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의 밭에서, 엄마를 생각하다

26. 8. 16 (일)

by푸른 잎사귀

14일이 말복이었다. 15일은 광복절이고, 이번 주에는 대체휴일까지 있어 생각지도 못한 휴가가 또 생겼다. 여름이 가기 전에 나들이라도 다녀오고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연휴 내내 비 소식이 있다.


텃밭에 나가봐야 하는데 비 때문에 망설이다가 오후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바람도 쐴 겸 3시 30분쯤 밭으로 향했다.


한여름의 더위와는 확실히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고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어 한결 선선했다. 그래도 늦게 가면 모기가 달려들 것 같아 서둘렀다.


차 안에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도 밭에 오이가 있을까?”

“가지는 있을까?”

지난주에 새끼손가락만 한 오이가 달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했다.


KakaoTalk_20260818_235026511.jpg왼쪽에 차를 대고 밭에 들어가는 입구 사진-전깃줄 조심~!!

이제는 정말 끝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가지와 오이를 꺼내 열심히 요리해 먹으며 ‘이제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했으니 말이다. 오늘은 수확할 것도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밭에 도착하자 오이와 가지가 또 보였다. 참 신기했다.

KakaoTalk_20260818_235026511_02.jpg크지는 않지만 또 달려있는 가지

끝물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많지는 않아도 밭에 갈 때마다 수확할 것이 있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성경 속 사르밧 과부의 기름병처럼 말이다. 아무 기대 없이 갔는데도 결국 두 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돌아오게 된다. 그러고 보니 텃밭은 친정엄마를 닮았다.


내가 친정에 가면 엄마는 늘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이것도 가져가.”

“이건 집에서 먹어.”

“이것도 조금 가져가.”

괜찮다고 해도 결국 양손 가득, 가방 가득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 그때는 주신 음식을 집에 가서 정리하기도 귀찮고, 좁은 냉장고에 또다시 무언가를 차곡차곡 쟁여놓아야 하는 것도 번거롭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텃밭도 그렇다. 내가 서툴러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날이 있어도 아무 말 없이 제자리에서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내가 찾아가면 마치 엄마처럼 무엇인가를 내어준다.


오늘은 대추방울토마토도 정리했다.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았고, 아직 익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이제는 정말 한 계절을 다 보낸 모양이다. 줄기를 잘라내면서 그동안 열심히 열매를 만들어준 토마토에게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다음에 또 만나자.”

그런데 토마토를 정리하다가 땅을 보니 반가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떨어진 토마토에서 씨앗이 퍼져 다시 싹을 틔우고 있었다. 끝난 줄 알았는데 또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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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야....그동안 고생많았어....이젠 쉬어...다음에 또 만나..!


예전에 보았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엄마와 딸이 평상에 앉아 토마토를 먹다가 엄마가 다 먹은 토마토를 휙 던지며, 토마토는 그렇게 던져 놓아도 싹이 난다고 이야기하던 장면이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보았는데, 오늘 밭에서 작은 토마토 싹을 바라보니 그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자연은 끝과 시작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열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땅에서는 다음 생명이 준비되고 있다.


오늘은 감자를 캔 자리에 자라고 있던 잡초도 정리했다.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모기까지 앵앵거리며 이제는 그만 나가라고 재촉한다.


밭을 한 번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계절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의 무성했던 밭도 이제 조금씩 정리를 시작한다. 오이와 가지는 끝물을 향해가고, 토마토는 한 계절의 일을 마치고 자리를 내어준다.

하지만 땅에서는 다시 작은 싹이 올라온다.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무언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계절이 있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받았던 사랑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도 그렇다. 예전에는 엄마가 챙겨주는 음식만 보았는데, 이제는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아마 나도 언젠가는 엄마처럼 누군가에게 좋은 것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겠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서둘러 밭을 나왔다. 다음에 또 오면 된다. 그리고 아마 그때도 밭은 아무렇지 않게 무언가를 내어줄 것이다.


“왔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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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정리 해주기


KakaoTalk_20260818_235026511_01.jpg가을이 느껴진다....


한 일 :

오이와 가지를 수확

대추방울토마토를 정리

감자를 캔 자리에 자란 잡초도 다듬어 줌.

대추방울토마토를 정리


할 일 :

남아 있는 고구마의 성장 상태 살펴보기

텃밭의 끝물 작물 정리하기

남은 오이와 가지 수확하기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밭 정돈하기


한 줄 요약 :

끝물이라고 생각한 밭에서 다시 돋아나는 작은 싹을 보며, 계절의 끝과 시작 그리고 엄마의 사랑을 생각한 하루.


오랜만에 영상편지...?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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