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샛길로, 나는 큰길로

by소시야 서새미

길에도 취향이 있다면, 우리 부부는 정반대입니다.

흔히 빨리 가고 싶은 사람은 샛길을, 낯선 길이 두려운 사람은 큰길을 좋아한다고들 하지요. 우리 집에서는 남편이 샛길을, 내가 큰 길을 선택합니다.


큰길을 좋아하는 나

나는 큰길이 좋다. 조금 돌아가고 조금 늦더라도 큰길로 가면 마음이 편안하고, 가로등 불빛이 환해서 안전하다.

그런데 남편은 동네 샛길을 모조리 꿰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길로 가면 덜 막히는지까지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데이트를 나서면 다툼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남편은 데이트하러 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샛길로 접어든다. 길 끝이 가파른 언덕에 막혀 있기도 하고, 아예 길이 끊겨 후진으로 되돌아 나온 적도 있다.


타이어가 펑크 난 날

그날도 남편은 샛길로 들어섰다. 좁은 길을 한참 달리던 중 덜컹하더니 차가 주저앉았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이다. 인적도 드문 길이라 우리는 꼼짝없이 서 있어야 했다.

한참 기다려 차를 고치고 나니 시간도 돈도 훌쩍 날아간 뒤였다. 나는 참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큰길로 가면 될 걸 꼭 샛길로 와서, 시간도 쓰고 돈도 쓰고!"

남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미안해. 더 빨리 가려고 했지. 당신 피곤해 보여서 말이야."

그 한마디에 화가 스르르 풀렸다. 그날 남편이 샛길로 간 이유는 고집이 아니라 나를 빨리 쉬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아빠를 닮은 딸

그래도 나는 남편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샛길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걸까?

그런데 딸이 운전하면서 똑같이 샛길만 찾아다니는 게 아닌가. "딸, 꼭 아빠 닮았네" 하고 핀잔을 주었더니, 딸이 당당하게 받아쳤다.

"아빠 딸이니까 그렇지. 샛길은 빨리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신호등도 없고, 강둑처럼 풍경도 좋고 공기도 좋잖아요."

그제야 알았다. 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속도만이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함께 즐기고 있었다.


샛길을 찾는 사람들의 즐거움

빠름 너머에 그들만의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샛길을 찾는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조용하고, 내가 찾아낸 길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도 즐거움이다. 길 하나를 두고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으니 말이다.


초행길에는 큰길이 든든하다

물론 나는 여전히 처음 가는 길은 큰길이 좋다. 내비게이션이 있으니 초행길이라도 끝까지 마음 편히 갈 수 있고, 낯선 길에 나서는 두려움도 없다. 예전에는 가는 곳마다 묻고 또 물어야 했고, 잘못 알려 주는 바람에 헤매기도 했는데, 이제는 핸드폰 하나면 충분하다.


이제는 샛길에도 몸을 맡긴다

남편과 딸을 이해하게 된 뒤로 달라진 것이 있다. 이제는 샛길도 마음 편히 내 몸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 길 끝에 강둑 풍경이 펼쳐질 때면 조금 억울하지만 인정하게 된다. 그래, 이 길도 좋고 공기도 좋아 숨을 한번 크게 쉴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은 어떤 길을 좋아하나요? 큰길의 든든함도, 샛길의 설렘도 다 길 위의 즐거움이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펑크쯤 각오하고 샛길로 들어서 봐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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