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언제 잔소리가 되고 지혜가 되는가

《프로페셔널 오디세이》 연재 04

by조관일

《프로페셔널 오디세이》 연재 04

[경험은 언제 잔소리가 되고 지혜가 되는가]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라고 운을 떼면 “라떼는 말이야”라고 비튼다. 꼰대의 긴 잔소리가 시작된다는 신호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귀찮게 여겼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옛날이야기를 왜 자꾸 하느냐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이제 후배들에게 “내가 온라인 게임생활을 해보니 말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듣기 싫어하던 사람이 어느새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세월이란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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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이 잔소리가 되는 순간

“나 때는 말이야”가 조롱받게 된 데에는 기성세대의 바카라임이 크다.

과거의 경험을 오늘의 정답처럼 강요하고, 상대의 사정은 듣지 않은 채 자신의 고생과 성공만 늘어놓는다면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잔소리다.

오래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험이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일을 30년 했더라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해의 경험을 30번 반복한 사람도 있다.

특히 과거의 성공 경험은 위험할 수 있다. 세상은 변했는데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방식을 변함없는 원칙으로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선배가 경험을 들려주려면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이야기가 지금 이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가?’

‘내 방식을 따르라는 것인가, 선택에 참고하라는 것인가?’

경험은 강요할 때 잔소리가 되고, 성찰하여 건넬 때 지혜가 된다.


● 낡은 그릇에 담긴 지혜

그렇다고 오래된 경험이 모두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선배들의 이야기 속에는 실패와 좌절, 인간관계의 갈등과 조직의 위기를 몸으로 통과하며 얻은 지혜가 들어 있다. 표현이 거칠고 오늘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깊은 곳에는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일과 사람의 원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기술과 제도는 빠르게 변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마음, 오해받아 상처받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젊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선배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순종이 아니다. 그 속에서 지금도 유효한 것을 골라내는 분별력이다.

낡은 그릇에 담겼다고 물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기성세대도 자신의 경험을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참고자료로 건네야 한다.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으니 자네가 판단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게.”

경험을 건네되 선택권까지 빼앗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방식을 물려주려 하지 말고, 자신의 시행착오를 들려주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겸손이 필요하고, 듣는 사람에게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라떼’라고 해서 모두 버릴 필요는 없다. 그 속의 고집과 자기 자랑은 흘려보내되, 시간과 실패가 빚어낸 지혜는 귀담아들을 일이다.


다음 글은 [떠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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