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용기라고 해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by사과꽃


연휴 중 본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흘낏 보다가 몰두하게 된 드라마다. 글을 쓰면서 조금 달라진 점은 어떤 영화든 어떤 드라마든 줄거리를 눈여겨보게 된 일이다. 대사 하나하나를 매의 눈으로 보고 곱씹게 되며 절절하게 느낀다. 감탄이 늘었다. 매 편을 보면서도 긴 제목이 다가오지 않았는데 마지막 편을 다 볼 즈음에는 선명하게 그 제목을 욀 수 있었다.


누구나가 모두가 자신의 가치를 되새기고 은연중 묻고 반성하고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작가는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얼마나 예리하고 정확한 발견인지. 어쩌면 사람은 모든 연령대에서 자신에게 맞는 그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비교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때로는 나 앉고 넘어지는 일이 자신이 내린 그 질문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망설이고 찾고 질문할 테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너무 멀리 나갔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하고 있는 갈등조차도 어쩌면 스스로 내린 그런 질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 점수를 주지 않아서 깎아내리고 비관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작아지는 거다. 당연히 고민은 더 불어난다. 그런 류의 고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기에게 따라오는 소소한 일에도 적용된다.


하니 다시 생각해 볼 일이지 뭔가. 스스로를 돌아볼 때 그렇게 냉정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사람은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 나의 가치를 평가하고 챙길 사람은 자신뿐이다. 턱없이 내려 앉힐 이유가 없다. 충분히 자세가 되는데, 가치도 되고 무게도 되고 용기내기 나름인데 스스로를 뒷방에 가두지 않는지. 용기가 없는 거다. 자신을 먼저 챙길 일이다.




우리 활쏘기 국궁을 배우면서 매번 느끼는 점이 있다. 시를 날리는 사대에 들어설 때 화살(시) 5발을 매대에 차고 나서는데 명궁이든 신참(신사)이든 똑같이 5 발이다. 일시천금이라고 하나의 화살을 날리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명궁이 불발할 수 있고 신사가 명중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순간에 겸허해지고 같이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


몰기를 하고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처음으로 승단 시험을 치렀다. 9 순 45발을 날려서 그중 24발을 명중시키면 1단이다. 그날 별명을 하나 얻었다. '국궁깡패'라고. 처음 출전하면 덜덜 떨려서 시를 시위에 꽂지도 못한다는데 덤덤하더란다. 1 순에 하나도 못 맞히더니 2 순에는 5발을 다 맞추었다. 나도 의아했다. 깡패가 된 데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보통 5 순쯤에는 남은 시를 다 명중시켜도 24발이 안되어 탈락되는데 8 순까지 살았다. 8 순에 1발을 명중하고 연달아 3번 불발하면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퇴장했다. 그 사대에 설 때 가져야 할 것이 '용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내가 신사라서, 나는 3급을 도전하니까, 나는 각궁을 쏘니까'라는 말은 필요 없다.




자기 키에 맞는 용기,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걸 가진다고 누가 욕하거나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저 우린 그런 용기를 장착하는데도 겸손하지 않았나. '아유! 제가 뭘요. 아 저는 부족합니다.' 이런 말이나 생각은 겸손이 아니고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이도 깎아내리며 살아왔다.


마음하나 바뀌었는데 세상이 달리 보인다. 지금 고민도 걱정도 해야 하는 말도 왠지 색깔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얇은 막이 하나 걷히는 듯하다.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아무도 주시하거나 탓하거나 재촉하지 않으니 충분히 여유를 갖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도 된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용기를 가지라는 말이었다. 실천을 끌어내는 건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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