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징후 신인문학상을 받고, 『좋은생각』을 읽던 하루

시상식과 한 권의 잡지,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한 마음

by송현준

대전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시와 징후’ 신인문학상 소감문을 다시 읽었습니다.

몇 번이나 고쳐 쓴 글인데도 다시 읽으니 조금 낯설었습니다. 서울에 가서 정말 저 글을 읽게 되는 걸까 싶었습니다. 기차가 서울을 향해 달리는 동안 소감문의 문장들을 다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상을 받는다는 사실보다, 그동안 써온 글을 들고 서울까지 간다는 일이 조금 신기했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의 걸음이 빨랐습니다. 뒤에서 오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저를 앞질러 갔습니다. 지하철역은 사람으로 가득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잠시 멈춰 주변을 살펴야 했습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데 이상하게 재미있었습니다.

그때 다시 느꼈습니다.

역시 저는 충청도 양반인가 봅니다. 걸음이 참 느립니다.

그날은 그 느린 걸음이 싫지 않았습니다.

시상식까지 시간이 남아 송해길을 걸었고 탑골공원에도 들렀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탑골공원의 탑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한국사 공부를 할 때 바카라에서 외웠던 탑이었습니다. 시험을 위해 외웠던 이름과 사진 속의 탑을 실제로 눈앞에서 마주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카라에서 외웠던 것을 실제로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신기했습니다.

문학도 어쩌면 비슷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있던 문장이 어느 날 종이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읽히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현실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어 시상식장으로 향했습니다.

7층까지 올라가야 했는데 하필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생겨 계단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숨을 고르며 도착한 시상식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협소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편안했습니다.

거창하고 화려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밥북출판사 대표님과 시와 징후 발행인님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처음 만난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얼굴을 익혔습니다. 크고 화려한 시상식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상금이나 규모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원고료라는 이름으로 건네받은 돈조차 감사했습니다. 글을 써서 읽히고, 그 글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사실이 아직은 신기하고 고마웠습니다.



발행인님께서는 저녁까지 함께하자고 하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집에는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집에 『좋은생각』 10월호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받은 상을 품고 대전으로 내려와 이번에는 바카라 한 권을 받아 들었습니다.

『좋은생각』 10월호였습니다.


바카라을 받아 드는 순간에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당신이 관식이 아니야?”라고 했습니다. 역시 현실은 드라마와 달랐습니다.

더 웃긴 건 아내가 바카라을 읽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금 서운했습니다. 그래도 익숙한 일이기에 웃어넘겼습니다.

대신 엄마에게 아이와 바카라을 읽어주라고 했습니다.

“아빠 글이 여기 나왔어. 같이 읽어볼까?”

아이와 나란히 앉아 큰 소리로 제 글을 읽었습니다. 아직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아빠가 쓴 글을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고,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서울에서 상을 받은 일도, 『좋은생각』에 글이 실린 일도 분명 기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아이와 함께 제 글을 읽었던 순간은 조금 다른 의미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글로 남기고 그 글이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닿는 것.


아주 먼 훗날에는 아이가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알아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시와 징후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감사했던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등단비가 없는 신인문학상이라는 점입니다.

문학을 시작하면서 비용이나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더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지금 시와 징후 신인문학상 응모를 받고 있습니다.

문학상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등단비나 비용 때문에 망설였던 분들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도전한다고 모두 당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수없이 떨어졌고 지금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선된 작품보다 떨어진 작품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쓰다 보면, 보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글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번에 그 글이 시와 징후 신인문학상이었고, 또 하나는 『좋은생각』 10월호였습니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돌아온 하루였습니다.

돌이켜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차를 타고, 사람들 사이를 걷고, 송해길을 지나 탑골공원에 들르고,

계단을 올라 시상식장에 들어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고,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하루를 지나고 나니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저보다 빨리 걸었습니다. 뒤에서 오는 사람들은 계속 저를 앞질러 갔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글을 쓰는 일까지 꼭 다른 사람의 속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조금 느리게 가도 됩니다.


저도 아직 그 길을 느릿느릿 걷고 있습니다.


그러니 글을 쓰고 계신 분들이라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저도 제 속도로 계속 걸어가 보겠습니다.


제1회 윤동주동시문학상 및 제4회 계간 시와징후 신인문학상 시상식 개최 < 뉴스 < 기사본문 - 문화앤피플)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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