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시작된 네살의 시간

13화 새벽 세 시엔 아이 울음만 들렸다

by송현준

아이가 네 살이 되던 해, 내 삶의 가장 깊은 밤들이 시작되었다.

어둠이 가장 깊은 새벽 세 시, 사방이 적막에 잠긴 거실을 깨우는 것은 오직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뿐이었다.

낮 동안 일터에서 진을 빼고 돌아온 몸은 이미 방전되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피로가 온몸을 짓눌러 눈꺼풀조차 제대로 뜨기 힘들었지만, 아이의 비명이 고요한 집안의 공기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는 순간 나는 죄인처럼 침대 밖으로 튕겨 나갔다.

모든 게 처음인 초보 아빠에게, 불 꺼진 새벽 세 시의 거실은 언제나 매섭고 무서운 시험대 같았다.


희미한 주방 미등 아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허둥지둥 분유를 탔다.

빨리 울음을 그치게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손끝이 사정없이 떨렸다.

허둥거리며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자 거짓말처럼 울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어둠 속에서 열심히 우유를 삼키는 아이의 실루엣을 보며, 이제야 겨우 한숨 돌렸다고 안심했다.


하지만 그건 지독한 착각이었다. 아이가 분유를 다 먹고 난 뒤 방 불을 켰을 때, 내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서툰 손으로 젖병 뚜껑을 제대로 맞추어 닫지 않은 탓에,

분유는 아이의 연약한 목덜미와 가슴팍을 타고 흥건하게 흘러내려 배내옷을 다 적시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그저 잘 먹는 줄로만 알고 흐뭇해했던 내 무지함이 가시가 되어 가슴을 찔러왔다.

축축하게 젖은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곁에 서 있던 아내와 나는 차마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그렇다고 스스로를 용서할 수도 없어 불 꺼진 거실에는 숨 막히는 침묵만이 흘렀다.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는 내 서툰 손가락을 몇 번이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서투른 아빠 밑에서 자란 탓인지,

아이는 유난히 자주 아팠고 그때마다 나는 늘 길을 잃었다.

어느 겨울날에는 아이가 아침부터 온종일 보채며 우는데도 그 이유를 도무지 알지 못했다.

배가 고픈 건지, 기저귀가 불편한 건지 온갖 짓을 다 해봐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저 집안이 답답해서 우는 줄로만 알고,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 길거리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바람을 맞으면 울음을 그칠 거라는 내 어리석은 판단은 처참한 결과로 돌아왔다.

그날 밤부터 아이는 목이 퉁퉁 부어오르는 심한 감기에 걸려 며칠을 호되게 앓아누웠다.

밤새도록 펄펄 끓는 아이의 뜨거운 이마 위에 물수건을 얹고 바꾸기를 반복하며,

내가 아이를 지키는 보호자가 아니라

오히려 아이의 숨통을 조이는 가해자가 된 것만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진짜 잔인한 무너짐은 따로 있었다.


세상이 온통 전염병으로 얼어붙었던 해,

내가 바깥 일터에서 묻혀온 코로나는 결국 집안에서 가장 작고 면역력이

약한 내 아이에게로 고스란히 옮아갔다.

내 손으로 차갑게 문을 닫고 들어간 좁은 격리방 안에서,

나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닫힌 문 너머로 거친 기침을 해대며 쌔액쌔액 숨을 몰아쉬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내 숨마저 죄스러운 마음으로 죽여야만 했다.


내 둔한 몸과 바깥 세상에서 묻혀온 바이러스가 이 작고 투명한 아이의 안전한 영토를 침범했다는

비참함에 가슴속에는 납덩이 같은 중력이 사정없이 내리앉았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밖에서 버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도리어 내 존재 자체가 아이에게 가장 큰 상처와 아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어디에 대고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남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버티는 척했지만,

불 꺼진 거실에서 아이의 거친 숨소리를 홀로 들을 때마다 나는 한없이 작고 무력한 아빠일 뿐이었다.

무식하고 서툴러서 미안하다는 말조차 차마 죄스러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깊은 새벽,

나는 홀로 그 적막하고 매정한 시간 속에서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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