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18~20
텃밭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참 많다. 농작물이 잘 자라 열매를 맺고, 그것을 수확하는 기쁨도 있지만 내가 정성껏 키운 것을 누군가와 나누어 먹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또 다른 것 같다.
9월 4일에 심은 무와 배추는 제법 뿌리를 잘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갓도 지난번보다 한층 더 “나는 갓입니다”라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주 작은 잎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갓의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제법 갓 특유의 색깔과 모양이 보인다. 조그마한 잎이 갓의 모습을 갖춰가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베트남댁이 나눠준 고수도 제법 뿌리를 잘 내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자라주면 쌀쌀한 날씨가 왔을 때 베트남 쌀국수에 넣어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고수를 먹고 난 뒤 아래쪽 뿌리 부분을 잘라 둔 것을 텃밭에 심어 보기로 했다. 대파도 뿌리 부분을 잘라 심었더니 다시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으니, 고수도 과연 다시 자랄 수 있을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작은 뿌리 하나를 심어놓고도 잘 자라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고구마도 조금 캐보았다. 지난번보다 더 자란 것처럼 보였지만, 고구마가 전체적으로 길게 자라고 있어서 캐는 일이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조심조심 흙을 파내며 고구마를 하나씩 꺼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오늘 캔 고구마와 고추는 내일 만날 지인에게 나누어주려고 예쁘게 포장했다. 그런데 포장을 하면서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다.
오십이 넘은 내가 텃밭을 가꾸고, 거기서 농사지은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게 될 줄을, 이십 대에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의 나와 지인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는 내가 훗날 친정엄마처럼 텃밭에서 농작물을 키워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다음날 나는 내가 농사지은 고구마와 고추를 건네고, 지인은 추석 명절이 다가오니 송편을 사주고 싶었다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떡지순례’의 유명한 떡집에서 예쁜 송편을 사주었다.
내가 건넨 것은 고구마와 고추였고, 지인이 건넨 것은 예쁜 송편이었다. 주고받은 것은 서로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같았다.
텃밭에서 자란 작은 농작물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오가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텃밭이 참 좋다.
씨앗을 심고, 싹이 나는 것을 기다리고,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고, 수확하는 기쁨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가 키운 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그 마음이 다시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는 것에 또한 감사하다.
오십이 넘어 시작한 텃밭에서 나는 농작물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기쁨도 함께 배우고 있는 것 같다.
9월 4일 심은 무와 배추의 성장 상태를 살펴봄
갓이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함
베트남댁이 나눠준 고수의 뿌리 내림을 확인함
새로 산 고수의 뿌리 부분을 잘라 텃밭에 심음
고구마를 조금 수확함
수확한 고구마와 고추를 지인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포장함
무와 배추가 잘 자라도록 계속 돌보기
갓과 고수의 성장 과정 관찰하기
새로 심은 고수가 잘 뿌리내리는지 지켜보기
고구마가 얼마나 더 자랐는지 살펴보고 적당한 시기에 수확하기
텃밭에서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나누고, 그 마음이 다시 송편으로 돌아온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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