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맥주 하나와 새우깡 한 봉지면 충분했던 밤

청춘의 날들, 가장 소박하지만 든든했던 술안주로써의 추억

by온새미로

​마트 과자 코너를 가만히 서성이다 보면

결국 익숙한 붉은 봉지 앞에 손이 멈추곤 한다.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CM송이 환청처럼 들리는 과자

바로 새우깡이다.


별것 아닌 바삭한 과자 한 봉지일 뿐인데,

이상하게 이 안에는 굵직한 인생의 장면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어릴 적 새우깡은 짭짤한 주전부리였고

조금 더 커서 머리가 굵어졌을 땐

가장 가성비 좋은 든든한 술안주가 되어주었다.


지갑이 가벼웠던 젊은 시절

자취방 방바닥에 둘러앉아

캔맥주 하나에 새우깡 한 봉지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짭조름한 짠맛과 씹을수록 올라오는 고소함은

맥주 한 모금을 끊임없이 부르는

마법 같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새우깡의 진가는

바닷가에 갔을 때 터져 나온다.


​바다로 떠난 여행길

배를 타거나 백사장을 거닐 때

우리 주머니에 항상 들어있던 것은

갈매기를 위한 새우깡이었다.


하늘을 향해 과자 한 조각을 높이 들고 있으면,

저 멀리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갈매기들.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순간에

과자만 쏙 채가는 녀석들을 보며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웃곤 했다.


​바다의 낭만은 갈매기라 했던가.

그 갈매기와 우리를 연결해 준 건

뜻밖에도 작은 과자 조각 하나였다.


​시간이 흘러 세상엔 온갖 화려하고

새로운 디저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여전히 문득문득 생각나는 건

고소하고 짭짤한 그 아는 맛이다.


​새우깡이 단순한 주전부리를 넘어

우리가 지나온 추억의 페이지마다

짭조름한 향기를 더해주는

고마운 과자로 느껴지는 이유다.


오늘 밤엔 바삭한 새우깡 한 봉지에

시원한 맥주 한 잔 기울이며

그 시절 바닷가의 바람 소리를 떠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