 원에 달한다.


은행나무는 여전히

관리 비용을 먹고 있는 나무다.


벚나무의 짧은 전성기와 한계


은행나무의 대안으로

2000년대 이후 벚나무류가 급부상했다.

신도시 등 새롭게 가로수길이 조성되던 지역의

여론을 반영해 벚나무 식재가 크게 늘었다.


2022년 기준 왕벚나무 344만 그루,

벚나무류 합산이 전체 가로수의 30%를 넘은 배경이다.

봄철 벚꽃길은 지역 명소가 됐고,

지자체 홍보 사진의 단골 소재가 됐다.


그러나 벚나무는 식재 후 병충해에 약하고,

꽃잎이 너무 많이 떨어져

관리가 힘들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흰불나방을 비롯한 병해충에 취약해

방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짧은 개화기 이후 나머지 계절의

관리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자체들은 또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부각된 것이 이팝나무다.

흙이 얕은 곳에서도 번식할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꽃도 오래 지속되며,

한국의 정서와 잘 맞는 수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로수의 계보가 은행나무 → 벚나무 → 이팝나무로

이어지는 흐름은 유행이 아니라,

도시 관리의 요구 조건이 세대마다 달라진 결과다.


이팝나무가 선택받은 조건들


이팝나무(편집본).jpg

가로수는 아름다운 나무를 심는 게 아니다.

도로 폭과 보행로 너비,

뿌리의 확장 범위,

가지치기 가능성,

낙엽과 열매 처리 비용,

전선과 지하 매설물과의

충돌 여부까지 따져야 한다.


정부가 공개한 가로수 수형관리 매뉴얼이

은행나무, 느티나무, 왕벚나무, 이팝나무, 메타세쿼이아를

주요 관리 수종으로 다루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예쁜 나무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나무만 도로에 남는다.

이팝나무는 그 기준을 상당 부분 충족한다.

그러나 기능면에서 주목할 근거가 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저감 기능이 뛰어난 교목으로

버즘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가 꼽혔다.


이 수종들은 수관이 넓고 잎이 많으며,

잎 표면 구조가 발달해

미세먼지 흡착 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나무는 잎과 가지 표면에

미세먼지를 붙잡는 흡착,

기공을 통한 흡수,

수관층 차단,

숲 내부 침강 등

네 가지 방식으로 대기질을 개선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도심 완충 녹지가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30%까지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며,

2006~2012년 시화공단 주변 완충숲의 경우

숲 조성 후 미세먼지 27%,

초미세먼지 26%의 저감 효과가 실측됐다.


여기에 4월 말에서 5월 초,

2주 남짓 나무 전체를 하얗게 덮는 개화.

기능과 경관 효과를 동시에 갖춘 수종이라는 평가가

식재 결정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이팝나무를 향한 정바카라 전환은

실제 지자체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 부평구는 2009년부터

가로수를 이팝나무로 대체하기 시작해

지금은 인천 곳곳에서 이팝나무 가로수를 볼 수 있다.


서울 동작구는 상도역 사거리에서

숭실대로까지 이어지는 이팝나무 꽃길을 배경으로

'상도권역 이팝나무꽃 축제'를 이미 8회째 개최했다.


경남 김해시는 30년간 유지하던 시목(市木)을

은행나무에서 이팝나무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시목 교체는 상징적 결정이다.

도시의 얼굴을 바꾸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팝나무의 이름 유래도

이 확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쌀밥처럼 하얀 꽃이라 '이밥나무'에서 왔다는 설과,

입하(立夏) 무렵 핀다고 해서

'입하나무'에서 왔다는 설이 나란히 있다.


한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꽃나무 중

이팝나무가 가장 많으며(7건),

세계적으로는 희귀종이지만

인공증식에 성공한 한국에서는

가로수로 심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세계적 희귀종을 도시의 일상 풍경으로

만든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팝나무의 치명적 약점: 겨울 도로에서 벌어지는 일


그렇다고 이팝나무를 완벽한 대안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이 나무의 가장 심각한 약점은

봄에 드러나지 않고 겨울에 축적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이팝나무 피해목을 분석한 결과,

가로변 이팝나무 피해목의 42%가 제설제 피해로 확인됐다.

피해를 입은 이팝나무 잎의 제설제 성분(염소) 농도는

건강한 가로수 잎보다 10~39배 높았다.


