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과 평온 사이에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
누군가와 크게 웃지도 않았고
눈물이 날 만큼 속상한 일도 없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핸드폰을 조금 보다가
잠이 든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쁘지 않은 하루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허전하다.
별일 없는 게 행복이라는데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왜 이렇게 무미건조할까
가끔은 묻는다.
행복은 오는 걸까
아니면 만드는 걸까
만드는 거라면
나는 왜 이렇게 서툴까
특별한 일이 있어야 행복한 걸까
여행을 가야 하고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비로소 ‘오늘은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인생의 대부분은
특별하지 않은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자극’과 ‘행복’을
자꾸 헷갈리는 건 아닐까.
두근거림이 없으면
불행한 것 같고
크게 웃지 않으면
우울한 것 같고
눈에 띄는 변화가 없으면
뒤처진 것 같은 기분.
그래서 평온을
지루함으로 오해한다.
행복이 정말 ‘만드는 것’이라면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 끝까지 듣는 것.
마트에서
괜히 좋아하는 과자를 장바구니에 넣는 것.
샤워를 하고 나와
깨끗한 이불 속에 들어가는 것.
아무도 모르는
작은 선택 하나.
그게
오늘을 조금 덜 건조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그걸로 충분한 건 아닐까.
별일 없는 하루는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아니라
큰 사고도
큰 상처도 없이
무사히 지나간 날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시간은
어쩌면
조용히 버텨낸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행복이 정확히 무엇인지.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행복이 거창한 감정이 아니라면
아주 작은 만족을
의식적으로 붙잡는 태도일지도 모른다는 것.
오늘 하루가
재미없었다고 느껴진다면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도 별일 없이 무사했네.”
그 말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그게 오늘의 행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