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풍경

by사과꽃


차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뚜닥뚜닥 또닥또닥 오랜만이다. 켜놓은 임영웅 목소리를 삼킨다. 급기야 음악소리가 소음처럼 들려서 끈다. 오롯이 듣는 빗소리. 이제 양 귓불을 뚫고 들어와 머리 위를 적시는 듯해서 머리를 만져본다.


남강이 보이는 찻집 주차장이 텅 비었다. 두어 시간 전부터 시작된 비가 제법 굵어진 탓도 있고 아직 사람들이 몰려올 시간이 멀었다. 찻집보다는 내려다 보이는 강물을 보러 왔는데 비 구경이 덤으로 왔다. 차창으로 3면이 내다 보여도 몽글몽글 맺히는 빗방울이 경치를 반치나 가린다. 와이프가 쓸고 간 흔적대로 둥그렇게 물길이 닦이는 창 너머로 새파란 이파리가 넘실넘실 기웃댄다.


먼 회색하늘 아래로 길쭉길쭉한 아파트들이 키를 늘려봤자 온통 하늘이다. 보려고 온 강을 차체가 다 막았고 그나마 희슴푸레하게 에스자로 누운 강물을 차 안에서 보려면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빼야 한다. 하늘반 땅반인데 그 땅사이 흐르는 강은 물빛을 잃었다. 허연 것이 푸른 잎사이로 기어가는지 숨어가는지 자세히 봐야 강물이다.


국적 불명의 국을 한 냄비 끓였더니 고스란히 남았지 뭔가. 좋은 건 다 넣었는데, 인기 없는 국을 하룻밤 재우고도 아까워서 냉장고에 한 통 퍼넣고 점심 찬으로 싸왔다. 밥 한 공기분량을 담고 밑찬도 쌌다. 너풀거리는 상추도 두서너 이파리 넣고 토마토도 넣고 잔 멸치통에는 고추장을 한 숟가락 퍼 담아 뚜껑을 덮어 왔다. 진수성찬이다.


웬걸! 나서기로 했던 활터는 물 폭탄으로 맘을 접고 반대방향으로 도시락을 들고 소풍 왔다. 싸 온 커피 향이 좋다.


'저 너머 저 아파트는 누가 누가 살고~'


보러 온 강물보다 빗물이 시야를 막아도 차창의 절반을 넘는 물먹은 하늘이 나쁘진 않다. 강 건너 하늘 아래 아파트 윤곽이 길게 길게 이어진다. 마치 저들을 구경온 듯, 그건 아닌데. 강물은 마치 빙판처럼도 보인다. 번져서 눈을 껌뻑거려도 물빛이 하얗다.


차창 너머 고개 숙인 꽃이 모란인지 작약인지, 주먹보다 더 크다. 모란은 진 지가 오래고 작약도 아니고 장미다. 오월의 장미, 커다랗게 두어 송이 피워놓고 비가 반가운 건지 간지러운 건지, 무거운 머리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래도 이쁘다.


화단에 비 맞고 선 감나무를 폰에 담았다. 연두색 아기 잎이 물을 실컷 먹고 생글생글하다. 이 비 그치면 화단에 두 차례 뿌린 금계국도 싹을 틔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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