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26 (일)
'오늘 드디어 고구마를 심으러 텃밭에 갔습니다.
저번에 심어 두었던 쌈채소가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 같아 오늘은 다른 종류의 쌈채소들도 골고루 다시 사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지난번에 갔던 곳이 아니라 다른 가게에서 모종을 사게 되었습니다. 전에 갔던 곳에서는 사장님께서 두 개씩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는데, 오늘 간 곳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머뭇거리며 두 개만 고르자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두 개 사도 천 원이고, 한 줄 다 사도 천 원인데 그래도 두 개만 사실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제가 인심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한 줄씩 사다 보니 같은 쌈채소가 집단 번식 수준으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할인을 많이 해주시는 느낌은 아니라서 지난번보다 적게 샀는데도 6천 원이 나왔습니다. 지난번에는 이것저것 훨씬 많이 샀는데도 9천 원이었거든요.
역시 시장도 여러 군데 다녀봐야 하나 봅니다. 어디는 사람 냄새가 나고, 어디는 장사 냄새가 더 나더라고요. 오늘 간 곳에서는 제가 “이건 뭐예요?” 하고 물어도 설명이 시원하지 않았고, 식물 이야기보다는 빨리 계산하고 싶은 마음이 더 느껴졌습니다. 순간 ‘고객의 마음을 아직 잘 모르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슬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청양고추와 아삭이고추만 심었는데, 오늘은 꽈리고추도 새로 심었습니다. 제가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묻혀 쪄 먹는 요리를 참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제가 아끼는 지인도 그 요리를 좋아해서, 괜히 “이건 당신 몫입니다” 하는 마음으로 꽈리고추를 심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아직 이 사실을 모릅니다.
고구마는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금요일 아침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잠깐 바쁜 일이 있어 베란다에 잠시 내놓아 두었는데, 그만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번개처럼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어? 고구마 어디 있지?”
남편은 너무 태연하게 “베란다에 놔뒀는데?”라고 말했고, 저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재난 상황처럼 상자를 뜯어 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잎들이 축 늘어지고 시들시들 말라 있는 겁니다. 순간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고구마 줄기는 받자마자 끈을 풀어 세워 두세요”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것만 읽고 바로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끈을 풀고,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리고, 신문지로 감싸고, 심지어 비닐까지 씌워 두었습니다. 거의 응급실 보호자 수준의 정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 다시 찾아보니 어떤 글에는 “고구마는 오히려 약간 말라 있는 게 더 낫다”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순간 내가 지금 고구마를 살리는 건지, 숨 막히게 하는 건지 헷갈렸습니다.
아무튼 그런 우여곡절 끝에 토요일 하루 잘 모셔 두었다가 일요일이 되어 드디어 고구마를 심으러 가게 된 것입니다.
고구마는 기다란 꼬챙이처럼 생긴 쇠로 된 도구를 가지고 고구마 줄기를 깊숙이 밀어 넣고, 옆으로 눕히듯 심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설프긴 했지만 하나하나 심다 보니 제법 농사짓는 사람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괜히 허리를 한 번 펴고 텃밭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고구마를 다 심고 둘러보는데, 감자에서 드디어 싹이 올라온 것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어릴 적 놀이 노래가 떠오르더라고요.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
물론 실제로 묵찌빠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한 번쯤 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오늘도 이렇게 자칭 초보 농부의 텃밭 일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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