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나의 도피처이다
영화관은 나에게 단순한 영화를 보는 장소가 아니라 ‘인생 힐링 도피처’였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두 정거장 떨어져 있던 무악재 근처 허름한 동시상영관을 발견했다. 학교 다니기가 고역이었던, 뒤늦은 사춘기 때문에 거리를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보통 영화관 표값의 반값에 영화 두 편을 볼 수 있다는 영화관은 나를 끌어당겼다. 혹시 고등학생이라 못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매표소에서 나이를 물어보지도 않고 표를 줘서 콩닥거리던 심장이 무안했다. 어느 날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옥의 묵시록>을 보려고 들어갔다가 다음에 이어진 영화 <뽕>을 보고 심장이 쪼글 아대던 첫 번째 성인영화 체험이 이제는 웃게 되는 기억이다. 영화 중간에 나오고 싶었지만, 나가는 나를 다른 어른(?)이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가지도 못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정신이 반쯤은 나가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크게 다투었던 어느 날도 그랬다. 갈 곳 없이 무작정 집을 나와 들어간 곳은 시네마 시티 심야 영화관이었다. 홧김에 휴대폰을 꺼두고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 머물렀던 두 시간. 극장을 나설 때, 이혼까지 생각했던 서슬 퍼런 나의 마음은 어느덧 가라앉아 있었다. 영화는 나에게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산소 호흡기였다. 동시 영화 상영관 무악재에서 이스라엘 시네마 시티까지
작년에 이스라엘에서 겪는 한국 문화 결핍을 해결해 준 테크놀로지는 EBOOK이다.
나는 보통 밤 11시면 침대에 눕는다. 요즈음은 수면제 대신에 멜라토닌 반 알을 먹고, '밀리의 서재' EBOOK을 읽다 보면 졸음이 밀려온다.
종이바카라의 검은 작은 글씨가 흐려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눈이 늙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대신 EBOOK의 글자 크기를 대문짝만 하게 키웠다. 완벽한 해결 방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무식하게 돋보기 안경으로 바카라을 보던 나는 겨우 작년부터 EBOOK 사용 방법을 알게 되었다.
시원시원해진 글자를 읽게 되면서, 나는 다시 독서의 맛을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자정쯤 졸음이 밀물처럼 밀려오면 바카라을 덮고 잠에 드는 것이 나의 요즈음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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