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색깔이 영 읎는겨?

​팍팍한 일상, 우리 모두가 꿈꾸는 틈

by온새미로

충청도 유머 시리즈를 보다 보면

신호등과 경찰이 나오는 단골 에피소드가 있다.


​파란 불에도 차가 안 가자 다가온 경찰이

"맘에 드는 색깔이 영 읎는겨?"라고 묻는가 하면


신호위반으로 적발된 할머니에게

경찰이 "빨간색인데 못 보셨슈?" 하고 따져 묻자 할머니가 무심하게 받아치는 장면도 있다.

"봤지~"

"근데 왜 지나가셨슈?"

"너를 못 봤어~~"


​변명이나 합리화 대신

반전을 툭 던지는 이 충청도식 화법은

언제 읽어도 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직설적으로 맞서기보다

한 박자 비틀어 상대를 실소하게 만드는

이 무던함과 해학.


타지 사람들은 이런 유머를 볼 때마다

충청도 사람 특유의 느긋함과

여유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천안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내가

매일 목격하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천안 사람들도 바쁘고, 성격 급하고,

여유 없기는 여느 도시 사람들과 똑같다.


신호가 바뀌고 1초만 지체돼도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귓가를 찢고

나조차도 운전대를 잡으면 어느새 앞차의

꽁무니를 바짝 쫓으며 조바심을 낸다.


유머에 나오는 것처럼 유유자적 돌려 말하며

여유를 부리는 풍경은 아쉽게도 현실보단

글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충청도 유머에

자꾸 눈길이 가고 웃음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팍팍하고 여유 없는 일상 속에서

저렇게 피식 웃어넘길 수 있는

한마디의 여유를 우리 모두가

은연중에 갈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날카롭게 화를 내며 각을 세우기보다

살짝 비틀어 웃음을 주는 화법처럼

팍팍한 삶 속에서도

서로에게 작은 틈을 내어주길 바라는 마음.


그것은 비단 충청도 사람뿐만 아니라

매일 각박한 하루를 견뎌내는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공통된 바람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앞차의 멈칫거림에

나도 모르게 클락션으로 손이 가려던 순간

속으로 그 유머 한 토막을 쓱 떠올려본다.


​'그래, 뭐 그렇게까지 빡빡하게 굴 필요가 있나.

우리 모두 조금만 여유를 갖고 살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여전히 바쁘고 매몰차게 돌아갈지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저 해학이 주는

동글동글한 여유 한 조각쯤 품고

살아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