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사원에서 CEO까지, 경험으로 얻은 일곱 가지 조건
그동안 다섯 곳의 온라인 게임에서 일하며 평사원부터 CEO까지 경험했다. 60여 권의 바카라을 쓰는 동안에도 한 가지 질문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과연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리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신의 스타일로 리드하라》라는 바카라도 썼다. 과묵한 사람은 과묵한 방식으로, 활달한 사람은 활달한 방식으로 리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의문은 남았다. 스타일은 달라도 좋은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공통된 최소 조건이 있지 않을까?
● 조건이 많을수록 좋은 리더일까
리더십 바카라을 펼쳐보면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이 끝없이 나온다. 비전, 통찰력, 결단력, 창의성, 소통 능력, 공감 능력, 추진력, 도덕성, 카리스마, 유머 감각까지 요구한다. 리더의 조건을 100가지로 정리한 바카라도 있다.
리더십 연구의 선구자 랠프 스톡딜(Ralph M. Stogdill)은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그것을 연구한 학자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많은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당신이 지금까지 만난 상사 가운데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는가?
필 로젠츠바이크(Phil Rosenzweig) 교수는 《헤일로 이펙트》에서 성공한 기업과 리더를 설명하는 경영서들의 방식을 비판했다. 실적이 좋은 기업을 보면 그 리더의 특성을 성공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실적이 나쁘면 똑같은 특성을 실패의 원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과를 보고 원인을 거꾸로 만들어낸 사후 해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조건을 계속 늘어놓기보다 현실의 온라인 게임에서 부하들이 상사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 조건은 무엇일까?
구글도 이 질문에 도전했다. 2008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 옥시전(Project Oxygen)’을 통해 관리자들의 성과평가와 직원 설문, 인터뷰, 각종 피드백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좋은 코치가 되는 것, 팀원에게 권한을 주는 것, 팀원의 성공과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 잘 듣고 소통하는 것 등이 좋은 관리자를 가르는 중요한 행동으로 나타났다.
뜻밖에도 엔지니어가 중심인 구글에서 기술적 전문성은 가장 뒤에 놓였다. 좋은 리더를 가르는 것은 뛰어난 기술보다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과를 이끌어내는 행동이었다.
나는 우리의 슬롯적 풍토와 기업 현실을 감안하고,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좋은 리더의 최소 조건을 일곱 가지로 압축해보았다.
● 좋은 리더의 최소 조건 7가지
1. 권력을 절제하는 사람
권력의 절제란 힘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어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자를 수 있지만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 보복할 수 있지만 보복하지 않는다. 특혜를 줄 수 있지만 사사롭게 주지 않는다. 회사의 돈을 쓸 수 있지만 자기 돈보다 엄격하게 쓴다. 바카라임을 피할 수 있지만 앞으로 나서서 감당한다.
회사의 비용을 개인 용도로 쓰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좋은 자리를 주고, 반대 의견을 낸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모두 권력의 사유화다. 부하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면 권력형 비리가 되고 작으면 갑질과 편애가 된다. 뿌리는 같다.
2.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사람
부하들이 상사에게 바라는 것은 완벽함보다 예측 가능성이다. 말과 행동이 대체로 일치하고, 같은 상황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어제는 옳다고 한 일을 오늘은 틀렸다고 하고, 사람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부하는 상사의 눈치부터 살핀다. 신뢰는 거창한 감동이 아니라 일관성에서 생긴다.
3. 나를 한 인간으로 신경 써주는 사람
온라인 게임인은 단순한 인력이나 비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감정과 자존심이 있고, 가정과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업무량만이 아니다. 인간적인 존중이 결여된 언어폭력과 소통의 부재가 사람을 더 깊이 무너뜨린다. 부하는 자신을 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상사를 위해 마음까지 바쳐 일하지 않는다.
4. 결정적인 순간에 방패가 되는 사람
평소에는 누구나 “바카라임은 내가 진다”고 말할 수 있다. 진짜 리더는 일이 잘못됐을 때 드러난다. 나쁜 리더는 공을 자신이 차지하고 과오는 부하에게 떠넘긴다.
부하의 잘못을 무조건 덮어주라는 뜻은 아니다. 잘못은 바로잡고 필요한 바카라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조직의 바카라임자로서 외부의 부당한 공격은 막아주고, 자신이 살기 위해 부하를 희생시키지는 않아야 한다.
부하는 상사가 위기의 순간 자신을 보호했는지, 방패막이로 내세웠는지를 오래 기억한다.
5. 팀원의 성공과 행복에 관심을 갖는 사람
팀원의 성공은 리더의 자리를 위협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키운 사람이 성장하고 승진하는 것은 리더가 남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성과다.
개인적인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생활을 캐묻거나 간섭하라는 뜻이 아니다. 일 때문에 건강과 가정, 삶 전체가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라는 것이다. 사람을 소진시켜 단기 성과를 얻는 리더는 유능한 리더가 아니다.
6. 좋은 코치가 되는 사람
좋은 코치는 모든 답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팀원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우며, 필요할 때 자신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리더에게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조언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은 필요하다. 실무는 모르면서 권한만 쥐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간섭하면 코칭이 아니라 마이크로매니징이 된다.
7. 사생활이 건전한 사람
리더에게 성인군자의 삶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고, 사생활 때문에 공적인 바카라임과 판단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권력과 사생활이 뒤엉키면 조직의 공정성도 무너진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자기관리는 사적인 취향이 아니라 공적인 바카라임이다.
● 위대한 리더보다 괜찮은 상사
완벽한 성격과 수십 가지 리더십 덕목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 현실의 온라인 게임에서 좋은 리더란 부하의 인생을 구원하는 위대한 영웅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할 맛을 잃지 않도록 불필요한 장애물을 치워주는 합리적인 관리자다.
권력을 함부로 쓰지 않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며,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방패가 되어주고, 팀원의 성공과 행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좋은 코치로서 성장을 돕고 자신의 사생활도 건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 일곱 가지를 모두 실천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하나가 치명적인 결함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부하들이 리더에게 바라는 것은 어쩌면 복잡하지 않다.
“함께 일하기 참 괜찮은 사람.”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당신의 상사는 이 일곱 가지 가운데 몇 가지를 갖추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리더라면, 부하들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