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소확행인가요?

칠순이 구순의 보호자가 되어

by송명옥

"할머니 어제 다녀가셨어요."

"네에? 어제요?"

"네. 혼자 오셔서 안경 색 바꾸셨어요."

안경집 젊은 사장은 '구순 할머니가 혼자 와서, 안경색 바꾸시는 일은 흔치 않다'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여름에도 레이스 장갑 끼고 다니셨다'라고 들려준다. 그 깜찍한 할머니가 내 어머니이다.


콕 집어 말한다, '시장 입구 떡집 앞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사 오라'라고. 화려한 복숭아 사러 여름에 들르는 과일가게 주인이 나를 알아본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빨강, 파랑, 노랑 사러 왔다고 말하니 딸기, 키위, 사과, 천혜향을 담는다. "엄마는 한 번에 먹을 만한 크기로 사거든." 부스럭거리며 복서 팔뚝만 한 무를 내민다. 내 어머니가 무볶음을 즐긴다며.


어머니가 60여 년 살고 있는 동네에 들어왔다. 어머니에게 병원 다닐 발이 필요해지자 내가 보호자를 자청했다. 고희의 딸이 90년 쓴 몸을 보호한다. 매주 기본이 세 번, 2주 전부터 치과에도 다닌다. 망백의 환자와 3년째 병원을 드나들며 보호자는 기분이 대체로 우중충하다.


단종국장도 못 보고 괴테마을에도 못 간다. 내가 자청한 동반 여행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혼자 주말에 주산지의 왕버들을 보고 온다. 마음이 잠시 가벼워진다. 여름에도 장갑을 끼고 다닌 어머니를 기억하는 젊은이를 만난다. 잠시 미소 짓는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과일을 꿰는 이웃도 있다. 따뜻하다. 이 정도는 소확행이라 해도 되나요?


이전 29화매화에 물 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