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기독교신인문학상 시 소개 합니다.

내가 밟고 지나간 자리마다

by송현준

오늘 주최 측에서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기독교문학상 당선작이 신문에 소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메일을 열어보니 제 이름과 함께
제 시 「밟고 있었다」가 당선작으로 실려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이미 당선 소식을 전했으니
오늘은 수상 이야기를 다시 하기보다
신문에 실린 이 시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기독교 문학상 신문 스크랩.jpg


신문에 실린 제 시를 다시 보니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 이 시를 쓸 때는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뭇잎 사이를 지나가는 달팽이,
그 자리에 남은 물기,
작은 꽃과 날개를 펴지 못한 나비.


처음에는 그저 눈에 들어온 장면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
저도 모르게 제 발밑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시를 쓰고 나니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작은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풀잎을 한 번 더 바라보고,
바닥에 떨어진 꽃잎 앞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기도 합니다.


아마 마지막의 ‘당신’도
그렇게 생겨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름을 붙여놓고 쓴 존재가 아니라,
작은 것들을 오래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그곳에서 만나게 된 존재.


그래서 이 시를 다시 읽을 때면
저는 마지막 문장에서 한 번 멈춥니다.


내가 밟고 지나간 자리마다
당신은 가장 작은 것들의 얼굴로 누워 계셨다는 것을.


그 뒤로는 가끔
걷던 길에서 한 번씩 멈춥니다.


풀잎 하나,
떨어진 꽃잎 하나를 바라봅니다.

별것 아닌 장면인데도

그날의 시가 오래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수상 소식보다
이 한 편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걷습니다.

어제와 같은 길인데
가끔은 발끝에서
오래 머물던 것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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