염화칼슘 10% 농도에서

어린 이팝나무의 생존율은 0%였고,

5% 처리에서도 생존율은 25%에 그쳤다.


피해목은 초봄에 잎눈이 마르면서

잎이 나오지 않거나

어린 나무가 죽는 피해가 심했다.


수종별 비교에서 제설제 피해는 이팝나무가 가장 컸고,

다음이 왕벚나무였다.


반면 은행나무는 염화칼슘에 노출돼도

모두 생존하고 잎이 정상적으로 생장하는 내성을 보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폭설이 잦고 겨울에 제설 작업이 집중되는 중부 이북 지역,

특히 교차로와 버스 정류장 주변처럼 염화칼슘이

대량으로 살포되는 구간에서 이팝나무를 선택하는 것은

구조적 위험을 안고 가는 결정이다.


봄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 뒤에는,

겨울마다 뿌리 주변에 쌓이는 염화칼슘이 있다.


그늘 기능의 공백: 폭염 시대의 가로수


이팝나무에는 또 다른 구조적 한계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 녹지율을 10% 늘리면

지표온도가 평균 0.5~0.8도 낮아지고,

대구·세종시 시뮬레이션에서는

가로수와 옥상녹화를 50% 적용할 경우

평균기온을 최대 10.6도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이 반복되는 한국의 여름에 가로수의 그늘 기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인프라에 가까운 문제다.


이팝나무는 경관 효과는 크지만,

폭염 대응 수종으로서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수관이 느티나무처럼 넓게 퍼지지 않아

보행자가 체감할 수 있는

그늘 면적이 제한적이다.


나무 그늘은 햇빛을 60~90%까지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녹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기온이 2~4℃ 낮아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느티나무처럼 수관이 넓은 수종이 유리하다.


이팝나무가 많아지는 도시는 봄 경관은 풍부해지지만,

여름 그늘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낙화 이후의 관리 부담도 있다.

가늘고 흰 꽃잎이 보도와 도로를 뒤덮는다.

비가 오면 미끄러워 안전 문제로 이어지고,

청소 민원도 따라온다.


개화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2주와,

그 나머지를 관리해야 하는 50주는 서로 다른 이야기다.


꽃가루 논란의 실체: 과연 범인은?


4~5월이 되면 이팝나무와

꽃가루 알레르기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늘어난다.


이팝나무가 많아지면서

알레르기가 더 심해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 주장을 데이터로 따져보면,

실제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꽃가루 달력이

주요 알레르기 유발 수종으로 지목하는 것은

오리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밤나무다.

기상청도 알레르기 유발성이 높은 수목으로

오리나무, 측백나무, 참나무를 꼽는다.


이팝나무는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팝나무는 꽃가루가 적다는 점도

가로수로 선호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고 "이팝나무는 완전히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알레르기는 개인차가 크다.


4~5월은 참나무, 소나무, 잔디, 잡초류 꽃가루가

동시에 날리는 시기다.

축제장 먼지, 긴 야외 체류 시간, 기온 상승이 더해지면

우리 몸은 특정 나무 하나가 아니라

봄이라는 계절 전체에 반응한다.


이팝나무를 범인으로 지목하기 전에,

그 봄날의 환경 전체를 봐야 한다.

다만 이 논란이 반복되는 것 자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팝나무가 대규모로 심어진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 인과관계와 별개로

정바카라이 고려해야 할 슬롯적 신호다.


가로수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가로수 수종 결정은 지자체 자율에 맡겨진 경우가 많다.

도시 및 자연환경 정비, 경관 조성, 보행 환경 개선이라는 목표 아래

담당 공무원과 조경 전문가가 수종을 결정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시공 업체를 선정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 대한 압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임기 내에 가시적인 경관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개화 시기에 극적인 인상을 남기는

이팝나무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예산 집행과 언론 보도,

시민 반응까지 빠르게 이어진다.


하지만 가로수는 심는 순간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도시 내 녹지율을 관리하고,

제설제 피해를 모니터링하고,

낙화 이후 청소 체계를 갖추고,

15~20년 후 성목이 됐을 때의

수관 관리 계획까지 필요하다.


심을 때의 결정이

수십 년 도시 경관과 관리 예산을 결정한다.


은행나무 교체에 한 주당 100만 원이 드는 현실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듯이,

이팝나무의 제설제 피해가 본격화되는

10~15년 후를 지금 설계해야 한다


수종 다양성이 답이다: 도시숲의 생태적 논리


단일 수종 집중은 아름답지만 취약하다.

