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떡볶이 국물에 삶이 녹아내릴 때

당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삶의 맛

by온새미로


​천안역 앞, 나직한 골목길에 접어들면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마늘 향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media 방송에 소개되어

'생활의 달인'의 집으로 소문난 곳이지만


내게 이곳은 맛집이라는 거창한 이름보다

'우리들의 시간'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지금의 아내와 손을 꼭 잡고

수줍게 문을 열었던 연애 시절부터

중년에 들어선 지금까지,

우리는 마음이 동할 때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 마늘떡볶이집으로 향한다.


​자작한 국물에

갓 튀겨낸 바삭한 오징어와 김말이,

정성스레 말아낸 김밥을 푹 찍어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특유의 칼칼하고 달콤한 맛.


수십 년이 흘렀어도 변함없는 그 맛은

단순한 허기뿐만 아니라

지나온 우리의 젊음까지 함께 채워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 자그마한 가게에서

진짜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은 떡볶이의 맛보다

그 국물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삶의 온도'다.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처럼 세월의 깊이를 닮은 얼굴로

묵묵히 서로를 챙기는 중년 부부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해

떡볶이 한 점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

눈을 맞추는 젊은 연인이


그 너머엔 방과 후 가방을 내던지고

왁자지껄 튀김을 나누어 먹는

까르르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게를 환하게 채운다.


​시선을 돌려 문가를 바라보면

또 다른 삶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이 집 떡볶이를 좋아하신다며

포장 비닐을 소중히 품에 안고 나서는

아들의 든든한 뒷모습과


임신한 아내의 간절한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왔는지 들뜬 표정으로

떡볶이를 기다리는 젊은 남편의 애틋한 눈빛까지.


​문득 깨닫는다.

이곳은 단순히 떡볶이를 파는 집이 아니었음을.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시작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부모를 향한 효심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지친 하루 끝에 만나는

작은 위로였던 것이다.


저마다 다른 계절과 아픔

그리고 기쁨을 품고 사는 이들이

이 자그마한 테이블에 모여

따뜻한 국물 한 숟갈에

자신의 삶을 녹여내고 있었다.


​오래된 가게가 아름다운 이유는

익숙한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의 가장 푸르렀던 날들의 추억이

그 자리에 고스란히 켜켜이 쌓여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타인들의 다정한 온기가

여전히 그곳을

따스하게 데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아내의 몫으로

튀김 하나를 국물에 깊숙이 적셔 건넨다.

수십 년 전 그때처럼,


참 다정하고도 따뜻한 삶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