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늘'이라는 단어가 참 좋습니다. 퇴직하고 난 후에는 하루하루가 매일 그날이 그날입니다. 퇴직했으니 쉬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쉬고 또 쉽니다. 그렇게 쉬다 보니 어느새 그날이 그날이 되어버렸네요.
늘 "바빠, 바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지금은 "평안하다, 딱히 할 일이 없다"라는 말로 오늘을 정의합니다.
당신은 남일 수도 있지만 나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당신은 나입니다. 나는 오늘 딱히 할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오늘 하루, 나 자신을 거울 삼아 사는 것입니다.
내 삶은 늘 바빴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소소한 성취도 많이 이루었죠. 매일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자투리 시간까지 계산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하루를 시간을 보내며 사는 삶이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냥 재미없는 사람, 조용한 사람, 딱히 취미가 없는 사람입니다. 늘 바빠서 할 일이 많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집중하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내가 퇴직하고 난 후엔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냥 시간을 마음껏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바쁜 것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쉬면서 아무 할 일이 없다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빈둥거리며 사는 내 삶이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관습도 없고 지나친 강요도 없으며, "마냥 나 이래도 돼?" 하는 조금의 당황스러움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 내가 이 질문 앞에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을 많이 듣고 하며 살았습니다. '안녕'의 뜻은 뭘까요? 사전적으로 '아무 탈이나 걱정 없이 편안함'이라는 뜻입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온라인 게임 다닐 때는 너무 바빠서 '안녕'이라는 말이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퇴직하고 난 후의 '안녕'이라는 말은 딱히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재미없긴 하지만, 나름의 재미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재미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퇴직한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씩 갖는 병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한두 가지 정도는 있을 수 있습니다.
나도 늘 약봉지를 줄 세워 둡니다. 깜박하고 먹지 않는 날들도 있기에, 줄 세워진 약봉지를 보며 "나도 이젠 그냥 끙끙 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그래도 조금은 자신감 있게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사이에서 망설이곤 합니다.
그런데 나는 선택했습니다.
지나침보다는 모자람이 좋습니다. 뭔가 해보는 것은 좋지만, 그것도 자꾸 결과물을 찾다 보니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 그것을 '도전'이자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오늘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이 질문에 당신의 답은 무엇일까요?
"네, 저는 잘 지냅니다."일까, 아니면 "저는 요즘 힘듭니다."일까.
퇴직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 동료 교사가 전화를 했습니다. 많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의 빈자리를 느낀다고 하는데, 그 말이 좋으면서도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고 나온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 동료에게 내가 한 말은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면 내려놓는 것이 좋고, 선택했다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밝을 필요도 없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에 감사하며 지내는 삶이 가장 '안녕'한 삶이 아닐까요?
때로는 버겁더라도, 힘겹더라도, 아프더라도, 답답하더라도, 내 삶의 무게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의 찰나를 잘 보내길 응원하며 묻습니다.