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6. 21 (일)
오늘은 절기상 하지다. 하지는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낮의 길이는 조금씩 짧아지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우리 텃밭 이름은 '햇살 담은 밭'이다. 1년 중 햇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오늘, 감자가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해 두 줄기만 캐보기로 했다.
보통 감자는 심은 지 90일 정도면 수확한다. 우리 감자는 4월 5일에 심었으니 7월 5일쯤 캐면 되지만, 하지를 기념해 먼저 맛을 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메추리알만 한 작은 알감자들이 나왔다.
'아직 덜 자랐구나.'
그런데 갑자기 주먹만 한 감자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기쁨이란!
낚시를 하며 큰 물고기를 낚았을 때 느끼는 손맛 같은 짜릿함이었다. 집에 와서 무게를 재보니 두 줄기에서 무려 2kg이나 나왔다.
역시 감자는 캐보는 재미가 있는 작물이다.
오늘은 열무도 뽑았다.
ligdow 작가님께서 열무를 솎았는지 궁금해하셨는데, 다른 농작물들을 돌보느라 솎을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약을 치지 않았더니 잎은 벌레들이 대부분 갉아먹어 버렸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열무 솎아야 하는데 벌레를 너무 많이 먹었어. 그냥 다 뽑아서 버릴까?"
결국 뽑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뽑아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줄기와 뿌리가 얼마나 실했는지, 무엇보다 열무를 뽑을 때 올라오는 싱그러운 향이 너무 좋았다.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벌레 먹은 잎은 모두 잘라내고 줄기만 가져왔더니 비닐봉지 하나가 꽉 찼다. 양으로 보니 열무 한 단 정도는 충분했다.
몇 년 묵은 씨앗이라 싹이 날지도 기대하지 않았고, 신경도 제대로 못 썼던 열무였다. 그런데 이렇게 한 단이나 수확하게 되니 괜히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소금에 절여 열무김치를 담갔다.
김치가 잘 익으면 시원한 열무비빔국수도 해 먹고,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넣어 비벼 먹어야겠다.
생각해 보니 요즘 농사지으면서 먹을 것이 계속 생긴다. 그렇잖아도 살이 조금씩 찌고 있는데, 이러다 겨울에 농사를 쉬면 그때 살이 빠지려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다이소 7종 중에서 시금치가 1개만 자라서 뽑아왔고 쇠비름도 뜯어왔다.
시금치는 어떤 요리를 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쇠비름은 살짝 데쳐 무쳐 먹어보니 줄기는 질기지 않고 연했으며 아삭한 식감도 좋았다. 살짝 미끌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맛있었다.
먹다가 남편에게 말했다.
"낫또보다는 훨씬 덜 미끌거리네. 낫또 잘 먹는 사람이라면 쇠비름나물도 거부감 없이 먹겠는데?"
오늘은 또 하나 고민거리가 생겼다.
주말농장 단체톡방에 사장님께서 쪽파 공동구매를 올리셨다.
문제는 심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한참 고민하다가 단체방에 물었다.
"쪽파는 언제 심는 건가요?"
답장이 왔지만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ChatGPT에게 물어보니 쉽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나는 "지금 당장 심을 것도 아닌데 굳이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물어봤는데 안 사기도 그렇잖아."라며 난감해했다.
나는 "물어봤다고 꼭 살 필요는 없잖아."라고 했지만, 남편은 그래도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쪽파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올해는 처음 농사를 짓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온 것 같아. 그런데 그러다 보니 우리 텃밭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 올해는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내년에는 우리 밭에 맞게 우리가 직접 판단하면서 농사를 지어보자."
오늘 텃밭에서는 또 하나의 계절을 보았다.
상추는 어느새 나무처럼 자라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여름은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다.
이제 장마도 머지않은 것 같다.
농작물들은 사람보다 먼저 계절을 알고 준비한다.
그 자연의 이치가 오늘도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오늘 한 일 :
감자 두 줄기 캐기(약 2kg 수확)
열무 수확 및 열무김치 담그기
쇠비름 채취 후 나물 무쳐 먹기
쪽파 공동구매 여부 상의 및 신청
상추 꽃대와 감자 생육 상태 확인
텃밭 작물 둘러보며 장마 대비 상태 살펴보기
시금치 1개 수확
다음에 할 일 :
쪽파심기
감자수확하기
한 줄 요약 :
하지에 텃밭을 돌보며 감자를 수확하고 열무김치와 쇠비름나물까지 만들어 먹은, 수확과 반전이 가득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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