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아, 왜 그렇게 빨리 가버린 거니

장마가 끝난 텃밭 - 26.7.26(일)

by푸른 잎사귀

이제 장마가 끝났다고 합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지난 목요일 저녁 이후 텃밭이 궁금해졌습니다. 햇볕이 조금 누그러진 오후 5시 30분쯤 텃밭에 도착했답니다.


텃밭으로 가는 길, 작은 개울에서 친구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구나 싶더군요.


텃밭 입구에는 베트남댁 부부가 먼저 와 있었습니다. 주차를 마치고 모자를 쓰며 텃밭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왼쪽 샛길에 차를 세우기로 하고 지나가며 차창을 내린 채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일하러 나왔어요."


남자분은 밝게 답했지만 베트남댁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어요. 우리 부부가 옆에서 함께 작업하는 것이 조금 불편한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밭이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 대화 소리도 들리고, 초보 농사꾼 티가 나는 모습도 괜히 보이기 싫습니다. 저는 온라인카지노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휴대폰 셔터를 누르는데, 그 찰칵거리는 소리가 거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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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샛길에 주차한 후 전선줄을 넘어가는 남편과 배트남댁 이웃과의 만남


남편은 제가 사진 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묵묵히 잡초를 뽑고 밭을 정리합니다. 둘만 있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더 즐겁게 일했을 텐데,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에는 여행 일정이 있어 텃밭에 오지 못할 것 같아 오늘은 웬만한 일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고구마 넝쿨에 감겨 있던 바질을 정리해 주고, 잡초도 거의 다 뽑았습니다. 당근은 더 이상 자라기 어려울 것 같아 뽑아 보았는데 아주 귀여운 크기의 당근이 나왔습니다. 조금만 더 두었으면 커졌을 것 같아 아쉬웠지만, 워낙 기세 좋게 뻗어 나가는 고구마 넝쿨 사이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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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넝쿨이 바질과 당근을 삼키고 있어서 당근을 뽑았다.


쪽파도 고구마 넝쿨의 공격을 받고 있었는데,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KakaoTalk_20260805_141504983_15.jpg좌 대추방울토마토 우 고구마 속에서도 쪽~쪽 잘 자라고 있는 쪽파~~ 파 하하~!


오이는 이제 수명이 다해 가는 듯했습니다. 오늘 수확은 작은 오이 두 개와 중간 크기 오이 한 개가 전부였습니다. 가지도 한 개만 땄고 고추도 크기가 예전만 못했습니다.


KakaoTalk_20260805_141504983_16.jpg오이야~~~~ 안녕~~~!


엄마는 오이는 이제 끝물이라며 장마철에 청오이를 다시 심으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오이 줄기와 잎은 물러지고 힘이 빠져 있었습니다. 한창 주렁주렁 열리던 모습이 벌써 그리워지더군요.


남편이 잡초를 정리하는 동안 저는 상추와 쑥갓을 뽑으며 콩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새로 자라기 시작한 콩 줄기에서 꽃도 피고 꼬투리도 달려 있어 흐뭇하게 바라보던 참이었습니다.


KakaoTalk_20260805_141504983_04.jpg새로 자라고 있는 콩의 기특한 모습과 첫 번째로 자랐던 콩이 넘어져 있는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잠시 뒤 돌아보니 새로 자라기 시작한 콩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여기 있던 콩 뽑았어?"


"몰라. 잡초인 줄 알고 뽑았나 봐."


"이거 콩인데. 꽃도 폈는데."


내 아쉬움과 달리 남편은 지저분하니 나머지 콩들도 잡초 정리할 때 다 뽑아버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싫었습니다. 어렵게 자란 콩인데 그대로 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콩의 꼬투리가 이미 썩어 있는 걸 보니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여 결국 첫째 콩은 뽑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실망감이 앞섰지만 조금의 기대감을 품은 채 뽑았던 콩에서 꼬투리를 딴 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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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 자라는 모습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리다니.

콩농사가 쉽지 않다는 걸 또 하나 배웠습니다.

콩아, 왜 그렇게 빨리 가버린 거니...... 마음은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건 콩에 대한 애정과 함께 한 시간 때문이었습니다. 무성한 잡초도 뽑고 넝쿨도 정리하며 할 수 있는 만큼 깨끗하게 단장된 텃밭을 보며 인사를 합니다.


작물들아, 무더위 잘 견디고 있어.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자.

안녕. 잘 있어......


집에 오자마자 콩꼬투리를 조심스레 까 보았는데, 겉은 통통한데 속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정말 실망감이 훅 밀려오더군요. 겉모습은 통통했지만 속은 텅 빈 콩. 속상했지만 아직 텃밭에 남아있는 콩들을 생각하며 위로를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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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추방울토마토를 무려 2kg 가까이 수확했는데, 오늘 먹은 대추방울토마토가 지금까지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아삭하게 톡톡 터지는 식감과 달콤함이 정말 매력적이었답니다.


저번에 만들어 놓은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넣어 냉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바질을 넣어 또띠야 피자도 구워 먹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냉장고를 비워야 해서 오늘 따온 바질은 잎이 검게 변하기 전에 바질페스토를 만들고, 깻잎은 장아찌를 담갔습니다. 가지는 탕수육으로, 고추는 튀김으로 만들어 먹었고요. 매워서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하


텃밭을 하면서 자꾸 수확의 크기로 성공과 실패를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번 콩농사도 실패만은 아니었습니다. 콩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꼬투리를 맺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설레고 궁금했던 시간들이 있었으니까요. 비록 꼬투리 속은 비어 있었지만 제 마음까지 빈 것은 아니었습니다. 농사는 수확만 거두는 일이 아니라 기다림과 관찰, 그리고 작은 변화에 기뻐하는 마음을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한 일 :

잡초 정리

고구마 넝쿨 정리

당근 수확

오이·가지·고추·방울토마토 수확

텃밭 정비


다음에 할 일 :

고구마 상태 확인

쪽파 생육 점검

가을 작물 계획 세우기



한 줄 요약 :

장마가 끝난 텃밭을 정리하며 콩의 실패를 아쉬워하고, 일주일 뒤를 기약하며 작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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