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26.8.2.(일)

by푸른 잎사귀

여행을 다녀온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텃밭이었다. 날이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햇살 담은 텃밭'의 작물들이 목말라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 주부터 폭염이 시작된다는 일기예보는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 이렇게 무더위가 계속되다가는 사람도, 동물도, 농작물도 모두 병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텔레비전을 켜면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2026년 8월 2일, 양산의 낮 기온이 무려 42.5도까지 치솟으며 122년 기상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고 한다. 이러다 우리나라가 정말 온대 지역이 아니라 아열대 지역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며칠 뒤면 입추인데, 시원한 바람이 그리운 요즘이다.


일요일. 여독도 풀 겸 늦잠을 자고 예배를 드린 뒤 집에서 쉬었다. 한낮의 열기가 조금 누그러지기를 기다리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텃밭으로 향했다.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30분이었다.


첫째 라인 텃밭에는 두 사람이 수확을 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옥수숫대가 사람 키보다 훨씬 크게 자라 있어 텃밭 안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밭에 도착해 보니 대추방울토마토가 많이 익어 있었다. 봉지를 꺼내 하나하나 따기 시작했다. 따다 보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있어 전지가위로 줄기를 잘라 봉지에 넣기도 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는데 텃밭의 노 사장님이 걸어오셨다.


"모기가 많은데 저녁에 오셨어요?"


"낮에는 너무 더워서요."


사장님은 내가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보더니 웃으며 말씀하셨다.


"토마토 알뜰히 따 드시네요."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방울토마토는 아래쪽 줄기와 잎을 모두 제거하고 위쪽 가지만 몇 개 남겨 두어야 열매가 크게 자란다고 알려주셨다. 첫째 라인에 심어 놓은 토마토를 보라고도 하셨다. 다만 그렇게 키우면 크기는 커도 식감이 질겨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 내가 키우는 토마토가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노사장님은 이렇게 키우지 말고 밑에 있는 가지를 다 쳐주라고 하셨다.



사장님께 감자를 캔 뒤에는 무엇을 심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무와 배추, 갓 같은 가을 작물을 심으면 된다고 하셨다. 다만 감자를 캐면서 이랑을 밟고 다녔고 잡초도 많아 먼저 잡초를 제거하고 흙을 다시 골라야 한다고 했다. 이미 땅이 딱딱해져 작업이 쉽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래서 검은 비닐을 다시 씌워야 하느냐고 묻자, 원래는 감자를 캘 때 비닐을 걷어낸 뒤 감자를 조심스럽게 캐고 흙을 가운데로 모은 다음 다시 비닐을 덮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 잡초도 덜 자라고 다음 작물을 심기도 편하다는 것이다.


'아, 초보 농부라 그런 방법을 몰랐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자를 캐고 나서 밟고 다녀 딱딱해지고 잡초가 많아진 이랑과 고랑에 자라고 있는 콩


그때 사장님이 옥수수밭 이야기를 꺼내셨다.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직 여린 옥수수들이 있는데, 너구리가 들어와 죄다 갉아먹었다고 하셨다. 땅콩도 조금 있으면 파먹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씀하셨다.


"어제도 너구리 한 마리 잡았어요."


나는 얼른 물었다.

"그럼 그 너구리는 어떻게 됐어요?"


하지만 사장님은 우리 밭에 고구마 심어놓은 것을 둘러보시느라 대답이 없으셨다.


그리고는 남편이 고구마 줄기 뻗어나간 것을 위에 올려둔 것을 보시고는

"이렇게 놔두면 썩어요. 뻗어나간 줄기를 낫으로 싹 잘라주면 고구마도 커지고 좋아요. 그리고 낫으로 베어낸 줄기를 따다가 반찬을 해 먹으면 좋지요."


아, 그것도 모르고 나와 남편은 줄기가 옆 텃밭을 침범하지 못하게 땅에 박혀있는 줄기를 뽑아서 위에 올려놓았고, 고구마 줄기도 옆에서 하나하나 땄는데 초보티를 팍팍 냈다.


노사장님은 다른 텃밭을 둘러보러 가셨다. 고구마 덩굴을 다시 내려놓기에는 덥기도 하고 날도 어두워져서 다음에 와서 작업하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고구마 줄기를 위로 올리지 말고 뻗어나간 덩굴을 낫으로 베어버리라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 수확한 농작물을 정리하다가 남편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너구리는 어떻게 됐을까? 내가 물어봤는데 사장님이 대답을 안 해 주셨어."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덫에 걸렸나? 아니면 약을 먹고 죽은 거 아닐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제야 '잡았다'는 말속에 '죽었다'는 의미가 포함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도 살아 있는 채로 어디론가 옮겨졌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 너구리가 엄마일 수도 있고, 아기일 수도 있고,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먹이를 찾던 아빠일 수도 있잖아.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마음이 안 좋네."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그러게... 근데 농작물을 망치는 동물이잖아."


그 말도 맞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그런데… 죽이지 않고 잡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너구리에 대한 걱정을 뒤로하고 바질 대신 깻잎으로 페스토를 만들어 보았다. 의외로 향이 좋아 맛있었다. 고추도 너무 많이 수확해 장아찌를 담가야 할 것 같다.


오늘 수확한 대추방울토마토는 2.5kg, 고추는 2kg이었다.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찾아보니 대추방울토마토는 500g에 7천 원 정도였다. 단순 계산만 해도 오늘 수확한 토마토 값이 꽤 된다. 여기에 그동안 길러 먹은 오이와 가지, 감자까지 더하면 얼마나 될까. 문득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10만 원으로 시작한 작은 텃밭.

그곳은 내게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안겨 주었다.

싱싱한 채소와 풍성한 수확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일에 대한 소소한 기쁨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수확한 토마토보다도, 옥수수를 먹으러 왔다가 잡혔다는 그 너구리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농부에게는 지켜야 할 농작물이 있고, 너구리에게는 살아가기 위해 찾아야 할 먹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 너구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쪽파를 덮치고 있는 잡초와 고구마 덩굴과 대추방울토마토


한일 :

여행 후 텃밭 점검

대추방울토마토 2.5kg 수확

고추 2kg 수확

노 사장님께 가을작물 재배 방법 듣기

토마토 재배 요령 배우기

깻잎 페스토 만들기

텃밭 작물 가격 검색하기



할 일 :

감자밭 잡초 제거하기

밭 흙 고르고이랑 정비하기

가을작물(무·배추·갓) 심을 준비하기

고추 장아찌 담그기

방울토마토 수확 계속하기



한 줄 요약

폭염 속 텃밭 수확의 기쁨과 함께, 먹이를 찾아온 너구리의 운명을 생각하며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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