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 처음으로 도서관에 노트북을 들고 갔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나가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비슷하기에 걸어가는 것을 선택한 나는 가방의 무게를 무릎이 버텨주기를 바라며 운동 삼아 걸어갔다.
나는 도서관에서 바카라을 읽는 것보다 집에서 읽는 것이 더 좋고, 글도 집에서 쓰는 것이 더 집중도 잘 되고 편하다.
그래서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음악 소리와 대화 소리, 각종 잡음을 어떻게 신경 쓰지 않고 공부를 하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그런 잡음에 더 집중이 잘 된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집중력이 약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도서관에 자주 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발자국 소리, 볼펜이 공바카라에 그어지는 소리, 샤프펜슬 딸그락거리는 소리, 휴대폰 진동 소리, 헛기침 소리 등이 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었다.
또한 차가 없는 나로서는 노트북과 각종 장비를 가방에 넣어서 도서관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물리적인 불편함도 한몫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고 나서 20분 거리에 있는 종합운동장에 운동 삼아 산바카라을 갔다가 등대 모양의 전망대가 있는 건물을 발견하였다.
남편에게
"내가 산바카라하러 가는 종합운동장 근처에 전망대가 있어. 언제 한번 가보자."
라고 말하고는 기회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그런데 매실 열매가 자라기 시작한 날, 터벅터벅 산바카라을 하다가 전망대 건물 1층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산바카라을 할 때마다 언젠가 가봐야지 하던 곳이었는데 몇 번을 망설이다가 여름철에 산바카라을 갔다가 더위를 피하거나 물 한잔 마시고 싶은 때를 대비해 알아두면 좋을 듯하여, 땅에 떨어진 매실 열매를 주운 날 도서관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나이 드신 친절한 사서님께서 도서관 이모저모를 알려주셨다.
그렇게 도서관과 인연을 맺었고 가끔씩 바카라을 읽으러 가거나 물을 마시러 가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러 갔었다. 그러다가 오늘은 요 며칠 알고리즘에 계속 떠서 보게 된 차인표 작가의 『우리 동네 도서관』을 구입해 읽다가, 작가가 이 바카라을 쓰기 위해 동네 도서관에 다니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글쓰기를 한 것을 보고는 나도 따라 해보고 싶어졌다.
또한 어제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한 시절,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글에 대한 욕구가 충만했었던 동창생들과의 만남 속에서 다시금 글에 대한 욕구가 뿜어져 나왔다.
한때 아동문학가를 꿈꾸며 작가가 되고자 했던 나의 모습과 결혼 후 달라진 모든 환경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다가 지금 이 나이가 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계속 쓰게 될지 아니면 중간에 멈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 왔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더 미루지 말자는 생각에.
이렇게 쐐기를 박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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