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9. 10
요즘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고구마 캐는 영상이 유난히 많이 알고리즘에 뜬다. 아마도 내가 고구마 수확 적기라든지, 고구마 캐는 법 같은 것을 검색해서 그런 모양이다.
고구마도 품종마다 수확하는 시기가 있는데, 꿀고구마는 심은 지 110일에서 130일 정도가 지나면 수확하면 된다고 한다. 달력을 보니 나는 고구마를 4월 26일에 심었으니 벌써 심은 지 137일이나 지났다.
엄마는 밭에 갈 때마다 고구마를 조금씩 캐서 먹어보라고 하셨다. 남편도 고구마를 조금씩 캐오라고 했지만, 막상 밭에 가면 다른 일들을 하느라 정작 고구마를 캐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작정을 했다.
오늘은 무조건 고구마 캐기가 1순위다!
밭에 도착하자마자 뻗어 나온 고구마 줄기를 잘라내고 비닐을 걷어냈다. 그리고 줄기를 잡아당겼다.
그런데 툭!
줄기가 그대로 끊어져 버린다.
내 머릿속으로는 줄기를 쭉 잡아당기면 고구마가 덩굴째 주렁주렁 딸려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남편과 나는 순간 고구마가 없는 건가 싶어 조심스럽게 흙을 파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호미로 파다가 고구마를 찍어버릴까 싶어서였다.
손으로 흙을 조금씩 파내는데, 어느 순간 흙 사이로 고구마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나!
고구마가 있다.
이때부터 갑자기 엔도르핀이 솟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무슨 보물을 캐는 사람처럼, 옛날 고물건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흙을 파내려 갔다. 어느새 나는 반(半) 두더지가 되어 있었다.
“우와, 고구마가 있네!”
“저것도 해보자.”
고구마 하나를 발견하니 갑자기 신이 났다. 남편과 나는 서로 고구마가 보이는 곳을 찾아가며 신나게 캐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구마가 생각보다 깊이 박혀 있었다. 호미를 조심조심 사용하면서 흙을 파내는데, 정말 두더지가 된 것처럼 흙을 파고 또 파야 했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흙 속에 숨어 있던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흙 밖으로 쏙 나온 고구마의 자태를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흐뭇해졌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 먹기만 하던 고구마를 내가 직접 농사지어 수확하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이 고구마는 얼마나 맛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리고 고구마를 보면서 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누구에게 나눠줄까?’
마침 베트남댁 남편분과 따님이 물을 주러 밭에 오셨기에 한 번 정도 쪄 먹을 만큼을 나누어 드렸다.
“한두 개만 주세요.”
하시는데, 그래도 넉넉하게 담아드렸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거 바로 쪄 먹으면 맛이 별로 없어요. 조금 숙성시켜서 드세요.”
그런데 엄마는 늘 고구마를 절대 누구 주지 말라고 하신다. 현관 앞에 얼지 않도록 잘 보관해 두면 4월까지도 먹을 수 있으니, 겨우내 쪄 먹고 삶아 먹고, 맛탕도 해 먹고, 튀김도 해 먹으라고 하신다. 겨울 내내 먹을 간식거리로 그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우리 집은 좁고 고구마를 많이 보관하기도 쉽지 않으니, 나눠줄 사람이 있으면 나누어 주고 싶다.
‘모자라면 그때그때 사 먹으면 되지 뭐.’
그래서 선뜻 베트남댁에 고구마를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내가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을 뿐인데 마음이 참 좋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밭에 고구마가 잔뜩 있으니, 이렇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까지 생기는 것 같다.
고구마를 캐고 나서는 밭을 둘러보았다. 무와 배추가 제법 자리를 잘 잡고 있었고, 씨를 뿌린 알타리와 갓도 싱싱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상추 모종도 잘 자라고 있었다. 물도 흠뻑 주고 친환경 약도 뿌려주었다.
무와 배추는 여린 잎이 나올 때 벌레가 생기기 쉬워서 평소보다 2~3배 정도 진하게 친환경 약을 쳐주었다. 어린잎들이 벌레에게 상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수확한 고구마는 7.5킬로였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삶아 먹어보았다. 역시 아직 숙성이 덜 돼서인지 단맛은 확실히 부족했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단맛보다 더 큰 기쁨이 있었다. 흙을 파고, 고구마를 찾아내고, 하나씩 캐내어 상자에 담는 그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마트에서 돈을 주고 사 먹던 고구마를 내가 직접 심고, 키우고, 마침내 내 손으로 캐다니…. 오늘은 고구마의 단맛은 조금 부족했지만, 고구마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했던 날이었다.
한 일 :
고구마 7.5kg 수확
일부 나눔
고구마 삶아 먹기
무·배추·알타리·갓·상추에 물 주고 친환경 약 살포
할 일 :
남은 고구마 숙성·보관하기
무와 배추벌레 피해 살피기
밭작물 꾸준히 물 주고 관리하기
한 줄 요약 :
137일 동안 땅속에서 자란 고구마를 드디어 캐고, 수확의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까지 누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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