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 같지 않았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26. 9.24~10.2

by푸른 잎사귀

이번 추석 명절은 연휴가 짧기도 했고, 찾아뵐 친정과 시댁 모두 각자의 일정들이 있어서 조용히 텃밭에 가서 농작물을 손질하며 보냈다.


24일 오전에 밭에 가서 농작물을 가꾸고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다. 나는 서두르길 원했고 남편은 연휴인데 천천히 가자고 했다. 내가 서두른 이유는 맛집인 소메담이 자칫 오픈 시간이 지나서 가면 웨이팅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연휴 첫날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추석 연휴 시작부터 누가 음식점에 와서 밥을 먹겠어?”


나는 내 말을 따르지 않는 남편의 안일함에 속이 답답했지만 어쩌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건 남편인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11시 오픈인데 11시 40분쯤 도착했더니 웨이팅이 16번이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일단 텃밭부터 손질하고 오기로 했다.


“요즘은 명절도 없나 보다. 예전하고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야. 집에서 밥 안 해 먹고 밖에 나와서들 먹네.”

새삼 달라진 추석 명절 풍경에 남편은 혀를 내둘렀다.


살짝 출출한 배를 안고 밭으로 향했다. 밭에 도착해서 남겨둔 고구마를 마저 캤다. 고구마가 생각보다 캐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에 다 캐지 않고 고구마를 조금씩 캐다 먹기로 했고 그 재미 또한 쏠쏠했다. 텃밭이 저장창고 같았기 때문이다.


오이는 꽃이 피었는데 잘 자라지가 않았다.


KakaoTalk_20261007_204121657.jpg


갓은 지난번보다 제법 갓답게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누가 봐도 갓이었다.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02.jpg



베트남댁에게 분양받은 고수도 내가 뿌리만 심은 고수도 제법 잘 자라고 있다. 쌀국수에 먹으려고 조금 잘라왔다.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14.jpg분양받은 고수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10.jpg고수 뿌리를 심었더니 이렇게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야호


고수 옆에서 자라고 있는 박하도 잎이 무성해졌다.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12.jpg잎을 따서 차로 먹으니 민트향이 나서 개운하니 좋다


밭을 둘러보다 밤과 도토리도 발견했다.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03.jpg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04.jpg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작은 흔적들이었다.




자연을 느끼며 연휴 첫날의 텃밭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소메담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시 40분이 되어도 웨이팅은 줄지 않고 오히려 24번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쯤 되니 메뉴를 바꿔야 했다. 차로 15분 정도 가면 있는 버섯샤브샤브집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상기된 사장님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물어보니 거기도 웨이팅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텃밭 근처에서는 밥을 먹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 근처에 가서 밥을 먹기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브레이크타임에 걸릴 것 같아 쉬는 시간이 없는 음식점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 일단은 집 근처 생선구이집으로 가보고 정 없으면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자고 결정을 했다.


예전에는 음식점에 휴게시간이라는 것이 없었다.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잘된 제도라 생각하지만 시간에 구애 없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어 사실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다행히 생선구이 집은 쉬는 시간 없이 일한다라고 쓰여있었다. 직원분들에게는 죄송했지만 그 말이 왜 그렇게 허기진 배를 시간에 구애 없이 채우고 싶은 나에겐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고등어구이와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이 나오는 생선구이정식은 밥도둑이었다. 남편과 나는 배 두드리며 밥을 먹고 만족스럽게 음식점을 나왔다.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임에도 아들, 손자, 며느리까지 와서 밥을 먹는 대가족도 있었다. 요즘은 정말 명절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명절에 음식점이 더 붐비는 분위기가 되어가는 것 같다.



연휴 동안 나는 고구마말랭이를 만들었다. 54년 인생 첫 건조기 구매이며, 첫 고구마말랭이였다. 건조기에 고구마를 넣어놓고 돌아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별것 아닌데도 내가 직접 키운 고구마가 말랭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다음 날에는 남편의 다이어트 식단을 위해 마트에서 산 당근도 말려 보았다. 텃밭에 뿌린 당근씨앗은 언제 자라서 말랭이가 될까 생각하며 텃밭에서 거둔 것들이 하나씩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연휴가 끝나고 월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지인들에게 고구마를 부쳐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박스가 은근히 커서 고구마를 많이 넣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빈 공간이 보였다. 그래서 내가 먹으려고 남겨두었던 고구마를 모두 다 넣었다.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06.jpg
KakaoTalk_20261007_204121657_07.jpg


아직 밭에는 다섯 뿌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탈탈 털어온 고추도 넣어서 포장을 했다. 이제는 정말 고추도 끝물인 것 같았다. 다음 주에는 뽑아야 할 것 같다.


남편 찬스로 우체국에 가서 고구마를 부쳤다. 고구마를 받고 좋아할 지인들의 얼굴이 떠오르니 뿌듯했다. 그리고 특히 남편에게 감사했다. 이 고구마는 90프로가 전부 남편이 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먹고, 우리가 먹고, 이제는 지인들에게도 보내고. 봄부터 심고 여름 내내 키운 것들이 가을이 되어 누군가의 식탁으로 떠나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밤송이가 익어서 떨어지고 대봉도 열리고 있다.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을이 그렇게 성큼 다가왔다.



KakaoTalk_20261007_214838651_01.jpg


한일 :

추석 연휴 첫날 텃밭에 가서 남은 고구마 수확

오이와 갓의 자라는 모습을 살펴보고 밤과 도토리를 발견

맛집 웨이팅으로 점심을 먹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음

연휴 동안 직접 키운 고구마로 고구마말랭이를 만들고 당근 말랭이도 만듦

지인들에게 보낼 고구마를 포장해 우체국에서 부침



할 일 :

밭에 남아 있는 고구마 5 뿌리마저 캐기

끝물인 고추 정리하기

가을 작물 계속 살펴보기

남은 고구마 잘 보관하기


한 줄 요약 :

추석 연휴,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말리고 나누며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났다



#추석연휴 #텃밭일상 #주말농장 #고구마 #고구마말랭이 #텃밭농사 #가을텃밭 #농사일기 #시골살이 #소소한 일상 #부부일상 #가을이야기 #수확의 기쁨 #텃밭생활 #온라인카지노글쓰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텃밭이 건네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