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좋아하는 일이 있나요?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좋아하는 일이 없어서라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그 인생이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은 굳이 직업이 아니어도 취미로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면 평생 그 일만 하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직업이 두 개에서 다섯 개인 사람들도 늘어나고, 평생온라인 게임이라는 말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서 두 가지를 함께 물어보고 싶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이 둘은 같을 때도 있고, 전혀 다를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서라기보다, 여러 가지 일을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것이 있긴 하지만, 특별하게 잘하지 않으면 그게 좋아하는 일인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예술적 재능이 뚜렷한 사람은 비교적 일찍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가끔 생각은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연구하는 일이 좋다. 해 보지 않아서 좋아하는 일인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있고 해 보고 싶긴 하지만, 잘 할 수 있을지, 좋아하는 일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잘하는 일은 뭘까? 이것도 대부분 "글쎄"라고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하기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에게 구박도 서슴지 않고 하곤 한다.
그럼 당신은 뭘 가장 잘하는 사람인가요?
나는 그리기는 똥손이다. 그림과 작품 셋팅은 잘 못한다. 그런데 나의 재능은 따로 있었다. 바로 시간관리 능력이다.
일을 할 때 나는 전체 인원이 몇 명이고 오늘 해야 할 분량의 일이 얼마이며 몇 시에 일을 마칠지, 전체 잔업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를 정확하게 계산했다. 업무 분장을 잘하여 효율적 관리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물론 퇴직하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지금은 그런 감각이 무뎌졌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일을 끝내야 할 때는 이 능력이 꽤 쓸모 있었다.
그 외에도 나는 좋은 게 좋다는 생각으로 상대가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한 심한 말을 잘 하지 않고, 사람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다. 발음에 사투리가 많이 섞여 있었는데, 그림동화바카라을 읽는 독서 모임을 하면서 조금씩 고쳐 나가기도 했다. 하나하나 대단한 재능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스스로 다듬어 온 것들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하고 싶다,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잔잔한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이기도 하며, 그렇게 나를 다듬어 지금의 나로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하다.
결국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는 사람마다 끌리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남편이 그 좋은 예다.
우리 남편은 여름에 비가 오면 나무들이 행복해한다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무가 물을 먹고 난 그 모습이 예쁘단다. 난 아무리 봐도 나무가 물 먹고 예쁜 줄을 잘 모르겠다. 물론 색이 초록색이고 진하다 연하다는 것은 느껴도, 그 식물의 아름다움이 주는 힘은 모르겠다. 가끔 생각한다. 내 몸도 귀찮은데 나무까지 관찰을 해야 하나? 그러면 남편은 내가 정서가 메말랐다고 야단법석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과 방식은 다른 법이다. 남편이 나무에게서 느끼는 기쁨을, 나는 아마 다른 곳에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특별히 예술 감각이 뛰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잘 못하는 것도 있고 내가 관심 있어 잘하는 것도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내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지 조금 더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다만 단순히 시간을 채운다고 저절로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부족한 점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고쳐 나가는 과정이 함께 있어야 실력이 는다고 한다. 앞서 말한 시간관리 능력도 아마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일만 시간을 다 채우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반복하고 조금씩 고쳐 오면서 잘하게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람은 이렇게 하다 보면 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나는 아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잘하는 일 몇 가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도, 지금 잘하는 일들을 계속 다듬어 가다 보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당신에게 가장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