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속도로 걷는다는 것

by소시야 서새미

같은 버스, 다른 속도의 아침

학창 시절 나는 버스로 등하교를 했다. 버스를 타려면 늘 뛰어야 했고, 아침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가방에 준비물, 도시락까지 챙겨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언제나 바빴다.

같은 버스를 타야 하는 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를 달리고 또 달려 헉헉대며 겨우 올라탔다. 그런데 덩치 큰 남자아이들은 몇 걸음만 걸어도 버스에 올라 손잡이를 잡고 느긋하게 서 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는데도 저마다 쓰는 속도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는 빠르고 공벌레는 느리다

얼마 전 아이들과 바깥에 나갔다. 한 아이가 나비 한 마리를 보고 까르르 웃었다. 다른 아이는 "아비, 아비" 하며 나비를 졸졸 따라다녔고, 또 다른 아이는 "서새미(선생님!)" 하고 부르며 나비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나비는 화단 꽃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가 버렸다.

나비가 앉았던 꽃을 찾아간 아이는 개미를 발견했고, 곧 공벌레까지 찾아냈다. 한참 둘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아이가 "개미 빠르다!" 하며 박수를 쳤다.

사실 개미도 공벌레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을 뿐이다.


거북이가 이겨도 빠르다고 하지 않는다

속도와 시간은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거북이가 이겼지만 누구도 거북이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북이는 엉금엉금 기어가고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간다는 걸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터에서는 쉽게 말한다. "속도 좀 내 봐."


커피부터 필요한 사람, 바로 시작하는 사람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날이면 어떤 동료는 "커피 한잔하고 시작하자" 하며 커피를 가져와 한 잔 마신 뒤에야 일을 시작한다. 또 다른 동료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일에 들어간다. 왜 이렇게 다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바로 시작하는 쪽이다. 특히 미루는 걸 싫어한다. 오늘 일을 미루면 내일 일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감당이 안 된다. 그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며칠 이어지면 나는 꼭 아프다. 체력이 방전되기 때문에 늘 조금씩, 자투리 시간까지 야금야금 활용해서 일한다.

반대로 평소 커피부터 마시자던 동료는 하룻밤 밤샘을 해도 잘 버틴다. 다음 날 한두 시간만 더 자면 멀쩡하다. 워밍업은 길지만 몰아서 일하는 사람이다.


웃으며 일하는 분위기, 그 뒤의 체력

까르르 웃으며 놀듯이 늦게까지 일하는 분위기는 좋다. 하지만 몸이 피곤할 때는 견디기 쉽지 않다. 한때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시간에 쫓기는 사람인가, 어차피 할 일이면 웃으며 하면 좋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일하면서 차츰 알게 되었다. 빨리 끝내려는 사람은 시간에 쫓겨서가 아니라, 피곤해서 얼른 집에 가 쉬고 싶은 것일 수 있다. 일하는 건 좋지만 체력이 따라 주지 않아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속도와 시간 계산만 하면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너무 떠들고 웃다 보면 체력이 방전되어 다음 날 일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서로를 배려하며 조율하는 법을 배웠다. 행사가 있을 때는 야간 작업을 하루 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퐁당퐁당 나누기도 했다.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는 시간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시간과 속도를 가지고 있다. 그 속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이 사람은 늘 빨리빨리 해야 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면, 함께할 때 그것이 곧 배려가 된다.

식사 자리도 마찬가지다. 빨리 먹는 사람은 따로 커피를 마시거나 산바카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식사하면서 할 이야기를 다 마쳐서 따로 차를 마실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다.


관찰이라는 배려

저마다의 속도와 시간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아, 다르구나" 하고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건 관찰에서 나온다. 관찰은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자 관심이고 사랑이다.

상대를 잘 알아야 대화가 통하고 존중도 가능하다. 물론 거창한 사전 지식까지는 필요 없다.

가만히 지켜보면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은 저마다의 속도와 시간을 이해하는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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