한 수종이 지나치게 많은 도시는

특정 병해충이나 기후 충격에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2022년 기준 왕벚나무가 전체 가로수의 31.4%를 차지하는 현실은,

왕벚나무에 취약한 병해충이 확산될 경우

도시 경관 전체가 동시에 타격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북아메리카에서는 물푸레나무에 기생하는

비취빛 천공나무좀(Emerald Ash Borer)이

단일 수종 집중 도시를 초토화한 사례가 있다.

각 나무의 역할을 공간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

성숙한 가로수 정바카라이다.


여름 그늘이 필요한 넓은 대로변에는 느티나무,

좁은 골목길과 보행 특화 구간에는 이팝나무,

수변과 경관 가로에는 메타세쿼이아나 왕벚나무.

하나의 수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가로수 정바카라이 아니라 일종의 유행 추종이다.


전국 가로수 수종 수가 140종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지만,

상위 5개 수종이 전체의 65% 이상을 점유하는 구조는

다양성 지표가 수치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수종 다양화는 지역 기후와

토양 조건, 도로 유형,

관리 인프라를 함께 설계할 때 가능하다.


경험 소비 시대의 가로수: 축제와 브랜딩의 사이


이팝나무의 부상을 읽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

도시가 거리를 브랜드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이팝나무 꽃길,

대전 유성구의 이팝나무 가로수길,

전주 팔복동 철길 축제까지

이팝나무가 피는 2주는 지역 축제의 명분이 되고,

SNS 인증샷의 배경이 된다.


지자체 홍보 예산과 관광 유입 효과로

환산되는 시대가 됐다.


이것이 나쁜 방향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가 보행 경험과

계절의 감각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가로수를 단순히 도로 옆에 서 있는 식물이 아니라,

사람이 걷고 싶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요소로

바라보게 됐다는 점에서 이팝나무의 확산은 긍정적이다.


다만 경관 효과와 정바카라 지속성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축제는 2주지만, 관리는 52주다.

꽃이 지고 나면 하얀 꽃잎이 보도를 덮고,

여름엔 그늘이 부족하고,

가을엔 열매가 검게 물들며,

겨울엔 제설제를 맞는다.


그 1년을 보지 않고

개화기만 보고 선택한 가로수 정바카라은,

지금 당장의 민원은 줄어들지 몰라도

10년 후 또 다른 수종 교체 논의를 불러올 것이다.


전주 팔복동 철길


전주 팔달공원(편집본).png

축제가 끝난 뒤에도

철길이 기억에 남은 것은

꽃 때문이 아니었다.


폐공장과 철길이라는 공간에 사람을 불러 모은 힘,

그 힘의 상당 부분이 이팝나무에서 왔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평소에는 기차가 지나는 산업 공간이,

이팝나무가 피면서 잠시 다른 얼굴을 가졌다.

나무 한 종이 공간의 서사를 바꿔놓는 경험이었다.

동시에 그 철길을 걸으면서 자꾸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이 나무가 이 자리에 맞는가.


겨울에 제설제를 뿌리는 구간에 심어진

이팝나무는 관리 계획이 있는가.

여름 그늘이 필요한 거리에

꽃나무가 선택된 것은 아닌가.

낙화 이후 청소 민원과 비용은 예산에 반영됐는가.


15년 후 성목이 됐을 때

수관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의 차이가,

10년 후 도시 경관의 차이가 될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가로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원한다.


그늘을 만들고,

미세먼지를 줄이고,

예뻐야 하고,

계절감을 주고,

민원은 적어야 하고,

가능하면 관광 자원이 되어야 한다.


한 수종이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도시는 계속 나무를 바꿔왔고,

앞으로도 바꿀 것이다.

은행나무는 도시가 팽창하던 시대의 나무였다.

살아남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었던 시대가 선택한 나무다.


이팝나무는 경험을 소비하는 도시가 고른 나무다.

기능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성도 갖춰야 하는 시대의 요구가 반영됐다.


이팝나무가 완벽한 가로수인가.


아니다.

제설제에 취약하고,

그늘이 약하고,

낙화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팝나무가 지금

도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나무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정말로 도시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2주 동안 아름다운 거리인가,

아니면 1년 내내 걷고 싶은 거리인가.


그 답에 따라 심어야 할 나무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