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텃밭일기(26.7.19~25)
비가 그쳤다가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예전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규칙적으로 텃밭에 갔는데, 장마철이 되니 비가 그친 날이 곧 텃밭에 가는 날이 되었다. 이번 주에는 21일 저녁, 잠시 짬을 내어 텃밭에 다녀왔다.
텃밭은 많은 비를 머금어 다소 질척거렸지만, 생각보다 걷기에 큰 불편은 없었다. 농작물들도 배수가 잘되어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 많은 빗물은 어디로 스며들어 간 걸까. 땅은 많은 물을 품어내는 넓은 마음을 가진 것 같았다.
텃밭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우리 '햇살 담은 텃밭'은 34번 구획으로, 입구에서 세 번째 라인에 있다. 왼쪽 샛길로 차를 가져가면 밭 가까이까지 갈 수 있어 편하지만, 다른 분들이 먼저 와 주차해 두면 텃밭 입구에 차를 세우고 짐을 들고 걸어가야 한다.
그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관리되지 않은 밭에서 뻗어 나온 고구마나 호박 줄기를 밟지 않으려 조심해야 하고, 좁은 이랑 사이에도 작물을 심어 놓은 분들이 많아 길을 잘 살펴야 한다. 마치 미로를 찾아가는 기분이다. 텃밭에 도착하기도 전에 작은 탐험을 하는 셈이다.
다른 분들의 밭을 보면 수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거나 관리가 잘 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모두 저마다 바쁜 사정이 있을 것이다. 주말농장은 한 주만 비워도 잡초와 벌레가 금세 자리를 차지한다.
사람이나 밭이나 적당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나친 관심도 부담이 되지만, 너무 무심해도 금세 티가 난다.
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푯말을 확인한다. 처음에는 비슷비슷한 구조 때문에 우리 밭을 찾는 데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푯말만 보아도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감자를 캤던 자리는 휑하게 비어 있었다. 상추는 점점 허리가 굽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사람도 젊을 때는 꼿꼿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허리가 굽어지는 것처럼 자연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싱한 잎으로 우리 식탁을 채워 주던 상추는 이제 자신의 시간을 다해 가고 있었다. 장마와 시간을 견디며 버텨 왔지만 더 이상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왠지 마음이 짠해졌다.
상추 옆에 있는 콩도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사실 콩은 처음 키워 보는 작물이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남편도 다른 작물에는 관심이 많지만 콩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콩밥 한 번 해 먹어 보고 싶다는 내 욕심으로 심은 콩이다.
줄기가 더 쓰러지지 말라고 돌로 받쳐 주었지만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콩아, 네가 자랄 만큼만 자라렴." 하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이날 뜻밖의 발견을 했다. 지난주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콩싹 하나가 새로 올라와 있었다. 처음 심었던 열 알 가운데 하나가 이제야 땅 위로 얼굴을 내민 것이다. 새들이 다 먹어버렸나 싶었는데 살아남은 콩이 있었다니 신기했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고 관심도 많이 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싹을 틔우고 자라난 것이다. 생명은 참 대단하다.
이날은 대추방울토마토도 많이 익어 있었다. 물론 땅에 떨어진 것들도 적지 않았다. 비에 젖은 토마토를 하나하나 따서 봉지에 담았다. 집에 와서 무게를 재어 보니 무려 2kg이었다. 하나씩 모을 때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는데, 막상 무게를 재 보니 제법 많았다. 자두를 담았던 투명 용기에 담아 두니 마치 시장에서 사 온 토마토처럼 보였다.
쪽파도 눈에 띄게 자라 있었다. 심을 때 윗부분을 가위로 잘라 주면 새순이 더 잘 난다고 해서 그렇게 심었는데, 고구마 줄기의 침범 속에서도 잘 자라 주고 있다. 고맙고 대견하다.
요즘 텃밭에 올 때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옥수수다. 작은 새싹이었던 옥수수가 어느새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라 있다. 그렇게 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줄 누가 알았을까.
옥수수 한 알에서 여러 개의 옥수수가 열리고, 그 옥수수알이 다시 씨앗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 사람도 태어나고 자라고 또 다음 세대를 이어 가듯 자연도 같은 방식으로 순환하고 있었다.
옥수수를 보니 어린 시절 여름방학에 시골에서 친구들과 몰래 옥수수를 따 먹던 기억도 떠올랐다. 지금의 아이들 중에도 그런 경험을 하며 양심과 호기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에는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들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19일 : 고구마줄기볶음, 감자떡, 감잣국
22일 : 꽈리고추감자볶음, 깻잎장아찌
23일 : 토마토 마리네이드, 가지볶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옥수수를 심지 않은 나는 로컬매장에서 옥수수 열 개를 6천 원에 사 와 삶아 먹었다.
내년에는 옥수수도 꼭 심어 봐야겠다. 작은 씨앗 하나가 사람 키보다 크게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도 꽤 즐거울 것 같으니 말이다.
비를 머금은 땅 위에서는 어떤 것은 허리를 숙여 가고, 어떤 것은 이제 막 싹을 틔운다. 감자를 캐낸 빈자리도 있고, 늦게 올라온 콩싹도 있다. 텃밭은 늘 무언가를 잃고 또 무언가를 얻으며 계절을 지나간다.
이번 주의 텃밭도 그랬다.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비를 견디며 자라고 있는 것들을 보며 나 또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할지, 벌써부터 텃밭이 궁금해진다
한 일 :
장마 후 텃밭 상태 점검
대추방울토마토 약 2kg 수확
상추, 콩, 쪽파, 고구마 생육 확인
새롭게 올라온 콩싹 발견
텃밭 작물로 반찬 만들기
옥수수 성장 관찰
다음에 할 일 :
토마토 추가 수확하기
콩 지주대 설치 여부 확인하기
상추 정리 및 마지막 수확하기
잡초 상태 점검하기
쪽파와 고구마 생육 확인하기
한 줄 요약 :
장마 속 텃밭은 끝나가는 생명과 새롭게 시작하는 생명을 함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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