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5. 30 (토)
주말마다 텃밭에 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텃밭 상황이 너무 궁금한데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오늘도 햇빛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낮 시간대에는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오후 5시 20분쯤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장장 7장이나 되는, 길이도 제각각인 투표용지를 받아 정성껏 도장을 찍었습니다. 혹시라도 빠뜨린 것이 있을까 숫자를 세어 보고, 제출하기 전에도 한 장 한 장 다시 확인했어요. 그리고 제일 긴 종이는 김밥 말듯 둘둘 말아 투표함에 넣었답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니 얼마나 홀가분하던지요. 게다가 이번 제 선거인명부 등재번호가 1234였습니다. 별것 아닌데도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각설하고,
텃밭으로 향하는 길은 늘 여행 가는 것처럼 설렙니다. 차로 15~2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인데 가는 길에 보이는 자연 풍경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 줍니다. 괜히 마음이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져요.
텃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누가 와 있는지 살피게 됩니다. 오늘은 1번 라인 쪽에서 모자가 왔다 갔다 하며 밭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자신의 밭을 정성껏 가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도착하자마자 쌈채소부터 수확했습니다. 지난번보다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습니다. 주중에 비가 두 번이나 와서 일조량이 부족했던 탓일까요. 상추가 생각만큼 자라지 않았더라고요.
집에 와서 무게를 재어 보니 1.6kg이었습니다. 지난번에는 2kg이었는데 말이지요. 물도 중요하지만 햇빛 역시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상추를 딴 후에는 감자 순 지르기를 했습니다. 엄마께서 감자는 한 포기에서 줄기가 1~2개 정도만 남아야 알이 굵어진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면 순 지르기를 해 주는 것이 좋다고도 하셨고요.
또 감자는 물을 많이 줘야 한다고 하셔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처음 심을 때는 썩을 수 있어서 물을 적게 주지만, 알이 굵어지는 시기에는 물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물조리개로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꽃이 핀 감자도 있었고 꽃망울을 맺은 감자도 있었는데, 줄기가 3개, 많게는 5개씩 나온 것들도 있어서 과감하게 잘라 주었어요. 양이 얼마나 많던지 버릴 곳을 찾지 못해 일단 고랑에 모아 두었습니다. 다른 텃밭 분들이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 같더라고요. (다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 좀 늦게 해 준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리고 굵은 감자를 먹을 생각에 신나게 순 지르기를 하다가 가위를 잃어버렸습니다.
가방도 뒤져 보고, 상추밭도 살펴보고, 물조리개 주변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혹시 순 지르기 한 줄기에 섞여서 같이 버렸나?"
했더니 남편이
"에이,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지."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사람이 바로 저였더라고요.
혹시나 싶어 버려 둔 감자 줄기를 하나씩 들춰 보는데 무언가 툭 떨어졌습니다. 바로 제 주황색 가위였습니다.
남편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었나 싶어 제 자신이 웃겼습니다.
순 지르기를 마치고 나서는 둘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근데 감자가 정말 알이 굵어지는 걸까?"
"우리가 잘라낸 줄기에 감자가 달려 있었던 건 아니겠지?"
"원래 싹이 나올 때 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러다가 결국 결론은 하나였어요.
"아, 몰라."
"설령 그렇다 해도 남아 있는 감자나 잘 키워 먹자."
"처음 해보는 거니까 실패도 있는 거지."
"그냥 재미있게 해 보자."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콩 심어 놓은 것을 확인하지 않았더라고요.
심을 곳이 마땅치 않아 앞 고랑에 콩 10알을 심어 두었는데, 당연히 기억할 줄 알고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쑥갓을 수확하면서 그 부분을 발로 밟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살아 있는 건 살아남을 거야."
라고 하네요.
이제 정말 깜빡깜빡하는 나이가 된 걸까요.
아니면 욕심이 너무 과했던 걸까요.
문득 도토리를 숨겨 놓고도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리는 다람쥐가 생각났습니다.
내일은 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콩이 궁금해서 텃밭에 가 봐야겠어요.
오늘 한 일 :
감자 순 지르기 마무리
텃밭 작물 상태 점검
내일 할 일 :
콩싹 안부 확인하기
한 줄 요약 :
굵은 감자를 꿈꾸며 순 지르기를 했고, 잃어버린 가위를 찾았으며, 집에 와서는 콩이 걱정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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