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오디세이》 연재 03
《프로페셔널 오디세이》 연재 03
얼마 전 결혼식장에서 지난날 함께 일했던 후배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는데, 그가 나눈 악수가 어딘가 어색했다. 웃고는 있었지만 표정이 굳어 있었고 몸가짐도 쭈뼛거렸다.
‘왜 이러지?’
그 순간 오래전 일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내가 그의 상사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여러 사람과 일하다 보면 유난히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의도가 통하고, 일을 맡기면 기대한 방향으로 처리한다. 반면 이상하리만큼 생각과 방식이 엇갈리는 사람도 있다.
그 후배가 내게는 후자였다. 그가 일을 처리할 때마다 결과가 내 생각과 어긋났다. 처음에는 잘 가르쳐보려 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자 점점 인내심을 잃었다. 차분하게 설명하고 기다려주기보다 다그치고 질바카라했다. 요즘 말로 하면 그를 많이 ‘조졌다’.
다른 직원이라면 가볍게 넘어갔을 일도 그가 하면 더 엄격하게 따졌는지 모른다. 어느 순간 그는 내게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그의 어색한 표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던졌던 날카로운 말과 아무 대꾸 없이 듣고 있던 그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날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젊은 시절 나는 리더는 단호해야 한다고 배웠다. 바카라임자에게 결단력과 카리스마가 있어야 조직이 움직인다고 믿었다. 실제로 리더는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는 바카라임을 물어야 한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단호함과 거친 태도를 혼동하기 쉽다는 데 있다. 단호함은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이지, 목소리를 높여 사람을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다. 카리스마도 상대를 겁먹게 만드는 위압감과는 다르다.
사람은 ‘욕하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내가 젊었을 때는 불같이 호령하던 산업화 세대의 상사들에게 그런 식의 꾸지람을 들었다. 그런데 어느덧 내가 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열정 속에는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성과를 빨리 내고 싶었고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 조급함 때문에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기다리지 못했다. 상대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묻기보다 내 생각과 다르다는 사실부터 문제 삼았다.
누군가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시작하면 그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같은 실수라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하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하면 “역시 저 사람은 안 돼”라고 판단한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작게 보는 경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리더가 어떤 직원을 무능하거나 불성실한 사람으로 규정하면 그다음부터는 그의 장점보다 결함을 입증하는 증거가 더 잘 보인다. 판단이 먼저 내려지고 관찰은 그 판단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후배도 이런 악순환 속에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가 일을 잘못해서 꾸짖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못마땅하게 보았을 수 있다. 보고서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찾으려는 눈으로 보고서를 읽었을지도 모른다.
리더는 사람을 평가한다. 그러나 평가할 권한이 있다고 해서 그 판단이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구성원은 상사의 평가에 쉽게 반박하지 못하고, 그의 침묵은 오히려 상사의 확신을 키운다. 그렇게 리더 개인의 편견이 조직의 공식적인 평가로 굳어지기도 한다.
일의 잘못은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일과 그 일을 한 사람은 구분해야 한다. 보고서가 부족하다고 사람이 부족한 것은 아니며, 이번 판단이 틀렸다고 그 사람의 모든 판단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계속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리더는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이 사람이 정말 부족한가, 아니면 단지 나와 다른가?’
‘그가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인가?’
‘나는 지금 일을 바로잡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을 몰아붙이고 있는가?’
일은 다시 하게 할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진 자존감과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리더로서 치열하게 일하는 것과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잘못은 여전히 분명하게 지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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