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6. 14 (일)
금요일 오후에 텃밭에 다녀왔는데, 오늘 다시 가게 된 이유는 엄마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어요.
"혜원아, 오이는 하룻사이에도 손가락 굵기만큼 금방 자라. 일주일에 한 번 텃밭에 가는 거니까 작다고 안 따오지 말고, 작아도 다 따오렴."
엄마의 이 말을 듣고 오늘 다시 텃밭으로 향했어요.
엄마 말대로 오이가 또 자라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시중에서 파는 오이보다 조금 작긴 했지만, 오히려 지난번보다 더 상품성이 있어 보이는 오이들이었어요.
오늘은 '밥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좋아하는 꽈리고추도 몇 개 수확했어요. 그러고는 이걸로 꽈리고추찜을 언제 만들어 먹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콩의 안부도 확인했어요. 홀로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는 외동이 콩.
고맙고 기특하고, 또 사랑스러웠어요.
왼쪽 참새딸네 텃밭에는 오늘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참새딸 아버지가 정성껏 가꾸어 놓은 텃밭을 구경하게 되었지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수박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사진까지 찍어 왔어요.
내년에도 텃밭을 하게 된다면 우리도 왼쪽 텃밭처럼 튼튼하고 멋지게 지주대를 세우고, 수박도 심고 옥수수도 심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오늘은 웬만한 작업을 며칠 전에 해두었기에 밭에서 자라고 있는 잡초를 제거하는 데 집중했어요. 텃밭을 하다 보니 가장 많이 자라는 잡초가 쇠비름이었어요. 검은 비닐 틈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드러내는 쇠비름은 손으로 잡아당기면 뿌리째 잘 뽑히는 잡초이기도 했어요.
그러다 오른쪽 텃밭을 보니 쇠비름을 뽑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었어요. 왜 안 뽑는지 궁금해서 남편에게 물었어요.
"옆집은 왜 잡초를 안 뽑을까?"
"그러게. 쇠비름을 하나도 안 뽑더라."
"쇠비름이 몸에 좋다는데 오늘은 조금 뜯어갈까?"
"에이, 상추도 많은데 무슨 쇠비름까지 뜯어 가. 집에 쇠비름 효소도 있잖아."
"그건 그런데... 쇠비름이 그렇게 몸에 좋대."
남편은 몸에 좋은 건 맞지만 지금은 먹을 것이 너무 많으니 다음에 뜯어 가자고 했어요. 나도 괜히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 그 말에 수긍하며 잡초를 뽑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요.
열심히 쇠비름과 이름 모를 잡초들을 뽑고 있는데 어느새 오른쪽 텃밭의 베트남 이웃분이 와 계셨어요. 오늘은 모자를 쓰지 않아 얼굴이 보였는데, 모자에 가려지지 않은 모습이 참 예뻤어요.
이번에는 딸과 함께 왔더라고요.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는데, 어쩌면 중학생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분은 딸에게 한국말로 이야기했어요.
"이것 봐. 여기 오이 달렸다."
"여기 봐봐. 여기 고추도 있어."
딸은 우리 부부를 의식한 건지 말없이 눈으로만 텃밭을 둘러보고 있었어요.
그동안 나와 남편은 잘 자라고 있는 쇠비름을 뿌리째 뽑아 퇴비를 모아두는 곳에 던지기를 반복했어요.
잠시 후 잡초를 버리고 돌아오던 남편이 옆집 아저씨에게 말을 건넸어요.
"혹시 부직포 모자라시면 저희가 산 게 많으니까 사용하셔도 됩니다."
몇 주 전 베트남 이웃분께서 함께 사용하는 고랑에 부직포를 깔아 놓으셨어요. 덕분에 잡초도 자라지 않고 장화에 흙도 묻지 않아 다니기가 훨씬 편했지요.
그런데 정작 본인 텃밭 고랑에는 부직포를 깔지 않으셨기에 미안한 마음에 남편이 먼저 말을 건넨 것이었어요. 게다가 우리도 빈 공간에 깔려고 사 둔 부직포가 많이 있었고요.
그러자 옆집 아저씨가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아, 여기는 일부러 안 깔았어요. 와이프가 쇠비름을 먹겠다고 해서 기르고 있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정말 그랬어요.
우리는 왜 쇠비름을 안 뽑고 놔두는지 궁금해했는데, 자세히 보니 쇠비름이 밭 한쪽을 가득 덮으며 자라고 있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쇠비름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요."
나와 남편은 조금 전까지 쇠비름을 열심히 뽑아 버린 것이 괜히 머쓱하면서 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쇠비름이 몸에 좋다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괜히 큰소리를 쳐 보았어요.
그리고는 말했지요.
"여보, 우리 다음에는 쇠비름 뜯어서 먹어보자."
"그래, 나물로 한번 무쳐서 먹어보자. 건강에 좋다고 하니 당신 갱년기에도 좋을 거야."
"갱년기 남자들에게도 좋다는데... 오늘 버린 게 괜히 아깝다..."
"아까워하지 마. 당신도 알잖아. 쇠비름이 일주일만 지나도 많이 자라는 거. 지금부터 안 뽑고 놔두면 다음 주에도 풍성히 자라 있을 거야."
집에 와서 엄마와 통화를 하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나는 쇠비름 나물이 별로 맛이 없더라. 그래도 몸에 좋다고 하니 한번 무쳐서 먹어봐."
통화를 마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사람은 몸에 좋다면 뱀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몸에 좋다는 것은 챙겨 먹으려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말했어요.
"베트남 새댁은 쇠비름이 좋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신기하다. 우리는 옆 텃밭에 쇠비름이 왜 저렇게 많나 했는데, 계속 자라게 놔둔 이유가 있었네."
그 순간 깨달았어요.
누군가에게는 성가신 잡초였던 쇠비름이, 누군가에게는 귀한 약초였다는 것을요.
잡초가 약초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오늘은 영상을 많이 올렸어요.)
오늘 한 일 :
오이 수확, 꽈리고추 따기, 콩상태 확인, 이웃 텃밭 구경, 내년 텃밭 계획, 잡초제거, 베트남 이웃분과 인사 및 대화나누기, 부직포 나눔 제안하기, 쇠비름에 대한 정보와 먹어보자는 계획 세우기
다음에 할 일 :
농작물 수확하기, 콩 안부 확인하기, 열무솎기, 쇠비름 채취하기
한 줄 요약 :
몸에 좋은 줄은 알았지만 그냥 잡초처럼 뽑아 버리던 쇠비름이, 누군가에게는 일부러 기르는 귀한 먹거리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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