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7.12~16
7월 12일 (일)
일주일에 한 번씩 가던 텃밭은 장마가 시작되자 자주 가게 되었다. 텃밭 상황이 궁금하다 보니 저녁에 조금씩 짬을 내어 비가 그치면 찾아가 살펴보았다.
비가 자주 오니 바깥출입은 줄어들었고, 냉장고에 수확해 온 농작물들은 자신들을 먹어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꽈리고추찜을 했고, 구운 계란을 만들 때 감자도 함께 쪄 먹었다. 점심으로는 보리밥을 지어 저번에 만들어 놓은 열무김치를 넣고 계란프라이 하나를 올린 뒤 들기름을 한 바퀴 둘러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고도 뭐가 심심했는지 간식으로 식은 감자를 눌러 에어프라이어에 바삭하게 구워 먹었다.
냉장고에는 가지가 많이 있었기에 비도 오고 부침개 생각이 나서 가지탕수육을 만들어 먹었다. 반죽이 남아 고추도 튀겨 먹었는데, 역시 튀김은 장화를 튀겨도 맛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시간이 된다면 텃밭음식만 모아서 글을 발행해 볼까 생각 중이다)
하루 종일 만들고 먹고 치우기를 반복해서였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저녁에는 주방 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피자를 시켜 먹었다. 평소 배달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데 9천 원 할인 쿠폰이 있어 피자를 주문했다. 맛이 너무 좋았다. 건강식과 인스턴트의 만남이라니. 이것이 조화구나 싶다. 허허허.
7월 13일(월)
첫째 콩 옆에 콩 하나가 더 자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제 나와 자라고 있었는지 그저 신기했다. 처음 심었던 콩 같은데, 사진을 보면 나중에 심은 콩보다 작은 걸 보니 내가 너무 깊게 심어 이제야 올라온 모양이다.
참 신기하게도 1/3 법칙이 딱 맞게 지켜졌다. 처음에는 10개 중 1개, 나중에는 12개 중 5개, 그리고 뒤늦게 처음 심은 콩에서 1개가 더 자라 총 7개가 자라고 있다. 22개 중 7개가 자라고 있으니 거의 1/3인 셈이다.
콩에는 꼬투리가 잘 자라고 있는데, 처음 심어 보는지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방치 중이다. 소중하게 자란 콩인데 방치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감자 관리로 바쁘고 오이, 가지, 고추를 따느라 바쁘고, 그 와중에 열무를 뽑아 김치를 담그고 그 자리에 쪽파를 심느라 콩은 뒷전이 되었다.
한동안 텃밭에 가면 콩의 안부가 가장 궁금했던 나였는데, 장마와 함께 감자를 캐고 나니 이제는 콩에 대한 관심이 조금 시들해졌다. 더위와 모기 때문에 열정도 함께 사그라든 것일까.
오늘은 고구마줄기를 수확했다. 사방팔방 뻗어 나가는 줄기들이 옆 텃밭까지 넘어가기에 정리할 겸 고구마줄기를 따왔다.
저녁 시간에 가면 늘 베트남댁 부부가 와 있다. 오늘은 밭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심고 있었는데 독특한 향이 났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고수 향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고수 심으시네요?" 하고 묻지는 못했다.
고수는 호불호가 강한 허브라 나도 아직 친하지 않은 식물이다. 혹시라도 그쪽에서 "고수 좋아하세요?" 하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기도 뭣해서 그냥 모른 척 밭일을 시작했다.
다이소 7종을 심어 놓은 곳은 고구마순이 거의 덮어 버려 비트를 뽑기로 결정했다. 감자만 하게 자란 비트 3개와 달걀보다는 작고 메추리알보다는 큰 크기의 비트 5개를 뽑고 흙을 정리했다. 그리고 바질을 따와 병에 물꽂이를 해 두었다. 이렇게 해 놓으면 까맣게 변색되는 것을 늦출 수 있고 요리할 때 조금씩 따 먹을 수 있어 좋다. 물론 장식용으로도 좋다.
7월 15일(수)
이날은 '밥상'이라는 별명의 지인을 만나 수확해 온 농작물을 나누어 주었다.
잠실에서 만났는데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가던 친구의 딸이 그곳을 지나갔고, 아들도 옷을 사러 나와 있다기에 얼굴을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친구는 결혼 7년 만에 얻은 큰아들이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을 앞두고 전기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며 기뻐했다. 또 예고를 졸업한 후 연예인의 길을 접고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딸의 모습을 기특해했다.
그들을 보며 나의 20대가 스쳐 지나갔다. 세월은 정말 빠르다.
아가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7월 16일(목)
전기 조심. 전깃줄 사진을 찍었다. 내 글을 읽으시는 작가님들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아 생각이 나서였다. 여기에 어떻게 전기가 흘러 산짐승의 출입을 막는지 궁금했지만 직접 실험해 볼 수는 없었다. 저녁 시간에 이곳을 지나갈 때면 늘 긴장감이 생긴다.
쪽파는 잘 자라고 있다. 저번보다 훨씬 쑥 자랐다. 이제는 대추방울토마토도 익고 있다. 그러나 장마와 함께 익기 시작한 탓에 따 먹으려 하면 이미 떨어져 있거나 너무 익어 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익은 것을 많이 먹지 못해 속상해하자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래도 먹는 것이 더 많다."
그 말을 듣는데 내가 욕심을 내고 있었구나 싶어졌다. 그래, 순리대로. 내 입에 들어올 것은 결국 들어오겠지.
연일 장마가 계속된다. 내가 사는 지역은 경기 북부라 안전문자가 끊임없이 온다. 장마가 되면 농작물이 가장 걱정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농작물들은 생각보다 잘 자라고 있다.
안달하고 걱정하는 것은 인간이지 자연이 아니다. 자연은 소리 없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쓰러져도 말이 없고 잘 자라도 우쭐함이 없다.
자연은 소리가 없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더 크게 마음에 울린다.
이번주 한 일 :
비트, 고구마줄기 수확
콩, 쪽파, 토마토 상태 확인
바질 물꽂이
농작물 나눔
다음주 할 일 :
토마토 수확
고구마순 정리
콩 수확 시기 확인
텃밭 전체 점검
한 줄 요약 :
장마 속 텃밭을 돌보며 자연의 순리와 풍요로움을 배운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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