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씨앗 코너에서 무너졌습니다

26. 5. 17 (일)

by푸른 잎사귀

지난 글에서 “이번 텃밭은 욕심부리지 않고 재미로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었는데요.
그 다짐은 오늘 다이소 씨앗 코너에서 아주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욕심의 원인은 바로 넓은 땅이었습니다.


아직 심지 않은 빈 공간이 남아 있으니 자꾸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 땅을 그냥 놀리면 안 될 것 같은데?”
“뭐라도 심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번 심으면 몇 배의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이상, 빈 땅은 더 이상 빈 땅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종이 아니라 씨앗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어디서 살까 고민하다가 여러 종류를 조금씩 사보고 싶어서 다이소로 향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한두 개만 살 생각이었습니다.
진짜였습니다.


그런데 씨앗 코너를 보는 순간 계획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씨앗들이 마치
“저 심으면 맛있어요.”
“저는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
“저 데려가세요.”
이러는 것 같았습니다.


바질을 본 순간에는
“아… 바질페스토 만들어서 빵에도 바르고 스파게티 해 먹으면 맛있겠다…” 싶었고,


시금치를 보니
“몸에 좋은데 직접 키워 먹으면 더 건강한 느낌인데?” 싶었습니다.


비트는 빨간 알뿌리가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했고, 물김치에 넣으면 색이 너무 예쁠 것 같았습니다.


당근은 녹즙기에 갈아서 당근주스 해 먹는 상상을 했고,


유러피안 샐러드는 안 먹어본 상추라 궁금해서 담았고,


레드치커리는 고기 구워서 쌈 싸 먹고 싶어서 담았습니다.


케일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쌈된장 넣어서 케일쌈밥 해 먹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도 ligdow 작가님 건강밥상을 보고 케일쌈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따로 주문까지 했었거든요.

이래저래 남편과 저의 욕심은 점점 차올랐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근데 더이상 심을 데가 없지 않나?”


오죽하면 둘이서
“밭고랑에도 심을까?”
했다가 서로 어이없어서 웃었습니다.


결국 이것저것 담다 보니 씨앗만 7종.


다이소에서 산 씨앗 7종
씨앗 7종 심을 자리 마련하는 중~^^:



텃밭에 심은 순서


거기에 몇 년 전에 사놓고 남아 있던 열무씨까지 합쳐 총 8종을 밭에 뿌리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건 호기심을 가장한 욕심인지, 욕심을 가장한 호기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초보 농부의 사욕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이번 텃밭은 욕심 버리고 재미로 갑니다.”
라고 했는데요.


정정하겠습니다.


“재미를 위해 욕심을 부렸습니다.”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꾸벅^ㅡ^)




귀여운 노란 꽃과 아기 오이
첫 열매는 과감히 제거 - 작아도 오이는 오이다~^^
벌써 토마토가 열렸어요. 이 녀석도 과감히 싹둑~!
혼자 삐죽이 길죽하게 자란 고추 요녀석도 제거~!



이건 열무씨랍니다. 씨앗이 코팅이 되어 있어요. 몇 년 묵었지만 싹이 나겠죠?




오늘 한 일


: 씨앗 8종 심기


오이, 토마토, 고추 첫 열매 따주기



다음 주 할 일
: 가위 사기
콩, 옥수수 심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처음 열린 귀여운 오이 따주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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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초보 농부의 가장 큰 적은 잡초가 아니라 욕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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