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쥐고, 조금 더 건네며
마음이 넉넉한 사람을 떠올려보면
시간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성격이 원래 좋은 사람도 아니다.
대신 이런 사람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에 누가 뛰어오면
한숨 대신 버튼을 눌러주는 사람.
내가 손해 본 것 같은 날에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는 사람.
나는 그 반대편에 꽤 오래 서 있었다.
마음은 늘 빠듯했고,
사소한 일에도 잔액 부족 알림처럼 예민했다.
누가 무례하면 오래 곱씹었고,
내가 잘한 일은 금세 잊고
못한 일은 이자 붙여 보관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건
성격이 바뀌는 일이 아니라
결심의 문제라는 걸.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산다.
굳이 이기지 않아도 될 일에서는 한 발 물러나고,
설명해 봤자 소용없는 오해는
설명서를 접어 서랍에 넣는다.
모든 일에 의견을 내지 않고,
모든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도 않는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조금 덜 쓰니까
삶이 조금 더 남는다.
여전히 소심하고,
여전히 욱할 때도 많다.
다만 예전보다
나 자신에게 덜 인색해졌을 뿐이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완벽하게는 못 해도,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그 정도면
내 인생 장부에서는
충분히 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